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IOTAPE

전자음악과 록음악의 경계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노선을 우직히 걸어온 밴드 이디오테잎(IDIOTAPE). 전자악기 연주자이자 디제이로도 활동 중인 디구루(DGURU)와 제제(ZEZE)가 일군 전자음 프레이즈를 바탕으로 드러머 디알(DR)이 비트를 때린다. 5분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해소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이디오테잎의 지난 15년을 두고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페스티벌의 단골로 분주했던 여름을 뒤로 약간은 서늘해진 10월의 재정비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때마침 11월 11일에는 이디오테잎이 독특한 콘셉트로 단독 공연을 펼친다니, 인터뷰를 먼저 확인 후 공연장을 방문하면 좋겠다.


지난 여름동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과 불과 10월까지도 ‘쌈페스티벌’ 등을 참여하며 바쁘게 활동했다. 지난 여름을 어떻게 기억하나?

디알: 돌아보니 정말 바빴다. 신기하고 즐거운 사실은 각각의 특색있는 페스티벌이 많아져 매번 갈 때마다 새롭다. 과거에는 라인업 위주의 페스티벌이었다면, 이제는 각 페스티벌의 장점이 점점 두드러짐을 느낀다.

이디오테잎은 올해로 결성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밴드는 어떻게 결성되었나?

제제: 2008년에 디구루에게 먼저 연락받은 게 시작이다. 디구루는 기타 치는 친구와 프로젝트 밴드를 진행했고 나와는 단순히 친분 있는 사이였는데,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여 이디오테잎이 결성됐다. 그러다가 기타 치는 친구가 탈퇴하며 2009년 1월에 디알이 합류하고 지금의 형태로 이어졌다.

디구루는 제제를 어떤 계기로 알게 되어, 연락을 취했는지?

디구루: 제제와는 클럽에서 만났다. 우리 둘의 성이 같고 심지어 본관까지도 같아서 장난으로 삼촌, 아버지라 부르며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제제가 갑자기 만취해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함께 음악을 만듭시다! 언더월드(Underworld)를 이기는 음악을 한 번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몇 년이 지나 밴드를 운영했는데, 방향성을 고민하던 중에 갑자기 제제가 했던 말이 떠올랐지. 각별하게 지냈고, 인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니까 함께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락했는데, 흔쾌히 수락하여 결성했다.

디알은 어떻게 만났나?

디구루: 디알은 ‘마이스페이스(Myspace)’ 코리아 런칭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디알은 슈가도넛의 드러머고 난 파티의 디제이로 참여하면서 정신없는 와중에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밴드에 기타 치던 친구가 탈퇴했고, 리얼 악기인 기타가 나갔으니까 또 다른 리얼 악기로 드럼이 들어오면 어렵겠지만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때 파티에서 인사했던 디알이 생각나 친한 매니저 친구에게 연락처를 물어봤는데 이미 핸드폰에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더라. 파티 때 만취해서 정신없는 와중에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거지. 그래서 연락하여 밴드의 취지에 관해 설명했고, 디알이 승낙하여 지금의 세 명이 함께 활동 중이다.

처음 디구루의 제안을 받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미 슈가도넛이라는 펑크밴드를 하고 했다.

디알: 그때 슈가도넛을 하면서 힘든 상황이었다. ‘앞으로 뭘 더 해야 할까?’, ‘내가 꿈꾸던 상황인가?’ 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커지던 중에 디구루의 연락을 받았다. 그냥 뭐가 됐든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

혼란의 이유는?

디알: 록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할 때는 매번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다.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화려한 테크닉과 기교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현타가 왔다. 그에 반면 이디오테잎에서 드럼 연주는 완성도를 목표로 연구하는 기분이라서 즐거웠다.

