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 And Natives Alike) 소속의 프로듀서 250이 내놓은 앨범 [뽕]. 유튜브 다큐멘터리 시리즈 “뽕을 찾아서”에서 드러나듯 명확한 고증을 위한 여정은 험난했다. 또 [뽕]을 찾기까지 걸린 시간이 총 8년이라니 인고의 시간이 길기도 했다. 8년이라는 고초의 종착지, 250은 [뽕]과 더불어 무엇을 찾은 걸까. 이하에 250의 고찰과 감회를 확인할 수 있는 대화 전문을 공개한다.

2018년 “이창”이 공개됐을 때, 믹스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4년째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에 [뽕]이 발매되었으니 사실상 약 8년간 앨범을 제작한 것인데, 지난 시간을 어떻게 회상하나?

지나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시간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로 나의 솔로 앨범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잡았던 것 같다.

뽕을 찾아 헤맨 기간이 꽤 긴데, 그 시간 동안 다른 일도 했나? 생계유지의 방법이 따로 있었는지 궁금한데.

케이팝 곡 작업을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간간히 다른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고.

[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바로 밸런스라고 했다. 그래서 “이창”을 기준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밸런스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기쁘지만 슬프고, 슬프다고 마냥 슬픈 것이 아닌, 하지만 슬픔이 분명히 느껴지면서도 확실하게 춤을 출 수 있어야 하며 춤에 슬픔이 묻어나게 하기보단 화끈하게 춤을 출 수 있는 그런 극단적인 밸런스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밸런스에 대한 욕심 같은 걸 다 재끼고 그냥 내키는 대로 막 나가는 태도와 뭔가를 열심히 다듬으려는 태도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지점까지 가면 그냥 뽕짝일 뿐인 음악이 되고 그 지점으로부터 달아나다 보면 전혀 뽕짝이 아닌 음악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중간 지점을 찾아내면 거기에 정답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닌 참 희한한 프로젝트였다. 지나고 보니 정답을 찾으려고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고, 자신 있게 내 방식의 오답을 내면 되는 거였다. 이 부분이 앞서 말한 내가 나의 솔로 앨범을 만드는 방식인 것 같다.

과거 인터뷰에서 ‘오래 남길 만한 앨범’이라고 언급한 게 유독 와닿았다. 250에게 오래 남은 앨범은 무엇인가?

프린스(Prince)의 [Sign O’ the Times].[Purple Rain] 앨범처럼 화려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들을 때마다 신선한 앨범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뽕짝의 어떤 부분이 흥미로웠나?

유치함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공유하며 청중을 참여시키는 그 순수함이 흥미로웠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뽕을 찾아서”도 진행했다.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되었나?

다큐멘터리는 회사에서 앨범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해서 찍게 되었다. 일단 다큐멘터리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호스트를 맡게 됐다.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데 가장 큰 일등 공신이 있었나? 특별히 사용된 악기, 장비나 인물 등을 모두를 포함하여.

레이블 모두와 함께 만든 앨범이지만 “뽕을 찾아서”를 찍고 편집하고 내가 원하는 뮤지션을 지속해서 찾고 연락하고 일정을 잡아준 비디오 디렉터 강태헌 감독이 가장 많이 고생했다.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자체가 나와 강태헌 감독 둘이서 여기저기 헤매고 기웃거리고 뒤적이고 다닌 기록이다.

뽕짝을 막론하고 250의 작업물에 영향을 직접 준 요소를 몇 가지 꼽자면?

프린스, 류이치 사카모토(Sakamoto Ryuichi),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같은 나의 우상의 음악들과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의 영화들 특히, “킹 오브 코미디”에 영향을 받았다.

“뱅버스” “이창” 등 [뽕]과 연계된 뮤직비디오의 연출이 파격적이었다. 이러한 콘셉트 및 연출에 250의 아이디어는 어디까지 첨가됐나?

난 구상 초반에 큰 틀의 아이디어를 물어오는 정도다. 내 아이디어 의견이 통과되고 난 뒤에는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뜨기를 두근대며 기다린다. “로얄블루”는 조금 얘기가 달랐지만.

“로얄블루”는 어떻게 달랐나?

나와 이정식 선생님이 출연하는 간단한 설정 정도만 듣고 현장에서 디렉팅에 따라 연기를 했다. 끊었던 담배를 종일 피우고 빈속에 양주를 마시고 완전히 취한 상태로 춤을 추면서 새삼 이 앨범이 어떤 앨범인지 온몸으로 느꼈던 하루였다.

실제 뽕짝을 즐겨듣는 세대의 반응은 어떨까? 혹시 앨범에 참여한 이들에게 얻은 피드백이나 주변 어른들에게 의견을 구한 적 있는지.

나운도 선생님께서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이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아버지께선 종일 음반을 듣고 있다고 말씀하셨고 어머니께선 전화까지 하셔서 “모든 것이 꿈이었네”가 얼마나 좋은 노래인지 한참 일장연설을 늘어 놓으셨다. 주변 사람들 역시 본인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들께서 좋게 들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준다.

문득 250의 학창 시절이 궁금해졌다. 어땠나?

대충 대인관계가 원만한, 딱히 특별할 게 없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뭔가를 잘하는 것도 없고 특별하게 못 하는 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 그나마 한 시간 이상 걸려서 등교했던 사실이 가장 특이할 만한 부분이다. 그 시간 동안 항상 음악을 들었고 그게 삶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평소의 취미는?

NBA.

혹시 자주 가는 장소가 있나? ‘뽕’의 이미지가 강해서 주로 오래된 걸 찾아다닐 것이라 예상했다.

가끔 너무 답답함을 느낄 때면 국립 현대 박물관에 가기도 하고 동묘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 세종대로 같은 강남쪽이나 홍대 쪽 도심지와는 다른 탁 트인 길을 보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250이 DJ로 앨범 [뽕]의 트랙을 위주로 디제이 셋을 펼치는 상상을 했다. 파티의 분위기가 좀처럼 예상이 되지 않는데 혹시 예정된 행사가 있을까? 혹은 염두에 둔 베뉴가 있다면?

요즘 디제이 셋과 라이브 셋에 관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앨범처럼 무모하게 긴 시간 동안 할 고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재미있는 방식이 없을까 찾아보는 중이다. 이 고민이 끝나면 속 편하게 여기저기 최대한 많이 다니고 싶다. 베뉴는 모든 곳에 열려있다. 많은 추천 부탁한다.

가까운 미래에 뽕짝의 명맥이 어떻게 이어질까에 관해 생각해본 적 있나?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250 인스타그램 계정
BAN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황선웅
Photographer│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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