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해밀턴 호텔(Hamilton Hotel)앞에서 무드슐라(MoodSchula)를 만나 골목골목을 누비다 마침내 진보(Jinbo)의 개인 작업실에 도착했다. 마치 레지스탕스들의 비밀 아지트 같은 곳 이었다. 담배를 한 대 피면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담장 밖 풍경을 보며 이곳이 그의 작업실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숨을 고르고 질문지를 훑고 있는데 갑자기 “절대 질문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에요”라며 진보가 말했다. 준비한 인터뷰 지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차라리 바라던 바였다. 인터뷰라기보다는 그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싶었다.
위성에서 지구로 쏘아내린 신호, 다운링크
– 진보(Jinbo)와 무드슐라(Mood Schula).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
무드슐라(이하M): 오래 전부터 테크노나 UK Garage 같은 일렉트로닉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나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맘에 걸렸다고 해야 하나. 무드슐라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말이다. 그런 게 조금 부담 되어서 혼자 하기를 주저 하고 있었는데 마침 진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보다 추상적인 어떤 이미지를 그렸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장르를 축약하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일렉트로닉 뮤직’에 대한 이미지인가.
M: 그렇다.
진보(이하 J): 아니다. 당장 오늘 밤에 뭐가 나올지 모른다.
-그런데 <Simo & Moodschula> 앨범은 일렉트로닉 뮤직이 아니었다. 무드슐라의 곡들은 J Dilla의 팬을 포함한 국내 힙합 리스너들 에게 극찬을 받은 바 있다.
M: 그 앨범의 곡들은 붐 뱁(Boom Bap) 느낌도 있었고 대체로 내가 만든 곡들은 디트로이트 사운드의 성격이 강했다. 내가 낸 앨범이 EP 앨범 하나 여서, 나에 대한 그런 고정관념들이 있을 수도 있다. <Simo & Moodschula>은 시모형이 LA비트씬 적인 느낌을 한다면 나는 좀 더 디트로이트 사운드를 내겠다, 이런 식으로 조율을 통해 서로의 색깔을 정했던 앨범이다. 그 당시에도 다른 색깔의 곡들은 이미 많이 나온 상태였다. 나는 예전부터 하나의 장르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J: 도끼(Dok2)가 한 장르만 파는 친구다. 도끼 에이케이에이 곤조. 웬만한 곤조가 아니면 그렇게 하나만 파고들지 못한다. 내 생각에 시모 앤 무드슐라는 쇠로 만들어진 행성에서 UFO를 타고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제 무드슐라는 그 쇠를 반도체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나와 만났다.
– 둘은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나.
M: 특별한 친분이나 에피소드는 없었다. 연락해서 대화해보고 맘이 맞으면 하는 것이다. 다만 진보는 말이 잘 통해서 진행이 훨씬 수월했다. 또한 시기도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아무리 마음이 통해도 때가 중요한 법인데, 둘 다 새로운 것에 대해 상당히 목말라 있었다.
J: 맥도날드에서 만났다. 양재역.
-각자의 작업물 중에서 맘에 드는 상대방의 곡이 있다면.
M: 진보가 Pee Jay형이랑 같이 했던 <Mind-Combined> 앨범이 전체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이전 작 <Afterwork>에서 리듬이 재밌는 트랙이 하나있다. 제목이 뭐였더라. 킥(Kick)을 재밌게 쓴 곡 인데.
J: Lovin인가?
M:맞다. 그 곡. 되게 단순한 것 같지만 그루브가 있다.
J: 난 Tank Riddim이랑 이거(비트를 흥얼거린다)
M: 아, 그건 아직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신곡들이다.
-무드슐라는 <Simo & Moodschula> 앨범 이후 발표한 곡이 많지 않다.
M: 그 앨범이후 만든 곡들은 많은데 웹 사이트에 공개하거나 앨범으로 내질 않았다. 내가 그런 일들을 못한다. 그저 곡을 만들기만 하는 편이다. 딱히 프로모션을 한 적도 없다.