제제: 그 당시에 디알은 록밴드 드럼 연주에 이골이 난 사람 같았다. 시원하게 세게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데, 관객은 누가 더 화려하게 솔로를 잘 치는 것만 따져서 연주를 더 화려하고 복잡하게 잘하는 걸 생각하는 게 성향상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전자 음악의 스트레이트하고 단순한 점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그 고민을 해결해 준 거지.

합류 당시 이디오테잎의 전자음을 어떻게 느꼈나? 밴드 사운드에 적용하기에 생소한 소리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디알: 일렉트로닉 음악은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꾸밈없는, 그러니까 비꼬지 않은 순수하고 단순한 소리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매우 자극적이었고 폭발력 있는 소리로 매력을 느꼈지. 펑크든 여느 록음악에서는 소리를 꾸미기 위해 여러 가지 많이 하는데, 그에 비해서 전자음악은 순수한 소리였다.

실제 디알의 라이브 드럼 연주가 밴드 특유의 에너지에 큰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록밴드에서의 드럼 연주와 이디오테잎에서 전자음을 뒷받침하는 드럼 연주는 무엇이 다른가.

디알: 장르적인 특징으로 박자가 다르기도 하지만, 드러머로 보컬의 유무가 큰 차이로 느껴진다. 보컬이 있으면 어찌 됐든 그 노래는 보컬이 주가 된다. 어쩔 수 없다. 가사를 쓰거나 곡 제목을 붙일 때도 가사를 염두에 두거나 심지어 연주도 가사에 맞춰 가야 한다. 반면에 일렉트로닉 음악은 가사가 없는 반주가 많아서 나름대로 생각해 볼 게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도가 높다. 제목 하나만으로도 곡의 성격을 모두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 거지. 가사가 있는 음악을 만들 때마다 제목을 설득하기 위해서 서술형으로 가사를 억지로 짜집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디구루: 록음악에서의 리듬은 드럼이 이끌고 가지만, 이디오테잎에서는 드럼이 리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신스가 정해진 타이밍에 칼같이 움직이니까. 디알은 거기에 발목이 묶여있다. 그래서 그 제약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막 발산하니까 사운드적으로도 퍼포먼스적으로도 벨런스가 오묘하게 맞다. 두 명의 신스가 수면이라면, 디알의 드럼은 수면 위를 날아오르는 날치처럼 뛰어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느낌.

보컬이 없는 이디오테잎의 무대에서는 누가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나?

디구루: 드럼이다.

제제: 디알의 어머니가 드럼이 아주 잘 보인다고 아주 좋아한 일화가 있다. 보통 밴드 하면 드럼이 잘 안보이지 않나. 항상 뒤에 있고.

디알: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게 악기 특성상 신시사이저를 갖고 엄청 연주를 과격하게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에 드럼은 신시사이저보다는 움직임이 크니까 어쩔 수가 없다.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어떻게 제작되나? 한 곡이 탄생하는 과정을 알려달라.

제제: 멜로디나 루프가 만들어지면 거기에 드럼을 연주해 보고 악기도 연결해 보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완성된다. 과정은 밴드와 같다. 드럼이 있기에 밴드처럼 작업이 가능한 거다.

디구루: 완전 초창기에는 합주실에 들어가 루프 하나로 잼을 했다. 합주 시간이 5시간인가? 그때 디알에게 너무 미안했다. 드럼은 5시간 동안 안 끊고 계속 연주를 한 거니까.

디알: 연주할 때 힘들지 않았다. 아드레날린 때문에 잘 몰랐는데, 끝나고 집에 가서 엄청 일찍 잠에 든 것 같다.

각자 전자음악을 처음으로 접한 순간 언제인가?

디알: 지금도 기억나는 게 워커힐에서 했던 연말 파티에 베니 베나시(Benny Benassi)를 처음 봤던 게 내 첫 전자음악이다. 베니 베나시를 몰랐지만, 거기 참여한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면서 여자를 꼬시는 게 흥미로웠다. 이게 전자음악이구나 싶었지. 근데 난 공연하면서 손을 쓸 수가 없네 하하. 베니 베나시의 음악은 매우 자극적이었다. 베니베나시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그 사람의 B사이드 곡이 오히려 좋았다. 그때부터 함께 파티에 갔던 동생에게 일렉트로닉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디구루: 그 동생이 나와 디알을 연결시켜준 매니저다.

