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의 비트씬에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한 여성 프로듀서가 있다. 그녀는 토끼와 몬스터(Monster)라는 단어를 합친 TOKiMONSTA라는 에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놀랍게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여성’ 프로듀서가 아니라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듀서’가 되길 원하는 그녀에게 LA의 비트 음악씬, 그녀의 라이브 퍼포먼스, 성장과정, 힙합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힙합과 LA라는 말을 동시에 들었을 때, 닥터 드레나 스눕독과 같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연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몸을 담고 있는 LA(Los Angeles) 비트씬에 대해 알려 달라. LA 비트씬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되는 점은 무엇인가?
LA 비트씬은 자신의 비트에 항상 랩퍼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프로듀서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우리들은 닥터 드레와 제이딜라 같은 클래식 힙합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재즈, 싸이킥 락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다른 지역과 경쟁하기 보다는 각자 서로의 음악을 존중하며 프로듀서들의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개인적으로 다른 프로듀서의 곡을 내 라이브셋에 넣어 사람들에게 이 트랙이 내가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당신의 크루 브레인피더(Brainfeeder)에 대해 소개해 달라. 어떻게 같이 하게 됐으며 그것이 음악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Brainfeeder는 오픈 마인드의 정신을 지닌 LA의 프로듀서와 뮤지션이 모인 그룹이다.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소리를 만들려고 할 때 우리들은 다른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Brainfeeder는 내 음악이 어떤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차이점을 가지는 것이 아티스트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 다는 것은 최고로 행복한 일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음악을 듣고 자랐나.
미국에서 교포 2세로 자랐다. 한국인인 나의 어머니는 프로듀서라는 개념조차 몰랐기 때문에 내가 음악을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다. 그래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처럼 프로듀서 역시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예전 음악을 좋아한다. 내 생각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은 전통 음악이나 예전의 한국 음악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당시의 음악은 단지 팝 음악이 아니라 많은 생각과 감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유명한 여성 비트 메이커는 정말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여성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는가.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장점은 사람들이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어떤 비트를 들려줄지 더욱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이끌려 나의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나를 더 가혹하게 판단하며 내가 프로페셔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자가 만드는 것 치고는 괜찮다” 혹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성 프로듀서에요” 라고 말하곤 하는데 나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여성 프로듀서’가 되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
믹싱뿐만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를 즐겨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라이브 퍼포먼스와 믹싱의 두 가지 요소를 섞어서 한다. 라이브 퍼포먼스를 할 때는 마치 내가 랩탑과 미디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베이스, 드럼, 멜로디와 같은 내 노래의 여러 파트를 가지고 리믹스를 하고 라이브로 기존의 곡을 새롭게 연주하기도 한다. 때때로 내 노래의 일부를 모두가 아는 노래와 섞기도 한다.
어떻게 라이브 퍼포먼스를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무엇이 당신을 라이브 퍼포먼스까지 이끌었나?
