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EPAARY

한국 전자음악 신(Scene)에 새로운 신호탄을 던진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Haepaary).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앨범 부문을 수상, 지난 8월 5일에는 싱글 “부러울 것이 없어라”를 발매하며 로컬 신에서도 괄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종묘제례악을 자신들만의 화법으로 재구성한 [Born By Gorgeousness], 남창 가곡을 바탕으로 만든 “부러울 것이 없어라” 등 해파리는 국악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러나 ‘전통음악’에 구속되는 것은 영 달갑진 않은 듯. 단지 국악을 전공했기에, 그들의 신체에는 국악의 장단이 내재된 것일 뿐이라고, 해파리는 이를 기반으로 테크노와 앰비언트 등 여러 전자음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악과 전자음악, 낯섦과 익숙함을 조화롭게 버무리는 해파리의 민희와 혜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민희: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 그룹 해파리라고 한다. 듀오로 활동 중이다.

팬데믹 기간을 어떻게 보냈나?

민희: 코로나 시기에 팀을 만들어서 자주 활동하진 못했다. 그냥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영상, 뮤직비디오 작업도 했지. 그래도 요즘엔 공연을 열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공연을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고 우리 음악에 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느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민희: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영상에 맞게 훈련된 신체가 아니다 보니 우리의 라이브 영상을 스스로 볼 때도 어색하다고 느낀다. 실제로 카메라 앞에 서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민희와 혜원은 어떤 계기로 전통 음악을 시작했나? 해파리의 결성 비화도 궁금하다.

민희: 어릴 때 남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나도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러던 중에 가곡이라는 것을 접했지. 그 후에 고등학교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데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기 싫어서 예고를 알아보다가 국악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때부터 전공한 거다. 국악, 전통음악에 관한 이해도가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단지 막연히 예술을 동경했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편견 없이 시작했는데, 전공으로 삼으니 너무 많은 편견과 부딪혀서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즐거운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더라. 그래서 졸업 후에는 퍼포먼스 쪽에서 활동했다. 퍼포머, 퍼포먼스 아트 작가 활동과 공연 매체에서. 그렇게 10년 동안 지내다가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때 혜원의 무대를 보게 됐고 재밌는 친구라고 들어서 이메일을 보낸 게 우리의 만남이었다.

혜원: 나는 사물놀이를 했다. 운 좋게 내가 속한 사물놀이팀이 굉장히 활발히 활동하는 팀이었고, 국악고등학교로 진학 후 쭉 타악기를 연주했다. 그런데 타악기의 한계라고 해야 하나. 멜로디도 없고 거의 반주 역할을 하는 타악기 연주가는 혼자서는 독자적인 걸 할 수 없다. 그런 한계 속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컴퓨터로 음악을 시작했다. 또 민희와 다르게 대학교에 가서도 팀 활동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내 팀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민희에게 이메일이 왔다.

민희는 혜원의 공연을 보고 팀 결성을 마음 먹었다고 했다. 당시 어떤 공연이 진행 중이었는지 궁금하다.

혜원: 타악기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일을 무대로 옮겨 보자 해서 만든 공연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공연을 하고 나서 아주 명확하게 느낀 점은 혼자서는 못한다는 것, 쉽게 들을 만한 음악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내가 무대에 서는 걸 즐긴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 누군가와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 누군가가 노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민희가 이메일을 보냈지.

이메일은 어떤 내용으로 보냈나?

민희: 그냥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등으로 좀 찔러봤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번 그냥 가볍게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고, 잘 맞는 것 같아서 팀을 제안했다.

혜원: 공통적으로 종묘제례악을 좋아한다는 접점에서 종묘제례악 같은 음악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참 운명처럼 느껴지는데.

혜원: 더 어릴 때 만났으면 팀 활동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마치 연애처럼. 많은 경험을 겪고 나서야 민희를 만나 이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거지. 하하.

해파리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혜원: 해파리 결성 전부터 민희의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해파리였다. 그래서 내가 왜 해파리냐고 물어봤다. 왜냐면 내 어릴 때 별명이 계속 ‘해팔이’였거든. 그랬더니 해파리가 너무 아름답고 다음에 팀을 한다면 그런 이름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길 하더라.

민희: 누가 쓰기 전에 빨리 선점했다. 그런데 혜원의 별명도 ‘해팔이’라니까 우리는 팀 이름 무조건 해파리라고. 그렇게 팀 이름이 결정됐다.

해파리의 음악은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는가?

