올해 초 국내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LMC(Lost Management Cities)의 인스타그램에 재미있는 친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계단을 뛰어넘고, 레일을 타고, 바닥을 뒹구는 그들은 이전 LMC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또 다른 형태의 움직임이었다. 많은 이에게 궁금증을 일으킨 이들의 정체는 LMC가 전개하는 스케 이드보딩 팀의 일원으로, 최근 최호진과 최민규, 타카미네 요시카츠(Yoshikatsu Takamine), 임태현이 주역이 되어 흥미로운 결과물을 완성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그들의 피와 땀을 녹여낸 스케이트보드 필름 “HISS”를 선보이며, 외부의 의심 섞인 눈길과 우려를 걷어낸 그들. 근 1년간의 짧지 않은 제작 기간, 한순간도 쉽지 않았던 팀 LMC의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아래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자.
각자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자면.
최호진: 이름은 최호진, 22살이며, 현재 분당에 살고 있다.
최민규: 최민규라고 한다. 나이는 27살, 김포가 고향이다.
요시카츠: 타카미네 요시카츠. 나이는 23살이며, 일본 사이타마에서 왔다.
임태현: 21살 임태현이다. 일산에 살고 있다.
모두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접했는데,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호진: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와 동생에게 스케이트보드를 사주셨다. 동생 역시 아직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최민규: 초등학교 6학년 즈음, 한창 학교에서 핑거보드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핑거보드로 스케이트보드라는 걸 접하고 친구의 보드를 빌려 타다가 어느 순간 흠뻑 빠지게 됐다.
요시카츠: 처음으로 산 보드는 페니(Penny)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크루저 보드였다. 근데, 그 보드로는 스케이트보드 영상에 나오는 스케이터 와 같은 트릭을 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정식 스케이트보드 숍에서 스케 이트보드를 구매한 뒤 지금까지 타고 있다.
임태현: 특별한 계기는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를 보고 함께 타기 시작했다.
보드를 타거나 놀러 나갈 때, 어떤 스타일로 옷을 갖춰 입나?
최호진: 살짝 펑퍼짐한 느낌의 바지를 주로 입는다. 신발을 살짝 덮고, 신발 끈만 살짝 보일 정도의 핏을 좋아한다.
요시카츠: 옷이 너무 크거나 작은 건 별로다. 편하게 보드 탈 수 있는 적당한 실루엣의 옷이 좋다.
임태현: 통이 큰 바지를 좋아한다. 컬러나 패턴이 너무 화려하지 않은 간결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참고하는 다른 스케이터의 스타일이 있다면.
최호진: 캐스퍼 브루커(Casper Brooker)의 스타일을 사랑한다. 톰 낙스(Tom Knox), 트리스탄 펑크하우저(Tristan Funkhouser)도 좋다. 특히 톰 낙스가 멋져 눈에 자주 들어온다.
최민규: 루안 올리베이라(Luan Oliveira)의 스케이트보드 스타일이 멋지다. 패션 스타일을 참고하는 스케이터는 없다. 그냥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찾아 입는다.
임태현: 루이 로페즈(Louie Lopez)와 로완 데이비스(Rowan Davis)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통이 넓은 바지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걸 즐겨 입고 스타일 있게 타는 스케이터가 좋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패션 중 싫어하는 건?
최민규: 형광 반바지에 슬리퍼, 클러치 백 따위를 들고 있는 소위 일진 패션. 개성 없어 보이고 별로인 것 같다.
최호진: 난 오히려 그런 스타일이 더 개성 있는 것 같다. 그 패션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으하하.
임태현: 너무 타이트한 바지를 입는 거? 불편할 것 같고, 보기에도 좀…
요시카츠: 바지를 너무 추켜올려 입는 스타일은 싫다. 그리고 팬티를 배꼽까지 올리는 것도 질색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자신을 최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다면?
