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음악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수없이 언급되는 지리적인 장소가 있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욕 등 음악사에서 특정 지역이 수식되었다는 건 해당 지역에서 ‘동시대적인’ 무브먼트가 흐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욕의 댄스 음악 신이 각각 ‘The Warehouse’, ‘Music Institute’, ‘Paradise Garage’ 등에서 형성된 클럽 커뮤니티와 상생하며 성장했듯 말이다.
‘월즈 앤 팔즈(Walls And Pals)’는 디제잉과 프로듀싱을 겸하는 제시 유(Jesse You)와 모과(Mogwaa)의 진두지휘 아래 운영되는 서울의 댄스 음악 레코드레이블이다. ‘동시대’를 가치로, 또 그들 주변의 클럽 커뮤니티 인물들을 조명하며 애시드워크(ACIDWORK)의 EP [Pure Elements…]와 [Pals FM]이라는 타이틀의 두 장의 컴필레이션까지 파죽지세의 행보를 보였다. 컴필레이션 발매, 그리고 홍대의 클럽 모데시(MODECi)에서 개최된 파티에는 베네덱(Benedek), 미스터 호(MR.HO) 등 세계 각지의 디제이, 프로듀서가 참여하여 서울의 밤을 빛내기도 했다.
서울과 전 세계 댄스 음악 신의 교두보로, 또 클럽 커뮤니티로 역할이 곧 레이블 존재의 의미이자 비전이라는 그들. 서두에서 언급한 머나먼 타국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클럽 커뮤니티를 성장시켜 서울과 아시아의 댄스 음악 신의 성장 역시 도모한다. 때문에 우리는 월즈 앤 팔즈를 앞으로 주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훗날 ‘서울’이라는 지리적 고유명사가 붙는 댄스 음악이 탄생할 때, 누군가는 월즈 앤 팔즈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를 일.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제시 유: 아직 앨범은 없지만 프로듀서로 곡을 만들고 모과와 레이블 월즈 앤 팔즈를 운영하고 디제잉도 하는 제시 유다.
모과: 프로듀서 겸 디제이로 활동하고 제시 유와 월즈 앤 팔즈를 함께 운영 중인 모과다.
레이블 월즈 앤 팔즈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두 설립자가 처음 만난 지점부터 레이블이 세워지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다.
제시 유: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정확히 잘 기억 안 난다. 내가 한창 가요 레코드를 수집하던 당시에 클리크 레코드(Clique Records)에서 스트리밍하는 행사에서 모과를 한 번 본 적 있는데, 그때 모과가 좋은 음악을 트는 디제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후에 모과가 일하던 레코드 바 ‘곱창전골’에도 방문해서 디제잉을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진득하게 앉아서 처음 이야기해본 것은 콘트라(CONTRA)에 홍콩의 미스터 호와 LA의 알렉스 호(Alex Ho)가 음악 틀러 왔을 때다. 그때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고, 이후에도 클리크에서 자주 만났지. 근데 급격히 가까워진 것은 내가 프로듀싱을 시작하게 되면서다.
모과: 제시 유가 본격적으로 악기를 사면서부터 자주 만나게 되었다. 애시드워크와 ‘Club 16 Levels’라는 MPC 1000 모임을 만들어서 놀기도 하고. 그렇게 음악 얘기도 나누고 음악을 좀 만들어보라는 잔소리도 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너무 잔소리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시 유에게 가볍게 레이블을 한 번 해보겠냐고 제안했고 그게 계기가 된 것 같다.
제시 유: MPC 1000 모임이 레이블 시작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모과와 애시드워크는 원래 친했고 나는 그 모임을 계기로 모과와 애시드워크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었지. 그러다가 모과가 한 번 레이블 이야기를 건넸던 것 같다.
레이블 명 월즈 앤 팔즈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패트와 매트” 같은 듀오의 이미지를 풍기는 이름 같다.
모과: 사실 아무 뜻이 없다. 어떤 이미지를 그려 넣고 싶지 않았다. 이름 정하는 게 어려워서.
제시 유: 아무 의미 없게 하자는 목표까진 아니더라도 그런 이미지가 비쳤으면 했기에, 어떤 장르를 연상시킬 수 있거나, 혹은 어떤 시대를 연상시킬 수 있을 단어들은 모두 빼고 생각했다. 장르나 시대를 연상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우리의 취향 또한 쌓이고 변하듯 동시대적인 재밌는 것을 해보자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라서. 특정 장르에 꽂혀있는 사람도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Pals’라는 단어에 친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오히려 그런 방향성이 우리에게 맞지 않나 싶었다.