혜원: 처음에는 함께 곡을 만들었다. 우리의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덥석 1시간짜리 쇼케이스 공연의 기회가 주어져서다. ‘해파리’라는 팀 이름이 결정되기도 전이었고 둘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그때 서로 좋아하는 종묘제례악의 접점을 포인트로 잡았지. 또 그 행사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해야 되는 느낌의 행사여서 전통음악의 재밌는 요소를 최대한으로 가져오고 싶었고 때문에 종묘제례악과 남창 가곡이 모티브가 됐다. 그때는 전통음악이라는 정확한 모티브가 있으니까 각자 해야 할 것이 명확했다. 종묘제례악과 남창 가곡의 가사 이것저것을 붙여보고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비트 트랙을 여기저기 붙이기도 했지.

민희: 그런데 우리 음악이 합주하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제는 각자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요즘은 파일로 서로의 작업을 주고받는 편이다.

혜원: 만약 내가 비트나 사운드를 만들어서 민희에게 전달하면 거기에 보컬과 멜로디, 가사를 붙여서 다시 돌아오고 내가 다시 편곡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파일로 주고받는 편이다.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일렉트로닉 앨범 부분을 수상했다. 그 뒤로 체감한 주변의 피드백이라면?

민희: 달라진 점은 없다. 하하. 함께 후보에 올랐던 조율, 넷갈라, 리비자 등 주변 동료들이 함께 기뻐해 주었다. 동시에 책임감이 느껴지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해파리를 얼트 일렉트로닉이라고 소개한다. 주변에서 ‘너네가 하는 음악이 뭐야?’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빵을 날린 거다. 그래서 일렉트로닉 상을 받고 나니까 너무 기뻤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우리의 동료가 누구인지 그런 것들이 더욱더 선명해진 것 같았다.

혜원: 비트를 계속 만들고 일렉트로닉을 해왔음에도 전통악기가 들어가면 나를 전통음악가로 보는 시선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우리가 일렉트로닉 상을 받은 게 가장 기뻤다. 사실 전통음악이라 이야기해도 상관 없다.

민희: 음악적인 해석과 태도를 모두 같은 조각이라고 치부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그렇게 한 번 이미지가 박히면 아무리 여러 가지 일을 해도 그냥 납작해진달까.

해파리를 설명하는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 이는 어떤 음악을 칭하는 걸까.

혜원: 좀 더 넓은 의미의 전자음악인 것이다. 우리를 일렉트로닉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만드는 음악에는 전통음악의 요소도 내재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니까 정체불명의 음악이 나왔고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하다가 얼트 일렉트로닉으로 명명했다.

해파리는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에 아티스트로 올랐다. 텍사스 관객의 반응이나 피드백은 어떠했나? 해파리의 음악이 한국 전통음악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서 그런지 그들의 반응이 더욱 궁금하다.

혜원: SXSW에서 했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한 공연이라 미국에 갔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그냥 팔로우가 조금 늘었고 텍사스주 오스틴의 스포티파이 재생 횟수가 조금 더 늘었더라.

민희: 개인적으로는 국악에 관해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스페인, 스웨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 전통음악을 엄청 잘 알고 있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어딜 가도 신기하다는 피드백을 듣긴 하는데, 약간 다른 것은 한국은 익숙함에서 오는 편견이 외려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편견조차 없는 신기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나는 우리의 음악이 신기하고 특이하다는 평가보다는 그냥 좋고, 계속 보고, 듣고 싶어지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작년 NPR 제작진이 라디오에서 우리의 음악을 언급해준 적이 있다. 그 리뷰에서 우리를 두고 아이디어가 끝이 없는 팀이라고 소개해줬다. 정말 음악적인 관점에서만 이야길 해줘서 엄청 기뻤다. 다른 대륙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고취되기도 했고 하하.

앰비언트와 테크노에 전통음악을 섞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혜원: 전통음악을 20년 동안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이니까, 지켜야 할 것은 지키자는 생각이라 자체적인 검열이 많았다. 멋있는 부분을 발췌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러다 보니 한도 없이 걸리더라. 그래서 오히려 다 깔아두고 규범, 규율 이딴 거는 다 버리고 음악적으로만 봤을 때 가지고 올 수 있는 부분,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져오게 됐지.

민희: 전통음악 멜로디 안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부딪힐 때도 있다. 영어는 영어답게, 한국어는 서양 음악 선율에 넣을 수 있게 찾아야 하고 한국 전통음악은 그 억양과 거기서 사용해야 하는 음정 관계들이 다르다. 그렇게 부딪히는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쪽에도 맞추지 않으려고 했지.

