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Society

기술의 발전으로 사양 산업의 입지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이런 시련을 견뎌낸 대부분의 회사는 여타 경쟁 업체와 뚜렷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거나, 설립자를 중심으로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주변인들과 함께 그 문화를 일구어나간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술과 디자인에 특화된 독립 서점으로 익히 알려진 더 북 소사이어티(The Book Society)는 국내에 접근성이 낮은 외서나 제도권 교육이 잘 다루지 않는 영역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작지만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출판사 미디어 버스(Mediabus)를 겸하고 있는 대표 임경용은 서점을 오픈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책은 상품이기 이전에 문화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언급하기도.

그 인터뷰 이후 12년이 흐른 시점, 마침 새로운 공간에 문을 연 서점의 건물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협업자들이 입주해있다. 책을 펼치기 전, 생각의 환기와 안목의 확장을 기대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서점을 찾아 그간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대화는 아래에서 만나보자.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출판사 미디어 버스와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는 임경용이다. 

영화 이론과 영화 프로덕션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출판사와 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영화 쪽 일을 할 당시가 영화 산업이 막 산업화되어가던 시기였다. 마침 대기업이 영화 산업에 뛰어들던 시기였기도 하고, 제도적으로도 영화 산업을 육성을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영화 아카데미는 조금 더 역사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예종이라는 학교가 생겨나기도 했다. 당시 나는 미디어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비엔날레 쪽 일을 맡게 되었다. 부산 비엔날레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그곳의 작가들을 핸들링하면서 자료를 받다가 작가들이 보내준 자료 중에 작가에 관한 정보라든지 작품, 하다못해 이미지를 담고 있는, 자료로서는 전혀 가치가 없는 그런 인쇄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진 그리고 아티스트 북에 대한 관심이 처음 생겼다.

서점이 다량의 독립출판물을 아우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디자인과 시각예술 분야에 특화되어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비엔날레에서 일할 당시 제로원 디자인센터의 전시 기획을 함께하면서 지금 더 북 소사이어티를 같이 공동으로 설립한 구정연 씨를 알게 되었다. 구정연 씨는 제로원 디자인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디자인 쪽 일을 하고 있었다. 제로원 디자인센터는 지금은 그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엔 디자인 관련한 전시라든지 기획을 많이 했던 곳이었다. 2000년대 초반 쯤에는 메비스 & 판되르센(Mevis & Van Deursen) 그래픽 디자인전과 네덜란드의 디자인 학교인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WT) 출신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때 이런 출판들이 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시각 예술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책을 매개로 뭔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또 설립 전 아트선재센터에서 더북소사이트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게 페어이자, 강연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독일에서 모토(Motto) 디스트리뷰션과, 롤로 프레스(Rollo Press)의 디자이너를 초청해서 강연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초기 서점의 라인업이 발전했고, 네덜란드나 유럽책을 많이 들여온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점과 동시에 출판사 미디어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 버스를 먼저 설립한 건가? 미디어 버스와 더 북 소사이어티의 설립 배경을 설명해 달라.

그렇다. 책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미디어 버스를 2007년에 설립했다. 때마침 서울문화재단과 아르코가 시민 대상으로 공모 사업을 진행했다. 예전에는 문화 예술과 관련한 예산이 전문가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집행됐다면 젊은 작가들이나 기획자들이 공모 사업을 통해서 예산을 받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거다. 

공모 사업을 통해 출판을 주제로 한 ‘공공 도큐멘트’라는 프로젝트를 신청했고, 지원비를 시드 머니 삼아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첫 번째로 만들었던 것이 류한길 작가의 인터뷰 집이었다. 우리가 제작한 책이 굉장히 얇고 중철 제본으로 만들어져, 일반 서점에서 유통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유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북 소사이어티가 시작되었다. 설립 멤버로는 김영나 씨도 있었다. WT 출신인 김영나 디자이너와도 WT 전시 당시 구정현 씨와의 접점을 통해 이런 서적들을 취급하는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그러다보니 초기 서점의 아이덴티티는 다 김영나 씨가 작업했다. 당시 그래픽 계간 그래픽에 9호의 WT 이슈와 10호 셀프 퍼블리싱의 편집을 진행했던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던 시점에서 지금과 같이 자리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 예상된다. 설립 초반에 어떤 과정이 수반되었는지 궁금하다. 