-사운드 클라우드(Sound Cloud)에서 무당(Moodang)을 재밌게 들었다
J:우리는 무당을 제대로 듣는 법을 안다. 언젠가 수원에 흉가가 있는 골목을 지나가다가 호기심이 생겨서 멈춰 섰다. 그 곳에 있다 보면 혹시 귀신이라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차를 계속 세워뒀다. 그때 무드슐라가 무당을 틀었다. 그때부터 이 상황이 장난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진짜 귀신이라도 나왔으면 기절할 뻔 했을 것이다
M: 이전부터 생각해둔 프로젝트가 있는데 아직 구현을 하지 못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DJ Soulscape은 해방 이후 기지촌 근처에서부터 파생된 Funky한 바이브와 한강, 서울의 이미지를 엮어서 사운드 오브 서울(Sound Of Seoul)이라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그 형의 성향에 딱 맞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흐름을 잇고 새로운 형태로 정리 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적인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컬트(Occult) 적인 생각에서 출발을 했다. 무당(Moodang)은 무속신앙이고 그것은 샤머니즘, 부두신앙과도 연결된다.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내 나름의 Dub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나는 어떤 소재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한국의 미스테리하고 신비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제이패쓰(J-Path)가 그런 쪽에 관심이 있어서 함께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당 외에도 그런 느낌을 내는 곡들이 또 있나.
M: 내가 만든 곡들 중에 기생댄스나 시집살이라는 곡들도 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처녀귀신을 주제로 만들려고도 했었다
J: 무드슐라의 처녀귀신에 대한 발상에 내가 손을 대면 그땐 ‘귀접’이 되는 것이다
M: 하하. 귀접을 주제로 한 곡은 진짜 없는 것 같다.
-진보와 무드슐라가 함께한 네이버 온 스테이지 영상을 봤다. 스티브 스파섹(Steve Spacek), 혹은 마크 디 클라이브 로(Mark De Clive Lowe)가 생각나더라.
J; 확실히 스티브 스파섹 이나 마크 디 클라이브의 범주에 가까울 거란 생각은 든다. 디제이들의 플레이도 재밌긴 하지만 우리는 프로듀서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의 세트구성과 퍼포먼스를 많이 생각하는 중이다.
M: 다운링크의 퍼포먼스는 나와 진보가 앞으로 더 연주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 DJ로서 믹싱(Mixing)또한 하는 것인가
M: 글쎄. DJ들은 DJ들만의 바이브가 있고 우리는 그 부분을 존중해야만 한다. 비슷한 방식이지만 디테일이 다르다. 우린 프로듀서로서 공연에 임한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해 달라
M: DJ들은 댄스플로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하는 일종의 독심술사다. 그때그때 환경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창출해내고 사람들을 인도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우리가 고민하고 연구해서 결론이 난 세계를 가지고 와서 사람들을 그 곳으로 불러들인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DJ들은 일단 각각의 곡마다 믹싱 타임이 짧다. 여러 기술들을 사용하여 곡들을 빠르게 넘기면서 현장을 달구지만, 우리는 플레이 타임이 2시간이라면 2시간짜리 곡을 튼다고 생각하고 퍼포먼스를 한다. 우리의 바이브를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 한 곡을 아주 오래 플레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DJ들은 특정한 음악장르로 바이브를 만들지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장르를 뒤죽박죽으로 만들 때도 있다. 부기훵크 다음에 이상한 아프리카민요를 믹스시켜버려도 그건 우리 마음인거다.
-요새 DJ들이 한 곡을 플레이 하는 시간은 더욱 짧아졌다. 자칫 대중들에게는 지루하게 비춰질 수 있다.
M: 맞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맞춰 주는 타입이 아니다. 여행을 하려면 전조도 길어야하고 천천히 느낄 줄 알아야 한다. 트리핑(Tripping)을 하는 것이다. 스무스 하게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서 나중엔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게 빠져드는 그런 것.
J: 전희가 중요하다. 영화도 시원한 맛에 보는 게 있고 묵직하게 보는 것이 있지 않나.
-음악적인 얘기를 해보자. 다운링크는 대체 어떤 음악을 추구 하는 것인가.
M: 다운링크(DNLNK)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조심스럽지만 장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먼저 말해보고 싶다. 사실 나는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술은 사조로 구분을 짓지 않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와 썬 라 (Sun Ra)가 같은 재즈(Jazz)의 카테고리에 있다고 해서, 그 둘이 같은 장르의 음악으로 내 머릿속에 입력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같은 특정 장르가 아니라 초현실주의(Surrealism)이다. 장르는 수단일 뿐이다. 본질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운링크를 구상하면서 영향 받았던 것들은 수메르 신화들과 H.R Giger의 공간, 사이버펑크같은 서브컬쳐 들이다.
J: 사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다운링크에서 무드슐라와 내가 만나는 접점이 바로 ‘퓨처리즘’이 아닐까 한다.
M: 다운링크(Down Link)는 위성에서 지구로 쏘는 신호를 뜻한다. 미지의 영역에서 보는 새로운 메시지를 추구하고 싶었고, 그것에는 일렉트로닉 장르가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가 편의상 “이 곡은 하우스입니다” 라고 해도 막상 들으면 “이게 무슨 하우스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르적인 ‘틀’만 취하고자 함이지, 장르의 세세한 규칙들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우리 같은 매체나 평론가들의 성향이 조금 그렇다. 장르를 규정하고 때때로 아티스트의 음악을 쉽게 단정 짓기도 한다. 반면에 아티스트들은 오히려 자유로운 것 같다.