혜원: 그런데 전공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이상해도 음정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민희: 그거는 우리가 의도한 거라 그냥 둔다. 그렇게 신체 훈련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이라 그게 말이 되게 하게끔 찾는 편이다. 안 그러면 다른 전공자나 대중음악 하는 사람이 보는 것과 같이 틀린 게 되니까. 그래서 우리는 음악적으로 이중 언어자라고도 생각한다.

축이라는 악기를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희: 맞다. ‘축’이랑 ‘어’라는 악기 두 가지를 제작했다. 그냥 예뻐서 조그만 사이즈로 만들면 귀엽겠다 싶었다. 하하.

혜원: 작은 편종 편경 세트도 만들고 싶었으나 금속 제작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벗어나서 그만뒀다.

민희: 이 악기들은 사운드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축은 하늘에서 땅으로 치면 하늘과 땅이 연결된다던지, 어는 호랑이의 등을 3번 쓸면 음악이 끝난다던지 이런 상징적인 것을 표현한다. 종묘제례악은 개념이 굉장히 중요한 음악이다. 퍼포먼스와 음악이 분리된 서구 음악과는 달리, 종묘제례악은 퍼포먼스와 음악이 조화롭게 섞인 하나다.

[Born By Gorgeousness] 앨범의 소재가 종묘제례악이다. 왜 종묘제례악이었나?

혜원: 전자음악을 하는 사람한테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하우스는 너무 밝아서 딥한 테크노를 더 좋아해’라고 본인의 취향을 이야기하듯이 전통음악의 한 장르를 좋아하는 것뿐이다.

[Born By Gorgeousness] 앨범 제목은 어떤 의미인지.

민희: 곡 중 “귀인-형가”를 한자를 풀이하면 ‘나는 위대함에 의해서 태어났다’, ‘닿을 수 없는 뛰어남에 의해 태어났다’라는 왕을 찬양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문장이 종묘제례악 자체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될 것 같아서 제목으로 설정했다.

전자음악 장르에서 영감을 받는 프로듀서나 뮤지션이 있는지.

민희: 처음에는 비요크(Björk)처럼 자기 음악을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잘 풀어내는 아티스트들을 레퍼런스로 많이 얘기했다. 그러나 정작 음악을 만들 때는 포티스헤드(Portishead)를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듣는 음악은 또 다르다. 나는 요새 미니멀 테크노 장르의 레나 윌리켄스(Lena Willikens)라는 디제이와 업세미(Upsammy)라는 디제이의 음악을 많이 듣고 신스팝도 많이 듣는다.

혜원: 나는 비트 기반으로 음악 만드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고 자체를 리듬으로 하기 때문에 멜로디도 리듬으로 먼저 들린다. 보노보(Bonobo)나 니콜라스 자르(Nicolas Jaar)처럼 멜로디를 쓰고 현악기도 들어가긴 하지만 리듬 기반이 강한 아티스트들을 좋아한다.

국내외 여러 아티스트들이 공연 외 파티 또한 많이 개최하는데, 해파리는 유독 그런 파티 하나 없었다.

민희: 파티도 하고 싶은데 디제잉을 해야 되서… 디제잉을 하지 않고 공연으로 파티를 하기에는 음악 자체가 무거운 감도 있고 공연으로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다. 파티를 하려면 조금 다른 음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해보고 싶긴 하다.

혜원: 해파리 공연도 하고, 내가 만든 트랙들로 음악도 틀어보고 싶은데 아직은 해파리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해파리의 공연마다 아트 디렉팅도 인상깊었다. 해파리의 비주얼의 레퍼런스들과 방향성이 궁금하다.

민희: 많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공연을 비주얼까지 함께 디렉팅한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음악하고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니니까. 음악을 만들 때에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때 주변에 작업하는 친구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아트 디렉터는 앞으로 필요할 것 같아서 예전에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줬던 친구한테 함께 일하자고 얘기하는 중이다.

협업해보고 싶은 비주얼 아티스트, 혹은 브랜드를 생각해본 적 있나?

