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MIT

아는 것이 힘이란 흔하디 흔한 말, 이 말은 어쩌면 촉각, 미각, 후각 그 어떤 감각을 사용해서라도 사물을 보다 뚜렷하게 인식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대변하는 문장일지 모른다. 안경을 벗었을 때 흐릿함이 주는 불안처럼, 불확실의 세계는 언제나 인간을 한층 두려움에 떨게 했으니 말이다. 가령 누군가 당신을 목적지도 알려주지 않고 버스에 태운다면 등줄기로 진땀 꽤나 흘리지 않겠는가. 

허나 이 일종의 납치 행위를 실제로 행하는 팀이 있으니 바로 웨어하우스 레이브 프로젝트 팀, 퍼밋(PERMIT)이다. 버려진 미군 기지 사격장부터 폐공장, 타투 스튜디오 그리고 이제는 하다 하다 냉동창고와 한옥까지. 코로나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클럽과 여러 파티 사이에서도 유독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퍼밋의 레이브는 파격적인 베뉴 선정과 감도 높은 사운드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VISLA가 그간 비밀스러운 레이브로 많은 테크노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퍼밋의 운영진 4인과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다. 보다 신선한 레이브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면 아래 대화 전문을 통해 퍼밋에 입문해 보자.


각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준곽: 파우스트(Faust)에서 ‘준곽(Joon Kwak)’이라는 이름으로 테크노 음악을 틀고 있다.

숏핑거: 마찬가지로 몇 년 전부터 파우스트에서 ‘숏핑거(Short Finger)’라는 이름으로 디제이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내고 있다.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에서 근무 중이기도 하다.

나솔: 조명과 VJ 일을 하다 현재는 멤버들과 같이 퍼밋을 운영하고 있는 나솔(Nahsol)이다. 

두도욱: 언더그라운드 시네마 스테이크 필름(Steak Film)을 운영하고 있는 두도욱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프라이빗 레이브를 열어온 퍼밋이다. 이름에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Permit’은 무엇을 허용한다는 뜻인가. 

두도욱: 춤과 큰 음악. 생각보다 한국에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추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수요는 또 있더라. 그래서 그 사람들을 위한 레이브를 열고자 했다. 음악 신(Scene) 안에 존재하는 계급 체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파티를 지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지된 것을 금지하는 자들과
허락된 것을 허락하는 몽매한 자들의
사이에서 멈춰 있는 자들이여

노래하고 춤을 춰라
이미 그대들에게
우리가 전해주었다.

몸짓의 우상을

준곽: 우리와 활동을 같이 해온 문진식 시인이라고 있는데, 그분이 퍼밋의 메니페스토 같은 시를 적어주셨다. 시의 내용처럼 내가 생각하기에 춤은 자기를 표현하는 본능적인 방식인데 이걸 억압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시골에서 파티를 열더라도 꼭 허가를 받아야 되더라. 그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인 거지.

숏핑거: 법적으로도 좀 문제가 있었는데, 한때 업소에서 춤을 금지시키는 법안 같은 게 있지 않았나. 그에 반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퍼밋의 로고도 뭔가를 ‘허용한다’는 상징성을 주기 위해 도장을 찍은 듯한 그래픽을 사용했다.  

스테이크 필름에서 밤새 테크노를 크게 틀던 것이 퍼밋의 시초라 들었다. 처음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지. 

준곽: 처음에는 각자 활동했는데, 다들 뭔가 일을 벌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지. 

숏핑거: 영업시간 제한이 있던 당시를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집이라는 공간에 모여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스튜디오에 모여 놀지 않았나. 그런 것처럼 도욱 형의 스튜디오에서 다 같이 놀다가 조명, 포그머신 같은 걸 하나씩 넣다 보니 좀 더 재밌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된 것 같다. 

버려진 미군 기지 사격장, 국내 최대 크기 폐공장, 을지로 스테이크 필름 사무실, 논현 타투 스튜디오 그리고 이번 냉동 창고까지. 언제나 파격적인 베뉴를 선정해왔는데, 레이브를 열기 좋은 베뉴의 기준이 있나.

준곽: 일단 장소 주인이 허락해야 한다. 주변에 민가도 없어야 하고. 될 수 있으면 서울에서 벗어나는 쪽이 좋다고 생각했다. 

두도욱: 사격장이나 폐공장 같은 경우는 나솔이가 미리 가 본 적 있던 곳이다. 타투 스튜디오는 그곳 사장님이 파티를 열어달라고 하더라. 그리고 냉동 창고 같은 경우는 폐공장에서 레이브를 열었을 때 로케이션 관계자분이 우리에게 추천해 주셔서 진행하게 됐다. 딱히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우리 음악을 틀면 잘 어울릴 것 같은 공간을 고르는 편이지. 