또 각각의 활동명 ‘제시 유’와 ‘모과’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계기에 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한데.
제시 유: 나도 궁금하다. 모과라는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들어본 적이 없거든.
모과: 많이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난 이름이나 제목 짓기를 너무 어려워하는 편인데 예전에 한 번 디제이 이름을 적어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름이 없어 고민하다가 우연히 모과차라는 메뉴를 보고 이걸 영어로 적으면 귀엽겠다 싶어서 사용했다가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제시 유: 나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 음악 방송 같은 것을 했다. 그때 제시 파웰(Jesse Powell)이라는 R&B 가수가 막 3집을 공개하던 당시였고, 나는 제시 파웰의 팬 중 한 명으로 제시라는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 나중에 디제잉을 해야 하는데 어떤 이름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제시 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마침 내 이름도 지성이니까 JS로 얼추 맞기도 하고.
레이블의 블럭 로고와 센터 라벨, 이벤트 플라이어의 벽돌 벽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연출 중이다. 로고 디자인은 루카 로자노(Luca Lozano)가, 바이닐과 이벤트 플라이어 아트워크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iional)의 디렉터 임솔이 담당한 것으로 아는데 그들에게 디자인에 관한 어떤 디렉션을 주었나? 또한 이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모과: 루카 로자노의 로고의 경우는 사람들이 로고를 접할 때 최대한 글씨가 드러나게, 또 어떠한 시대상이나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게끔 요청했다. 그 외에는 크게 디렉션을 주지는 않았는데 깔끔하게 나와서 만족했다.
제시 유: 우리 둘 모두 요란한 걸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그래서 폰트 위주로 자연스러운 로고와 디자인이 나오게 됐다. 임솔 역시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라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잘 드러낼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임솔과 그의 브랜드 인터내셔널이 지닌 색감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잘 알고 있으면서 색도 잘 정해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다.
레이블의 운영자로 월즈 앤 팔즈 릴리즈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모과: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다루는 것이 포인트다. 무작정 아는 사람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우리 주변에 있는 프로듀서 중에서 음악을 잘하는 이들을 다루려고 한다. 우리의 레이블이 그들을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지난 컴필레이션에는 미스터 호 같은 유명한 레이블을 운영하는 이들도 함께했지만, 그중에는 우리 주변의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도 있다.
제시 유: 우리가 좋아하는 동시대적인 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이들이 레이블에 모이고, 또 우리가 개최하는 파티 역시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레이블 없이 각종 플랫폼을 통해 셀프 릴리즈가 가능한 요즘 시대에 월즈 앤 팔즈는 어떤 비전을 갖고 릴리즈를 진행하나.
제시 유: 아무리 셀프 릴리즈의 시대라고 해도 댄스 음악은 필연적으로 커뮤니티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클럽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있고, 디제이, 프로듀서들도 각개전투를 한다기보다는 클럽과 레코드 가게 등 커뮤니티를 필두로 모인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유명해지기도 하고, 혹은 레이블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커뮤니티의 역할이 현재 우리 레이블의 의미와 비전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월즈 앤 팔즈의 첫 번째 발매는 애시드워크의 [Pure Elements…]였다. 레이블의 시작을 애시드워크와 함께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시 유: MPC 1000 모임에서 모과가 애시드워크의 음악을 발매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레이블 이야기와 동시에 애시드워크의 앨범을 발매하기로 이야기를 진행했지. 모임 이전에 애시드워크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 있었고, 그의 음악을 들었다. 애시드워크가 작업한 음악이 빠르게 발매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계기는 없는 것 같았고, 또한 애시드워크가 그리 사교적인 타입도 아니었다. 우리도 딱히 사교적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셋이 함께하면 조금 더 힘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의 레이블에 이르게 됐지. “레이블을 만들어 보자! 그런데 뭘 내지?”가 아니라 애시드워크라는 좋은 프로듀서가 있기 때문에 레이블이 생겨날 수 있었던 거다.
애시드워크는 레이블이 출발할 수 있던 계기인 것 같은데, 그런 그가 레이블의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나?
제시 유: 내가 볼 때 애시드워크는 아티스트에 가깝다. 따라서 누군가의 멱살 캐리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 하하. 또 애초에 레이블 이야기는 모과와 내가 진행한 이야기였다.