최호진: 날씨와 신발. 무조건 해가 쨍쨍해야 한다. 만약, 그날 날씨가 흐리면 보드 타러 나가서도 커피를 마시고 담배만 피우고 올 때가 많다. 신발 끈이 끊어져 있는 것도 너무 싫다. 스팟에 도착해 킥플립(Kickflip)을 처음 시도했을 때 잘 타지냐에 따라 그날 컨디션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최민규: 무엇보다 같이 타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어렸을 때는 김포에서 홀로 보드를 탔는데, 즐기는 것보다는 마치 훈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플랫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 타는 것과 베릭스(Berrics)처럼 잘 만들어진 파크에서 혼자 타는 것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전자다.
최호진: 나는 베릭스를 고를 것 같은데. 하하.
요시카츠: 파크에 갔을 때 사람이 많으면 타기 싫다. 보드 타러 동대문 컬트에 자주 가는데 사람이 적으면, 쾌적하고 왁스도 편하게 바를 수 있다. 사람 많아지면 순서도 기다려야 하고, 자유롭게 탈 수 없어 답답하다.
임태현: 컨디션이 중요하다. 몸이 피곤하면 타기 싫고 몸이 가벼울 땐 한없이 타고 싶어진다.
스케이트보딩 팀 합류 이전 LMC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었는지.
최호진: 패션에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다.
최민규: 팀 제안을 받으며 처음 알게 됐다. 이후 LMC에서 발매하는 옷을 보고 나서야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입은 걸 본 기억이 나더라.
요시카츠: 태현이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을 보고 처음 알았다.
임태현: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LMC를 자주 입었다. 한 친구는 LMC를 엄청 좋아해서 50만 원어치씩 사서 입던데. 나도 세 벌 정도 가지고 있었다. 하하.
LMC 스케이트보딩 팀을 디렉팅한 최완이나 정필규와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나, 그들의 결과물 중 인상 깊었던 게 있었다면.
최호진: 필규 형의 “러브레터” 비디오를 정말 좋아한다.
최민규: 어릴 때부터 두 형 모두 알고 있었고, 필규 형이 제작한 워스트 스케이트샵(Worst Skateshop)의 영상 “여름, 모라토리움(Summer, Moratorium)”의 감성이 좋아 여러 번 돌려봤다.
요시카츠: 필규 형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알게 됐다. 그 이전 한 친구가 필규 형의 비메오(Vimeo) 채널을 소개해줘서 영상을 접한 적이 있었다.
임태현: 둘 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LMC 스케이트보딩 팀에 합류한 작년부터 가까워졌다. 결과물이라면, 완이 형이 촬영에 참여했던 “711 Remix”를 좋아한다
요시카츠: 아, 그리고 완이 형이 전개했던 브랜드 ‘코니(CRNY)’가 있었다. 호진이가 바지를 많이 샀던 것 같은데.
최호진: 맞다. 검은색 코니 바지를 다섯 장씩 사서 입었다. 바지 핏도 딱 좋았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라 한창 즐겨 입었다.
지금 하나의 팀원으로 묶여 있는데,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최호진: 서로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기에 큰 어색함은 없었다.
최민규: 요시는 LMC 스케이트보딩 팀을 통해 처음 만났다. 여의나루에서 촬영하던 날 처음 만났는데, 그땐 말수도 없고 왠지 차가운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싹싹하고 착한 친구였지만.
요시카츠: 처음에 민규 형은 일반적으로 착한 사람 같았다. 알고 보면 이상한 말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더라. 하하.
임태현: 전부 보드를 타며 알음알음 지내던 사이였는데, 요시 형은 팀에 들어오면서 친해졌다. 장난도 많이 치고, 웃긴 얘기도 많이 하는 유쾌한 사람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을 때 보통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최호진: 당구 치는 걸 엄청 좋아한다. 가끔 친구들과 프리스타일 랩도 하고. 하하.
