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월을 여름으로 정의한다면 7월은 여름의 정 가운데, 가장 더운 한여름이다. 계절을 달로 정의하는 것이 매일 변화무쌍한 날씨를 접하는 지금의 때와는 맞지 않을지라도, 그만큼 쉽고 간단한 정의가 또 있을까.
지난해 여름이 지나갈 무렵 내년을 염두하며 구매한 여름옷을 꺼내어 입다가도 여름옷은 한해만 지나도 옷장 안에서 숙성이라도 되는 건지… 따분한 기분이 들어 편하게 멋 부릴 수 있는 티셔츠라도 두어 개 구매해 보려는 참, 마침 여름이라는 키워드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 페어스(Pairs)가 떠올라 찾아가 보았다.
이미 여러 차례 여름을 담은 색깔로 관심을 받아온 브랜드의 다음 이정표는 어디일까? 패션을 빠르게 유행처럼 소비하는 한국에서 많은 관심은 자칫 한해 지난 옷처럼 지루해지기를 부추기는데. 여름옷처럼 가볍고 편안한 자리에서 페어스, 프루타(Fruta), 도터 빈티지(Daughter Vintage) 스토어를 운영하는 심수지와 나눈 대화는 그 지난한 과제를 헤쳐나가는 그들의 태도와 방식에 대해 힌트를 던져주는 듯하다.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페어스, 프루타, 도터 빈티지 스토어를 운영하는 심수지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보고 나서 비지니스 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평소 본인이 자주 가는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심수지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인가?
이탈리안 샌드위치와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카페 ‘뚜또 페르 뚜띠(Tutto Per Tutti)’다. 사실 이곳이 오픈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남편의 친구로 알고 지내던, 좋아하는 언니가 문을 연 곳이다. 가오픈 때부터 놀러 오다 보니 지금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샌드위치의 종류도 다양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있을 수 있어서 좋다.
이 동네에 자주 오는 편인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그렇진 않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 놀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 주변에서 머무는 편이다. 서울에서 용산구를 가장 좋아한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집 근처에서 오는 안정감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종로의 삼청동, 부암동 근처에서 지내다가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평수가 넓은 후암동으로 이사했다. 이사하면서 숍도 후암동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지대가 높아서 남산이 잘 보이고 꼭 남향집이 아니더라도 사방으로 빛이 잘 든다. 제일 좋아하는 동네다.
숍을 옮긴다면 다음 장소로 이태원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고. 페어스와 꽤 잘 어울릴 거 같다.
일본의 여느 숍들은 나이가 먹어도 한자리에서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퍽 좋아 보이면서도, 우리는 항상 새로운 장소에서 자리 잡는 과정을 즐겨왔던 거 같다. 여태 한남동에서 원서동 그리고 지금은 후암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곳을 채우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여기 오기 전, 하루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말해줄 수 있나?
며칠 후 출국할 계획이 있어서 오늘 일과는 굉장히 바쁘게 흘러갔다. 미국으로 가는 일정인데, 비자 인터뷰 심사가 마침 오늘 오전에야 컨펌되었다. 여태 미국 비자 심사가 쉽지 않아서 오늘 오전에 승인을 기다릴 때까지 아주 떨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아직 짐도 안 쌌다. 오늘 오전에 무사히 승인을 확인한 후 강아지도 함께 미국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강아지를 데려갈 준비를 마치고 사용하던 차도 정리하는 등의 준비를 마쳤다.
차까지 정리를 하는 것을 보면 출국의 목적이 단순히 여행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하와이에 숍을 내서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하와이에 가면 2개월에서 3개월 정도 있다가 오는 일정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은 합을 맞춘 지가 3년 이상으로, 거의 매니저 급의 친구들이라 여기에서의 일을 신뢰하고 맡겨둘 수 있다.
하와이의 숍은 어떤 장소인가? 그곳에서는 어떤 물건을 소개할 예정인지.
