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출신의 디제이, 포 컬러 잭(Four Color Zack)은 유년 시절과 청년기를 다양한 문화와 함께 보냈다. 그는 각 문화, 음악의 다양한 색깔을 그대로 턴테이블에 옮겨, 자신만의 믹스셋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2년 레드불 쓰리스타일(Redbull Thre3Style)의 우승컵을 거머쥐며 이제는 그가 동경한 전설적인 디제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그는 아직도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어린아이 같다. 2년 만에 개최되는 쓰리스타일 한국 예선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포 컬러 잭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포 컬러 잭이고, 시애틀 워싱턴 출신의 디제이다. 2012년 Redbull Thre3Style에서 우승했다. 오늘은 Thre3Style 예선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어떻게 DJ를 시작하게 됐는가?
어렸을 때, 딱히 할 것이 없는 작은 시골에서 자랐다. 그래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심심함을 달랬는데, 언젠가 밴드에 함께 속해있던 래퍼들을 위한 음악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 그래서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차츰 디제이로 넘어오게 되었다.
당시 기타를 연습하던 것이 현재 디제잉에 도움이 되었나?
물론. 하지만 기타를 잡던 시절에도 나는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아니었고, 지금도 역시 최고의 디제이가 아니다. 따라서 그때의 경험을 가지고 조금 더 내 색깔을 확고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떤 아티스트에게서 영감을 받으며 자랐나?
농담 아니고 세풀투라(Sepultura)와 메가데스(Megadeth)를 정말 좋아했었다. 뉴욕 힙합과 그라피티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그 둘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당시 많은 사람이 그랬듯, 나도 Das EFX나 KRS One을 들으면서 자랐다. 우리는 학교나 카페테리아에서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고 랩을 따라 하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ISP, DJ Shadow, A-Trak, Craze의 영향도 컸고 부모님이 듣던 80년대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종합적으로 다양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Four Color Zack이란 이름의 의미는?
Four Color란 ‘Red’, ‘Blue’, ‘Green’, ‘Black’ 4색 펜의 색깔을 의미한다. 우리가 디자인을 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던 펜이었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연 이후에는 스튜디오 홍보 차원에서 ‘Four Color OOO’ 이런 식으로 소속 직원 모두가 명찰을 통일해서 썼다. 과거 내가 사용하던 예명이 그라피티와 연관이 깊어서 디제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럴 바엔 차라리 내 역사와 스튜디오를 홍보하고자 Four Color Zack이라는 예명을 쓰게 되었다.
Redbull Thre3Style은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되었나?
이미 4년 전 밴쿠버에서 열렸던 월드 파이널을 보러 갔을 정도로 Redbull Thre3Style의 팬이었다. 나는 이런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아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애당초 시애틀 레드불에서는 쓰리 스타일을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했었는데, 다음 해에 시애틀에서 Thre3Style이 개최되었고 운 좋게도 참가할 수 있었다.
Thre3Style 같은 대형 컴피티션과 일반 클럽, 파티에서 음악을 틀 때 차이가 있다면?
Thre3Style의 경우에는 파티 디제이와 쇼케이스 디제이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디제이로서 돋보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며, 동시에 그 파티에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 대회에서 조금 더 쇼케이스적인 측면을 생각하는데 반해, 그 외 일반적인 파티의 경우에는 관객들의 에너지를 이끌고 갈 수 있는 음악을 주로 튼다.
Red Bull Thre3Style 2012 월드 파이널 믹스셋(Mostly Friendly Ver.)
Thre3Style 우승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어떤 디제이인가를 대회를 통해 증명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뤄낸 것(우승)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만큼 나를 대할 때 존중해주고 내 음악을 더 집중해서 듣는다. 또한, 우승 후 내게 우상이었던 DJ Jazzy Jeff나 다른 유명 디제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생겼다.
음악을 선별하는 기준은?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한 장르의 음악만 듣고 모든 것을 표현하려 한다면 그것은 꽤 어려운 방법이고 금방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어떤 장르를 듣는다고 말하기보다는, 음악 전체를 놓고 그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계속 찾아보는 게 중요할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믹스셋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다. 우선 내가 모르는 음악, 새로운 음악을 들었을 때 관심이 생긴다. 디제이의 가장 큰 역할은 항상 새로운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이미 알려진 유명한 노래들을 개성 있게 믹싱를 하거나 얼마나 열정적으로 음악을 트느냐다.
RedBull Thre3Style 2015 월드 파이널 쇼케이스
플레이를 할 때마다 ‘톤 플레이(Tone Play)’를 즐겨 구사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오늘 함께하는 DJ ShortCut을 예로 들자면, 그는 정말 환상적인 스크래쳐(Scracher)이자, 저글러(Juggler)다. 나는 분명히 그쪽 방면에서 Jazzy Jeff나 전설적인 다른 디제이들처럼 잘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고, 톤 플레이는 그 연구의 일환이다.
재작년과 올해 참가자들의 예선 음악을 듣고 느낀 점은?
재작년과 비교해서 디제이들의 음악이 질적으로 매우 향상된 것 같다. Thre3Style가 원하는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고, 전 세계적인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더욱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 DJ들의 특징이라면?
세트를 계산적으로 철저히 준비하는 데 정통한 것 같다.
시애틀 파티 문화는 어떤가?
클럽 문화는 2000년대 초반에 성황을 맞았으나, 2010년부터는 관련 규제가 심해지면서 하락세에 있다. 하지만 라이브 뮤직 신은 여전히 멋지다!
Four Color Zack x DJ Scene – Slap It Down (EP)
Fool’s Gold Records, DJ Scene과의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A-Trak과 Nick Catchdubs과는 이미 Fool’s Gold Records를 설립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같이 곡을 만들었다. DJ Scene과의 작업도 Fool’s Gold Records 스타일과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해 같이 작업해서 Fool’s Gold로 발표한 거다.
EP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듀서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것인가?
계속 준비 중이다. 대신 디제잉, 프로듀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진행 | 백윤범
텍스트/편집 | 백윤범 권혁인
사진 | 권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