M: 아티스트가 5만명이 있다고 치면, 장르 또한 5만개 라고 생각한다.
J: 우리와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는 분들이다. 그 분들은 ‘개념’을 수렴하고 닫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개념’을 발산하고 여는 사람들이다.
M: 딱히 반항심은 없다. 그 분들의 일이니까. 음악을 만들고 나서 평론가들의 글을 보고 “아 우리 음악이 이런거 였구나” 하고 후차적으로 느낀 적도 있다. 어쨌든 나는 장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래적인 얘기를 원시적인 덥(Dub)의 리듬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그 덥(Dub)의 골격을 가져와 다시 테크노(Techno)로 표현을 한다. 이렇게 몇 번씩 꼬아서 만든다.
-예술가 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M: 예술가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즐기기 위해서 이다. 나는 오히려 대중음악에 재능이 없다. 나도 팝적인 요소를 좋아하긴 하지만 잘 만들지 못한다. 영화로 치면 아바타 같은 영화다. 이런 상업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만드는 데에는 재주가 없는 것이다.
-대중음악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M: 만들어도 안 팔릴 것이다. 등가 교환의 법칙인 것 같다. 내가 내 분야의 음악들을 하는 대신 그 부분은 포기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보가 있지 않나.
-둘의 호흡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J: 무드슐라는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하다. 방금 말했듯, 베이스 뮤직의 형식을 가져와서, 덥(Dub)의 요소를 집어넣고, 사운드의 패치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나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내가 추상적으로 만든 이미지를 무드슐라가 구체화 시켜준다.
M: 공동 작업은 현재 진보와 하고 있는 다운링크가 처음이다. 시모(Simo)와 만든 앨범에는 공동으로 작업한 곡이 없다. 서로의 곡들을 모아 내는 개념이었다. 서로의 트랙들에 대한 간단한 의견 조율만 있었다. 같이 만든 곡이 하나 있는데 그것도 사실 시모가 다 만들어 놓은 거다. 그가 프로젝트파일을 잃어버려서 내가 최대한 그 곡에 가깝게 구현을 해낸 것이다.
J:나는 프로젝트파일을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못 만든다. 하하
M: 시모의 곡 들은 내가 건드릴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진보(Jinbo)와 나는 서로 채워줄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재밌다. 진보는 큰 그림을 잘 그린다. 사람의 감정과 디테일을 잘 잡아낸다.
-다운링크의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J: 무드슐라와 다운링크를 하면서 가장 재밌는 것은 역시 ‘퓨처리즘(Futurism)’ 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미래를 생각할수록 과거의 인간사나 신화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M: 퓨쳐리즘이란 단어를 쓰니까 모더니즘(Modernism)이란 단어가 굉장히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하하. 작업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좀 더 추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공동 작업을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코드 진행을 이렇게 해볼까. 리듬을 저렇게 해볼까. 이런 이야기들을 주로 하려나? 그러나 우리는 엉뚱한 대화들을 많이 한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너무 각박해 졌다. 요새는 조금만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해도 ‘오글’거린다고 말하고 심플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쿨’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술은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것이다.
J: 겁쟁이들이다.
M: 어제 밤에 꿨던 꿈에서 나는 다른 차원으로 갔다. 그 차원의 생활은 현재의 삶보다 훨씬 풍요로웠다. 예쁜 여자 친구도 있었고… 그런데 새로운 차원으로 간 내가 현재의 삶을 그리워 했다. 현실로 돌아가는 방법은 찬 물에 뛰어 드는 것이었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꿈에서 깼다.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오니 다시 슬퍼졌다. 다시 꿈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머지, 다시 잠들기 위해 몇 번을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그것은 정말로 단순한 꿈이었을 수도 있고 진짜로 다른 차원에서 내가 현실로 돌아온 것 일수도 있다. 이런 경험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뮤지션이 아닌가?
J: 무드슐라가 오기 전에 한 친구가 와서 방금과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야겠다고. “Jump into the cold water”라면서 찬 물(미지의 세계)에 뛰어 들어야 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무드슐라의 꿈 이야기를 들으니 머릿속에서 친구의 말과 링크가 된다. 정말로 신기하다.