숏핑거: 폐공장이라든지 타투 스튜디오라든지, 애초에 업장이 아닌 곳에 우리 장비를 들고 가서 노는 파티였으니 단순히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을 때 진짜 멋진 뭔가가 나올 것 같은 공간을 찾으려 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됐던 한옥 레이브는 추석이라는 시의성을 고려한 이벤트였는지.

숏핑거: 한옥도 우리가 꼽아 놓은 베뉴 리스트 중 한 곳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추석이라 더 재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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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냉동 창고 레이브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냉동 창고를 선택하고, 실제 영하까지 온도를 내리겠다고 한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두도욱: 냉동 창고에 막상 가보니 에어컨도 없고 정말 냉동 장비밖에 없더라. 딱히 누구의 아이디어라기 보다 다 같이 이야기했다. 실제 영하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는데 야외가 30도가 넘다 보니 창고 안이 10도만 돼도 충격을 받더라. 

준곽: 냉동 창고 제의가 들어왔을 때가 7월 말쯤이었는데 제일 한여름에 레이브를 열고 싶었다. 

숏핑거: 특히 도욱이 형이 원하긴 했다. 약간 “얼려버리자!” 이런 느낌?

턴테이블이나 CDJ 등은 특히 온도에 예민한 기계인데, 냉동창고 레이브 도중 애로사항은 없었나.

준곽: 메인 스테이지의 CDJ는 괜찮았는데, 습기 때문에 보급형 XDJ를 썼던 세컨드 스테이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래도 업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더라. DJ 분들도 그런 부분을 미리 알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 

숏핑거: 우리도 이 부분을 예상해서 백업 장비를 챙겼다. 습기 때문에 플레이 중간에 파워가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플레이 도중에 장비 하나가 꺼지기까지 했지. 링크도 안 되기 시작해서 USB를 양쪽에 꼽고 링크가 안 된 채로 믹스하는 순간도 있었고. 

나솔: 전기 문제. 냉동창고뿐만 아니라 폐공장 때도 전기용량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 종종 있었다. 장소가 오래된 곳이다 보니 배전함들이 낡아서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지 못했지.

두도욱: 애로사항은 있었으나 잘 넘긴 편이다. 

SNS를 통해 반팔과 패딩을 모두 챙기라는 문구를 공지했다. 실제 참여자들 복장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말 패딩을 입고 즐긴 관객도 있었는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버의 착장을 꼽아본다면?

두도욱: 공지사항을 읽지 않고 “에어컨 틀어주겠지” 하고 오신 분들이 꽤 있더라. 아니면 챙겨왔는데 “설마 필요하겠어?” 하고 차에 두거나. 그런 분들은 추운 걸 못 버티고 나갔다. 근데 그 와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통 벗고 노시는 분이 있더라. 그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숏핑거: 크롭 탑에 푸퍼 패딩 그리고 털 달린 부츠까지 챙겨 입은 여자분도 있었다. 

냉동창고 안에서는 차(Upper tea: 홍차 / Downer tea: 캐머마일)를, 야외 공간에서는 술을 판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준곽: 아무래도 냉동 창고 안이 춥기도 하고 15시간이면 꽤 길지 않나. 그 시간 동안 계속 술을 마실 수는 없을 테고, 물 말고 다른 대체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차를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술 같은 경우는 바깥 공간에서 시원하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았고. 댄스 플로어에 술을 쏟으면 청소하기도 힘드니까. 알다시피 조명, 음향장비가 굉장히 비싸다. 그렇다고 가장 핵심이 되는 사운드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 음료 두 종류를 판매하게 된 거다. 

숏핑거: 클럽에서 뻔하게 술 파는 것 말고 다른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 퍼밋 레이브를 찾는 관객분들이 스테이지에서는 음악에 몰두하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낯선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유의미한 교류를 하는 게 보기 좋더라. 

두도욱: 술을 직접 판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래는 바나나, 물, 맥주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런데 이번에 스케일이 조금 커지면서 예산을 메꾸려고 술을 판매하게 된 거지. 팔아서 남기는 게 목적은 아니다. 

웨어하우스라는 심플한 공간을 레이브의 장소로 탈바꿈하기 위한 옴니(ØMNI-)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준곽: 냉동창고부터 스테이지 사이즈가 워낙 커져서 운영적인 부분의 도움이 필요했다. 특히 냉동창고처럼 큰 공간에서는 댐핑감 있는 저음에서부터 섬세한 사운드를 필요로 하는 고음을 모두 커버하는 사운드를 잡는 게 어렵다. 그러던 중에 파우스트의 오너 ‘마커스 L(Marcus L)’의 옴니 페스티벌이 생각난 거지. 서울음향과의 커넥션부터 시크릿 라인업이었던 ‘라디오 슬레이브(Radioslave)’ 섭외까지도 옴니 측에서 도움을 줬고. 영양가 있는 협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두도욱: 냉동 창고 같은 경우는 옴니가 아니었으면 거의 못할 정도의 스케일이었다. 우리야 단순히 재미로 시작을 했지만 옴니 측에서 운영 전반에 도움을 주셨다. 

