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싱어송라이터 유라의 앨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그 이야기는 꿈에서 출발하여, 현실과 공상을 오가며 목격한 여러 풍경들과 뒤따라오는 생각을 모아 완성됐다. 자신 이외의 다른 목소리는 담지 않은 앨범은 데뷔 5년 만에 제작된 첫 번째 정규. 지난 5년 동안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을 통해 여실히 증명하며 쌓은 노하우는 이윽고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이라는 오묘한 음색에 이르게 된 것.
첫 번째 앨범을, 그것도 소속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제작함에 많이 고심했을 유라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마치 미니홈피 100문 100답을 작성하듯 무심하게 던져진 답변이지만 꽤 힘이 실린 듯하다.
앨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이 발매된 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맘때쯤이면 늘 똑같은 패턴이다. 공연 준비하고 공연하고.
과거 멜론과 인터뷰에서 본인이 뮤지션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는데, 어느덧 1집 가수가 되었다. 특히나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가 당신의 첫 번째 앨범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떠한가.
1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이 크다. 나라는 사람에 부담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
웹 디자이너에서 작곡으로 진로를 선회한 것으로 안다. 뮤지션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여러 악기를 배웠지만 1년을 넘긴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웹 디자이너에서 뮤지션으로 선회할 당시에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만들자고 생각했다. 질문대로 정말 많은 악기를 배웠다. 초등학생 시절에 으레 다 거쳐 가는 피아노 체르니 100번 ,기타는 하이코드 운지 정도는 하고 플루트 같은 것도 배우기도 했으니. 도합하면 아마 수년간은 배웠을 거다. 그런데 노래 부르며 악기 연주하는 게 너무 어렵다. 손이 묶이면 다 잊어버린다.
앨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는 레이블 없이 스스로 제작했다고 들었다. 앨범 제작 과정에 관해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까.
앨범을 만들 때 구상해야 할 모든 것을 혼자 꾸렸다. 제작 과정은 공기 엎듯이 다 질러놓고 수습하는 식이였다. 하루에 몇 번씩을 일희일비식으로 보낸 듯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믹스 마스터를 뒤집고 한 번 더 했다. 모니터링 헤드폰만 4개였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제작부터 세금 계산하는 것까지 말하자면 입 아프고 손 아픈 상황들을 모두 직면했다. 이때 모아둔 돈을 모두 탕진했는데 굿즈가 생각보다 잘되어서 그렇게 큰 손실은 없었다 그래도 진심은 통하는구나 싶었다.
앨범의 커버아트에서 오묘한 향수가 느껴진다. 어떤 의도가 담긴 커버아트인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피지컬 앨범에 많은 정성을 쏟은 것이 눈에 띈다. 양장 제본의 자켓과 중철 가사집 등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가방 안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시집처럼 만들고 싶었다. 양장 제본은 전 앨범부터 꼭 하고 싶었다.
앨범명과 곡명이 아주 인상 깊다. 앨범 제목과 곡명의 유래를 소개해달라.
여러 갈래의 상념들을 촉수 돌기로 표현한 것. 곡명은 가사의 안에서 주축이 되는 것들.
지난 5년 동안 015B, 카더가든부터 전자음악 프로듀서 코나와 재즈 밴드 만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의 곡을 아우르며 본인의 목소리를 여러 형태로 녹여냈다. 그중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작업이 있다면?
이번 1집이다! 앞선 제작 과정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제작해야 했다 보니까 작은 디테일부터 신경 써야 했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여러 섹션의 작업자들이 고생해 준 결과물이다.
또한 많은 뮤지션들에게 러브콜을 받았으리라 예상한다. 피처링 제안을 받았을 때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
감사하게도 많이 제안받았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일까를 깊이 고민한다.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대부분 거절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앨범에 목소리는 본인 외 누구의 목소리도 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욕심이다. 정규 1집을 오롯이 나의 목소리로 채우고 싶은 욕심,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분들께 명함처럼 건낼 음악은 1집으로 해두고 앞으로 요청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앨범은 만동의 베이시스트 손남현이 작, 편곡 등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그와 함께하게 된 계기는?
내가 다니는 학원 선생님이셨다. 단순한 계기인데 가장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분이었고 천운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너무도 쉽게 재야의 고수 발견한 듯한 느낌.
앨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에 관한 흥미로운 피드백이나 반응이 있었나?
고르지 않은 길로 초대하는 유라의 마력이라는 글이 상당히 지치고 힘들었을 때 많은 힘이 되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마지막으로 유라는 어떤 뮤지션을 지향하나?
지향점이 없다. 그냥 오늘을 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