M: 나도 놀랐다. 그러면 오늘 작업 하는 곡의 제목은 ‘Jump into the cold water’ 라고 지으면 된다. 이러한 생각들에서 우리 음악이 파생되는 것이다. 나는 음악의 소스들도 하나하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방금 나의 꿈으로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신서사이저의 음색은 차가운 색깔이어야 하고, 꿈을 표현하기위해서 레이어를 많이 쌓인 공간이 좋겠다. 그리고 리듬이나 드럼소스도 해저를 유영하는 느낌이어야 한다. 덥스텝(Dubstep)의 리듬도 괜찮겠고 드럼 앤 베이스(Drum&Bass)로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샘플링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각각의 수단들이다. 샘플링을 Dissolve처럼 이용해서 영화적인 표현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 어쨌든 이러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정에서 곡에 써야할 소스가 골라지고 곡 구성이나 믹스방식, 장르가 결정되는 과정을 즐긴다. 무작정 “이번엔 Trap 한 곡 해봐야 겠다”라며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J: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것이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무드슐라는 무의식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미술로 치면 초현실주의다.
M: 무의식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미술도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표현은 도리어 세밀하다. 달리의 그림을 본 적이 있나. 굉장히 디테일하다.
J: 무드슐라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내 성질을 알 것 같다. 난 추상화다. 나는 초수가 짧은 샘플러여서 디테일을 오래 잡아내지는 못하지만 추상적인 특징을 빨리 파악하는 것 같다.
-다운링크의 이름으로 완성한 곡이 있나.
M: 미완성인 곡들이 몇 개 있다.
J: 리믹스(Remix)곡은 몇 곡 있다. 다운링크의 오리지널(Original) 곡은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작업할 예정이다.
-얼마 전 함께 했던 미니투어는 어땠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 달라.
J: 에피소드가 너무 많다. 여기서 못할 이야기들도 많으니 창원에서 있던 에피소드들을 짧게 얘기해 보겠다. 우선 2005년도 앨범부터 지금까지 나온 나의 모든 앨범을 소장한 팬을 만났다. 창원에 그런 팬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공연 전에 스피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모노로 할 것인지, 스테레오로 할 것인지 정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순간 내 음악적 지식에 혼선이 왔다. 내가 여태 이것도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지역에서 여성분들이 추는 춤이 있다. 일명 ‘떡춤’ 이란다. 떡춤을 직접 본 게 영광이었다. 그리고 창원은 배꼽티가 유행이다. 재밌는 것은 배꼽티를 입고 오는게 아니라 와서 티를 말아 올리는 방식이다. 창원 여성들의 까다로움도 재밌었다.
-투어영상이 나오는가
J: 제작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대중음악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그것이 본인의 커리어 혹은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M: 관심 없다. 건방진듯하지만 정말이다. 물론 고맙고 기쁜 일이지만 상이나 커리어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들이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부분은 없다. 애초에 내가 음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즐거움과 정신건강을 위해서였다. 이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만을 위해 만든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인 것 같다.
J: 부모님에게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종지부를 찍은 계기가 됐다. 집 TV옆에 장식이 하나도 없는데 유일하게 그 트로피를 가져다 놓았다
-한국 힙합 씬 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다.
M: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실력도 늘어가고 멋있는 친구들도 생기고 있다. 비트를 찍는 어린 친구들도 많아 졌다. 다만 색깔이 너무 겹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소녀들만을 위한 힙합을 조금 경계 했으면 한다.
J: 한국 힙합은 인구에 비해서 시장이 비교적 작은 것 같고 따라서 다양성이 적은 것 같다.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과 함께 연동되어서 흘러가는 느낌도 있고 전체적인 연령대는 낮은 것 같다. 그리고 남자다운 힙합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 같기도 하다. 다만 우리들은 옛날의 그 에너지를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시모 앤 무드슐라의 스트릭트(Strict)같은 것이 힙합인데 말이다. 아까 말했듯이 시모 앤 무드슐라는 쇠로 된 행성에서 온 사람들 이다. 지구의 힙합이 너무 약해지면 보다 못한 그들이 UFO를 타고 내려와서 쇠로된 레이저빔을 쏠 것이다.
-‘한국형힙합’ 에 대한 칼럼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에서는 ‘한국’힙합이 아닌 ‘한국형’힙합이라는, 장르 고유의 특징이나 멋이 사라진 기이한 형태의 힙합이 차트를 지배한다고 했다.