제제: 나는 어릴 때 록키드였고 스메싱 펌킨스(The Smashing Pumkins)의 [Adore], 라디오헤드(Radiohead)의 [Kid A]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때 내 친구들은 그런 전자음악적 음반들은 가짜 소리, 진짜 연주가 아니라며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라디오헤드의 [Kid A]가 발매될 당시에 변절했다고까지 했을 정도니까. 나는 친구들이 그러고 있을 때 몰래 뒤에서 좋아했다. 그 후에 들었던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라든가,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같은 뮤지션도 강렬한 인상이었다.

디구루: 나는 중학생 때부터 사이키델릭 음악을 엄청 좋아했다. 근데 사실 사이키델릭이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한 단어고 개념이어서 음악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지. 그러다가 동네에 PC방이 처음으로 생긴 거다. 처음 PC방을 방문하여 ‘넷스케이프(Netscape)’에 첫 번째로 검색한 단어가 사이키델릭이었다. 여러 정보가 쫙 나오는 중에 ‘사이키델릭 트랜스’라는 단어가 떴고 찾아보니까 사이키델릭도 맛탱이가 가버린 음악인데 트랜스도 맛탱이가 간 음악이라고 하고, 그럼 혼빵가는 음악이겠네 라는 기대감으로 들었다. 당시 인터넷 속도로 한 곡을 들으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사이키델릭 트랜스에 빠져 그 자리에서 6시간 동안 아스트랄 프로젝션(Astral Projection)과 아스트릭스(Astrix) 등의 아티스트 곡을 감상했다. 사이키델릭 트랜스는 내가 추구하던 무언가와 연결되어있을 것 같아 한참 찾아들었다.

이디오테잎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의 밴드로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어떤 음악에서 영감을 얻나? 앞서 언급된 언더월드, 라디오헤드 등의 뮤지션 음악이 이디오테잎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지 않다.

제제: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프로디지(The Prodigy), 소울왁스(Soulwax), 인팩티드 머쉬룸(Infected Mushroom) 등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들이 어떤 악기를 쓰고 공연하는지 연구도 했고. 그때는 사실 전자음악을 접목한 포맷의 밴드가 훗날에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1년 ‘SXSW’에 참여하면서도 우리와 같은 포맷의 전자음악 밴드를 여럿 볼 수도 있다는 기대에 참여했던 건데, 우리밖에 없었고. 미래에는 많아질 것 같았는데, 지금도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이 재밌다. 앞서 나가는 음악이고 미래의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도 과거가 됐다.

디구루: 전자음악을 접목한 포맷도 얼마 없지만, 인스트루멘탈 일릭트로닉 밴드는 더 없는 것 같다. 내가 겨우 찾은 게 레드 엑시스(Red Axes) 하나뿐이다.

15년 동안 보컬을 고려해 본 적은 없는가?

제제: 예전에는 분명 ‘보컬이 있어야 더 인기가 좋아질까?’, ‘보컬이 있으면 더 많이 들을까?’를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앨범을 만들 때마다 생각했던 것 같은데, 코로나 직전에 디알이 이 정도까지 했으면 그냥 넣지 말자고 정리했지. ‘굳이 뭐 이제 와서 넣는 것도 이상하지 않냐?’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또 지금까지는 우리의 음악에 보컬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빠진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드러머가 더 돋보이려면 보컬이 있으면 안된다 하하.

디구루: 얼마 전에 든 생각은 이디오테잎의 높은 텐션 음악에 딱 맞붙어서 밀리지 않는 보컬이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만약에 그런 보컬이 있다면 좀 해볼 만하지 않을까.