하와이에 처음 가게 된 계기는 8년 전의 신혼여행이었는데, 추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때부터 그곳에 간절히 살고 싶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와이로 가기 위해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실행으로 옮긴 것은 작년부터였다. 그 결실로 올해 4월, 하와이 번화가 와이키키에 ‘아포(APO)’라는 숍을 오픈하게 되었다. 아포는 하와이 말로 포옹, ‘껴안다’를 의미한다. 아포에서는 프루타, 페어스의 제품을 조금씩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하와이에 머물면서 셀렉한 60~90년대 빈티지 제품들을 판매할 예정이다.
하와이에 방문해보진 않았지만 상상해 보건대 관광지 특유의 토속적인 숍들이 많을 것 같다. 그곳에도 페어스와 같이 큐레이팅을 거친 편집숍이 존재하는가?
한국이랑 일본에 비하면 바잉과 셀렉을 거친 큐레이팅 숍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하와이 로컬들은 늘 새로운 것과 새로운 장소에 목말라하고 있는 상태라고 느꼈다. 하와이는 미국에서도 휴양지로서 미국 본토의 젊은이들이 접근성 좋게 방문하는 섬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엄선한 빈티지를 기대하는 것 같다.
하와이 사람들도 다양한 패션을 즐기는지 궁금하다.
하와이의 젊은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LA나, 뉴욕으로 떠나기 때문에 하와이에 거주하는 로컬 거주민들의 나이대가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분들은 주로 티셔츠나 그다음에 하와이안 셔츠, 하와이 전통의상인 무무 드레스를 많이 입는 편이고, 관광 오시는 분들은 휴양지 특성에 걸맞은 다양한 스타일을 즐기는 것 같다. 또 아무래도 하와이에는 빈티지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이 정말 많다. 주지사도 대부분 일본계 미국인일 정도다. 20대 초반에 일본에 잠깐 살기도 했기 때문에 일본 사람에게 느끼는 편안함이 있다. 미국이지만 아시아 문화가 많이 공존해서, 하와이를 더 좋아하는 것도 있다.
일본에 가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 이야기 나온 김에 심수지의 20살은 어땠나?
20살에는 인테리어 학과에 진학을 했다. 막상 입학하니 학과가 나와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해 입학하자마자 바로 휴학했다. 고등학교 때 나름대로 미대 입시를 3년이나 했는데, 그게 불필요하다고 느껴서 한편으로 좀 회의적이었던 거 같다. 휴학한 당시에는 시간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놀았다.
일본에 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3~24살 무렵 문득 일본에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일본으로 갔다. 언어의 기초라도 조금 배우고 떠나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딱히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냥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바로 떠났다. 당시에도 빈티지를 좋아해서 코엔지 근처에 살았는데, 근처 어학원에서 히라가나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 그때 당시의 엔화가 800원, 900원 하던 시기였는데 갑자기 1,000원대로 뛰어서 금전적인 부담으로 다가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그리고 지금의 남편인 김대현을 만나게 되었다. 음악이나 패션을 좋아하던 주변 친구들을 통해서 이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조용하고 온화한 면이 좋아서 좀 더 얘기해보고 싶다고 느꼈다. 앞에 말했다시피 확신이 서면 주저 없이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3~4번 만났나, 진지하게 교제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 집 앞으로 불쑥 찾아갔다. 지금 집 앞인데 잠시 보겠냐고 불러냈더니 마침 남편의 친구들과 클럽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함께 어울려 놀다가 단 둘이 남은 틈에 사귀자고 말했다. 그렇게 2014년도에 결혼해서 결혼한 지 9년 차. 그전에 연애는 6년 정도 했다.
그 시절의 서울을 만끽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당시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막 문화적으로 다양해지는 시기였기 때문인지, 자유로운 분위기와 풋풋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 같다.
그때가 정말 재미있었다. 클럽에서 공연도 많이했었고, 강원도 낙산비치에 칸예 웨스트(Kanye West) 공연에도 가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또 그때를 이야기하려니 360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젊을 때 열심히 노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도 느낀다.
수제화 숍 베니수아(Benisoit)에서 지금과 같은 편집숍 겸 브랜드로 전향하여 운영하는 점이 독특하더라. 두 사업의 톤 앤 무드가 전혀 다른 느낌이라, 그 계기가 궁금하다.