최민규: 최근에 서핑을 열심히 하고 있다. 군대 가기 전부터 친구가 같이 타자고 계속 꼬드겼는데, 그때까지는 스케이트보드가 훨씬 재밌어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군대 가기 전 서핑을 경험한 이후 입대할 때까지 3개월 동안 파도를 탔다. 지금까지도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다로 간다.
요시카츠: 게임을 좋아한다. “콜 오브 듀티: 워존(Call Of Duty: War- zone)”을 주로 했는데 핵이 너무 많아져 최근에 “에이펙스(Apex Leg- ends)”라는 FPS 게임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인스타그램 DM 부탁한다.
임태현: 영화를 자주 본다. 하루에 한 편은 꼭 보는데, 특히 SF 장르를 즐겨 본다. 특히 “듄(DUNE)”을 정말 재밌게 봤다. 최근에는 일러스트를 새로운 취미로 삼고 있다.
연말 릴리즈하는 팀의 첫 스케이트보드 필름 “HISS”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촬영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최호진: 올해 1월 말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최민규: 첫 촬영은 작년 12월이었지만, 한겨울이라 촬영을 자주 하지는 못했다. 2~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다.
요시카츠: 나는 2월부터 촬영에 합류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촬영 일정이나 스팟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최호진: 우리가 직접 정했다. 다 같이 이야기한 뒤 일정이나 스팟이 괜찮으면 모두가 함께 가고, 원하지 않는 스팟이 있을 때는 개개인이 따로 일정을 잡아서 촬영했다.
각자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최호진: 곧 릴리즈될 비디오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최민규: 카메라를 들이대면, 나도 모르게 스케일이 크고 어려운 걸 하게 되더라. 그래서 평소 하던 것보다 난이도 있는 트릭을 많이 했다.
요시카츠: 나도 마찬가지다. 뭔가 평소보다 더 빡센 걸 하게 되더라.
임태현: 원래 타던 것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이번 비디오가 본인의 첫 파트인가?
최민규: 제대로 만드는 파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퀄리티 있는 필르밍과 내가 원하는 스팟을 정해서 촬영하는 건 처음이었다. 핸드폰으로 데일리 클립 같은 걸 찍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더 어려운 기술로 짜임새 있게 타려고 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 많이 다치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그렇게 타다 보니 실력이 늘더라.
요시카츠: 일본에서 탈 때도 짧은 클립 정도만 찍었지, 이런 본격적인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임태현: 고등학교 2학년 때 힙스 스케이트보드(Heaps Skateboards)라는 스케이트보드 하드웨어 브랜드의 영상을 찍었다.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파트를 완성했다.
촬영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최민규: 제주도 투어에서 마지막 날 6칸짜리 계단을 탄 적이 있다. 전날 새벽까지 촬영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다들 열심히 타더라. 게스트로 참여한 관주가 마지막으로 랜딩을 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호진: 제주도 투어 당시 렛지에 테일슬라이드 플립 아웃(Tailslide Flip-Out)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3일 동안 가는 스팟마다 도전했다. 셋째 날은 새벽 3시까지 시도했는데 결국 타지 못했다. 동네 스팟이라면 그냥 포기했을 텐데, 제주도까지 와서 더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요시카츠: 평소 계단을 잘 안 뛰는데, 제주도에서 프론사이드 빅스핀(Frontside Bigspin)을 시도했다. 열 번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기로 했지만, 모두의 응원에 부응하려 더 도전하다가 결국 발목을 다쳤다. 2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프다.
임태현: 제주도 숙소에서 호진이 형과 관주가 조명이 저절로 켜지고 꺼진다며, 이 호텔에 귀신이 들린 것 같다고 난리를 쳤다. 이틀 차에는 요시 형과 내가 쓰는 방에도 그런 일이 생겨 모두 한방에서 자려고까지 했다. 나중에는 완이 형에게 귀신이 있다고 전화까지 했다. 하하. 알고 보니 침대 베개 아래 조명 스위치가 있어 눕고 일어날 때마다 눌렸던 건데, 그게 보이지 않아서 다들 몰랐던 거였지.