J: 힙합(Hip Hop)에서 앞 글자는 힙(Hip) 이다. 항상 그 시대의 힙(Hip)한 것들이 있다. 한때는 정말 갱스터 같은 게 힙 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의식 있는 것이 힙인 때도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성공하는 것을 힙 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이패션을 추구 하는 힙합인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아쉬운 것은, 아주 껄렁껄렁 한 게 힙 한 시기도 없었고 똑똑한 게 힙한 것이 시기도 없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힙(Hip)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M: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 아티스트들이 SNS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M: 뮤지션은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Daft Punk처럼 헬멧을 쓸 필요는 없지만 이미지가 있어야 청자들 입장에서도 더 아티스트에게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색채가 강했으면 좋겠다. 에리카 바두를 보면 무녀가 연상되지 않나. 외국 아티스트들을 보면 한명 한명의 캐릭터들이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아티스트들이 콜라보를 하면 단순히 아티스트 둘의 만남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재밌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진보의 콜라보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태석이오빠랑 진보오빠가 같이 노래만드네? 이런 느낌이 아니라.
J: 마치 WWF의 캐릭터처럼.
M: 맞다. 무드슐라도 내가 만들어 낸 하나의 캐릭터이다. ‘샤이니’를 보면 꼭 순정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캐릭터들 같지 않나. 이런 순정만화의 캐릭터들이 평소에는 전부 뉴에라를 쓰고 “Swag”을 외치고 다니면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 부분 때문에 일부러 TV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거나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M: 나도 그런 편이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나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사적인 것을 많이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J: 아티스트와 대중들 사이의 ‘문턱’은 없어져도 되지만 우리들의 ‘무대’는 지켜줬음 좋겠다. 뮤지션이 희망을 노래 하면 팬은 마치 그것이 주문인양,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뮤지션이 동네 친구같이 되면 그 마력이 없어진다. 결국 듣는 사람의 손해이다.
M: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공연을 할 때 일부러 선글라스를 쓴다. 겉멋이 들어서 이미지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만큼은 인간미를 지운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와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하
‘진보’가 만들어 낸 판타지
-하입트랙(Hypetrak) 웹사이트에서 JInbo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입트랙과 하입비스트(Hypebeast)의 포스팅 후 반응이 궁금하다.
J: 하루만에 5000view를 넘겼다. 덩달아 유투브(Youtube) 사운드클라우드 등, 반응이 좋았다.
-미국 활동도 생각하고 있나.
J: 물론이다. 어렸을 때 부터 꿈꿔 왔던 것이다. 그걸 위해 살아왔고.
– 다양한 셀프 프로모션 활동을 하고 있다.
J: 내 생각엔 음악은 단순히 음악 하나만 덩그러니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일련의 것들이 셋트로 하나의 경험인 것 같다. 어떤 레코드 샵을 가냐에 따라,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음악적 경험이 다르지 않나. 앨범을 사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닐을 뜯고 속지를 읽어보면서 즐거워하고 좋게 들은 트랙을 표시해놓고 하는 일련의 경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음악을 접하냐 에 따라서도 다르고 말이다. 내가 소비자라고 생각해도 앨범하나 툭 던져놓고 들어라 사라 이것으로 끝난다면 재미없을 것 같다. 앨범을 구하기 힘들게 만드는 프로모션도 생각해봤다. 몰래 접선하듯이 앨범을 거래하는 프로모션. 재밌지 않을까.
-본인의 이름을 건 라디오 또한 진행 하고 있다.
J: 모든 창작활동의 시작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내가 듣던 미국라디오가 너무 좋아서 그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요새 라디오는 웃기려고 하고 사연을 구구절절이 읽고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난 담담하게 즐길 수 있는 라디오를 하고 싶었다.
-같은 분당 사람으로서 여담이지만, 서현역의 라르고와 소리마을에 자주 갔었나.
J: 어렸을 땐 서초에 살았다. 분당에 이사 온 것은 2006년이다.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앨범을 판매해도 되냐고 물어본 적은 있다.
-그 두 레코드 샾이 분당에서 가장 유명한 레코드 샾이었다. 구하기 힘든 음반도 사장님에게 말씀 드리면 구해 줬다. 사장님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J: 그런 곳이 있어야 한다. 기억력이란 게 감성과 연결되어 있어서 감정하고 연결되는 길이 없으면 그 기억으로 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몇 년전 겨울쯤 난 슬펐고 왜 슬펐지. 여자 친구랑 헤어졌구나. 그 때 먹은 고구마가 뻑뻑했구나. 이렇게 한 셋트로 기억이 저장 되는 것이다. 요새 시대에 아쉬운 것 은 음악을 처음 접할 때 감정과 경험이 결여 돼 있다는 것 이다. 아까 소리마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런 점에서 나는 방배 RM360에 학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와서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겼으면 한다.
-어린 시절, 게임센터에 가서 아저씨랑 얘기하고 게임팩 바꾸고 그런 경험들 말인가. 그때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동네 형들에게 사기도 당하고.