레이블은 파죽지세로 2022년 하반기 동안 두 장의 컴필레이션 EP [Pals FM: Floor Materials Vol. 1], [Pals FM: Floor Materials Vol. 2]을 발매했다. 두 장 모두 댄스 음악에 큰 애정을 담았고 도구가 아닌 재료로써 댄스 플로어에 기여하고자 한 EP라고 밝혔다. 디제이에게 ‘재료’가 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오프닝이건 피크타임이건 상관없이 범용성이 좋은 음악이라고 느껴졌다.
제시 유: 일단 컴필레이션의 제목은 모과가 지었다. 어감이 너무 좋았는데, 내가 좋아한 포인트는 역시 ‘재료’라는 의미에서다. 도구라는 건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나? 물론 다르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반면에 재료는 쓰임새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 것처럼 우리의 컴필레이션에 담긴 음악도 그러했으면 했다. 특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언제 쓸지 모르기에 항상 갖고 다니게 되는 레코드. 약간의 커브 볼적인 습성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재료로서의 쓰임새도 있어야 하는 그런 음악. 좀 다른 얘기지만,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 공간, AFM lab에서 우리가 발매한 음반 세장의 마스터링이 모두 진행됐다. 월즈 앤 팔즈에게 뜻깊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모과: 참여한 아티스트 모두가 같은 바운더리 안에 있으면서도 생각은 제각각이다. 하나의 앨범이나 통일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참여한 프로듀서의 트랙이 조금 더 굵직한 선을 보이는 앨범을 원했다.
앞서 언급된 애시드워크, 그리고 지난 컴필레이션에서 아시아 로컬의 프로듀서가 컴필레이션, 릴리즈 파티에서 함께했다. 레이블의 디제이, 프로듀서 로스터가 있나?
모과: 로스터라기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중이다.
취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모과: 특정한 악기나, 장르적인 취향이라기보다는, 교집합이 많은 프로듀서라고 설명하고 싶다. 음악 이야기를 해보면 큰 무리 없이 대화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오사카의 구치(GUCHI), 방콕의 DOTT, 홍콩의 미스터 호 등 다양한 아시아 로컬의 프로듀서가 함께했는데, 이들 역시 두 설립자가 직접 만나서 음악 이야기를 나눈 배경에서 함께하게 된 것 같더라. 실제로는 어떠한가.
모과: 구치의 경우는 내가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는데, 인스타그램 DM을 통해서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까 같이 무언가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친구였다.
제시 유: 나는 구치를 작년 오사카에서 처음 만난 적이 있었다. 너무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느낌이었다. 아무리 오래 알아도 어색할 때가 있지 않나? 반면에 구치와의 하루는 너무 편안했다. 같이 밥도 먹고 악기도 만지고.
두 설립자 모두 아시아 각지에서 디제잉과 라이브셋 등의 긱을 펼쳐오기도 했는데, 요즘의 아시아 음악 신의 성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과: 내가 느낄 때는 긍정적이다. 프로듀서들도 많이 생기고. 나름의 신도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작년 베트남 하노이의 클럽 새비지(Savage)에 갔을 때도 놀란 게 그 클럽의 팔로워가 엄청 많았다는 것. 그리고 태국 같은 경우에는 비슷한 결의 음악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컴필레이션을 발매하고 있고. 내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악 신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제시 유: 아시아의 생태계가 온전하게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이전부터 다들 상당히 연결되어 있던 편이었고. 유럽에 생겼던 에코 시스템이 아시아 각지의 신에서 이뤄져 다양한 클럽과 레이블이 서로 좋은 아티스트를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현상을 좋게 바라본다. Likdo 같은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문으로 다룰 매체도 생기고. 우리는 어쨌든 물리적으로 아시아에 살고 있지 않나. 시차만 놓고 생각해도 아시아 사람과 소통하기가 훨씬 수월하기도 하다.
또한 두 사람은 디제이로 소개할 만큼 수많은 레코드를 수집하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수집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알려줄 수 있나?
모과: 처음은 고등학생 당시 리빙사 창고에 가서 LP를 산 게 처음이었다. 그때 샀던 게 바니 케셀(Barney Kessel)의 [Bossa Nova]라는 앨범으로 기억한다.