시장이 아예 형성되어있지 않던 것은 아니었다. 앞서 전시와 계간 그래픽 이슈에 관해 언급했듯이, 당시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었고, 계간 그래픽 이슈는 사실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지금은 절판돼서 구하기가 힘든 이슈지만, 목차만 살펴봐도 개인 출판업자들과, 자주 출판, 소규모 출판, 독립 출판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인터뷰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침 디자이너 슬기와 민도 귀국했고 워크룸 프레스(Workroom Press)도 설립됐다. 또 한편에서는 단국대를 중심으로 지금 이 건물 구성원들 일부가 꾸린 TW라는 동아리가 있었는데 그때 신동혁, 신해옥, 신덕호 그리고 양장점이 활동하면서 새로운 태도를 지닌 출판물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도 그 신(Scene)의 아주 일 부분에 관한 이야기긴 하다. 당시에도 파트타임 스위트(Part-time Suite)나 리슨 투 더 시티(Listen to the City)와 같은 팀도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북 소사이티의 설립 초반은 어떤 계보 안에서 출판물들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나도 조금씩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기획이나 출판 관련된 교육을 받거나 백그라운드가 있던 건 전혀 아니다. 한 3개월 정도 열화당이라는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금방 나왔다. 출판이라는 게 물론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해서 진행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외주를 주면서 일해왔다. 그래서 일종의 아마추어리즘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건 독립 출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해외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편집만 배우는 전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편집자라는 직군 내에 인문 쪽 전문가들이나 아주 광범위한 문과 계열 쪽 사람들, 그리고 의외로 디자인과 출신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책이라는 매체의 중요도에 무게가 실린다. 편집에 관한 고도의 전문화된 지식보다는 매체에 더 익숙한 사람들, 책에 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린 사람들이 좀 편집을 더 잘하고 책도 잘 기획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 시간 뿌리를 두던 경복궁역 근처를 뒤로하고 그리 멀지 않은 종로구 내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건물을 이전하기까지 2년 정도를 고민했다. 이 건물의 구성원들과 도울 수 있는 일들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갔고, 그게 아무래도 건물을 옮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원래 상수, 합정동 근처에 있다가 합정동에서 빨리 공간을 이전했다. 마침 이 동네에 자리가 나서 이전하게 된 것도 있지만, 디자이너 건축가 스튜디오가 많아서 출판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당시 삼청동 길에 mk2도 있고 갤러리 팩토리도 근처에 있었다. 이기준 디자이너도 근처의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 가깝게 자리했던 팀들이 지금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장점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긴 했지만 이 건물 내 입주 층들은 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들이다. 특별히 지금 생각하는 프로젝트가 있지는 않은데 론칭 이후엔 토크 이벤트 같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차차 조금 더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사실 지금 딱히 막 그렇게 교류할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뭔가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 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책이 무겁다는 이유에서인지 주로 지하에 자리하곤 했던 서점의 전통적인 특성을 따라 다음 공간은 지하로 이전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공간은 효자동 서승모라는 건축가분이 건축했고, 공간 배치라든가 공간 디자인은 나종원 건축가가 진행을 도와주었다. 공간은 건물 내 건물 같은 모습을 의도했다. 원래 설계보다는 조금 층이 내려가서,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1층과 같은 지하였는데 지금은 거의 반지하가 되었다. 2010년 설립, 공간을 두 차례 옮기면서 각각 느낌과 연식, 상태가 모두 다른 가구들을 지금의 공간에 옮겨 왔을 때 그 레거시를 어떻게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차에 여기 공간 디자인을 도운 신신의 제안 중 하나가 ‘하나의 색으로 통일하자’라는 것이었고, 실행에 옮겼다. 페인트도 직접 인력을 동원했다. 처음 상수동에 문을 열었을 때는 길종상가가 많은 작업을 했고 경복궁역에서는 COM이 많이 도와줬다. 공간이 워낙 좁아서, 나종원 건축가가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계단과 창고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물을 제안했다.

큐레이팅된 서적을 보편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오늘날은 서적이 특정 공간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더 북 소사이어티가 특별히 상업 공간을 위해 서적을 큐레이팅한 경우가 있나?