J: 아 용산 전자상가! 그 앞에 소금구이 닭꼬치가 정말 맛있었는데. 그리고 포르노 테잎 장수들 기억도 난다. 넌지시 좋은 거 있다고 말해주던 아저씨들.
-대프트 펑크(Daft Punk)의 싱글 ‘Get Lucky’를 들어 봤나.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J: 들어 봤다. 내가 보는 음악은 음악 그 자체라기보다 시대의 맥락과 함께 하고 가치관과도 관련이 깊다. 그런 의미에서 대프트 펑크가 왜 프랑스를 대표하고 이렇게 큰 이름으로 남아있는지,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 같다.
-SNL 광고도 참 괜찮았다.
J: 정말로 영리한 것 같다. 누굴 벗겨먹고 그런 영리함 말고. 사람의 영혼을 찔러서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똑똑함 말이다.
-이번엔 새 앨범 <Fantasy> 얘기를 해보자. 상당히 디지털 적인 느낌이 강한 앨범이다. 처음부터 컨셉을 잡고 만든 앨범이었나.
J: 처음엔 사운드 적으로 비슷한 걸 모아봤다. 그래서 ‘Fantasy’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사운드가 비슷하다. 그러나 ’Fantasy’는 애시 당초 타이틀로 점찍어둔 트랙이었다. 이 곡을 중심으로 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는 음악적으로 디지털의 느낌이 적다. 음악적인 연결고리는 같지 않지만 ‘Fantasy’라는 제목을 중심으로 앨범의 컨셉을 담았다. 나는 처음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컨트롤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씨앗을 하나 심어놓고 그 씨앗이 어떻게 자라는 지 지켜보는 타입이다. 그 과정에서 빛을 더 줘야 겠다, 물을 더 줘야겠다면서 약간씩 관여할 뿐이지 그 생물체를 의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이번 앨범도 작업 과정에서 “이제 보니까 이런 모양이네. 공상과학적인 색깔이 있네” 하며 지켜봤을 뿐이다. 미래의 휴머노이드들이 2013년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빈티지음악이 있었구나 하며 내 앨범을 듣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작가 스티븐 킹도 플롯을 만들어 놓고 소설에 임하지 않는다는 얘길 했다. 그래서 주인공이 결말에 어떻게 될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저 그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볼 뿐이라고.
J: 영화감독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완벽히 설계해서 찍는 감독이 있는 반면에 스텝들을 덩그러니 모아놓고서 뭐 나오나 일단 찍어보자고 하는 타입이 있다. 나는 후자다. 심지어 공연도 그런 식으로 할 때가 있다.
-가사가 참 매력적이다. 한국 R&B곡들은 성적인 표현에 있어 조심스러운 반면에 진보는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한글로도 이런 끈적한 가사가 나올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J: 일단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 내숭이 싫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이렇게 할 수 없어 라는 것 자체에 동의를 안 한다. 그냥 하면 되는데 다들 이상한 고정관념이 박혀있다. 일 타수 일 홈런은 아닐지라도 일단 해보면 차차 발전이 가능하다. 한글이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하고 나서 보면 될 일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 만이겠는가. 시행착오의 과정은 어디서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뮤지션은 안 돼. 그걸 깨려는 거다. 그것이 나의 창작동기 다. 외국의 클럽을 가면 브라질 애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참 잘 논다. 영어를 못해도 잘 논다. 한국 애들은 영어를 잘해도 못 논다. 한국 사람들이 모여야 비로소 놀 수 있다. 사회가 부모고 개인이 자식 이라고 치자.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웠길래 이들을 이 정도의 겁쟁이 쪼다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 분노가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어렸을 때는 정도가 심했다. 이런 틀을 다 깨 부시고 싶었다. 그런 탓 인지 내숭떠는 가사 또한 싫다. 또 음악은 노골적인데 가사가 점잖은 것도 싫다. 놀러가서 점잔 빼는 옷을 입고 있으면 이상하지 않나?
-한국 특유의 신파적인 정서가 싫은가
J: 가사 전반에 깔린 한국의 신파, 패배주의가 싫다. 사랑노래에서 보면 “하늘도 우릴 축복하겠지~”(실제로 불렀다) 와 같은 가사들이 너무 싫다. 나도 사랑 때문에 아프고 울기도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가사들이 싫다는 것이다. 음악 안에서 나의 이상향은 모든 남자들이 꿈꾸듯, 여유를 잃지 않고 지금의 패배를 인정하더라도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고 마지막에는 멋진 복수를 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지라도.
-진보는 싱어이자 프로듀서다. 손 대고 싶은 다른 장르가 있나.
