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WVIN

최원빈(Chwvin)​. 밴드 웨터(wetter)의 프론트맨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는 그는, 이제 밴드와 회사라는 플랫폼이자 정착지를 떠나 새로운 곳을 개척하고자 데뷔 싱글 앨범 [Hi]를 발매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하게 축약한 앨범 소개 글 ‘천방지축 어리둥절’이라는 여덟 음절에는,​ 그가 추구하는 대비가 느껴지는 듯하다. 첫 곡 “Get Down!”의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일으킨 뒤 공개한 두 번째 곡 “Like Puppy Shit”을 포함해,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이 앨범에 담아내었는지 하단의 대화에 기록해 두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만나서 반갑다. 최원빈이다. 웨터라는 밴드를 했고, 이번에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에 뮤직비디오로도 공개된 “like puppy shit”, 우선 어떤 노래인지 간단히 소개해 줄 수 있나?​

나는 쾌락과 후회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쾌락은 처음에는 삶에 대한 만족감을 주고, 그 이후엔 권태를 주는데, 또 어떤 쾌락은 후회를 남긴다. 쾌락에 딸려오는 즐거움에서 파생된 후회를 반복하며 나 자신에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노래다.

이번에 화제가 된 건 역시 뮤직비디오일 텐데 일전 “Get down!”에도 등장한 마스크맨의 의미가 궁금하다.​​​

또 다른 나다. 나에게 건강하지 않은 욕망, 쉽게는 쾌락을 합리적인 이성으로써 걷어내며 한국 사회에서 모범적인 사람이 되길 바라는 ‘나’이면서도, 내 안에 순수하게 존재하는 욕망까지 동시에 억압 혹은 절제하는 존재이다. 절제는 숨 막힐듯한 갑갑함을 주면서도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좀 더 어울리는 나를 만들어준다고 보는데, 마스크맨은 그러한 표상이다.

“Get down!” 속 스카이다이빙이 화제를 일으켰다. 진짜로 뛴 이유가 있나?​

평소 번지점프라던가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를 타는, 스릴을 즐기는 사람과 거리가 멀다. 뮤비를 구상하던 중 ‘Get Down’이라는 훅의 단어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스카이다이빙 시퀀스만큼 잘 맞아떨어지는 게 없었고, 이미 그 시퀀스를 본 이상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첫 솔로 활동이니만큼 내가 본디 절대 하지 않을 만한 도전과 함께 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앨범 커버의 아트워크도 꽤 독특한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레퍼런스로 잡았는데, 작중에 금자 씨가 백 선생 얼굴을 한 개를 썰매에 태워서 절벽에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친구 근영이(@alyshasystem)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고 여러 욕망에 끌려가는 나를 표현해달라고 했다.

가사가 함축적이지 않으면서도 직관적이다. 최원빈이 가사의 표현에 있어서 지향하는 바가 따로 있다면?

절대적으로 지향하는 건 없지만, 평소에 대비를 좋아한다. [Hi]의 두 곡을 만들 때, 분명 곡들이 장르적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하다거나 편안하게, 친절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사만큼은 일차원적으로 길 가다가 누구나 들어도 생각 안 하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가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은유적이고 근사한 단어로 가사를 쓰고 싶지만, 매번 실패한다. 그래서 결국 듣자마자 일차원적으로 생각나는 단어들을 택하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록적인 요소와 함께 힙합 등 다양한 장르가 다수 섞여 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영향받은 장르가 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장르 자체가 예전처럼 어린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비록 신선하고 실험적이기만 한 밴드들이야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대중적인 입지와 음악적인 역량을 동시에 갖춘, 그러니까 ‘아이코닉’한 밴드들은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록 음악 이전에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디깅할 때마다 전자음악이나 힙합을 자연스럽게 많이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영향들을 받은 거 같다.

그럼 디제잉이나 개인 작업을 위해 특별히 자주 듣고 영향받은 앨범은 어떤 게 있나?

살라만다(Salamanda)의 [Sphere],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kins)의 [siames dream], 베이비솀블스(Babyshambles)의 [own in albalbion], 아론 카티에(Aaron cartier)의 [Aaron Catier best dog], 한국 가수 중에선 아이유(IU)의 [Lilac]이 있다. 디제잉을 위해 들은 곡들은 너무 많지만, 특별히 꼽자면 젠커 브라더스(Zenker brothers)와 지한&카미엔(dZihan & kamien)이 있다.

록 얘기를 하자니 일단 웨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웨터 활동 당시의 경험을 간략히 얘기해주자면?