제시 유: 고등학생 때부터 CD를 모았다. 그러다가 사촌 형과 한 번 회현 지하상가에 미스티라는 가게를 갔다. LP 레코드가 엄청나게 많아서 흥미로웠고 신기함에 그 후로도 자주 방문했다. 그러다가 바닥을 구르는 유재하의 첫 앨범 LP를 발견하고 가격을 물었는데, 그냥 가져가라고 하더라. 그게 내 첫 번째 레코드다. 그 직후부터 LP를 적극적으로 구매하진 않았다. 그냥 보이면 한두 장씩 갖고 있다가, 직장이 생기고 돈이 생기면서 적극적으로 레코드를 수집했다. 회사에 이미 레코드를 너무 많이 갖고 있던 영몬드(Youngmond)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사실 사람을 잘 만났지. 사촌 형 그리고 영몬드라는 신기한 사람을 만나게 돼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두 사람의 음악적 뿌리는 처음으로 수집한 레코드와 동일한가?.
모과: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항상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제시 유: 나도 마찬가지다. 굳이 음악적 뿌리를 짚으라면 힙합, R&B긴 한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긴 하다. 힙합, R&B를 듣다가 가요와 재즈-퓨전에도 관심을 가졌고, 힙합을 들으니까 소울, 훵크가 궁금해졌다. 이후에 디스코와 하우스, 테크노를 듣게 되는 과정이 있었다. 지나고 보면 결국은 모두 연결돼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제시 유는 에디터이자 또한 디제이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허니배저 레코드(Honey Badger Records)의 컴필레이션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트랙을 공개하는 중인데, 자신만의 사운드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시 유: 몇몇 컴필레이션에 오리지널 트랙이 공개된 시점은 얼마 안 됐지만,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했다. 몇 년 동안 작업실에서 매뉴얼을 읽고, 신시사이저 이론이나 기본적인 화성학 등 필요한 내용들을 공부했다. 고담(Go Dam)한테도 많이 배웠고. 완전히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하지 못하는 편이라 시간을 잡아먹긴 했는데, 이게 꼭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방면으로도 도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했다. 사실 명확한 내 사운드라고 말할 정도의 일관성은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게 많다 보니, 만든 노래에 통일성이 다소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소리들이 있긴 한 것 같다. 사인파 베이스 같은 묵직한 소리나, 새추레이션이 강하게 걸린 하이햇처럼 거친 질감, 트랜시한 패드 같은.
과거 VISLA가 진행한 모과의 인터뷰에서 디제잉 욕구에 관한 모과의 답변이 흥미롭다. “분명 재밌지만, 부업처럼 되어버린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반면 지금은 모과의 디제이 셋은 클럽과 바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다. 당시의 생각은 지금도 여전한가?
모과: 아직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내 에너지가 어느 정도까지 디제잉을 허용할 수 있을지… 한동안은 디제잉을 쉰 적도 있다. 지금도 한창 디제잉을 하고 있지만, 또 때가 되면 쉴 수도 있다.
제시 유: 모과의 디제잉은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야 한다.
레이블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제시 유: 자연스럽게 분담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서 어려운 점이 딱히 없다.
모과: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이 없다. 다만 파티에 오래 있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점? 이건 농담이다.
모과가 발매한 음악 중 상당수가 발레아릭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 제시 유는 VISLA 디거의 노래 시리즈에서 레이블 ‘이피시언트 스페이스(Efficient Space)’를 소개하며 발레아릭에 관해 언급했다 반면에 월즈 앤 팔즈가 추구하는 음악적인 궤는 댄스 음악에서 오는 에너지인 듯한데, 추후 발레아릭의 결을 가진 음악 역시 발매될 수도 있는가?
제시 유: 내가 상당히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옛날에 그런 음악을 틀었다가 왜 지금은 안 트세요?”라는 질문. 나는 발레아릭이 가장 재밌을 때 그걸 동시대적으로 함께 다뤘을 뿐이다. 또 발레아릭이 한창 뜨거울 때 동시대적으로 움직이던 사람들이 지금 뭘 만들고 있는지를 보면 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우리는 동시대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보자고 해서 시작된 레이블이다. 그 축적된 시간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발레아릭이 있을 수는 있다.
모과: 사실 내 음악이 발레아릭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내가 가진 미감이 거기와 맞닿았을 뿐이지 딱히 발레아릭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든 적은 없다. 따라서 향후 내 음악의 형식 역시 반드시 발레아릭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음악을 제작하려고 한다. 빠른 음악이든 느린 음악이든 우리와 맞는 문장의 음악이면 뭐든 상관없다.
레이블을 통해 두 사람의 앨범은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 추후에 솔로 앨범이 계획되어 있나?
모과: 우선은 제시 유의 앨범을 먼저 내자고 이야기 중이고 그 후에는 내 앨범도 발매하려고 간단하게 계획하고 있다.
Editor │황선웅
Photographer │유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