인터넷 개인방송을 비롯하여 공중파 예능에까지, 여러 매체에서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BGM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 자신의 음악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디구루: 나도 인터넷 게임 방송 보는 걸 좋아하는데 “배틀그라운드” 대회를 하는데 마지막 4명 남았을 때 갑자기 우리 노래가 나왔다. 열심히 몰입해서 대회를 보다가 우리 음악이 나오는 순간 몰입이 깨졌다.

디알: 나는 예전에 제보받은 적 있다. 되게 특이한 경우였는데, 인터넷 방송인 두 명이 성인 방송에서 우리 음악을 사용한다는 걸 제보 받았다. 또 인터넷 불법 카지노 광고에도 우리 음악이 나온다고…

제제: 제보를 많이 받는데,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냉장고를 열기 직전에도 우리 음악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FTV’인가 낚시 방송과 바둑 방송에도 우리 음악이 나온다더라.

디구루: 카지노, 대회 등 아슬하슬하고 긴박한 순간에 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음악이 밈처럼 사용되는 느낌이다.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에 여러 곡을 제공하며 좀 더 대중적인 밴드로 진일보한 덕분이라 생각되는데, “더 지니어스”의 흥행과 이디오테잎의 사운드트랙 참여가 밴드에게 얼만큼의 중요한 사건이었나?

디구루: 우리에게는 너무 큰 사건이지. 그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지니어스”가 그렇게 잘 될지도 몰랐다. 그런 프로그램 자체도 한국에서는 없는 경우였고. PD가 자신의 입봉작인데 반드시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사용하고 싶다고 직접 메일을 보내서 허락했다. 그냥 사용하고 저작권료 내면 끝인데, 허락해달라고 연락까지 하는 경우는 되게 드물지 않나. 우리야 프로그램에서 써준다면 고마운 입장이니까 허락했는데, 방송이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지. 우리 음악이 메인 테마로 사용될지도 몰랐고.

제제: 너무 “지니어스” OST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걱정하던 때 매니저가 말했다. 그래봤자 20만 명 듣는다고. 한국에서 2천만 명 들을 때 그런 걱정을 하자고 했다.

디알: 펜타포트 관객 동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그 “Melodie”가 나오니까 “와! 지니어스다!”하면서 달려가더라.

제제: 또 우리 음악이 “피파 온라인” OST로도 사용됐는데, 이에 관한 재밌는 일화로 디알의 중학생 드럼 레슨생이 엄청 말을 듣지 않았는데 어느 날 “선생님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음악을 들려줬는데, 걔가 깜짝 놀랐다더라. 그때부터 레슨할 때 아주 말을 잘 들었다고…

디구루: “지니어스” 곡으로 유명한 “Pluto”, “Melodie”는 2011년 앨범 [11111101]에 수록된 곡이다. “지니어스”는 2013년 프로그램이라, 당시 우리의 입장에서는 2년 전에 이미 지나간 음악인데 너무 좋아하니까 2집을 만들 때 방향에 관해 고민이 들더라.

디알: 우리가 원조 역주행이네.

오히려 “지니어스”의 흥행을 족쇄처럼 느낀 것 같다. 이제는 고민과 족쇄에서 자유로운가?

제제: 그렇다. 오히려 코로나 시절이 족쇄를 풀어준 계기였다. 코로나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다면, 코로나가 터지고 공연을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그런 고민은 약간 사치인 거지.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감사하고 그런 기회가 없으니까. 코로나가 끝나고 작년 펜타포트 무대에 섰을 때 환호해 주는 관객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페스티벌에서 “Future That Never Comes”을 연주할 때 멤버 모두 스틱을 잡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리얼 드럼이 있는데 드럼머신을 사용한 계기는?

