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확고한 사운드로 빠르게 자리를 잡은 레이블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SoundSupply_Service). 2021년 발매한 그들의 첫 번째 릴리즈이자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SCA1(Side A)] 부터, 최근 워나(Wona)의 앨범 [Happy Trippy Creepy]까지. 레이블이 추구하는 사운드가 또렷하게 윤곽을 드러내기까지 불과 1년 반 남짓,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는 삽시간에 서울 음악 신(Scene)과 전자음악 청자들에게 강렬히 인식됐다. 그런 레이블의 뒤에는 언제나 부리나케 움직이던 운영자가 있었다. 오늘은 그 숨은 주역인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운영자 최종빈, 신도훈, 최민석, 김은서와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먼저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를 이루는 멤버들은 누구인지 소개해 달라.
최종빈: 나는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총괄 디렉팅과 A&R을 맡고 있는 최종빈이다.
신도훈: 최종빈과 함께 A&R, 오프라인 행사, 잡다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신도훈이다.
최민석: 서비스와 경영, 운영과 해외 A&R을 맡은 최민석이다.
김은서: 브랜드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맡은 김은서다.
이전에 믹스맥(Mixmag)과 나눈 인터뷰도 읽고 왔다. 그 인터뷰에는 신도훈이 없던데.
신도훈: 그때 나는 공익근무 중이라 그냥 그림자처럼 참여했다. 하하.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가 릴리즈한 피지컬 음반 중 바이닐 포맷의 음반도 있었다. 그런 음반의 제작과 마케팅은 최민석이 진행하는 건가?
최민석: 한국에서 바이닐을 충분히 수급할 수 있을 때는 다른 멤버가 하지만, 해외 플렌트와 대화 등의 일 처리는 내가 맡는 편이다. 그리고 마케팅이라기보다는 해외 활동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연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연락을 열심히 돌리는 편이다. 해외에서 답장이 왔을 때, 협업할 때 등 해외 관계자들과 주로 대화하는 편이지.
신도훈: 최민석이 경영을 전공했고 또 비즈니스 영어가 가능한 친구라 그러한 업무를 맡고 있다.
최종빈, 신도훈, 최민석, 김은서 네 명의 멤버 외에 레이블을 돕는 주변 친구들도 있나?
신도훈: 우리가 레이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음악 프로듀서 혹은 디자이너였던 각자의 스토리가 있어서 우리가 무슨 활동을 하든지 항상 함께 엮이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편. 급하게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거나 좀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을 외부의 친구들에게 먼저 제안해보고 있다. 약간 협동조합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첫 번째 컴필레이션에 디자이너 홍정희가 도와주었다. 또 엔지니어링의 경우는 아티스트를 통해서 해외 엔지니어와 닿거나, 아티스트가 직접 비디오 그래퍼와 작가들을 데려오는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우리의 앨범에 참여하는 중이다. 결과적으로는 크레딧에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앨범을 만들었다고 보면 되겠다.
레이블의 이름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는 어떤 의미인가? 직관적으로는 좋은 음악을 계속 보급하는 레이블로 인식되었다.
김은서: 직관적으로 좋은 음악을 공급하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는 음원 발매나 피지컬 발매가 될 수도 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오프라인 행사와 해외 활동 등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포함하여 우리는 서비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의 로고 S의 앞에 언더바도 좋은 음악을 공급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로고는 김은서가 디자인한 것인가?
김은서: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라는 이름은 내가 합류하기 전에 이미 이름이 정해져 있었고 그 이름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색인지에 관해서 논의하고 어떤 이미지와 목표를 가져갈 것인지 이야기해서 멤버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색은 어떤 색인가?
김은서: 회색을 많이 쓰고 있다. 그게 좀 중립적인 색이라고 생각해서.