오빠와 나, 둘 다 회사 생활과는 맞지 않았던 거 같다. 처음부터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길 원했다. 베니수아는 신발을 좋아하는 남편이 신중하게 고민해서 만든 브랜드다. 그러나 수익성이나 타깃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4년 정도 알아주는 이 없이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 그때 가게를 닫고 강원도로 갔다. 강원도에서 쉬면서 많은 자본 없이도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 여행을 기점으로 우리가 원래 좋아하는 빈티지를 조금씩 셀렉해서 보여주자고 결정했고, 결정 직후 곧바로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이 빈티지를 셀렉해서 파는데서부터, 수베니어 숍에서 시작해 브랜드로 확장하기까지 좋은 선례를 많이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빈티지들을 파는 데서 시작했고, 차차 수베니어 숍처럼 우리의 물건을 만들어서 팔았다. 카테고리가 넓어져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다시는 베니수아와 같은 무드로 돌아갈 일은 없을까?
그렇다. 지금 페어스의 색깔이 우리와 훨씬 더 잘 맞다고 생각한다. 오래 운영하면서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부분은 프루타나 도터스 빈티지라는 새로운 형태로 조금씩 전향하면서 해소하고 있다.
수제화 숍을 할 때 즐겨 입던 옷들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 같다. 요즘 자주 신는 스니커와 당시에 자주 입던 옷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스타일의 변화가 극명히 느껴질 거 같다.
지금은 모두 동생에게 나눠주거나 정리했지만, 베니수아를 운영할 때에는 아페쎄(A.P.C)를 자주 입었다. 근래 들어서는 한겨울을 제외하고 거의 슬리퍼나 플립플랍을 착용한다. 오늘은 하와이 현지 브랜드인 로컬스(Locals)를 신고 왔다. 최근에 하와이에 두 달 정도 다녀왔을 때 하와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뭘 많이 신는지 유심히 보고 알게 된 브랜드다. 하와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나 작업자도 다 그 신발을 신더라. 현지 슈퍼마켓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두 사업의 공통점은 오래 사용하고,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흔적을 소중히 한다는 점인 거 같은데, 버리지 않고 가장 오랜 시간 애착을 가지고 있는 옷은 어떤 게 있나?
특별히 하나 꼽기는 어렵지만, 내가 86년 생이라 86년도에 나온 옷에 특별히 더 애착이 간다. 일부로 더 찾기도 하고.
따로 컬렉팅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빈티지가 주는 멋과 편안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도 굉장히 좋아한다. 자주 입고, 어울릴 거 같은 옷이 있고, 한편으로는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지향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지 않나. 자주 착용하지는 않지만 꼼데가르송의 피스를 모으고 있다.
제작 연도와 원산지에 관련해 따로 공부하는 편인지?
처음엔 사실 무작정 좋아하는 데서부터 시작한 거 같다. 남편은 이런 쪽으로 책을 보기도 하고, 좀 더 지긋하게 공부하는 편이라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몇 년 동안 찾아보고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더라. 스티치와 라벨만 봐도 몇 년도에 제작된 것이라는 감이 생겼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티지의 원산지를 따져가며 구매하는 것은 꾸준히 관습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페어스에도 made in usa 스웻 셔츠뿐 아니라, 리바이스, 코카콜라, 맥도널드 토이 등 미국의 분위기를 발산하는 물건들이 꾸려져 있다. 그곳에서 가져온 물건들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냥 쿨하지 않나. 과거 미국에서 출발한 것들과 미국 사람들이 만든 퀄리티나 디자인에 대한 존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은 또 미국에서 생산된 옷이 희소한 것도 한몫하는 거 같다. 오래된 것일지라도 요즘에 와 제 3국에서 생산된 물건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상품성과 가치를 재현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숍에서 보드나 서핑 등 스포츠와 관계된 물품을 많이 팔더라. 실제로 즐기고 있는 스포츠가 있나?
스포츠를 경기나 음악처럼 즐기는 편인 거 같다. 우리는 패션을 좋아하고, 보고 향유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운동을 싫어한다. 햇빛에 누워 있는 걸 제일 좋아한다. 하하.
