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L

5년 전 서울 염창동 인근 조그맣게 문을 연 아웃도어 전문 숍 로우스트 마운틴(The Lowest Mountain)과의 인터뷰를 기억하는가. 그곳에서 이제 막 새싹을 틔웠던 케일(Cayl)은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며, 지금에 와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고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야 하는 오르막길, 아웃도어라는 봉우리를 향해 묵묵히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케일. 선두에서 이를 이끄는 디렉터 이의재와 함께 지난 5년간 그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어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5년 전 케일의 오프라인 스토어 로우스트 마운틴 이후 두 번째 인터뷰다. 그때로부터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나?

브랜드 규모부터 내부 인원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로는 자본이 늘어나 많은 일이 편해졌지. 예전에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수월함을 느끼고 있다. 대신 그만큼 일이 많아져 바쁘게 지내는 중이다.

케일이라는 브랜드의 성향과 방향성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전보다 시야가 좀 넓어졌달까. 몇 년 사이 해외 숍과도 거래를 트고, 팝업도 몇 차례 진행해보니 이제야 뭘 좀 알 것 같다. 요즘은 다른 브랜드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할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처럼 아웃도어 기반의 브랜드를 하되, 마이너한 무드를 보여주면서 볼륨을 키울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한다. 케일이 대중화될수록 기존 고객이 지루해할 가능성이 크고, 신선함을 못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의류 외 아웃도어 기어의 비중을 늘린다거나 독특한 그래픽이나 컬러를 더해 조금씩 변주를 주려고 한다.

그 사이 함께하는 팀원 또한 늘었다. 케일 팀은 어떤 구성으로 일하고 있나.

우선 케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아내가 회사의 회계를 맡아 운영하고 있고, 동시에 온라인 몰까지 관리하고 있다. 나는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을 총괄한다. 이와 함께 비주얼 디렉팅, CS, 숍 스태프로 나눠진 업무를 총 여섯 명이 분담하며 케일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하는 일에 비해 인원이 조금 빠듯해 딱 목에 찰 정도로 일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처럼 소수 정예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게 더 즐겁고,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인터뷰에서 언젠가 투 잡을 벗어나 케일에 전력투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 이를 이뤘다. 감회가 어떤가.

퇴사 일 년 전 즈음부터 케일에 전념할 계획을 세우고, 그 준비도 꾸준히 해왔기에 감동이 크지는 않았다. 다만, 케일만으로 생계를 잇고,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퇴사 전 B2C에서 B2B 비즈니스를 어느 정도 구축해 놓은 터라 장래에 대한 불안감도 적었다. 개인적인 생활이나 케일 운영 면에서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온전히 케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많은 이들이 케일을 응원해주고, 구매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런 부분에서 많은 감화를 받았고 의미도 있었다.

요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대상으로 등산은 물론, 트레일 러닝 등의 아웃도어 활동이 크게 각광 받았다.

젊은 층, 특히 패션에 관심 많은 20~30대가 고프코어 룩에 영향받고, 그 유행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아웃도어 활동이 엄청 떠올랐다. 관련 브랜드 모두 때아닌 호황을 누렸지. 아웃도어 브랜드가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남들이 잘 입지 않는 브랜드를 입고 싶거나, 뭔가 특별한 걸 입고 싶은 사람들이 먼저 아크테릭스(Arc’teryx) 같은 고급 등산 브랜드를 찾았을 거고, 좀 더 마이너한 브랜드를 원하는 이들이 케일을 찾은 것 같다. 일상에서는 물론, 등산을 가서도 아크테릭스 재킷에 케일 팬츠를 입는다든가 하는 스타일링을 많이 목격했다. 최근에는 러닝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앞으로는 러닝 카테고리의 브랜드가 더 커지지 않을까.

그럼에도 케일은 스타일보다는 아웃도어, 스포츠라는 본질에 더 가까이 접해있는 느낌이다.