전혀 경험이 없는 건 아닌데, 결과가 항상 별로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억에 남는 큐레이팅이 없다. 이전에 패션 브랜드 코스(COS)로부터 의뢰가 와서 작업한 적이 있었고, 상업공간은 아니지만 서울시립미술관 2호점이 설립되었을 때 도움을 준 적이 있다. 

긴 시간 구경만 하고 구매하지 않는 손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로 정리된 섹션 외에도 공간 이면에 방대한 양의 책꾸러미가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하나하나 들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그러기는 쉽지 않았다. 

책을 오래 보거나, 정리되지 않은 면에 있는 책을 구경한다고 해서 따로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도서관까지는 아니지만 서점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교육적인 기능과 공공적인 기능을 존중한다. 책이 워낙 많다 보니 외려 내가 처음 본 듯한 책들을 가지고 와서 계산해 달라고 그럴 때도 있다. 대형 서점 같은 경우는 공간 회전율이 빨라야 하니 많이 반품하기도 하고, 조금만 팔리지 않으면 어쨌든 책이 매대에서 책장으로 가고, 반품되는 사이클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우선 반품하는 것도 운영상 쉽지가 않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이 오픈할 때부터 입고한 책들까지 가지고 있게 되었다. 이런 자료에 집중해서 진행했던 것이 ‘불완전한 리스트’라는 프로젝트였다. 창작자들의 특정 작업이 분석된 연표 대로 판매하지 않는 책들을 분류했다. 일민 미술관에서 이를 활용한 전시회도 했고, 나중에는 베이징에 가서 전시를 진행하며 도록을 만들기도 했다. 전시 내용은 우리의 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박스 40개를 쭉 늘어뜨려 분류한 후 전시를 진행했다.

구글에 미디어 버스를 검색하면 ‘미디어 버스 채용’이라는 검색어가 추천된다는 걸 알고있나? 따로 인턴을 모집한다던가, 채용을 위한 공고를 게재한 적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모집할 계획이 있나.

전혀 몰랐다. 최대 두 명 정도 고용한 적이 있는데 두 명을 유지하기가 경제적으로 쉽지 않아 따로 고용하지 않는 형태가 되었다. 인턴은 계원예대와 연계해서 인턴을 채용하고 운영한 적이 있는데 작년부터는 그것조차도 안 하고 있다. 이후에는 단기 알바 같은 개념으로 사서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조금 더 우리가 하는 다른 프로젝트에 연관되어 다른 일도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일하는 친구들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작가 등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민감한 질문일 수 있지만 사입하는 서적은 어떠한 기준과 과정을 거치는가? 책을 쓰려는 모든 창작자에게 열려있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준이라, 이건 굉장히 많이 질문을 받는데 특별히 기준이 있지는 않다. 기본적으로는 약간 예술과 관련된 책들을 다루긴 하지만 철학, 문학, 사회학이나 인문학 쪽 서적도 다루기 때문에 특정한 기준을 세우기가 모호하다. 단순히 말하면, 내용과 외형이 잘 어울리는 책을 선호하고 책으로서의 매력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많은 분들이 소규모의 출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오시는데, 그런 독립 출판 책이 거의 없기도 하다. 공간이 좁기도 하고, 입점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실제로 입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점은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된 서적을 취급한다. 판매와 별개로 염두하는 지점이 있어서 들여온 책인가? 

내용도 중요하지만 꼭 내용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조금 더 책의 관점에서 재미있는 책을 살펴보려는 편이다. 운영 초기와 출판사 라인업이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라 한계를 느껴서 최근에는 추가적인 리서치를 하고 있다. 2018년도에는 ‘방법으로서의 출판’이라고 아시아 쪽과 관련한 리서치를 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샤르자 등의 아트북페어에 참여했는데, 견학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출판사라고 하기에도 몹시 작은 출판사와 새로운 책들을 발견했다. 그렇다한들 아시아 쪽은 아무래도 깊게 파고들기가 힘든 편이다. 국제적으로 유통을 하기 위해서는 공통 언어인 영어가 최소한의 조건인데, 언어적인 한계도 있을 뿐더러 신이 훨씬 더 파편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언어가 필요 없는 사진 책이나 일러스트 책이 이쪽 영역에서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마다 인쇄의 조건도 다 다른데 동남아 국가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리소 인쇄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저렴해서 쓰는 것도 있지만, 그런 특징이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다.

