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가장 반가운 점이라면 파티와 페스티벌의 부활일 테다. 어두컴컴한 클럽 베뉴에서 울리는 강렬한 사운드가 가슴을 뛰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녹음이 우거진 봄, 여름에는 탁 트인 하늘과 코를 간질이는 산들바람이 부는 야외로 나가는 것이 심신의 건강을 위한 처사일 터.
그리고 때마침 음악과 자연, 이 모두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페스티벌 디에어하우스(The Air House)가 오는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의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7회째를 맞는 디에어하우스가 더욱 다채로운 라인업과 프로그램을 예고한 가운데, 운영자 박민규와 이에 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하단에서 함께 즐겨 보자.
디에어하우스는 어떤 페스티벌인가. 팀 소개도 부탁한다.
자연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이며 현재는 문화 복합 페스티벌을 지향하고 있다. 디에어하우스는 9명으로 이뤄진 야구팀이라 할 수 있다.
투수 : 박민규
포수 : 윤승원
1루수 : 백창열
2루수 : 김기태
3루수 : 김상욱
유격수 : 이성원
우익수 : 최혜진
중견수 : 장세희
좌익수 : 김기범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하지만 모두가 승리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THE AIR HOUSE’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 의미가 궁금한데.
디에어하우스를 한글로 풀면 ‘공기 집’이지 않나. ‘공기가 흐르는 모든 곳에서 우리의 페스티벌을 열자’라는 취지에서 이름 지었다.
2018년 7월,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 파티를 하고자 만든 페스티벌이 디에어하우스의 시초라 들었다. 그 시작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
2017년 베트남에 출장 갔다가 ‘Equation’이라는 페스티벌을 경험했다. 파티에서 놀다 보니 아침에 해가 뜨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음악이 굉장히 시끄러웠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왜 한국에는 이런 페스티벌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함께 놀던 친구들끼리 합심해 기획하게 됐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종류의 페스티벌이다. 초창기 장소 선정에 꽤 애를 먹었을 것 같은데, 남양주시 별내면과 조안면이라는 베뉴는 어떻게 택하게 된 건지.
별내면 같은 경우는 이미 다른 언더그라운드 사이키델릭 페스티벌을 진행했던 이력이 있었기에 페스티벌 개최가 한결 수월할 것 같아서 정하게 됐다. 반면, 조안면 같은 경우는 내가 페스티벌 베뉴를 알아보려고 평소에도 계속 돌아다니는 편인데, 막상 가보니 공간이 너무 좋더라. 예전에 화전민 마을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평지도 많고.
곧 7번째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만의 특별한 점 혹은 콘셉트가 있을까.
사실 콘셉트 자체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규모가 조금 더 커졌고, 좀 전에 언급했듯이 문화 복합 페스티벌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기존부터 지니고 있던 명상 콘텐츠를 비롯해 미술 분야도 좀 더 확장했고, 참가자들이 쉬거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운길산 이후에는 춘천, 남양주시 화도읍, 이번 7회의 양양 가평리까지,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새로운 베뉴를 개발하는 이유가 있다면? 디에어하우스만의 베뉴 선정 기준도 궁금한데.
사실 한 베뉴에서 진행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나. 하지만 한국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기도 하고, 지역마다 느껴지는 향기가 모두 다르더라.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베뉴를 소개하는 게 아직까지는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입장에서 더 와닿는 것 같다.
베뉴를 선정하는 데는 아무래도 민원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그다음이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이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 교통편이나 다른 부분도 고려 사항이기는 한데 앞서 말한 두 가지에 비하면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
공기가 흐르는 어떤 곳에서나 페스티벌을 열고자 이름을 디에어하우스라고 지었다고 들었다. 도시가 아닌 자연을 추구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물론, 서울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선은 참가자들에게 설레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이나 소풍 가던 그 기분 말이다. 서울 안에서는 어디를 가던 보통 택시로 15분이면 다 도착하지만, 외곽으로 가는 그 길 자체가 너무 설레지 않나. 그리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서울에서는 자연과 가까운 베뉴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계속 외곽으로, 더 멀리 가려고 하고 있다. 최대 남해까지.
평소에도 캠핑이나 등산 같은 자연에서의 활동을 즐기는 편인가? 자연에서 어떤 걸 느끼나.
낚시를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베뉴를 알아본다는 핑계로 서울 외곽으로 떠난다. 딱히 어떤 걸 느낀다기보다는 서울에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처럼. 5살 때를 생각해 보면 아무 걱정도 없이 순간적인 즐거움만을 생각하고 놀지 않나. 서울에서 행사를 개최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는 굴레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연은 그게 없어서 좋다.
가장 좋아하는 낚시 스팟이 있다면?
남해.
자칫 ‘소음’으로 여겨질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의 특성상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여태껏 페스티벌을 주최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었는지.
