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ON DILL

우리가 향유하는 다양한 문화 안에는 언제나 유행을 이끄는 사람들, 달리 표현한다면 새로운 시도를 서슴지 않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우선 돋보이는 외모와 독특한 패션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자신의 이야기와 예술을 통해 세상에 화두를 던지며,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어낸다.

서브컬처로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한 스케이트보딩(Skateboarding)은 어느덧 패션과 올림픽에까지 발을 뻗치며 조용히 세계를 잠식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제이슨 딜(Jason Dill)과 퍼킹어썸(Fucking Awesome)은 스케이트보딩 문화 안에서도 유달리 독특한 시선을 지닌 집단이다. 그들의 세 번째 스토어가 서울에 오픈한다는 소식은 놀랍기도 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를 의문이 들기도 한다. VISLA 매거진이 그 움직임에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고자 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주변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에 있는 당신을 봤다.

서울에 온 지 이제 일주일쯤 됐다. 정말 좋은 도시다. 1994년, 그러니까 내가 17살 때부터 도쿄만 갔다.

서울의 스케이터들도 얘기하더라. 당신이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아 좀 서운하다고.

나도 알고 있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가 날 서울에 보내주지 않았다. 한국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대단하다. 이곳에 퍼킹어썸 매장을 오픈하게 되다니.

오늘 많은 사람이 퍼킹어썸의 오픈을 축하하러 올 텐데.

물론이다. 많은 사람이 올 것 같아 기대된다.

첫 번째 질문이다. 서울에 온 건 처음인데, 인상은 어떠한가.

좋은 의미로 아주 다른 일본처럼 느껴진다. 나는 지금 이태원 내 이슬람 구역의 한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 좀 지저분하고 음침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다. 다들 너무 친절하고 착하다. 지금의 서울은 25년 전의 도쿄 같다.

LA, 뉴욕 그리고 다음으로 서울을 세 번째 스토어로 정했다.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느껴진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글쎄, 도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하하. 다음에는 멕시코 티후아나에 매장을 열고 싶다. 참고로 LA가 아닌 할리우드라고 말해 달라!

바로 한 층 밑에 바(Bar)를 열었는데, 이것 역시 당신의 아이디어였나.

그냥 내 아이디어라고 해두자. 뭐 한 잔 마실래?

최근 당신이 즐겨 듣는 뮤지션 3명만 이야기해 달라.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노래가 너무 좋다. 오티스 레딩(Otis Redding)도 정말 좋은데, 너무 일찍 죽었지.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길 스콧 헤론(Gil Scott-Heron) 등 옛날 음악을 자주 듣는다. 요즘 노래는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네이비 블루(Navy Blue/Sage Elsesser) 말고는 안 듣는다. 아, 혹시 DVS의 “Skate More” 비디오 본 적 있나? 거기에 나오는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의 음악도 죽이지.

미국이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 세 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포와 뚱뚱해지는 것. 미국인들은 존나 동물 같다.

예전 하입비스트(Hypebeast)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퍼킹어썸이 현실 도피 회사(Escapism Company)라고 이야기했는데,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인간이 있다면?

무식하고 무지한 사람을 혐오한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 좋지. 나도 젠틀맨이 되려고 노력한다.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너무 많은 두려움과 증오가 있어서 슬프다. 그래서 퍼킹어썸이 좋은 탈출구가 되는 거지.

꽤나 러프하게 운영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퍼킹어썸은 정규적인 컬렉션과 거대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 등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향하는 느낌이다. 퍼킹어썸의 시작과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나.

비즈니스? 나는 퍼킹어썸을 비즈니스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애초에 비즈니스를 모르기 때문에, 비즈니스라고 느낄 수 없다. 난 17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살아온 인생을 통해 경험하고 배웠지. 책을 읽고, 걷고, 여행하고. 그게 전부다. 어떤 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내가 만든 옷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옷이 팔리지 않으면 서글프기도 하지. 하지만, 난 그저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지 사업가는 아니다. 그냥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일 뿐이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퍼킹어썸의 운영에 관여하고 있나.

남들이 하지 않는 멋진 일을 해보는 거지. 물론,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디자인 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난 그냥 내가 아는 걸 알려준다. 삶이 이상하고, 존재가 이상하고, 물건을 만드는 게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거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

작가가 누군지 까먹었는데, ‘숲속의 은둔자’라는 책. 어느 젊은이가 20살이 되자마자 숲에 들어가서 47살까지 숨어 지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아, 그리고 디 브라운(Dee Brown)이라는 작가의 ‘운디드니에 내 심장을 묻어주오’. 아, 이것도 실화 기반 소설이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한 명 꼽자면?

피터 도이그(Peter Doig)를 좋아한다. 유화를 정말 잘 그린다.

퍼킹어썸 스케이트 팀 중 누구와 가깝게 지내나.

팀원 대부분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모두 각별하다. 숀과 제이드는 11살 때부터 알고 지냈지. 나와 같이 자란 거다. 하하. 저기 루이가 매장 밖에서 재밌게 놀고 있네.

평소 페인팅을 즐겨 하는 편인데, 요즘 관심 있는 예술 장르나 작업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앞으로도 더 자주 그리고 싶다. 그리고 콜라주 작업! 종종 헌책방에 가서 자료를 디깅한다. 가끔씩 짜증 나기도 하지. 컴퓨터 없이 작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지금까지 선보인 퍼킹어썸 컬렉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나 그래픽이 있다면?

뉴욕에 사는 오사카 출신 아티스트 치하루의 그래픽이 쿨하다. 치하루에게 이렇게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내면, 또 다른 방식으로 결과물을 선보인다. 션 파블로를 로봇으로 만든 그래픽도 그녀 솜씨지. 아주 훌륭한 예술가다. 가끔 퍼킹어썸의 그래픽으로 활용할 여성을 그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흔쾌히 승낙한다.

당신이 제작한 것 중에는?

션 파블로의 센트럴 파크 스케이트보드 데크. 와인을 흘리고 있는 남자와 원숭이와 걷고 있는 여자, 오줌 싸고 있는 펑크 보이를 그린 그림이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딜런 리더(Dylan Rieder)에 관해 어떤 이야기든 해줄 수 있는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는 최고의 친구였고, 아직도 그가 매우 그립고 보고 싶다. 딜런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웍스아웃(WORKSOUT)에게 너무 고맙다. 정말 많은 도움을 줬거든. 그들 없이는 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거다. 네가 내 앞에 앉아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나 또한 여기에 앉아 너와 이야기하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정말 끝내주는 기분이다.

이제 인터뷰는 끝났다. 한국에는 언제까지 머물 계획인가?

일단은 7월 1일까지 있을 예정이다. 아직 2주 정도 남았네. 나중에 술이나 한 잔 하러 와라. 이제 끝났나? 기념사진이나 한 장 같이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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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욱석, 오문택
Photographer │한예림
Translator │최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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