막스 빌이 ‘한 가지 주제에 관한 열다섯 가지 변형’이라는 작품 시리즈를 3년 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는 것, 또 얀 치홀트가 “한 시간의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매뉴얼 서적을 펴낸 것 등 20세기 시각문화의 격동기에 기반을 닦은 과거의 디자이너들이 어떤 임의의 제약을 두고 실험적으로 디자인을 시도했다는 점이 흥미롭더라. 미디어 버스의 ‘한 시간 총서’ 시리즈는 그중 얀 치홀트의 사례에 영향을 받은 서적인지 궁금했다. 시간에 제약을 둔 점 말고도 ‘총서’라고 붙은 이름이 독특했는데, 어떤 의도를 내포한 것인가?

얀 치홀트라, 아마 영향을 좀 받았을 거다. 네덜란드에서도 공부를 했으니까. 1시간 총서는 강문식 디자이너가 작업한 것이고, 기본적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 의도로 제작되었는데, 하나는 ‘책이 될 수 없는 콘텐츠를 어떻게 책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고, 또 하나는 강연 콘셉트였는데 한 시간 동안 진행하는 강연을 책으로 담아보자라는 취지에서 시작해 그 주제를 점점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될만한 가치가 없는 내용일 수도 있고 혹은 퍼포먼스라던지 아니면 더 비물질적인 사건들이 담을 수 있다. 총서라는 이름은 하나의 시리즈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원래 훨씬 더 많은 시리즈로 빠르게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되지 않았던 것 같다.

2007년 SMALL PACKET 진 페어 vol.1을 개최했다. 개최를 맞아 작성한 기획, 서문을 보고 ‘진’과 같이 격변의 상황에서 탄생한 소규모 출판물에 관심을 두지만, 이를 ‘저항의 방식이 아닌 구체적인 설득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출판사의 그 설득의 과정은 여태 출판사에서 낸 번역서나, 기획 서적으로 잘 드러나있는 듯하다. 그 방식의 일부가 된 작업물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VISLA의 독자들에게도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저항적인 태도가 분명 있긴 하다. 유럽이나 미주 국가, 특히 미국인들이 펑크라던지 페미니즘, 비건 등 사회 운동하고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조금 더 저항적인 태도가 있는 것 같고 그런 배경이 창작물에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우리가 진에 접근하는 방법은 훨씬 더 저항이 아닌 설득의 방식이 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진 자체가 뭔가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일종의 채널과 플랫폼이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또 진과 관련한 책도 조만간 올해 중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래에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뉴욕 출신의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레거시 러셀의 책이다. 2020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그 해 가장 중요한 예술 서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저자는 흔히 실수나 결함, 오류 등으로 여겨지는 글리치를 무한한 정체성으로 변형될 수 있는 해방적 순간이자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로 읽어낸다. 
/ 글리치 페미니즘 선언
저자: Legacy Russell
역자: 다연
디자인: 인양
2022, 미디어버스, 18,000원 
네덜란드 유틀레이트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정원과 관련된 전시 "The botanical revolution, on the necessity of art and gardening"의 일환으로 발행된 책이다. 2022년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여겨져왔던 정원에 대한 다양한 드로잉과 사진, 텍스트를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를 인식하는 작은 우주'로 정원을 인식하고 정원의 정치적이고 사회 문화적 의미를 흥미롭게 읽어내고 있다.
/ On the Necessity of Gardening
편집자: Laurie Cluitmans
디자인: Bart de Baets 
2021, valiz, 50,000원
이 책은 작가인 박선영과 기획자 이솜이가 서울 시내 호텔에 머물면서 그렸던 그림과 글을 묶어서 낸 책이다. 독특한 점은 여기에 수록된 글은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점자책'라는 조건을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가 책이라는 형식 안에서 제약이 아니라 새로운 독해를 위한 가능성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 Black Spell Hotel
저자: 박선영(그림), 이솜이(기획 및 편집)
디자인: 신해옥
2022, 미디어버스, 45,000원

지금 우리에게 신선한 통찰을 가져다 줄 저자가 있다면 몇 명만 꼽아 달라.