디알: “Future That Never Comes”은 테크노를 가미한 사운드를 재밌게 연주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곡이다. 당시 테크노가 약간 유행이었는데 드러머가 혼자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리듬이 쪼개지니까 디구루와 제제가 나에게 드럼을 배웠지. 코로나 덕분에 연습할 시간이 생겼다. 많이 알려주고 싶었는데, 말을 안 들어서 “Future That Never Comes”은 연주할 정도로만 알려줬다.

제제: 아주 솔직한 이야기로 드럼 머신을 우리가 연주하지 않아도 됐다. 드럼 머신 플레이 버튼 한 번 누르면 자동으로 연주가 되는 건데, 이디오테잎은 좀 더 동적인 밴드라서 셋이 나눠서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생각한 결과다. 그래서 디알이 기본 리듬을 가지고 연주하면 옆에서 우리가 같이 도와주면서 완성하는 느낌의 곡이다.

이번 싱글 “Acid Punk”은 댄스 음악에서의 애시드 요소와 펑크 록을 조합하여 독특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제작된 음악인가?

디구루: 평소 좋아하던 에시드 테크노와 펑크를 조합하여 자연스럽게 탄생한 곡이다.

제제: 항상 전자음악과 록음악을 조합하니까 “Acid Punk”도 원래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만든 곡이다. 좀 더 에시드와 펑크로 구체화한 것뿐.

디구루: 1집의 “080509”은 약간 개러지 록과 비슷하고 “Melodie”은 LA 메탈과 비슷하다고도 느낀다. 그런 장르적으로 흡사한 부분을 당시에는 의식하고 제작한 게 아니었는데, 이번 “Acid Punk”는 펑크로 록음악의 범주를 좀 더 좁혔다.

“Vladimir Komarov”의 뮤직비디오에서 ‘레고’를 조립한 이유는?

제제: 회사에서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비주얼라이저를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뮤직비디오를 찍을 줄 몰랐지. 레고 조립이 콘셉인 이유는 이디오테잎 멤버 전원이 조립을 좋아한다.

“Vladimir Komarov Remixes”에 오혁(Oh Hyuk)과 키라라(KIRARA)가 참여했다. 두 리믹스를 어떻게 감상했나?

디알: 키라라는 워낙이 전자음악을 잘 만드니까 당연히 잘 나오겠지 싶었는데, 오혁에게 충격받았다. “LOVE YA!”를 부르던 애가 전자음악도 만든다는 생각에 많이 놀랐지.

제제: 키라라는 오히려 원곡 리듬을 테마로 되게 감상적인 음악으로 잘 만들어 주었다. 사실 “Vladimir Komarov”은 2020년부터 준비되어 있던 곡이다. 그때 키라라와 오혁에게 너희가 리믹스를 하면 좋겠다고 해서 데모를 몇 개 보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Vladimir Komarov”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앞서 이디오테잎과 결이 맞는 보컬 뮤지션이 존재한다면 함께 협업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는데, 보컬 외 다른 방향으로의 협업에도 열려있나.

디구루: 항상 열려있다. 재밌을 것 같으면 툭툭 하는 편이고. 오히려 우리를 되게 무섭고 어려워서 접근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는 우려도 든다.

제제: 다른 방향으로는 이태원에서 전자음악을 하는 프로듀서, 혹은 ‘허니베저 레코드(Honey Badger Records)’ 등의 레이블 컴필레이션에 곡으로 참여하고 함께 릴리즈하는 방향도 좋다고 생각한다.

향후 이디오테잎의 행보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치겠다.

디알: 11월 11일 이디오테잎의 단독 공연이 개최된다. 연말이 다가오기도 하니까 공연과 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을 콘셉트로 진행하려고 한다.

제제: 작년 같은 날 공연을 하려고 했다가 핼러원 참사로 취소했던 공연이다. 2011년 11월 11일에 공개된 첫 앨범을 기념하며 매년 11월 11일마다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이디오테잎의 공연일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디알: 그래도 빼빼로를 주신다면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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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황선웅
Photographer │유지민
Stylist│류윤현
Hair, Make up│이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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