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CE

불과 1, 2년 사이 세계 굴지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서울 압구정으로 앞다투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시아 두 번째 스토어로 압구정을 택한 팔라스 서울 스토어 역시 그 중심에 있다. 오프닝 이벤트의 뜨거운 열기로 진화가 필요해 보였던 지난 2일, 팔라스의 파운더 레브 탄주(Lev Tanju)와 비즈니스 디렉터 가레스 스큐이스(Gareth Skewis)를 만났다. 서울 스토어 오픈과 스케이트보드와 패션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기조 그리고 두 사람의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꺄지, 그날의 대화를 복기해 본다.

인터뷰는 지난 2일 팔라스 서울 스토어 오픈 이벤트에서 나눈 대화를 그대로 실었다.


팔라스 서울 스토어 오픈을 위해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고 들었다. 한국의 인상은 어떤가?

한국에 처음 온 게 2004년인데, 그때에 비해 많은 게 변한 것 같다. 특히 유스 컬처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 최근 몇 년간, 서울의 문화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멋진 숍들과 음악 그리고 브랜드들까지, 서울은 정말 재밌는 도시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재밌었던 경험이 있었는지. 

사실 어제 도착했다. 하지만 팔라스 팀원들과 나가서 저녁도 먹고 클럽도 갔는데, 정말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걸 느꼈다.

어느 클럽에 갔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늦었기도 했고. 하하.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부터 묻고 싶다. 팔라스가 서울에 스토어를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지금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뉴욕, 도쿄, 런던, LA 처럼 서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서울 스토어 오픈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

팔라스 서울의 국내 운영을 맡고 있는 웍스아웃과는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웍스아웃이 시작했을 때부터 오랜 시간 지켜봤다. 그들만큼 한국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가 없겠다 싶어 같이하게 됐다.

영국에 멋진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없다는 걸 깨닫고 팔라스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G: 그렇다. 레브는 터키계이고, 나는 남아프리카 출신인데 2000년대 중반 런던의 에너지가 정말 특별하다고 느꼈다. 우리 둘은 사우스 뱅크(South Bank)에서 함께 보드를 타며, 슬램 시티 스케이트(Slam City Skates)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런던을 대표하는 스케이트보드, 하드웨어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았지. 그래서 스폰서가 있던 스케이터 친구들과 함께 다른 브랜드에서, 특히 영국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는 하지 못할 일들을 한 거다.

왜 당시에는 런던을 대표하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없었을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스케이트보드 신에는 종종 세대교체가 일어난다. 당시 많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남부 캘리포니아를 주목하고 있을 때, 우리는 사우스 뱅크 같이 우리 동네에서 관심을 기울였다. 이게 팔라스가 가진 진정한 힘이다. 그라임 신(scene)이 커진다던가, 친구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가 성공한 모델이 된다던가 하는 일들. 그때 런던에선 정말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었다. 왜 거기에 집중하는 다른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집중하게 된 것은 단지 우리는 우리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지금의 런던은 정말 많은 흥미로운 브랜드, 에너지로 넘쳐난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팔라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여전히 스케이트보드? 아니면 패션 브랜드?

팔라스는 어느 쪽에도 속한 적이 없다. 팔라스는 팔라스였다. 다른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케이트보드 외에도 여러 관심사가 있다는 거다. 예술이든, 패션이든. 구찌와 협업 하면서도 루카스 푸이그(Lucas Puig)와도 함께한다. 우리가 그렇게 특별한 존재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모든 것에 열려 있는 거지. 그게 팔라스가 멋있는 이유다.

브랜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배우, 래퍼 등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팔라스의 옷을 입었다. 어떤 이가 착용했을 때 가장 놀라웠나, 성공을 느낀 순간이라든가.

엘튼 존(Elton John). 그가 우리 옷을 입고 우리와 일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그리고 유르겐 테럴(Juergen Teller)도 마찬가지고. 그저 사람들이 우리를 알고 좋아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특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 좀 뜬금없지만 최근 베이커(BAKER) 영상에 나온 앤드류 레이놀즈(Andrew Reynolds) 파트가 정말 좋았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어떤 스타일과 브랜드에 열광했나?

L: 보드타는 일과 음악에만 빠져 살았다. 열여덟부터 스무살까지는 스케이트보드에 미쳤었고, 후에 스물두살까지는 클럽을 주구장창 다녔다. 테크노 클럽. 스케이트를 탔을 땐 힙합을 정말 좋아했고 지금은 둘 다 즐긴다. 어렸을 때는 주로 스케이트보드 영상에서 자주 보이던 에일리언 워크샵(Alien Workshop)이나 걸(Girl Skateboards), 초콜릿(Chocolate Skateboards) 많이 좋아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패션에 더 빠지면서 랄프 로렌(Ralph Lauren) 같은 브랜드를 조금씩 섞어 입기 시작했지. 시간이 갈수록 더 다양한 브랜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

G: 초기의 쥬욕(Zoo York), 실버스타(Silver Star), 니코틴 휠스(Nicotine Wheels)처럼 동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이나 90년대 중반 쏟아져 나온 것들. 패션쪽으로 생각해 보면 훨씬 할 얘기가 많지만 지금도 좋아하는 C.P. 컴퍼니(C.P. Company) 같은 브랜드.