촬영 당시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
요시카츠: 최호진.
최호진: 박관주가 정말 재밌다. 보통 사람은 웃기려고 연기를 하거나 요상한 콘셉트를 잡는데, 관주는 그 자체로 웃기다. 순수한 바보 같다고 해야 하나. 하하. 타고난 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관주를 보고 코미디언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금전적인 스폰서십을 받으면서 보드를 탄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취미로 탈 때와는 또 다를 것 같다.
최호진: 사실 국내에서 금전적으로 스케이터를 후원하는 브랜드는 반스(Vans) 외에는 없었다. LMC라는 패션 브랜드가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달까. 이런 움직임이 국내 스케이트 문화를 더 넓히는 초석이 될 것 같다.
최민규: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고정 수입이 생기니 하던 일을 줄이고, 순수하게 보드 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만큼 집중해서 탈 수 있기도 하고.
요시카츠: 확실히 책임감이 생긴다. 평소에 연습을 열심히 하게 되고, 촬영할 때도 진지하게 임하게 된다. 데크나 하드웨어 교체 부담도 줄고, 예전보다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됐다.
임태현: 대학교 입학 후 돈 쓸 일이 꽤나 늘었는데,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보드를 타면서 페이를 받을 수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프로 스케이터의 기준은 무엇인가.
최호진: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스케이트보드 데크와 신발이 있는 것. 신발은 아니더라도 시그니처 데크 정도는 있어야지. 하하. 한국에서는 재승이 형 정도 되는 사람을 프로 스케이터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최민규: 스케이트보드만 타면서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
요시카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만 명 이상 되는 규모의 브랜드에서 시그니처 모델이 나오면 프로라고 생각한다.
임태현: 개인 파트와 시그니처 데크. 사실 아직도 프로 승격의 기준은 잘 모르겠다.
프로의 스케이트보딩이란 어떤 점에서 아마추어와 다른 것 같나.
최민규: 최재승 같은 사람을 보면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른 것 같다. 트릭을 시도할 때 언제나 진지하고 집중력 또한 뛰어나다.
요시카츠: 일본에서 이케다 코타(Kota Ikeda), 무라오카 히로키(Hiroki Muraoka)를 본 적이 있는데 알리의 수준이 다르다. 요시오카 켄토(Kento Yoshioka)도 그 인스타그램이나 클립 영상을 볼 때 독특한 기술만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기본기가 엄청나다.
“HISS” 비디오의 마지막 장면, 엔더(Ender)를 예상해보자면?
최호진: 솔직히 민규 형일 것 같다.
최민규: 호진이가 큰 스케일의 트릭을 많이 했다. 머리까지 다칠 정도였으니까. 왠지 호진이가 마지막을 장식하지 않을까.
요시카츠: 호진이나 민규 형 중 한 명일 것 같은데.
임태현: 민규 형.
본 비디오에 다수의 게스트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팀으로 함께하고 싶은 이는 누구인가.
최호진: 박관주와 오재성. 관주와는 서로 바이브가 잘 맞고, 재성이는 모든 트릭을 너무 수월히게 한다.
최민규: 재성이가 파이팅 넘쳐서 좋다.
요시카츠: 관주와 제주도 투어에 갔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열심히 타는 모습도 멋지다.
임태현: 재성이가 잘 타기도 하지만, 어려운 트릭을 할 때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2022년 각자의 계획은?
최호진: 한민이 형과 촬영 중인 나의 새로운 파트가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
최민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완화되어 하늘길이 열리면 서핑하러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요시카츠: 일단, 부상 없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일본에서 먹는 라멘이 너무 그립고, LMC 스케이트보딩 팀과 해외투어를 가봤으면 한다.
임태현: 우선 내년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는 영화나 영상 쪽을 공부하고 싶다.