2021년 설립, 이후 레이블의 컴필레이션과 이후 스코치드 어스(Scorched Evrth), 김도언, 이수호 등 서울 로컬 프로듀서들의 음악을 발매하는 레이블로 활동했다.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가 발매하는 음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신도훈: 그들을 묶을 수 있는 명료한 단어가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왜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에서 음악을 내려고 하는가”에 관하여 아티스트에게 먼저 물어보기도 하는데, 가장 많았던 답변은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들고 믿음이 간다고 하더라.
최종빈: 내가 생각할 때는 프로듀서들이 만드는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들도 프로듀서기도 하고.
최민석: 몇 년 전에 레이블을 처음 구상할 때 최종빈이 나에게 이야기했던 것이 떠오른다. 좋은 음악이란 들을 이유가 있고 납득이 되는 음악이라고, 그런 음악이 나오는 레이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본인은 기억을 못 한다 하하.
과거 보도자료에 ‘가능성을 가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기도 한다고 직접 말했다.
최종빈: 아직은 규모가 작은 레이블이라 발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주변에 있는 프로듀서들로부터 데모를 받아놓고 먼저 프로듀서들에게 다가가는 편이긴 하다. 또 프로듀서를 통해서 다른 추천할 아티스트가 있냐고 묻기도 하고.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다른 아티스트들과 링크되는 것이 우리 나름의 발굴이 아닐까. 사운드클라우드나 다른 플랫폼을 듣기도 하지만, 거기서 찾는 것은 어려웠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아티스트를 찾기가 왜 어려운가?
최종빈: 그냥 사운드클라우드 자체가 지금은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플랫폼인 것 같다. 프로듀서들이 사운드클라우드를 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신도훈: 맞다. 요새는 채널도 너무 파편화 돼서 플랫폼을 통한 발굴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레이블은 요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셀프 릴리즈가 용이한 시대에 레이블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의견이 궁금하다.
신도훈: 어떤 예술이건 산업 활동이건 크게 발전하는 형태의 모든 것은 학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레이블도 일종의 한 기조를 공유하는 아카데미와 같은 것이지. 프로듀서, 아티스트의 사상과 개인의 철학 등이 어쨌든 음악이라는 예술이라는 형태로 표현될 것인데, 그 예술들이 모이면 레이블은 테두리를 만들어주고 모인 예술가들이 좀 더 많은 창작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게끔 돕는 것이 레이블의 역할이 아닐까.
최민석: 산업과 소비의 측면에서 소비가 가져다주는 어떤 효용이나 기술적 이득이 큰 것보다,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과 소비자의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섞일 수 있다고 인식하는 데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요즘의 레이블이라는 것도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고 경험과 소비자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는 큰 브랜드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다.
레이블은 앨범을 어떻게 준비하고, 또 최종적으로 발매되기까지 아티스트와 어떻게 협력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한데.
최종빈: 일단은 아티스트에게서 데모를 받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은지를 이야기한다. 종종 특정한 목표와 앨범 프로모션과 관련된 특정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프로듀서들도 있는데, 그들과 어떻게 함께 그 목표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런 식으로 초기부터 완성까지 함께 달려가니 자신의 앨범에 애착을 많이 갖는 것 같더라.
신도훈: 어떻게 보면 회사보다는 크리에이티브 팀의 느낌도 있다. 음반에 집중할 때도 있지만, 멤버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좀 더 기분을 환기하기 위해 놀러 가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술을 마시니까 다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레이블은 데모를 듣고 뮤지션에게 피드백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는가?
최종빈: 음악적인 부분은 거의 터치하지 않는 편이다. 아티스트를 돕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는 본인이 만든 음악이니 본인이 가장 좋아해야하지 않을까 싶고, 그래야 결과물도 납득이 갈 것 같아서.
레이블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인터넷이 그 시초라고 얼핏 들었다.
최민석: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고 또 창업을 생각하며 경영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갔다. 근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친했던 최종빈이 내 옆 동네로 이사를 온 거다. 그렇게 인연이 돼버리니까, 허구헌날 불러서 같이 놀며 엄청 친해졌지. 최종빈도 레이블을 하고 싶어 해서 함께 시작하게 됐다.
