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글렌 체크(Glen Check). 한국 음악 신(Scene)에서 ‘일렉트로닉 밴드’라는 독보적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이들은 한 지점에 머무를 생각이 전혀 없다. 최근 발매한 앨범 [Electronic Live System 2024]은 전자음악적 문법을 더욱 가미하였고 더불어 향후 선보일 무대 또한 크게 변경될 예정이다.
어느덧 첫 데뷔로부터 13년 차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파릇한 청춘과 에너지 넘치는 페스티벌하면 떠오르는 대명사. 그런 밴드가 지금 변곡점에서 새롭게 라이브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는 여전히 넘치는 에너지를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에 이토록 움직이는가. 이는 하단의 인터뷰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다.
만나서 반갑다. 먼저 멤버 각자 자신을 간단히 소개를 한다면?
혁준: 밴드에서 이것저것을 맡고 있는 강혁준이다.
준원: 글렌 체크에서 이것저것을 맡고 있는 김준원이다.
제이보: 나는 글렌 체크에서 그 나머지 잔반을 처리하는 제이보다.
혁준과 준원은 동갑내기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밴드를 결성했나?
혁준: 동갑내기긴 한데, 준원이 빠른년생이라 학교 선배다. 그러나 생일은 한 달 밖에 차이 나지 않는.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선후배로 처음 만나게 됐고 스쿨 밴드를 하다가 준원이 먼저 졸업 후 서울로 올라갔다. 이듬해 나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다시 만났지. 준원은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있었고 나도 대학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생활이 따분해서 맨날 준원의 집에 놀러 갔다. 그러면서 함께 음악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앞선 소개에서 이것저것을 맡고 있다고 했다. 각자 구체적인 역할은 없나?
준원: 이것저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전통적인 밴드였다면 기타, 베이스, 보컬, 드럼 등의 역할이 분배되었을 텐데, 우린 그저 음악을 만들고 싶어 결성한 거라 정말 딱히 맡고 있는 것이 없다.
혁준: 나와 준원은 부전공자다.
준원: 일단은 팀을 결성하고 역할이 딱히 없는 상태에서 이러쿵저러쿵하다 보니까 노래가 나왔다. 근데 만든 곡으로 공연을 하려고 하니까 역할이 없었다. 지금도 공연 때만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음악뿐만 아니다. 밴드 운영이나 비주얼 등 다양한 요소에서도 역할이 불분명하고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나와 혁준이 서로 이것저것을 맡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라이브나 뮤직비디오에서도 멤버 각자 다루는 악기가 항상 달랐던 것 같다.
준원: 무대에서의 정리된 약속은 있지만, 작업을 할 때마다 역할이 달라진다.
혁준: 무대에서는 베이스나 건반을 치지만, 아무래도 비전공자라서 어디 가서는 베이스를 잘 친다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무대에서 그 역할을 맡고 있을 뿐.
2011년 데뷔하여 2024년까지, 13년 차 밴드다. 그동안 노하우나 실력이 전공자들과 견줄 정도로 쌓이진 않았나?
혁준: 난 절대 내가 뛰어난 베이시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뛰어난 베이시스트가 돼야겠다는 욕심도 딱히 없고. 베이스를 전공자들처럼 하루 몇 시간씩 연습하지도 않지. 단지 무대에서 베이스를 치는 게 재밌다.
준원: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보컬 연습은 많이 했지만, 그건 밴드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녹음의 퀄리티를 위해서라도 해야만 했다. 기타는 혁준과 같은 생각으로 내가 연주자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단지 기타로 음악을 만드는 게 좋다.
고등학교 시절 스쿨밴드를 했다고 언급했는데, 그때는 두 멤버 각각 어떤 악기를 다뤘나?
혁준: 둘 다 기타를 쳤다.
제이보는 음악을 전공했나?
제이보: 전공자는 아니다. 그래서 그냥 후려갈기는 편이다.
밴드명 글렌 체크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준원: 사실 밴드 이름을 지을 때 많이 고민했다. 처음에는 뜻이 담긴 철학적인 이름부터, 그냥 사람 이름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결국은 큰 뜻이 없는 이름으로 결정하기로 했고. 당연히 이름이고 단어니까 뜻은 있겠지만, 그게 우리의 음악적 의미를 대변하거나 방향을 제시하진 않았으면 했다. 이러한 생각에 바탕해서 디자인 기초에 관한 책을 랜덤하게 펼쳤는데, ‘글렌 체크’라는 단어가 나왔다. 어감이 너무 좋았다.
당시 디자인을 공부하던 준원의 의견이었다. 혁준은 이견이 없었나?
혁준: 전혀. 정말 몇 달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안 떠올랐고, ‘이제는 진짜로 정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던 시점에서 대충 책을 펼쳐 나온 것이 ‘글렌 체크’였다. 더는 미룰 수 없었고 마침 되게 마음에 들었지.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잘 골랐다.
후보 이름 중 몇 가지를 언급해 준다면?