역시 민원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어느 지역에 가든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사전에 다 협의하더라도 꼭 문제가 발생한다. 어쩔 수 없는 게 일단 그분들에게 와닿지 않는 페스티벌이니까. 분명 “밤새도록 시끄러워요”라고 설명을 드렸어도, 어르신 분들이 생각하는 ‘밤새’의 기준과 ‘소음’의 정도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6회 페스티벌 당시 베뉴 근처의 숙소가 일제히 가격을 담합해 디에어하우스 팀이 이에 관해 공지한 바 있었다. 상인들의 시장 논리도 일각 이해가 되는 부분이어서 부풀린 가격을 바로잡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나.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숙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에게 직접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쪽 입장에선 한 철 장사일 수도 있으니. 사실 이 부분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에어하우스 팀도 계속해서 협조를 요청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개최하는 행사를 온전히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더라.
친환경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창기에는 입장객에게 휴대용 재떨이나 텀블러를 나누어 주기도 했고, 규모가 커진 현재는 트래쉬버스터즈(Trashbusters) 등의 전문 업체와 함께 플라스틱 컵을 재사용한다. 이토록 자연과 공존하는 페스티벌을 꾸미는 이유는 무엇인지.
일단 너무 당연하게도 우리가 행사를 여는 곳이 자연이지 않나. 우리 팀원들 모두가 자연을 사랑한다. 환경 문제에 예민하기도 하고, 팀원 중 한 명은 지구가 지금처럼 계속 파괴되기만 한다면 10년 뒤엔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믿는 친구도 있다.
사실 우리가 액션을 취한다고 크게 반응이 있지는 않겠지만, 디에어하우스 페스티벌을 통해 이런 움직임이 더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래를 위한 노력을 좀 더 재밌게 풀어갈 방법이라고 할까.
4, 5회 사이 팬데믹으로 약 3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2022년, 오히려 규모를 확장한 2박 3일의 페스티벌로 돌아왔고, 대성공을 거뒀다. 모든 것이 위축되던 시기에 이렇게 대담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페스티벌을 1박 2일과 2박 3일로 운영하는 데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디에어하우스 페스티벌의 기조 자체가 1박 2일에서 2박 3일, 3박 4일 길게는 6박 7일까지 계속해서 기간을 늘려가는 거다. 도심에서 먼 교외에서 페스티벌을 열수록 기간이 길어야 아깝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나. 코로나 기간에는 생각이 더 많아지더라. 그래서 팀원들끼리 한 번 질러보자 하는 마음으로 2박 3일로 확장했다. 딱 타이밍이 좋았지. 사실 기간을 늘리는 데만 2년의 준비가 필요했다. 지금은 3박 4일로 늘릴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차이점이라면 1박 2일이었을 때 보여 주지 못했던 아쉬운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1박 2일로 열었을 당시에는 다음날 바로 귀가해야 하기 때문에 2일 차에 콘텐츠를 넣기가 참 애매했다. 사실 2박 3일도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긴 하지만.
테크노, 미니멀, 딥 하우스, 디스코까지 점점 통합되고 확장되어 가는 라인업이 흥미롭다. 또한 해외 아티스트의 비중도 늘어 7회의 라인업에는 루마니아 미니멀 아티스트부터 독일 아티스트 등이 보인다. 라인업을 고려할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은 무엇이며, 이러한 다채로운 라인업을 어떻게 꾸릴 수 있었는지.
디테일한 라인업 같은 경우는 뮤직 디렉터 친구들이 이 부분을 아주 잘 맡아서 해주고 있어서 잘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언더그라운드에 속한 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낮에는 디스코가, 밤이 깊어지면 딥 하우스나 미니멀 등이 더 어울리는 것처럼 내가 생각하기에 시간마다 어울리는 장르의 음악이 있는데, 이 장르들이 보통은 언더그라운드에 속하다 보니 이걸 모두 통합해서 잘 진행해 보고자 했다.
주최 측으로서 디에어하우스를 가장 알차게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48시간 동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간에서 편하게 먹고, 자고 했으면 좋겠다. 명상존에 가서 쉬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공연하면 나가서 놀다가, 배도 채우면서. 스케줄을 짜기 나름인데 확실히 잠은 충분히 자는 게 좋은 것 같다.
친구들과 벌이던 작은 페스티벌에서 나이,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기는 대한민국의 중대형 페스티벌이 되기까지 딱 5년이 걸렸다. 다음 5년,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디에어하우스의 비전은 무엇인가.
크게 변하진 않을 것 같다. 페스티벌 참여 인원도 어느 정도 정해놓은 기준이 있다. 다만, 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1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2박 3일 동안 그간의 스트레스도 풀고, 잊고 있었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해맑게 놀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됐으면 좋겠다. 5년이든, 10년이든 이 기조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 부족한 부분은 점점 채워나갈 계획이다.
디에어하우스가 어딘가에 정착하는 광경을 목격할 가능성도 있을까?
그렇다. 1년에 두 번 열리기 때문에 한 번은 고정된 베뉴에서의 홈 에디션을, 다른 한 번은 조금 더 먼 베뉴에서의 어드벤처 에디션이 열린다면 좋을 것 같다.
Editor │진영 / 장재혁
Photographer │김엑스
페스티벌 이미지 출처 | THE AIR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