J: 항상 내가 못하는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스크릴렉스(Skrillex)류의 덥스텝(Dubstep)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들어도 도저히 모르겠다. 잠깐 연구해보다가 포기했다. 기계의 괴성 같은 음악이다. 그것과 별개로 하고 싶은 장르는 큰 작곡 이다. 항상 관심이 있었다.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빅밴드나 재즈 까지 가진 않더라도 80년대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이나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 같은. 그들의 음악은 물감으로 그린 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지금의 음악은 프린트해서 액자에 걸어 놓는, 되게 Fancy한 그림 같지만 그 들의 음악은 성당에 크게 걸어 놓는 벽화 같다. 그런 음악들은 음악적으로 우아해서라기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누가 들어도 듣고 공감할 법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음악을 만드는 것이 내 평생의 과제다.
– 본인 말고 다른 아티스트를 프로듀스 해보고 싶다면
J: 보아(Boa)다. 지난번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아얘기를 빼먹었다. 보아와 꼭 한 번 작업 해보고 싶다.
-SM과 작업을 한 적이 있나.
J: 프로젝트 성으로 한번 했다.
-대형기획사와의 결과물이 기대된다. 그들과의 공동 작업도 생각 중인가.
J: 생각을 넘어 계획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행만이 남았다. 다시 얘기하지만 보아와 작업을 하고 싶다.
쇠행성에서 온 ‘Moodschula’
-많이 들어 본 질문일 수도 있다. 무드슐라의 뜻은 무엇인가?
M: 그 동안은 이런 질문에 그냥 얼버무렸지만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말한다, 특별한 뜻은 없지만 일종의 상징이자 내가 만든 가상의 신이다. 내가 내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며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임의로 가상의 신 무드슐라를 창조하고 내가 그 영매로써 음악을 전달한다는 발상을 해보았다. 어원은 성경에 등장하는 인간으로 가장 오랜 수명을 가지고 있었던 무두셀라에서 파생되어 나온 게 맞다.
-무드슐라는 예전부터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통해 음악 활동을 해왔다.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M: 중학교 때 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다. 다른 분야는 크게 생각해보질 않았다. 그 것엔 아버지 영향도 있다. 아버지는 James Brown 이나 Kraftwerk 등의 뮤지션들을 좋아하셨고 많은 LP들을 수집하셨다. 그런 영향 탓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했고 자연스레 프로듀서의 길을 택했다. 사실 내가 뚝심이 강하지도 않고 무언가에 금방 질리는 타입인데 음악은 아직까지 안 질렸다. 음악은 정말 방대하다.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많이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되면 다시 백지상태다. 다른 장르의 뮤지션을 만나면 또다시 나는 무지의 상태가 된다.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bull Music Academy) 에 아티스트로서 참여했었다. 제의가 왔었나.
M: 제의가 왔었다. 행사에 참여한 기간 동안 계속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스템이 정말 좋았다. RBMA는 꼭 한국에서도 개최 됐으면 한다. 의식 있는 아티스트들, 프로듀서들이 4,5년 노력해서 이룰 것을 이 행사 한번으로 해낼 수도 있을 것 이다. 또한 대중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도 엄청 높아질 것이다. 약 한 달간의 프로그램 인데 만약, 한국에 에리카 바두(Erykah Badu)나 매들립(Madlib) 같이 난다 긴다 하는 뮤지션들이 전부 참가해서 매일 공연을 하고 교류를 한다고 생각해봐라. 뮤지션들의 몇 년 치의 성과가 한 달 만에 나올 수 있다. 아티스트나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행사이다. 대기업이 투자해서 꼭 한번 이뤄졌음 한다. 이상한 행사들만 하지 말고..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없었나.
M: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Tony Visconti의 렉쳐와 Bootsy Collins를 본 일이다. 아 그리고 지금은 A$ap Rocky의 프로듀서로 유명하지만 그 당시 lecture에서의 현장 반응은 시큰둥했던 Clams Casino도.
-오래 전부터 J dilla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고 있다. 최근에 영향을 준 뮤지션이나 음악이 있다면.
M: 다운링크 쪽으로 얘기하면, 유럽의 베이스뮤직 프로듀서들이 있다. 요즘엔 미,소 냉전시기, 달 탐사개발 시점에 나왔던 우주에 대한 희망이 가득했던 음악들을 주로 듣는다.
-평소에 영감은 어디서 받는 편인가?
M: 내 음악의 특성 상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활동에서 딱히 큰 영감을 받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외출을 삼가고 집에 몇 일 틀어박혀 생각하는 시점에서부터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는 편이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내면에서부터 추상적인 뭔가가 떠오르는 것이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기 위해 그때그때 여러 가지를 참고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Esher의 작품들이나 표현주의 영화들을 보기도 하고, 때때론 음악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가상의 공간을 그리거나 글로 써보기도 한다. 요즘은 연습을 통해 10번중 1,2번은 자각몽을 꾸는게 가능해졌다. 그런 날은 운이 좋은 편이다. 꿈속에서 여러 가지를 탐구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실력을 가진 프로듀서들이 많다.