신도훈: 난 최종빈과는 거의 10년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고 지냈다. 중간에 한 5년 정도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최종빈에게 레이블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고 그때부터 함께하게 된 경우다.
당시 어떤 음악을 했나?
최종빈: 힙합. 힙합 커뮤니티가 가장 크다.
신도훈: 나도 힙합을 만들고 힙합을 사랑했지. 아직도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넷 커뮤니티에서 뿌리내려진 음악이 장르적으로 발전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가 생각하는 요즘의 한국 인터넷 음악 문화의 현주소는?
최종빈: 사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만났다 뿐이지, 인터넷 음악과는 딱히 상관이 없는 것 같아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신도훈: 그때는 학교에서 힙합 음악을 듣는다거나 자신이 프로듀서, 음악가로 활동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한두 명 정도 있을까 말까 한 때라서 그런 인터넷 커뮤니티가 필요했다. 어디서 음악 이야기를 하기도 되게 어려웠던 때 같고. 그래서 인터넷 음악이 우리에게 엄청 주요했던 포인트는 아니었다.
최종빈: 유튜브 쇼츠나 틱톡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다. 옛날에는 이만큼 빠르고 쉽게 지나가는 콘텐츠가 많진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 많아진 것 같아서. 또 힙합 커뮤니티도 예전만큼 음악을 많이 안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과거의 커뮤니티에서 함께 음악에 관해 논의하던 그림이 가장 건강한 그림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런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신도훈: 오히려 반대로 다각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음악을 발매하는 방식은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예전과 똑같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에 관한 마케팅적 요소가 독특하다. 특히 어린 청소년이 쇼츠나 틱톡을 활용해서 밈(meme)화 하는 방식은 신선하다. 사실 마케팅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 친구들은 자기 자신의 몸에 밴 대로 행동하는 것일 텐데, 그런 행동들이 신선하다.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음악이 빠르게 소비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신도훈: 좀 더 창작자에게 중점을 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 과거의 새로운 음악이 계속 발굴되는 시대다.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발굴되는 시대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내년이 됐건 10년 후가 됐건, 우리가 예전의 클래식을 대하는 방식과 똑같이 우리의 음악도 언젠가는 다시 발굴되고 소비되었으면 한다.
최종빈: 앨범 단위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아지면 소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고 느낀다. 만약 계속 싱글만 나오고 싱글에 대한 뮤직비디오가 나오게 되면 빠르게 소비되는 것을 체감한다.
신도훈: 또 아이돌 음악이 하나의 콘셉트를 잡고 한 분기 길게는 한 해를 보내는 것처럼 아티스트의 음악도 아이돌의 음악처럼 콘셉트와 내러티브를 담은 콘텐츠가 많으면 다각적으로 좋지 않을까 싶다,
최민석: 빠르게 소비되지 않고 음악 중심적인 가치를 느끼는 팬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직접 형성하든지, 혹은 해외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으니 그런 쪽으로 적극적으로 찾아보던가. 그래야 진정한 레이블로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레이블 초기 VISLA에 보낸 보도자료에는 ‘좋은 음악 시리즈’를 목표로 활동한다고 명시했다. 레이블에게 좋은 음악의 기준은?
신도훈: 사실 우리도 아직 좋은 음악이 뭔지는 모르겠다.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포부 하나로 음악을 시작하는 친구들은 너무 많고 우리도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음악가로 활동하고 레이블을 통해 음악을 발매하려면 결국 회사와 레이블의 의견이 덧입혀지는 것 같더라. 오피셜한 음악을 좀 더 작품으로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무엇일까라고 고민했을 때 우리가 직접 레이블을 만드는 일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좋은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자 했다.
최종빈: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앨범 안에서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분명 담겨있는 음악. 사운드, 노래 가사 등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분명하게 담겨서 청자들이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악이 죽지 않고, 생명력을 가져 계속 살아있는 듯한 앨범을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생명력을 가진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최종빈: 스토리, 사운드 등의 앨범에 녹아있는 다양한 요소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입을 타고 전해지는 음악이 생명력을 가진 음악이 아닐까.