글쎄, 사실 매력적인 저자란 함께 일한 적이 없는 저자일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마케팅적 요소를 섞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곧 발간할 ‘글리치 페미니즘 선언’의 저자인 레거시 러셀이라는 작가를 추천하고 싶다. 지금 뉴욕의 키친이라는 예술 공간 디렉터로 재직 중인 저자의 이 책은 2020년 뉴욕타임즈가 그 해 최고의 미술 서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보통 글리치는 오작동이나 오류 정도로 묘사되지만 그녀는 글리치를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과 신체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포털’로 묘사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워크룸프레스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뉘연과 디자이너 전용완의 활동도 주목하고 싶다. 지침이라는 형식을 통해 언어의 힘, 수행성 같은 것을 모색하는 작가이다. 책을 주로 만들지만 퍼포먼스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미디어 버스와 VISLA는 소규모 출판물을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자가 주로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들이 필자로 참여해, 설득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후자는 80년대 펑크 진이 부흥했을 때와 유사한, 팬의 시선에서 비교적 정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글을 투고하고 있다. 독립 출판 신의 경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이 DIY 문화 내에 속해 있기도 하고, 만드는 과정 자체가 컴퓨터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종이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경계가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지면에 스크랩을 하고 복사기로 인쇄하는 관행을 철저히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디자이너와 작가가 진을 만들 때는 인디자인부터 켜고 나서 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분명 어떠한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다. 어떤 신에 속해 있건, 공통적으로 진스터는 책을 구성하고 편집하고 기획하는 것까지 모든 역할을 수행한다. 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가진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데 — 보통 미국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개인적으로는 진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업적인 진이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겠지만 진은 정말 범위가 넓고 내용도 다양하다. 심지어 파시즘을 찬양하는 진도 있으니. 한국에서는 이러한 진 문화가 발달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예술가나 디자이너, 그리고 심지어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진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의식을 하기 보다. 

미디어 버스가 큐레이팅한 제록스 프로젝트(Xerox Project)가 인상 깊었다. 인쇄, 진 문화의 시작점에 가장 가까이 있던 제록스 프린터기의 미디어로서의 가치와 열화되는 속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가 전문 교육을 받은 미술가들과 로컬 신의 움직임을 집단화하면서, 그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 프로젝트는 백남준 아트센터의 커미션 작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나 역시 그곳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맥락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탈리아 출신의 미디어 학자 알레한드로 루도비코의 ‘포스트 디지털 프린트’라는 책을 많이 참고했는데, 인쇄 기술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사람들에게 수용되었는지를 살핀다. 제록스가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것은 물론 이 매체를 개념미술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도 있지만, 제록스가 우리가 전통적으로 믿어왔던 원본과 카피본 사이의 위계를 흔들었다는 사실이다. 세스 지겔라웁(Seth Siegelaub)이 1968년에 만든 ‘제록스 북’은 여러가지 맥락이 있지만 나에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제록스를 통해 열화된 복사본으로 책을 완성했을 때 원본과 복사본 사이의 가치 전복이었다.

더 북 소사이어티도 미술, 디자인, 사진 등 책에 다양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모두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으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더라.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는데 신의 경계에 접근해서 뭔가를 주체적으로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사회 안에서 가장 보수적인 면을 지닌 출판 문화에 가끔은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직접 읽어보진 못했지만, 2007년 박다함과 함께 작업한 ‘우리는 위트로 먹고 살아요’와 같은 서적에 얽힌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내가 박다함이라는 친구를 만난 게 고등학교 때다. 당시 충무로에 있는 미디어센터에서 일할 때 맨날 와서 음악 듣고 영화를 보던 친구였다. ‘우리는 위트로 먹고살아요’는 당시 우리가 주고받았던 메일의 내용을 취합해서 진으로 만든 것이다. 별도의 디자인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되게 단순한 방식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웹사이트에서 pdf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판 문화의 신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외국의 사례나 국내의 선례 중 아는 내용이 있다면 들려줄 수 있는가. 북 페어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얻은 아웃풋을 소개해주어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아시아 쪽 신에서 페어와 같은 행사가 훨씬 더 빈번하고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동남아 쪽은 접근성에 아직 좀 한계가 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시아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라든지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쪽의 움직임이 흥미롭다. 일본은 출판에 있어서 1세계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잘 정돈되어 있고, 그들만의 고유의 영역이 있다. 한편 중국은 훨씬 더 과감한 부분이 있고. 