M: 그래서 음악이 재밌는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해외에는 공유의 문화가 있다. 워낙 프로듀서들이 많으니 서로 공유하고 함께 작업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로 배척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공유하고 win-win 한다. 결국 그것이 그들에게 더 많은 돈을 가져다주고 기술적으로도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다.
-<Simo & Moodschula> 앨범은 대중들과의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던 힙합은 다이나믹 듀오고 리쌍이지 않았나.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을까.
M: 큰 갭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이미지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대중들에게 자주 모습을 비추거나 친절하게 다가가질 못했다. 그랬다면 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까? 근데 그런 쪽으로 노력을 못했다. 시모 앤 무드슐라 앨범은 음악적으로는 적정수준을 지켰다고 생각했다. 더 추상적이고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적인 것들도 있었는데 일부로 수록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린 반대로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기대했던 친구들이 오히려 실망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Gravity Free’가 실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듣고 반한 곡이다.
M: 실제로 시모가 보컬 녹음까지 끝낸 곡이지만 결국 앨범에 담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그 앨범에서 나는 디트로잇 사운드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무드슐라(MoodSchula)의 앨범은 언제 어떤 음악들로 나올 것인가. 팬들의 기대가 크다.
M: 자꾸 욕심이 생겨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acid한 트랙도 있을 것이고 미래적인 느낌의 Banging track 또한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겠다는 뜻인가.
M: 장르로 구분 지으면 다양하겠지만 색깔은 하나일 것이다
-디트로이트 의 색채는 유지되나.
M: 물론 그런 느낌의 곡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다르게 풀 생각이다 다만. 이번에 나온 와지드(Waajeed)의 신곡을 들어보니 내가 추구하려는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 제이립(JayLib)의 챔피언 사운드(Champion Sound)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는 <Simo & Moodschula>의 비트들이 그랬다. 개인적으로 손꼽는 힙합 앨범이다.
M: 비트 씬에 있다고 해서 꼭 하이레벨의 프로듀서는 아니다. 팝뮤직이던 뭐 던 취향의 차이다. 그래도 비트 프로듀싱에 한번쯤은 빠져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팔리는 곡을 만들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그 비트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다. Tripping하는 것이다. 곡 작업은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즐기러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탈피해 여행을 하는 것이지 않나. 비트를 만드는 일은 한발 앞서서 그들이 여행갈 길을 미리 만들어 주는 것이며 거기에는 큰 희열과 함께 어떤 영적인 에너지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친구들도 너무 돈 생각을 한다기보다는 작업 자체에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반대로 비트씬에 몸을 담고 있다고 해서 자아도취에 빠질 필요도 없다. 남들이 안하는 걸 하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은 오히려 세상과 동떨어지게 만든다.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 억한 심정이 생길수도 있다. 쌈마이같은 음악들이 대박이 나는 현실에 대한 분노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지면 오히려 자기 세상에 갇힐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트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트가 아니라 브레인피더(Brainfeeder) 레이블, 혹은 DJ Shadow나 RJD2때부터 존재했던 인스트루멘탈 힙합의 움직임을 말한다.
-본인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나.
M: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난 특별한 고집 같은 게 별로 없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만이 멋진 예술이란 생각은 위험하다.
-프로듀서 외에 하고 싶은 분야는 없나. 노래 안하나.
M: 노랠 안 하는 게 아니라 워낙 못한다. 그리고 프로듀싱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은 없다. 음악 외적으로 취미를 가지고 싶은 것은 있다. 곡 작업이 많은 생각을 수반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안할 수 있는 취미들에 꽂힌다. 이를테면 서예라던지 도자기를 굽는다던지 하는 활동들. 음악적으로는 프로듀싱 외에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은 없다.
-중요한 질문 이다. 콧수염은 왜 민 것인가.
M: 드디어 얘기를 할 때가 됐다. 나를 알고 있는 남자들은 모두 아쉬워한다.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여자들은 모두 보기 좋다고 한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밀어야 한다.
M: 나도 수염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파티 때마다 웃통을 벗는 남자 팬들만 늘어나고 있다. 나도 여자를 사귀고 싶다.
-마지막이다. 프로듀서 시모(Simo)와 다시 뭉칠 계획은 없나.
M: 단정 지을 수 없다. 지금 시모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다시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나올 시모의 앨범은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모는 항상 내 상상력의 범주를 넘는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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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충진(withcje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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