최완 & 정필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최완: 현재 LMC 내 스케이트보딩 팀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최완이라고 한다.
정필규: LMC를 전개하는 레이어(Layer)에서 영상이나 사진 등의 비주얼 디렉팅 업무를 진행하는 정필규다. 이외 스케이트보드 관련한 어드바이스를 전달하기도 한다.
스케이트보딩 팀을 꾸릴 때 팀원을 뽑는 특별한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필규: 글쎄, 그냥 내가 봤을 때 멋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최완: 나도 비슷하다. 개인마다 멋의 기준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나는 당장 눈에 띄는 화려한 트릭이나, 패션 같은 겉모습보다는 얼마나 순수하게 스케이트보드를 대하는지 봤던 것 같다.
정필규: 일단, 내가 팬이었던 스케이터들을 추천했다. 더불어, 스케이트보딩 팀을 꾸릴 때 각자의 개성이 다른, 다양한 색의 팀원이 하나로 묶이길 원했다. 마치 베이커 스케이트보드(Baker Skateboards)팀처럼.
패션 브랜드가 근간이 된 팀인 만큼 이를 전개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디렉팅하며 어떤 어려움을 느꼈나?
최완: 아무래도 패션 브랜드에서 전개하는 팀이니까, 스케이터가 자연스레 모델로 소개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 팀원도 못나지 않지만, 평소 LMC 룩북의 모델이나 해외의 개성 넘치는 스케이터와 비교했을 때, 비주얼적으로 큰 인상을 남기는 게 어려웠다. 익히 유명한 슈프림(Supreme)이나 팔라스 스케이트보드(Palace Skateboards), 퍼킹 어썸(Fucking Awesome) 소속 스케이터의 특징이 너무 강하다 보니 회사 역시 그런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를 원할 때가 있지. 아쉽지만, 아직 내 시야에서는 션 파블로(Sean Pablo)나 루시엔 클라크(Lucien Clark) 같은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하하. 하지만, 지금 팀원의 조화가 너무 좋고, 그들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아, 혹시 본인이 션 파블로나 루시엔 클라크 같다고 느껴진다면, DM 부탁한다.
LMC 스케이트보딩 팀 전개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사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의아한 시선도 없지 않았을 텐데.
정필규: 난 오히려 그런 시선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이미 많은 브랜드와 매체가 스케이트보드라는 문화를 다루고, 소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을 꾸리고, 비디오를 만들겠다는 본격적인 시도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최완: LMC라는 브랜드는 어반 컬처, 서브컬처에 관한 여러 요소를 아우르는 패션 브랜드다. 다만, 그 요소가 너무 패션에만 집중되어 있어 이를 조금 더 문화적으로 접근하고자 많이 고민했고, 그중 하나가 스케이트보드였다. 처음 스케이트보딩 팀 전개에 대한 매니징을 제안받았을 때는 고민도 많았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막 성장하기 시작한 친구들을 지원하고, 조금 더 괜찮은 여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라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구나 싶었다.
정필규: 최종 목적은 단순하다. 그냥 멋있는 걸 하고 싶었다. LMC라는 브랜드가 판을 준비해줬으니 우린 여기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둘 모두 필르밍에 참여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정필규: 필르밍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총 100컷 중 15컷 정도를 촬영한 게 전부다. 나머지는 옆에 있는 완이 형이 전부 촬영했다. 회사 업무가 바빠 촬영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했으나 필르밍할 때는 항상 즐거웠다. 딱히 어떤 순간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재밌었다.
최완: 필르밍한 순간보다는 찍어온 클립으로 비디오를 만들면서 필규와 많이 충돌했던 게 더 기억에 남는다. 하하.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아 온 친구이면서도 성향이나 테이스트는 상당히 다르다. 각자의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싸웠다.
정필규: 일단, 완이 형이 필르밍을 너무 못해서 찍어온 클립을 보면, 화가 났다. 하하. 처음에는 잘 찍다가, 뒤로 갈수록 앵글이 엉망이 되니까.