디지털 발매와 실제 웹사이트 확장, 뿐만아니라 피지컬 발매까지 다양한 형태의 포맷으로 음악을 릴리즈하고 있다. 이에 레이블은 어떤 고민과 논의를 거쳐 발매하고 있는지.
최민석: 앞서 이야기했듯 아티스트와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협의하며 가장 이상적인 포맷이 있다면 그 형태로 발매가 결정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오딘(oddeen)의 경우는 앨범명이 웹페이지 주소 같아서 웹페이지로 함께 나온 것이었다. 이렇듯 가격이나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아티스트의 작품이 세상에 나올 때 어떤 형태가 가장 이상적일까를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레이블로서는 수익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신도훈: 사실 우리가 발매한 음반 대부분 수익을 얻겠다는 목표로 발매한 것은 아니었다. 완성도에 조금 더 중점을 두어서 수익적인 것들은 우선순위에서 한 단계씩 내려가 있긴 하다.
최민석: 경영적인 부분에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최종빈이 좋은 음악 발매에 매진했고 나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지만, 계속 수익도 욕심을 내야 한다. 왜냐면 그래야 레이블이 지속될 수 있으니까. 현금 흐름이 없는 회사는 회계상의 회사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수익은 레이블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레이블이 주목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김은서: 개인적으로는 스코치드 어스의 [JA WA]를 좋아한다. 우리가 발매한 모든 앨범에 애착이 있지만 [JA WA]는 레이블의 초창기에 나온 앨범이기도 하고, 또 우리에게도 매우 의미가 깊은 앨범이라서.
최민석: [JA WA]는 우리가 앨범 단위로 작업을 시작할 첫 기회였다. 특히 앨범 중에 “하이킹”이라는 트랙이 있는데, 그게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트랙이라는 생각을 해서 우리의 테마 송으로 생각하고도 있다.
은서: 또 신인 프로듀서고 다음에 발매될 앨범이 기대되고 궁금한 아티스트다.
신도훈: 다만 우리는 누구 한 명을 집중 조명하고 그런 타입은 아니다. 최대한 모든 앨범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고.
레이블을 운영하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인디펜던트 레이블로서 고충을 느낀 적이 있나?
김은서: 인원이 네 명이니까 앨범 기획과 오프라인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는 필연적으로 사람이 더 필요한 상황이고. 또 앨범이 나오면 판매와 배송 CS를 모두 다 우리가 커버해야 하니까 인원이 적은 것이 어려운 점 중 하나다. 그러나 아까 앞서 말했듯 외부에서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 덕분에 우리가 유지될 수 있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지.
신도훈: 독립 레이블이기에 더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대신에 그 음악을 더 멀리 도달하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고민한다. 어떻게 우리의 앨범을 던져야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또 그걸 실현해 내는 방식까지 결국 다 큰 고충이다.
최종빈: 나도 결국 도달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많은 사람들한테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데 어렵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 즐기지 않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우리의 앨범을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결국 사람들이 듣지 않는다면 그 마침표가 찍히지 않으니까. 그런 생각이 나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김은서: 사실 우리가 인디펜던트 레이블이지만, ‘인디’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 왜냐면 사람들은 인디펜던트 레이블을 인식하는 순간 조금 평가 절하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함께한 프로듀서 모두가 음악을 잘 만드는 프로듀서지만, 좀 더 잘하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최민석: 음악의 존재 이유가 음악 외적인 부분에 기대지 않는, 음악만으로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되었으면 한다.
최종빈: 우리의 앨범이 하나가 나왔을 때, 레이블에 흥미가 생겨 우리의 다른 앨범들도 듣고 싶어지는, 그런 레이블이 되고 싶다.
레이블이 발매하는 앨범 커버아트의 이미지가 초현실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이는 음악적으로도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는데.