위와 같은 열풍에 힘입어 아웃도어 베이스의 브랜드가 여기저기 많이 생겨났다. 완전한 아웃도어는 아니면서, 그런 무드를 표방하는 브랜드도 보인다. 개중에 잘 되는 브랜드도 많지만,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브랜드도 무수하다. 그런 걸 보며 케일의 강점은 무엇인지,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나도 독특한 비주얼의 아이템을 내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실제로 제작한 경우는 드물다.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스타일보다는 퍼포먼스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아웃도어 전문 원단을 사용한다든가, 다른 브랜드에서 내놓지 않는 기어를 선보여 실제 필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걸 또 멋지게 보여줘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으면, 그게 또 하나의 스타일이 될 수 있으니까. 케일의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향이 궁금하다. 전통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도 라이프스타일을 위시한 캐주얼 라인을 선보이고 있지 않나.

대중의 볼륨을 따라가야 하는 라이선스 브랜드에서 그런 서브 라인이 자주 보인다. 한국 시장이 조금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기도 하다. 아웃도어를 판매하는 채널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그 소비층 또한 얇다. 등산객의 세대 분포도 물과 기름처럼 나누어져 있는 것도 한몫했지.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가 50~60대를 겨냥한 시장을 그대로 두면서 젊은 층에 어필하는 캐주얼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건데, 아무래도 아웃도어 브랜드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면, 그 정도의 퍼포먼스로 대중을 설득하기는 또 어렵지 않을까.

케일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 또한 종종 목격된다.

처음에는 좀 황당하기도 했는데, 케일의 시작을 떠올려 봤을 때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자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어쨌든 뭔가 잘 보여주고 있고, 누군가 봤을 때도 멋진 브랜드라고 판단할 기준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 브랜드도 그들만의 것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여러 레퍼런스를 보다가 자기 걸 찾는 경우가 있고, 못 찾는다면 결국 서서히 사라지겠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카피 브랜드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다.

근래 유심히 보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아웃도어 쪽은 일본의 노스 페이스(The North Face)와 골드윈(Goldwin)을 꾸준히 보고 있다.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는 아무래도 최신 소재를 자사의 아이템에 곧바로 적용하는 게 있고,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그런 요소를 중점적으로 체크한다. 아웃도어 이외의 패션 브랜드를 따로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질 샌더(JIL SANDER), 아워 레거시(Our Legacy)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룩북이나 비디오가 눈에 띄더라. 어떤 비주얼로 브랜드와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는지, 멋있는 이미지를 캐치하려 한다.

아웃도어 또한 단순 등산뿐 아닌 트레일 러닝이나 백패킹 등 다양한 장르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브랜드 역시 다수 생겨나고 있지 않나.

한국은 이제 거의 포화상태인 것 같다. 이전 배낭이나 사코슈 같은 가방을 오더 메이드 형태로 제작하는 개러지 브랜드가 몇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런 문화를 소비하는 인구가 한정적이다. 일본을 봐도 새로운 브랜드가 생기는 것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각각의 브랜드가 5~6년 전에 하던 걸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다.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적 기반이 약해 브랜드가 새롭게 생기는 걸 기대하기 힘들다.

아웃도어라는 장르 자체가 지닌 어려움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제품 생산이라든가.

아웃도어는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장르다. 케일도 계속 제품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사용자의 피드백을 듣고,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내가 제작하려는 옷에 어떤 원단과 부자재를 써야 좋은지, 무슨 기능을 더할지 등 그렇게 알아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케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생산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했나? 조금 더 수월해진 부분은 없는지.

가방 제작에 한해서는 조금 수월해지긴 했다. 이제는 원단도 온라인에서 곧바로 주문할 수 있다. 다만, 의류 쪽은 아직 어렵다. 특정 원단을 구매하려면, 브랜드 규모도 원단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아야 하고, 어떤 제품을 제작할 건지도 보여줘야 한다. 원단 브랜드가 이미지 소비에 박해 거래를 트기 어렵다. 가장 유명한 원단 브랜드인 고어텍스(Gore-Tex)에도 몇 번 연락해 보기는 했는데,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폴라텍(Polartec)도 몇 번이나 도전한 후에야 이제 막 원단을 수급해 쓰고 있다. 브랜드 감도뿐 아니라 매출 규모, 얼마나 원단을 구매할지 등등 여러 조건을 많이 따져 길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전 인터뷰에서 케일만의 자체 소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머릿속에 항상 떠다니는 일인데, 쉽지 않다. 원단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곳에 의뢰해 우리가 원하는 사양이나 구성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또 만만치 않거든. 100% 새로운 원단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개발된 회사의 원단에 필름을 부착해 우리가 원하는 기능의 원단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정도인데도 꽤 어렵다.