웨터는 2016년에 “Who”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데뷔하기 6개월 전쯤부터 홍대에서 작은 클럽 공연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9년에 [꼰대]라는 싱글을 낸 뒤, 약 한 달간의 영국 투어를 했는데, 공연을 본 영국 사람들은 대화를 좋아하고 매우 잘하는 편이었다. 공연 후 우리에게 하는 질문 모두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지. 거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게 잘못된 것이 아니었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게 옳은 게 아니었다. 나도 내가 생각했던 대로의 내가 아니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만나게 되는 경험이 되었다.

영국식 모던 록의 영향을 받았던 웨터 때와 지금의 사운드는 아주 다르지 않나. 작업하는 과정, 작업할 때 받는 느낌은 밴드와 솔로 활동이 어떻게 다른가.

웨터를 할 때는 내가 뭔가 멋있는 걸 만들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항상 무거웠다. 실제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1년 넘게 곡을 못 만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내가 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 시기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많은 것들이 망가졌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었다. 그 시기를 지내고 난 뒤로 많이 바뀌었다. 곡 작업 또한 멋있는 걸 만들려는 생각을 버리고 오늘 내키는 대로, 이번 주에 들었던 멋지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따라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

활동 중 군에 복무했는데, 복무 중에 느낀 점이 있다면?

군 복무를 하며 신(Scene)에서 한 발짝 떨어진 채 있다 보니, 다른 관점에서 웨터의 음악을 다시 들어봤을 때, 내가 여태 했던 건 이미 존재하는 영미권 록밴드 음악과 사운드를 한국말로 ‘계승’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록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계승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멋진 일이지만, 이제 앞으로 최원빈이 할 음악은 최원빈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밴드라는 포맷을 나와서 개인으로 활동하겠다는 갈증도 느꼈을 것 같은데?

우선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밴드는 그 밴드를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르는 음악적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밴드를 좋아한다. 밴드는 그런 맛이다. 그러나 이 말을 반대로 하면 내가 밴드로서 록 음악 이외에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를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나 혼자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답답한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있었다. 친구 네 명이 동업하는 것과 같다 보니 의견이 항상 같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개인 활동을 하면서는 작업 루틴도 달라졌을 법한데, 평소에 뭘 하는지 알려달라.

일단 웨터를 할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현재는 나 스스로 놀랍게도 일주일에 세 번은 운동하고 거의 매일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고 책도 읽는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그리도 멀리했던, 심지어는 위선적이라고까지 생각했던 어른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주말에 일이 없거나 작업에 꽂힌 날은 내가 세운 위의 루틴을 전부 다 어긴다. 예전으로 돌아간다. 그 양자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빌보드에서는 또다시 펑크 및 록 사운드들이 조금씩 보인다. 밴드 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면, 내가 유일하게 즐겨듣지 않았던 록 장르가 팝 펑크다. 물론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 같은 펑크밴드는 좋아하지만. 그저 요즘 시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 형, 축하해요!” 정도 될 것 같다.

이번 음악을 미루어 앞으로의 활동 얘기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싱글은 절제와 쾌락을 중점으로 표현하였는데, 혹시 본인이 중점적으로 여기고 표현하고 싶은 가치, 듣는 사람이 느꼈으면 하는 것도 있나?

한국 사회는 정치인보다 예술가들과 연예인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심하게 들이미는 것 같다. 그 자체로 이로운 사회가 된다면 그건 좋은 것이지만 방법이 잘못된 듯하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으로 너무 쉽게 판단하다 보니 국내 뮤지션들은 겁이 많아졌고,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보니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상황을 봤을 때 나는 ‘나쁨’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그렇게 해서 ‘그게 나쁜 게 아니고, 저게 좋은 게 아니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다름’을 세상이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국 사회가 더 나아지는 데에 내가 도움을 줬다고 믿을 수 있겠지.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좀 더 자유로웠으면 한다. 누군가 내 음악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재미만을 쫒기보다는 계획적으로 생활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들리는데.

알고보니 나는 원래 계획형 인간이었다. 오히려 즉흥적인 척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즉흥적으로 하는 건 타투와 엄마한테 전화하기 밖에 없다.

공연 포함해서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나?

구체적인 공연 일정은 없지만 슬슬 합주하고 공연을 준비하려 한다. 7월 말, 이제 곧 내 음악에 처음으로 누군가가 피처링한 싱글 공개도 앞두고 있다. 많이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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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강재욱
Photographer │ 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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