수베니어 숍에서 지금과 같은 브랜드로 볼륨을 키워나가기까지, 컬렉션 콘셉트에 대한 연구는 어디서 영감을 받아 진행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코로나 전에는 여행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와이를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했고 또 일본도 자주 갔고 태국도 가고 여름 나라와 여름이라는 날씨에서 각 나라가 주는 느낌을 컬렉션으로 소화하려 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오히려 다양한 스타일에 집중하게 된 거 같다. 주변에서 영감을 찾다 보니, 스타일 좋은 사람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탈 때 보이는 아저씨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패션이 영감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남반구나 캘리포니아 등 페어스가 지향하는 여름의 느낌을 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 같은데. 처음 사업의 볼륨을 키우고, 룩북을 촬영할 때 원하는 느낌의 로케이션을 찾는 일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
여름의 느낌을 담기 위해 바다를 떠올리기 쉬울 수 있지만 강원도 해변에 가서, 남반구의 분위기를 내는 일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외국으로 쉽게 오가기 힘들던 초반에는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색지 위에 제품을 두고 촬영하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 촬영했다.
요즘에는 출장이 많을 거 같다.
꼭 그렇진 않다. 좋아하는 스타일리스트나 포토그래퍼를 찾아서 촬영을 맡겨두기도 한다.
최근에는 개인보다 비슷한 미감을 공유하는 집단이 더 돋보이는 현상 또한 존재한다고 보는데 베니수아 때부터의 성장과정을 면밀히 지켜보진 못해서 이러한 질문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페어스의 성장 과정을 상상해 볼 때는 외려 독립적이라는 인상이었다. 어떤 주변인이 존재했을지 예상이 잘 가지 않는데. 당시의 시장 분위기는 어땠나? 주변의 도움 없이 오직 심수지와 김대현 둘이서 시작한 것이었는지.
그렇다. 나도 신기하다. 지금은 누구나 인스타그램을 하지만, 그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타이밍이 좋았던 것도 같다. 지금의 위치만 봐도 주변 상가와 교류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장소다. 에디터 분들이 발 빠르게 찾아와 준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변인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나는 즉흥적이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한번 잘 맞으면 애정을 많이 주는 편이라 오히려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을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사업의 볼륨이 커진 요즘에는 외주로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남편과의 사업도 마찬가지로, 각자가 맡고 있는 영역을 존중하며 진행하는 것이 편한 것 같다. 하와이에도 특별한 연고는 없다. 한국에서부터 알던 친구가 하와이에 정착해 파트타임으로 나와줄 수 있냐고 부탁한 것을 제외하고는, 교회나 그 친구의 지인을 통해서 우연히 함께하게 되었다.
여태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더라. 질문을 많이 받아본 입장으로서 자신이 아는 사람 중 인터뷰이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 잘 알려지지 않은 주변인이라도 괜찮다.
페어스 첫 번째 정직원이기도 김현진과 유준상 커플을 추천한다. 혼자 가방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결혼 후 남편과 같이 ‘플랜포아더데이(planforotherday)’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현진이는 우리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자신도 남편과 사업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결혼 후 실제로 그 꿈을 이뤘다. 우리의 어릴 때 모습을 보는 듯하여 응원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고 난 이후와 전, 극명히 다른 장단점이 있을 거 같은데. 앞으로 페어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쳤으면 좋겠나?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유행과 소비가 빠른 만큼, 한국 시장에서 길게 자리 잡는 일이 일본에 비하여 많이 어렵다고 느낀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거기 때문에, 많은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 안에 있는 좋아하는 것들을 더 보여주고 싶다. 하와이에 숍을 내면서 더 그런 초심에 대해 복귀해 보는 거 같기도 하다.
며칠 뒤 도착하는 하와이에서는 어떤 일정이 기다리고 있나?
우리가 4월 달에 오픈하고 두 달간 자리를 비웠다. 새로운 직원 분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상황이다. 도착해서는 숍을 재정비하고 인스타그램을 관리하는 등 본격적으로 오프닝을 준비할 것 같다.
남은 하반기 개인적으로 계획 중인 일은?
부끄럽지만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어학원에 다닐 생각이다. 하하 발음이 유창하지 않아도 의미가 통하는 데 초점을 두려 한다. 하와이가 또 그 부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이기도 하고.
Editor │한지은
Photographer │전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