최종빈: 우리 레이블에 모여주는 아티스트가 보여주고 싶은 색깔이나 느낌이 다 비슷해서 그게 이유가 되지 않을까.
대체로 아티스트는 어떤 이미지를 선호하는가.
신도훈: 예를 들어서 에이펙스 트윈이 아티스트적인 이미지와 음악이 일치하는 것처럼 아티스트들도 그런 멋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최민석: 불쾌한 골짜기의 느낌.
김은서: 나는 색깔도 그렇고 예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파괴적인 비주얼에서 오는 아름다움도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오딘의 [odnstock.com]의 커버아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이건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나?
김은서: 스톡 이미지가 콘셉트였다. 스톡이 음악일 수도 있고 이미지일 수도 있고. 오딘 왈, 우리는 남이 만들어놓은 것들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받고 산다고. 음악 앨범 또한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능력에서 다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크레딧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커버아트의 가면도 [odnstock.com]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착용하여 최종적으로 탄생한 이미지다.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서비스 경험은 온, 오프라인을 아우른다고 말했다. 예정된 오프라인 행사가 있는지.
신도훈: 아직 구체적으로 잡힌 것은 없지만 내년 2월, 3월 중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예정이다. 앨범과 관련된 프로모션 행사로 레이블이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것을 기획 중이다.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가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음악 신은 어떤 형태일까?
최민석: 신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전반적으로 논의하고 다룰 수 있는 규모의 커뮤니티 혹은 장이 존재하는 형태. 시장의 참여자들이 점으로 흩어져 존재하며 개인적으로 소비하기 보다는, 큰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개인이 음악 신의 방향성과 평가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부딪히며 만들어 갈 수 있는 장. 그 안에서 느슨한 합의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에 충돌해가면서 독자적인 하나의 ‘신’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곳. 따라서 커뮤니티로서의 생명력이 다른 시장 참여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본다.
신도훈: 서울의 물리적인 크기 안에서 구마다 적어도 1개의 인디 레이블이 존재한다거나, 넓게는 국내에 우리 같은 레이블이 3, 40개가 존재한다거나, 해마다 10개 이상의 레이블들이 모여서 하는 행사가 존재한다거나. 새로운 음악을 듣기 위해서 클럽과 라디오를 주목한다던가거나, 가계부를 작성할 때 음반 구매비용을 10만원 씩 미리 설정한다거나, 바이럴 광고 음악에 국내 아티스트의 곡이 사용된다거나, 케이팝 아이돌과 장르 음악의 협업이 당연하다거나, 뭐 그런 거.
최종빈: 음악산업 안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 더 여러 곳에서 나오는 음악에 관심을 두고 즐겨준다면 정말 이상적인 내가 바라는 음악 신의 형태 아닐까 싶다. 이 지점에 대해 항상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고 있다.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은, 정말 좋은 앨범이 시장에서 나오게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가 지향하는 자세와 레이블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최민석: 음악 시장 안에서 플레이어로서 레이블 자체가 오랫동안 활동하고 우리가 의도했던 좋은 음악을 계속해서 시장에 제공하는 역할을 유지하고 싶다.
김은서: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레이블. 아까 최종빈이 말했듯 우리 레이블의 이름만 보고도 들어보는 팬들이 생기면 좋겠다. 또 개인적으로는 작업하는 모든 아티스트가 고민이 있을 때 편하게 와서 같이 커피를 마시고 의견을 나누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레이블이 됐으면 좋겠다.
최종빈: 프로듀서들의 시대 정신 같은 레이블이 됐으면 한다.
신도훈: 나는 플레이어와 최전선에서 함께 뛰는 레이블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아티스트가 앞으로 가는 만큼 우리도 뒤에서 밀어주고 우리가 앞에서 더 끌어주기도 하면서.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때 서로 아쉬워하며 실행하지 못 하는 것보다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면서 아티스트와 신뢰를 쌓는 레이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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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황선웅
Art Direction / Photographer │한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