브랜드 규모를 키우며, 이런 미션을 돌파해 가는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쓰지 못했던 원단을 쓰게 됐을 때 오는 성취감이 있지. 우리도 이제 이걸 쓸 수 있다는 쾌감 같은 거. 하하. 대기업에서 나오는 하위 브랜드 같은 경우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도 상위 브랜드에서 구매한 고급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독으로 진행하는 케일의 규모로는 그렇지 않거든. 우리도 겨우 턱걸이로 들어가고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이런 게 브랜드 운영의 재미있는 포인트 같기도 하다.

브랜드 제품 판매 외 단체 하이킹, 러닝 등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 자신을 위한 것도 있고, 브랜드를 위한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운동하며 건강도 유지하고, 스트레스까지 푸는 거지. 달리다 보면 내 몸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긴 시간 신체에만 집중해 몸을 움직이니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브랜드 측면으로는 당연히 내가 뭘 좀 알아야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지 않겠나. 나도 어느 정도는 이런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 단체로 하이킹을 하거나 트레일 러닝을 하며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받게 되고, 사람마다 등산하는 스타일이나 체형, 힘들어하는 포인트가 전부 달라서 그걸 관찰하고, 케일 의류에 적용하기도 하지.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이 신(Scene)에 서포트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게 좋은 사례를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케일을 취급하는 스토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 특히 요 몇 년 사이 일본에서의 약진이 대단한데,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걸까?

일본에 납품하는 대부분의 숍은 등산 전문 기어 숍이다. 그래서인지 의류보다는 배낭과 같은 기어류에 대한 반응이 좋다. 배낭의 디자인과 컬러, 가격 측면에서 어필하는 것 같다. 일본에도 개성 넘치는 개러지 브랜드가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또 색다른 브랜드를 찾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빔즈(Beams)나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같은 대형 편집 스토어에서의 연락 또한 있었을 것 같은데.

질문에서 언급한 대형 편집숍 몇 곳에서 연락이 온 적 있다. 지금 일본에서 케일을 취급해주는 딜러 숍이 하나 있는데, 우리와 5년 정도 거래한 후 정식 디스트리뷰터 계약까지 맺었다. 위와 같은 대형 편집숍의 제안을 화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브랜드가 오래 가기 위해서는 이미지 소비가 빠르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매번 새로운 룩이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어렵다. 패션 브랜드를 주로 다루는 편집 스토어는 시장의 유행에 맞춰 계속 새로운 걸 요구할 텐데, 우리가 그 속도를 맞추기도 빠듯하고, 맞춘다 한들 이미지가 소진되어 버리면, 결국 브랜드의 매력도 떨어진다. 시장 특성상 천천히, 어느 정도 진득하게 진행하는 아이템을 보여줄 수 있는 숍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보여주되 패션적인 부분은 우리와 결이 맞는 소규모 스토어에서 보여주는 게 적합할 것 같다.

마침 최근 도쿄의 편집 스토어 1LDK에서 팝업을 진행하지 않았나.

큰 자극을 받았다. 팝업 준비부터 접객,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 등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여러 층의 방문객이 섞여 케일을 구경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일반 기어 숍에서 팝업을 진행했다면, 등산에 취미가 있는 이들만 왔겠지만, 1LDK는 여러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 스토어라 일반 손님부터 패션 업계 종사자까지 다양한 사람이 한데 어울리더라. 시끌벅적하게 홍보해 판매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묵직하게 움직여 나가는 게 좋다. 앞으로 조금 더 잘 준비하면 뭔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케일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뉴발란스(New Balance)와의 협업을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방대한 볼륨의 컬렉션을 발매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뉴발란스와의 협업은 지난 2021년 처음 시작됐다. 슬라이드와 샌들 모델을 바탕으로 협업을 진행했고, 이게 기폭제가 되었지. 그 첫 번째 협업을 경험 삼아 두 번째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스니커를 중심으로 한 컬렉션을 준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근데 그 1년 사이에 뉴발란스에 변화가 너무 많았다. 누구나 알다시피 스니커 신(Scene)에 뉴발란스 붐이 일었다. 이런 인기에 타 브랜드와의 협업 역시 너무 많아져서 1년간 콜라보레이션 클리닝 작업을 거쳤다. 뉴발란스의 본바탕이 스포츠이기에 너무 패션으로만 소비되는 걸 경계하더라. 이후 다시 준비를 거쳐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한 뒤 의류까지 그 카테고리를 넓혔다.