최완: 맞다. 사실, 필규가 나를 계속 몰아붙였던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원래라면, 필규가 메인 앵글을 잡고, 내가 세컨드 앵글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렇게 진행하지 못했지.
정필규: 나도 처음 해보는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안일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시간을 조금 줄여서 여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에 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스케이트보드 영상의 제목 “HISS”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정필규: 영상 제목을 정하려고 단어를 엄청나게 찾았다. 특정 단어를 시작으로 동의어, 유의어를 찾아가다 보니 ‘HISS’란 단어가 나왔다. 뭔가 다중적인 의미의 단어를 원했는데, 이게 딱 그런 거였다. 조용히 하라는 ‘쉿-’이란 의미도 있고, 일종의 야유 소리이기도 하다. 스케이트보드라는 게 그렇지 않나. 모두에게 환영받지는 못하는. 동시에 LMC가 이런 코어한 문화를 건드리는 사실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으니, 이걸 제목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스케이트보드라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현재의 LMC 팀과 다른 세대로 구분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와 지금의 국내 스케이트보드 신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최완: 지금 세대의 스케이터를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만큼, 그걸 표현할 줄 아는 것 같아 멋지다. 난 저 나이 때 남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걸 숨기려고 했거든. 특히, 이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그 순간에 완벽히 몰입한 모습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나도 옛날에는 스케이트보드 정말 좋아했는데, 왜 저렇게 못 했지?’라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순수하게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지금 친구들이라면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정필규: 세대를 나누자면, 나눌 수 있겠지만, 그렇게 나누는 게 좀 거창해 보인다. 같이 흘러가는 세대인 거지. 하하. 요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를 보면 이말 저말 할 것 없이 그냥 멋지다.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고.
각자가 꼽는 이번 비디오 최고의 파트는?
최완: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방금 전 팀원 인터뷰에서는 호진이와 민규, 둘 중 한 명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호진이는 집중력이 굉장하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한 시간의 촬영에 모두 쏟아붓는다. 그 에너지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민규는 이번 비디오가 본인의 첫 파트다. 꼬마일 때부터 보던 친구로 또래에 비해 습득도 빠르고, 폼도 좋아서 예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언젠가 제대로 된 파트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이번 비디오에서 그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아직 편집이 끝나지 않아 마지막 파트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민규가 비디오의 대미를 장식하지 않을까.
정필규: 모든 순간이 최고의 파트다. 팀원 모두가 클립 하나를 촬영하기 위해서 100번, 200번을 시도했으니까. 너무 지루한 얘기지만. 이렇게 말하려니까 진짜 고르기가 쉽지 않아서, 내가 꼽는 최고의 파트가 궁금하다면, 비디오를 통해 확인해 달라. 하하.
올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는데, 2022년 예정된 LMC 스케이트보딩 팀의 계획을 들려 달라.
최완: 이번 VISLA 매거진의 커버를 보면 알겠지만, 현재 네 명의 팀원 외 관주와 재성이라는 친구가 LMC 스케이트보딩 팀에 새로 합류하게 될 것 같다. 둘 다 각자의 개성이 확실한 친구고, 스케이트보드를 대하는 태도 도 마음에 든다. 이후 차차 더욱 많은 스케이터를 영입할 계획이다.
정필규: 글쎄, 내가 생각했을 때는 스케이트보드라는 게 결국 특별한 건 없어서, 팀원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보드 열심히 타고, 우리는 그걸 촬영해서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전부이지 않을까.
최완: 그 말 멋있네. 스케이트보드는 그리 특별한 게 아니다.
정필규: 올해보다 더 멋진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완: 근데, 특별한 게 아닌데, 멋있게 만든다는 거 그게 존나 어려운 거지. 알겠죠, 여러분. 존나 어렵다는 거.
Editor | 오욱석
Interviewer | 오욱석 오문택
Photographer | 최낙원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8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