신의 경계를 오가는 선례라고 하면 그 선을 왔다 갔다 잘 하는 친구들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신도시 같은 경우만 해도 병재 씨가 파트타임 스위트의 멤버였지 않나. 미술 작가에서 바를 운영하고 음악 행사를 기획하고, 미도파도 운영하면서 책도 낸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나 사진작가와 같은 창작군의 사람들하고 계속 교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웃풋이 생성되지만, 한편으론 그런 것들이 그냥 하나의 지엽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신 전체가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에서도 예전보다는 훨씬 다양한 출판문화에 관심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제적으로 뭔가를 시도한다던지 하는 큰 변화까지는 아닌 것 같고, 국제도서전 할 때 작은 서점과 출판사를 초청해서 부스를 열어준다는 정도의 움직임은 있지만 그게 제도적인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 제도적인 환경이 훨씬 더 미약할수록, 그런 교류의 움직임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하다. 그런 의미에서 태국도 재미있다. 방콕 아트북페어 같은 곳은 비엔날레 성격의 ‘Ghost:2561’와 같은 전시를 기획하기도 한다. 그런 현장에서 출판과 디자인과 미술은 자연스럽게 서로 연관되면서 팀이 형성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로컬 신하고는 조금 구별되는 것 같다.

콘텐츠를 담는 그릇일 뿐이라고 의식했던 때에 비해 비디오와 음악을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물리적인 매체인 LP, VHS의 희소성과 소장가치가 주목받은 이후, 그 금전적인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희소성에 주목하기에는 범용성이 넓은 서적과 프린트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비교적 짙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전통적인 매체인 만큼 책이나 종이에 관련해서도 분명 흡사한 움직임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수집하는 동향에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들려줄 수 있는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그런 부분이 아직은 영세한 것 같기는 하다. 알라딘을 보면, 초판을 되게 비싸게 팔기도 하는데, 그게 콜렉터의 영역까지 도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어쨌든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니까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그런 수집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지만, 확실히 이런 경향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VHS든, LP가 다시 귀환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은 따지고 보면 전부 한정판이지 않나.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슬기와 민을 좋아하면 그것도 이상한 현상이다. 한 500명에서 1,000명, 많게는 1,500명 정도까지 확장될 수 있는 범위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현상이 가끔씩 예외적인 경우로 발현될 때는 우리가 하는 출판업에서도 수집의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겠지. 

일본이나, 유럽에 가면 초판이나 절판된 희귀본들을 따로 캐비닛에 넣고 엄청난 고가에 판매하려 하기도 한다. 런던의 AA건축 학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에는, 학교 안 서점에서 출판도 하고 베드포드 프레스(Bedford Press)라고 리소로만 출판하는 임프린트가 구비되어있다. 지금 아주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고 나중에는 리소가 아닌 인쇄물도 취급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 서점에 가면 자기들이 만들었던 책 중에 절판된 책을 캐비닛에 넣어서 판매하거나 전시하는데, 일종의 그 서점이나 출판사가 가진 유산의 개념으로 취급하기 위함인 듯하다.