그때 당시엔 어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인기가 있었나?

G: 1999-2000년의 에일리언 워크샵과 제이슨 딜(Jason Dill)의 것들, AVE(Anthony Van England)의 파트를 좋아했다. 그리고 해비탯(Habitat)이 처음 시작했을 때 주위의 모든 스케이터와 필르머가 열광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팔라스하면 협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니드 포 스피드부터 스텔라까 아르투아까지, 그 범위를 종잡을 수 없다.

값비싼 제조 공정을 활용한 가죽 재킷이든, 우리가 늘상 만들어 오던 프린팅 티셔츠든, 콜라보레이션은 어느 쪽이던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면에서 기존 우리 스스로 옷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하이엔드 브랜드와 함께하던 스텔라 아르투와와 펍을 열던 말이다. 다른 브랜드와 추구하는 바가 통하면 그게 고급이던 아니던 혹은 그 사이의 것이던 함께하는 거지. 나는 구찌(Gucci) 만큼이나 리복(Reebok)도 좋아한다.

언젠가 한국의 브랜드와도 함께하길 기대한다.

흥미로운 브랜드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항상 열려 있다.

협업 뿐만 아니라 팔라스 웹사이트의 제품 카피는 팔라스다운 유머로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고 있다. 이 모든 걸 레브 탄쥬 본인이 직접 적는다고 들었는데.

L: 카피를 적는 일은 항상 즐겁다. 제품에 대한 설명이 아닌 내 생각들일 뿐이니까. 한 번은 “20분이나 늦잠잤네”를 그냥 적기도 했다.

모든 카피는 갑자기 떠오른 상념들인가?

L: 그렇지. 길을 걷다가도 뭔가 떠오르면 적는다. 어젯밤에는 삼겹살을 먹다가 삼겹살에 관해서도 썼다.

레브가 썼던 카피 중 가장 기억나는 카피가 있다면?

G: 고르기엔 너무 많다. 책 한권은 될 거다. 레브의 카피를 보면 같이 여행했을 때, 같이 먹은 음식들이 떠오른다.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것들. 나는 카피에서 레브가 무슨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안다. 엄청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지.

테오 패리쉬(Theo Parrish)와의 레코드 발매부터 지금 애플 뮤직 믹스 시리즈도 전개하고 있다. 음악이 갖는 의미가 다른 브랜드보다 커 보이는데, 팔라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G: 창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역시 빠져 있는 특정한 장르가 있다. 우리가 발매한 티오 패리쉬 레코드나, 보니 ‘프린스’ 빌리(Bonnie ‘Prince’ Billy) 레코드나 사이에는 아까 이야기했던 스텔라와 구찌처럼, 그 사이에 다양한 유스 컬처가 존재한다. 스케이트보드 영상에서 음악은 필르밍 만큼 중요하다. 어떤 신발을 신느냐만큼 중요한 게 음악이라는 건데,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항상 우리의 일부인 거다.

L: 모든 것. 음악은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DJ에 관심이 있고, 어떤 DJ를 보러 클럽에 가는지가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준다. 애플 뮤직 믹스는 전자 음악, 댄스 음악들로 채워졌는데, 로리 밀라네스(Rory Milanes)나 팔라스의 주축 멤버들이 그런 레코드 모으는 걸 좋아해서다.

애플뮤직 믹스에서 정말 다양한 전자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어떤 음악으로 팔라스를 보여줄 생각인가?

모르겠다. 새로운 음악일수도 있고, 오래된 음악일 수도 있고, 그 사이의 음악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느끼는 감정에 따르기 때문에 정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새 빠져 있는 음악은 무엇인가?

G: 지금은 80년대 신스 사운드를 듣고 있고, 한때는 90년대 중반의 펑크-락에도 빠져 있었다. 하지만 레브나 나나 특정 한가지 보다 넓은 범위에 다양한 것들을 좋아한다. 팔라스와 똑같은 거 같다. 특별한 건 없다.

스케이트보드, 축구, 음악, 어떤 것에도 국한되지 않는 팔라스의 모습이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보여줄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많은 로컬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옷에 관심이 있든, 옷을 만들든, 그 누구든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100% 다른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하지만, 자기 자신이 되는 건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지 않나. 다른 사람을 따라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 자신의 것을 해야 한다. 팔라스는 팔라스다운 것 외에 다른 걸 하려고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하니까.

PALAC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장재혁
Interviewer | 강진욱
Photographer | 이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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