혜원: 내가 ‘컨버스(Converse)’를 너무 좋아한다. 8월 5일 발매된 싱글 “부러울 것이 없어라” 라는 곡에도 ‘컨버스 낳는 신발장’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집에 실제로 컨버스를 낳는 듯한 신발장이 있다. 계속 컨버스를 낳아주는 신발장을 가지고 싶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최근에 들어 공연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혜원: 음원과 라이브의 차이처럼 다른 것 같다. 일렉트로닉 밴드 같은 경우에는 음원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음원은 프로듀서가 들려주고 싶은 사운드가 정제되어있고 명확한 반면, 무대로 옮겼을 때 재미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도 공연할 때 많이 고민한다. 무대와 달리 영상을 찍을 때는 음원을 만드는 것처럼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더라. 사실 영상부터 시행착오가 많고 어려웠다. 아무래도 영상매체면 소비가 빠르다 보니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지겨워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민희: 라이브 영상은 한 번 보고 나면 ‘나 쟤네 봤어’라는 식으로 되는 것 같다. 공연에 왔던 관객은 지난번 공연과 이번 공연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봤어도 그 공연을 또 보러 오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영상만 계속 생산해낼 때는 좀 허탈하기도 했다. 계속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보는 사람들도 지겹겠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영상 매체를 접할 때, 유튜브와 TV를 볼 때 구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릿속에서 그렇게까지 상세하지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준이 아이돌에 맞춰진 것 같다. 아이돌처럼 완벽한 시선처리, 완벽한 앵글, 완벽하게 가꿔진 비주얼, 완벽한 안무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훈련된 사람들이 아니고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들과 똑같은 선상에 선 느낌을 받았다. 지향점이 다른데 같은 선상에 놓이니까 원치 않는 곳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거다.

혜원: 장점은 한 가지 확실하다. 공연에 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 그래서 빨리 알려질 수 있는 것. 그리고 준비할 게 더 많다. 반면에 오프라인은 당일에 공연장에서 사운드만 잘 신경 쓰고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괜찮다. 분위기만 재밌고 에너지 넘치게 이어간다면.

혜원: 최근에 만들었던 “시작된 밤”이라는 곡은 내가 만든 사운드를 민희에게 주고 언니가 특정한 레퍼런스 없이 가사를 썼다.

민희: 전통적인 창법이나 발성을 안 쓰긴 했지만 해파리가 가고 있는 큰 방향에서 얘기하자면 전통음악을 사용하고 있으나 기존의 태도와는 한 끗 다른 지점이 있다. 종묘제례악을 숭고하고 엄숙히 여기는 관점이라기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다. 남창가곡도 마찬가지로 남자들만 불렀던 남창가곡을 우리도 해보자는 반항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금 사회가 옳다고 하는 것에 안티테제를 만들어내는, 구멍을 만드는 음악을 하고 있다. 큰 흐름에서는 앞으로도 음악적 레퍼런스로 전통음악이 들어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전통음악 언어가 쌓인 내 신체로 어떤 음악이 가능할까 계속해서 실험해보고 싶다. 단순히 껍질만 가지고 와서 샘플링하는 거 말고 음악계에 나의 철학을 가져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헤원: 이렇게 한참 이야기해도 그냥 만들자 하고 진행한다. 주고받는 방식을 택해서 작업하고 있긴 하지만 서로를 정말 믿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핵심과는 상관없는 음악을 만들어도 이 안에는 내가 담긴 거니까 그걸 믿고 각자의 신체를 믿고 가보자고 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민희: 우선 8월 5일 발매된 “부러울 것이 없어라”가 7인치 싱글 바이닐 텀블벅으로 오픈한다 하반기에는 EP를 바이닐로 만들 예정인데 이 디지털 리믹스를 동료들에게 부탁하여 리믹스 앨범과 디지털 발매를 하고, 디지털 앨범 리믹스와 원래 원곡들을 합친 바이닐 레코드를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해파리라는 그룹이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었으면 좋겠는가.

혜원: 일단은 우리를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하. 인식되는 게 먼저고, 이 음악이 취향인지 아닌지는 인식 이후의 문제인 것 같다. 어렵거나 고귀한 음악을 하고 있다고 편견을 갖지 말고, 그냥 해파리라는 팀이 있는데 음악 한번 듣고 취향인지 아닌지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민희: 종묘제례악, 남창가곡 하나도 몰라도 된다. 그냥 음악 듣고서 ‘야 이거 재밌다’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혜원: 청자들이 우리 음악을 즐겁게 들으며 놀았으면 좋겠다. 비록 우리는 어렵게 고민해서 음악을 만들지만. 전자음악 신 안에서 소수자가 듣는 음악이 된다고 하더라도 오래오래 지속적으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Haepaary 인스타그램 계정
Haepaary 공식 웹사이트
“부러울 것이 없어라” 펀딩 페이지


Editor│황선웅, 한예림
Art Direction / Photographer 한예림
Hair│신소연
Make up│박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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