서점에 방문한 이가 운영자의 견해 및 조언을 듣는 모습을 목격한 적 있다. 본인은 맡은 일 중에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디에서 해답을 얻는 편인가?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다면 될 수 있는 선에 한해서 충분히 조언을 줄 수 있다. 어쨌든 역시 젊은 세대가 중요한 거니까. 초기 서점을 세팅 할때는 지금은 퇴직하신 아이디어 북스(Idea Books)의 존 시몬스(John Simons)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트북과 관련해 엄청난 경험을 가지신 분이다. 실제로 아이디어 스텝을 가지고 오기도 했고, 그리고 일본 초기에 일본 쪽의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초기에 일본에는 유럽 책이 잘 없었다. 일본은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전통이 있는 편이다. 아트북의 어떤 노하우라든지 인쇄에서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재밌는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 그래서인지 조금 다른 결의 책들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 없어 하기도 했다. WT 출신 일본 디자이너와 잠깐 얘기했는데 일본에서 유학을 갔다 왔다고 하면 예전에는 일본 안에서 경쟁에 밀려 나갔다는 인상을 준다고 하더라. 근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책을 낸 ‘아키바 손의 사고’의 저자 코가와 테츠오(Tetsuo Kogawa)라는 분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았다. 그분이 꾸준히 전개하셨던 소규모 라디오 운동은 라디오 발신기를 만드는 일이다. 라디오가 수신되는 범위가 딱 1KW라서 딱 전방 1km 내에서 들을 수 있는 정도다. 1km 안에 있는 사람들이 FM 라디오 리시버를 지니고 있으면 자기가 방송해서, 그걸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런 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1KW라는 범위의 FM, FM 주파수 자체가 상업적이지 않나. 원래는 주파수를 정부에서 되게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상업적 채널을 무단으로 잠깐 점유하는 거지. 일종의 해적 라디오와 같은 개념이다. 사이트에 가면 채널을 생성할 수 있는 도면을 되게 자세하게 다 올려뒀다. 이제는 너무 연로하시지만 예전에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라디오 송신기를 제작하는 워크숍을 진행하셨다. 한 시간 정도면 자신만의 송신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워크숍이 끝나면 그것을 가지고 자신들이 직접 라디오 방송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분이 하는 일이 출판 신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면 ISBN과 같은 제도적인 영역 속에서 우리가 그 출판의 제도를 잠시 빌려 그 이면 혹은 그 바깥에서 일시적인 움직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의 자양분이 되었다. 책이야 개인이 그냥 온라인을 통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팔 수도 있는 거기도 하지만, 그냥 소수에게 통할 수 있는 채널이 되고자하는 아이디어는 그 선생님한테 배운 것 같다. 그 선생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보이던 어린 시절, “예술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을 부모님에게 종종 들은 적 있다. 지금에 와서는 지나치게 상투적인 의미를 내포하거나 세상을 환기하지 못하는 ‘예술’을 보며 부대낀다는 기분을 느낀 적도 있는데, 예술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북소사이어티의 경험을 빗대거나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의견을 듣고 싶다.

우리에게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작가나 기획자가 특별한 내용이나 개념적인 부분을 언급하고 전달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흥미로웠던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경험하고 나서 본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 않나. 그리고 생각보다 예술로 밥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그리고 세상은 더욱 그렇게 될 것만 같다. 예술 산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예술에 대한 경험은 어떤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될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VISLA매거진이 ‘VISLA CLINIC’이라는 주제의 기획 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한편으로는 한심할 수 있는 질문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서는 콘텐츠인데, 사연의 일례로 레코드 숍 사장님과 친해지는 방법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샀다. 그렇다면 책방 주인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자주 들려서 책을 많이 사면 무조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글쎄, 사실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책방에 있다. 책방에 자주 오게 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을 향한 호감은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다들 좀 내성적인 것 같다. 근데 또 실제로 보면 또 재밌는 사람도 있고, 다들 마찬가지가 아닐까?

꾸준히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서점, 출판사의 뾰족한 큐레이팅만큼 웹사이트 자체 저널을 통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이로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 북소사이어티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문화 내에서 다루고 있는 소식이나, 잡지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나?

사실은 책을 이렇게 하다 보면 어떤 특정한 영역이 갑자기 솟아오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지금은 그 영역이 패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패션 워크라고 예뻬 우겔비그(Jeppe Ugelvig)라는 친구가 기획한 책도 그랬지만 그전부터 스턴버그 프레스(Sternberg Press)와 같은 곳에서 패션 쪽 관련해서 크리티컬한 책이나 기획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패션을 글로써 이해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접근이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국내의 패션 시장에서는 박세진 씨의 서적도 있지 않나. 관점이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북 소사이어티가 그리는 미래라던가.

10년 넘게 서점을 하면서, 서점보다는 출판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운영을 이어 나갔던 것 같다. 가끔 서점은 사실 거의 방치 수준이라고 생각도 하는데 이사를 했으니까 이제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책을 만드는 데 집중을 하고 있다. 아시아 쪽과 관련한 서적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책이 올해 출시될 것 같은데,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출판사나 출판 콜렉티브 서점, 아트페어 30팀 정도를 다루고 있다. 인터뷰 아카이브도 있고, 되게 다양한 구성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결국 우리는 그런 창작자들이 조금 더 쉽게 활동하고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는 보탬이 되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The Book Society 공식 웹사이트
Mediabus 공식 웹사이트
The Book Society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한지은
Photographer | 오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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