나솔: @permit_invites 계정을 만들어 처음으로 규모를 확장하게 되면서 진행한 협업이었다. 이번 협업으로 많은 공부가 됐다.

퍼밋에게 영감을 준 웨어하우스 레이브나 클럽이 있다면?

준곽: 네덜란드에서 대학을 다닐 때 친구들과 숲이나 터널 같은 곳에서 레이브를 많이 열었다.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90년대부터 이어진 ‘프리 파티 컬처(Free Party Culture)’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각자 스피커를 제작해서 스피커 벽을 만드는데, 이걸 트럭에 싣고 유럽 전역을 도는 거지. 입장료도 없다. 들판 같은 곳에서 맥주를 팔아서 기름값만 벌었다. 경찰이 오면 문 닫고 다른 데로 이동해서 또 파티를 열고.

암스테르담의 ‘언폴리시드(Unpolished)’ 페스티벌 같은 웨어하우스 레이브, 베를린의 ‘아토날(Atonal)’ 같은 오디오 비주얼 페스티벌, 공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암스테르담 ‘드 스쿨(De School)’이라는 클럽의 사운드 엔지니어 친구가 했던 레이브가 재밌더라. 도심에서 벗어난 폐병원의 지하 영안실이었는데, 작가나 음악 하는 친구들이 밤에 몰래 지하에 들어가 레이브를 하곤 했다. 점점 입소문이 나서 나중에는 이 레이브가 한번 열리면 암스테르담의 드 스쿨(De School)이나 쉘터(Shelter)가 빌 정도였다. 지금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지만.

나솔: 레이브나 클럽을 많이 다녀보진 않았다. 독일에 갔을 때 베억하인(Berghain) 정도? 퍼밋을 운영하면서 장소가 주는 쾌감에 집중하는 편이다. 

두도욱: 딱히 영감을 받은 부분은 없는데 영화 “배트맨 4: 배트맨 앤 로빈(Batman&Robin)”에서 미스터 피즈가 냉동 창고 안에서 파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번 파티에서 그걸 상상하기는 했다.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한옥 레이브 같은 경우는 박정희 대통령이 팔각정에서 레이브를 하는 상상도 했지. 

숏핑거: 베억하인이나 트레조어(Tresor) 같이 해외는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의 버려진 공간을 개조한 베뉴가 많은데 사실 한국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있어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 영화 “블레이드(Blade)”처럼 딱 봐도 테크노와 어울릴 것 같은 공간이 있지 않나. 항상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서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구현하려고 하고 있다. 

비정형적 베뉴를 거치며 각 공간에서 들려줄 수 있는 최적의 사운드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여러 굵직한 행사의 음향을 맡아온 전문 음향업체 ‘서울음향’이 함께한 이번 냉동창고의 사운드는 특히 청아하고 쾌적했다. 음향을 설계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

준곽: 서울음향 쪽에서 애초에 우리가 무슨 음악을 하고 어떤 걸 원하는지 알고 계셨다. 이번에는 야회 페스티벌에서 쓰는 장비들을 오버 스펙으로 준비해 주셨더라.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사운드 체크를 디테일하게 들어갔다. 라이브 트랙들을 하나씩 틀어보기도 하고 볼륨도 다양하게 조절해 봤다. 능력이 닿는 한 사운드는 최대한 디테일하게 잡으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 그간의 파티 영상을 공개했다. 관객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드는 퍼밋 특유의 분위기가 분명 존재하는 듯한데, 그 비결이 있다면?

준곽: 처음 프라이빗 레이브로 작게 시작했을 때는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입장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더라. 물론 힙합 클럽에서 ‘와~!’하면서 노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보다 음악을 좀 더 디테일하게 듣고 천천히 길게 끌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한번 분위기가 잡히니까 외부 사람들이 유입되더라도 그 분위기에 자연스레 동화되더라.

나솔: 테크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지 않을까. 사실 그분들 역할이 제일 크지. 

두도욱: 보통 클럽이라 하면 유흥업소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테크노는 일종의 ‘치유’라 할 수도 있다. 나와 음악 사이의 1 대 1 대면이 정말 중요하니까. 포그머신이나 어두운 조명을 사용하는 이유도 그런 거다. 옆에 있는 사람을 지우고 온전히 나 자신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다가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도 또 다른 치유의 요소다. 우리 멤버들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와도 그냥 잘 맞춰주는 것 같다. 분위기가 별로면 알아서 나가지 않을까. 