프로덕션 소프트로웨어 Ableton에 라이브셋의 노래들을 저장한다. 라이브 퍼포먼스는 사람들 앞에서 한 시간짜리 노래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준비한다. 또한 사람들이 노래가 언제 시작하거나 끝나는지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매번 퍼포먼스를 할 때 유일한 차이점은 트랙들을 다른 순서로, 다른 방식으로 믹스를 하고, 두 가지 노래를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일종의 여행과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당신이 만든 비트에는 랩이나 보컬 피처링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한 같이 하고픈 아티스트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래퍼들을 한 명도 알지 못할 때 음악을 시작해서 그런지 내 비트에는 래퍼가 함께 하지 못했으며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는 좀 더 사운드에 신경을 써야 했다. 나는 힙합과 랩을 사랑하지만 내 음악에서 만큼은 랩이 하나의 악기처럼 음악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같이 일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Ghostface Killah, Raekwon, Busta Rhymes, Drake, Kendrick Lamar가 있으며 한국의 G-Dragon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미국에서 유명세를 얻기 전, 일본의 많은 음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알고있다. 일본의 비트 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생각에 일본의 비트씬은 항상 생각이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DJ Krush의 팬이었다. 일본의 힙합에는 음악의 깊이와 철학이 여전히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내 음악이 뻔해질 것이 두려워 비트를 만드는 과정은 따로 공식화시키지 않았다. 음식도 레시피를 보면서 만들면 맛이 같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남들과 다르길 원하기 때문에 매번 시작하는 방법도 다르게 해 오고 있다. 드럼 사운드로 시작할 때도 있고 멜로디로 시작할 때도 있으며 샘플이나 다른 아이디어로 시작 할 때도 있다. 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정말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를 감상한 뒤에는 그것이 음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갤러리에 가서 뇌리에 남는 작품이 있었다면 아마 나는 바로 새 노래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비트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내게 있어 좋은 비트란 좋은 리듬, 드럼 사운드, 독창성을 지닌 비트다. 감정이 담긴 음악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감정이란 꼭 슬픈 음악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내게 특정한 감정이 일게 만드는 음악을 말한다. 음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청자에게 창작자의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비트 메이커를 말해 달라.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3명은 DJ Shadow, Rza, J Dilla 라고 할 수 있다. DJ Shadow의 비트는 깊고 음악성이 뛰어나서 랩퍼가 필요하지 않다. Rza의 비트에는 언제나 샘플 사용에 대한 신념을 찾아볼 수 있다. J DIlla의 드럼 사운드와 리듬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피아노를 하는 학생에서 비트 메이커로 전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음악과 피아노와의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피아노를 배운 것이 지금의 음악 스타일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
내가 멜로디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는 피아노의 규칙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내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음악 스타일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의 음악은 특히 한밤중의 시간을 연상케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내가 만드는 음악들은 대부분 한밤중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 시간대에 내게 더 좋게 들리는 소리들로 채워지며, 더욱 깊고 우주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새 앨범은 낮 시간대와 밤 시간대에 만들어진 노래들이 섞여 있어 다양한 분위기가 담겨 있다.
힙합이 다른 장르의 음악들과 뒤섞이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의 힙합을 예상해 본다면.
다른 장르와 섞이는 점에 대해서는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힙합이란 장르도 훵크와 소울에 기반하지 않았나. 미래의 힙합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클래식 힙합’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Tokimonsta’의 음악은 힙합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신의 비트는 단지 힙합의 범주에만 속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미래의 Tokimonsta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가?
나의 음악은 미래의 힙합일수도 있고 소울일수도 있으며 아예 다른 장르일수도 있다. 그이상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지금 나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장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R&B이고 Hiphop이기도 하다. 내 음악의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있지만 항상 그 안에는 소울풀한 사운드를 담아낼 것이다.
최근에 들어 힙합 팬들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익스페리멘탈 뮤직 팬들까지 당신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다. 당신의 작업물들이 음악 장르의 경계선을 없애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내 음악이 장르의 벽을 없애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만들고 있는 모든 작업물을 사랑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나의 힙합 비트만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강렬한 일렉트로닉 비트, 아니면 부드러운 바이브가 담긴 음악만을 좋아하기도 한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나는 그저 내가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것 뿐이다.
어린 비트 메이커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비트 메이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비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비트 메이커는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LA의 좋은 스팟을 알려달라.
헐리우드의 Amoeba Record와 파사데나의 Poobah Record, 이 두 곳은 훌륭한 레코드 샵이다. Rose Bowl에 위치한 파사데나의 프리마켓은 중고 레코드를 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LA 의 많은 프로듀서와 디거들은 종종 그곳을 방문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데 몇 일 인지는 잊어버렸다. 하하.
2013년의 목표가 궁금하다. 또 한국의 팬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첫 번째 목표는 우선 한국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기회가 없던 것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하지만 곧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2013년에는 나의 새 앨범이 Ultra Record를 통해 4월에 발매되며 많은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에 빨리 방문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음악이 한국의 인디 음악 씬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진행 ㅣ 최장민
글 ㅣ 최장민 권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