스니커 모델의 선정도 직접 했나?

의견 정도는 낼 수 있지만, 보통 그쪽에서 먼저 몇 가지 모델을 제안한다. 그래서 퍼포먼스에 특화한 프레쉬 폼X 모어 트레일v3(Fresh FoamX More trail v3) 모델과 라이프스타일 모델인 ML610을 골랐다. 이런 구성으로 선택한 뒤 컬러나 소재, 로고 배치 등의 디테일한 작업은 우리 쪽에서 진행했다. ML610 같은 경우에는 케일에서 자주 사용하는 그리드 원단을 스니커에도 적용해보자는 접근으로 시작했고, 일반적인 가벼운 트래킹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클래식한 느낌의 헤어리 스웨이드를 더했다. 프레쉬 폼X 모어 트레일v3는 기존 뉴발란스 스니커 유저에게 갑피의 메쉬 파트가 약하다는 피드백을 들어 그리드 패턴을 위에 다시 한번 프린팅해 내구성을 강화했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룩북과 프로모션 비디오까지 선보였는데, 어떤 콘셉트를 통해 컬렉션을 보여주려고 했나.

국내에서는 좀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적인 색을 보여주는 게 해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이색적이라고 느낄 것 같아 한국의 산과 경복궁 등 국내의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는 스토리로 구성했다.

큰 규모의 협업을 진행하며, 느낀 바가 있다면?

디자인이나 제품 생산은 케일의 시작과 함께 계속해온 일이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 대신 이걸 진행하기 위한 문서 작업이 많았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있는 큰 브랜드와 일하니 많이 배울 수 있었지. ‘이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걸 준비해야 하는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또 기존 우리가 거래하지 못했던 스니커 전문 스토어나 큰 규모의 숍에 케일의 이름을 단 스니커와 옷이 입점하는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다음에도 몇 브랜드와 함께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우선 뉴발란스와 세 번째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그리고 유세지(USAGE)라는 브랜드와도 협업을 얘기 중이다.

작년 케일의 새로운 공간 또한 문을 열었다.

우선 매장 크기를 좀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5층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세 번째 숍이자 사무실로 택한 거다. 케일 오프라인 스토어를 찾는 손님은 대부분 목적성 방문 고객이라 이렇게 숨어있어도 올 사람은 온다는 생각이 있었다. 멋진 건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쾌적한 매장을 꾸리는 게 목표였다.

본인 또한 아웃도어 활동의 열렬한 애호가다. 국내에서 열리는 여러 대회에도 참가 중인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었나.

가장 최근에 참가한 ‘트랜스 제주’. 100km 거리의 오프로드를 완주하는 대회고, 장장 15시간을 달렸다. 지금까지 여러 대회에 참가했는데, 매번 새로운 기분을 느낀다. 날씨에 따라 산의 분위기가 다르고, 장거리 달리기에 익숙해질수록 즐거움도 새롭다. 이렇게 한번 대회를 뛰고 나서 확 비워지는 기분이 좋다. 당장 몸에는 무리가 오겠지만, 한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천천히 회복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앞으로 5년 뒤의 케일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내부적인 시스템을 조금 더 정리하고, 해외 세일즈에 좀 더 집중하고 있지 않을까. 나중에는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있는 건물 1층에 작은 숍을 여는 게 목표다. 러닝 베이스의 의류와 기어도 건드려 보고 싶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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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오욱석
Photographer│전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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