영상을 통한 아카이빙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찰나의 예술인 레이브를 소중히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카메라 렌즈를 꺼내드는 것이 파티의 바이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나. 퍼밋의 아카이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준곽: 우리와 작업해 온 사진이나 영상 작가 친구들 대부분이 레이브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모든 공간, 모든 디제이를 다 촬영할 필요 없다. 네가 와서 노는데 중간에 좋은 장면이 있으면 찍고, 너도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정도로 최소한의 디렉션만 준다.

숏핑거: 촬영하시는 분이 우리가 원하는 무드를 너무 잘 알고 계신다. 그리고 레이브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티 내지 않고 촬영해 주신다. 그냥 걸어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툭하고 찍는다든지 하는 식이다. 

레이브 도중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금지해 왔던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알려달라. 

준곽: 온전히 그 순간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좀 전에 도욱이 형이 얘기했던 것처럼 나와 사운드의 교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같이 온 친구도 같은 걸 느끼고 눈빛이나 말을 주고받는 게 정말 좋더라. 근데 여기서 핸드폰을 꺼내드는 순간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방해가 되는 거지. 예를 들어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여기 분위기 좋다” 하면서 동영상을 찍으면 좀 이상하지 않나. 

숏핑거: 똑같은 생각이다. 퍼밋 레이브를 통해서 이게 테크노를 듣는 하나의 방법인 걸 알려주고 싶다. 첫 공개 레이브였던 냉동 창고에서도 처음 오신 분들이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이 방식을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하고 싶다. 

그동안의 퍼밋 레이브는 관계자가 직접 선별하여 아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으나 이번 냉동창고 파티를 통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규모를 확장하고 대중에게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도욱: 베뉴가 크고 도심에서 멀다 보니 그렇게 됐다. 냉동 창고라는 타이틀 하나만 보고 진행했던 것 같다. 베뉴 자체가 재밌지 않았으면 시도조차 안 했을 거다. 프라이빗 레이브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규모였기 때문에 @permit_invites 계정도 새로 만들었다. @permit_private만 운영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익구조, 스폰 그리고 음악 커뮤니티 내의 계급을 떠나 ‘파티를 위한 파티’를 만드는 것이 퍼밋의 목표라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이를 구현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두도욱: 겨우겨우. 개인적으로 파티를 하는데 브랜드 로고가 크게 걸려 있으면 그것만큼 분위기 깨는 것도 없더라. 사실 요즘에는 그런 것들이 있어야 레이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기도 하다. 우리 네 명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좆되는 장소에서 약간 정신 나간 애들이 멋있는 음악을 트는 파티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퍼밋의 행보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으로 퍼밋이 나아갈 방향, 혹은 다음 레이브에 관한 힌트를 살짝 준다면.

준곽: 이 부분은 영업 비밀 정도로 남겨두고 싶다. 처음 레이브를 열었을 때는 위치도, 라인업도 모르는 채로 사람들이 버스에 탔다. 버스 담당 스태프도 출발 전까지 장소를 몰랐으니까. 그래서 불편한 점들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착했을 때 더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여러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전시나 오디오 비주얼도 시도해 보고 싶다. 이태원 클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디제이의 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지만 간혹가다 이렇게 한 번씩 이상한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는 것도 좋지 않나.

두도욱: 실제로 뉴욕 같은 외국의 큰 도시 외곽에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레이브가 열린다. 한국에서는 클럽에서 파티하는 것도 레이브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사실 보통은 폐공장처럼 클럽이 아닌 곳에서 여는 파티를 레이브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 본래의 의미를 최대한 따라가려고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꼭 퍼밋이 아니더라도 젊은 친구들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가 이런 방식의 레이브를 계속 열어가면 좋겠다. 

숏핑거: 지금 사용되고 있는 공간보다는 버려진 곳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퍼밋의 악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우리 레이브 자체가 수익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조금 덜 친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파티에 올 거면 어딘지 물어보지 말고 타” 이런 느낌인 거지. 

이런 식으로 퍼밋이 레이브를 연다고 하면 라인업이나 장소를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우리를 믿고 잘 놀 수 있는 프라이빗 레이브를 좀 더 자주 열고 싶다. 물론 냉동 창고 같은 퍼블릭 레이브도 같이 가져면서. 어찌 됐건 우리가 정말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테크노를 들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말이다. “테크노는 이런 거야”라고 가르치기 보다 직접 와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나솔: 형식이나 틀에서 벗어난 레이브를 만들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주말 밤 이태원과 홍대를 순환하는 레이브 버스라든지 NGO 단체를 만들어 ‘어디서나 자유롭게 춤을 허용하라’라는 슬로건으로 집회를 연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Permit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진영
Photographer │오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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