혁준: 사실 기억이 전혀 안 난다. 그만큼 글렌 체크가 마음에 든 것이겠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으로 내려가 공연하는 일에 어떤 감정을 느끼나?
준원: 부모님이 매번 우리 공연에 오시고, 끝나면 집에 갈 수 있어 좋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할 의사는 없나?
준원: 글쎄… 행사가 보통 서울에 있으니까 서울에 있는 게 편하긴 한데 나중에는 내려가서 살고 싶다. 서울은 좀 시끄럽다. 지금 조용한 동네에 살고 있긴 하지만, 기운 자체가 시끄럽달까.
일렉트로닉 밴드로 활동하는 밴드는 국내에서 글렌 체크와 이디오테잎이 유일한 것 같다. 밴드 결성 당시에 ‘일렉트로닉 밴드’, 전자음악적 문법이 의도된 결과였나?
준원: 아니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렇게 시작한 거지. 멤버도 많고 각자 악기를 모두 갖고 있었다면 전통적인 밴드로 구성을 갖췄을 거다. 그런데 당시에는 녹음실 대여할 돈도 없고 드러머를 고용할 생각도 못 했고,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그냥 기타 두 대뿐이었다. 언제나 사운드가 꽉 차는 걸 원했기 때문에 그때 가장 쉬운 방법이 컴퓨터에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딱히 일렉트로닉 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구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기타 두 대로 밴드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소장한 악기도 많고 다양할 것 같다.
준원: 많이 모았지. 그런데 한두 개씩 고장 나니까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 이제는 오히려 직접 만들어볼 생각도 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냈던 앨범 [Electronic Live System 2024]으로 공연을 전개할 텐데, 그때는 직접 만든 장비도 사용해 볼 예정이다.
반면에 지금 오히려 전자음악 라이브를 시도하려는 이유는?
준원: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전자음악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머리에 그려놓은 걸 현실화하고 의도대로 구성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로 즉흥 연주나 잼(Jam)을 하다가 음악을 만들기도 하나? 딱히 맡고 있는 악기가 없다고 했기에 흥미롭다.
준원: 잼을 통해 제작한 음악이 하나 있다. “Candy Pink”인데, 그게 혁준이 우리 집에 촬영 때문에 왔을 때, 기타 하나 들고 혼자 놀다가 좋은 코드를 발견해서 기억해 뒀다가 녹음한 음악이다. “Candy Pink”처럼 뼈대가 되는 핵심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주변으로 이것저것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업은 머릿속에서 거의 곡을 설계해 두고 완성한다. 실제 녹음 시간보다도 구상하는 시간이 더 길다.
강혁준과 김준원 2인조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제이보를 영입했다. 제이보 영입의 이유는?
제이보: 형들의 기분이 안 좋을 때 재롱을 떨어주기 위해서.
준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사람 만나는 폭이 좁아서 매일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같이 작업하던 사람만 꾸준히 보는 편이었는데, 제이보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어쩌다 보니까 기타가 한 명이 더 필요해서 그때 제이보에게 부탁했다가, 그 후로 같이 다니기 시작했지. 원래는 게임할 때나 같이 놀 때 만나던 친구였는데, 같이 공연하러 다니고 그 횟수가 잦아지고, 작업할 때도 함께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멤버 하자고 이야기했다.
다섯 살 터울인데 잘 지내는 것 같다. 밴드 분위기도 화기애애한 편인 것 같고.
제이보: 나이에 관해서도 재미난 일화가 있다. 형들이 내 나이를 모를 때 내가 형들에게 많이 까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섯 살 차이가 났던 거다. 혁준이 형이 한두 살밖에 차이 안 나는 줄 알았다며 너무 개긴다고 말했다. 그때 ‘개긴다’는 단어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뇌리에 박혔다. 개긴다는 말을 듣고 지금은 약간 조심하려고 한다.
세 사람은 밴드 외적으로도 자주 만나 노는 것 같은데, 만나면 뭘 하나?
준원: 실제 물리적으로 만나는 것보다는 디스코드(Discord)에서 자주 만난다.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게임을 정말 많이 하고 정기 회의 또한 게임 트레이닝 맵에서 디스코드를 통해 대화한다. 게임을 하면서 대회를 많이 하고 게임이 끝나고 웹으로 회의록을 정리하여 공유한다. 세 명 모두 집에서 잘 나오는 성격이 아니라서 디스코드가 편하다.
머릿속에서 곡을 설계하여 음악을 완성하는 편이라고 했다. 디스코드로 대화를 나눌 때 음악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설계된 것을 이야기하기엔 어렵지 않나?
준원: 음악은 데모를 만들어 들려준다. 또 멤버 각자 자기 아이디어를 잘 정리하는 편이다. 아이디어 정리도 타인에게 공유하기 위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잊어먹지 않기 위해서 정리하는 편이고 최대한 기억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까 만나서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웹을 통해 공유하는 게 더 효율적이더라.
글렌 체크의 음악에 저스티스(Justice)가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때마침 저스티스의 신보가 공개되는데 여전히 그들에게 영감을 얻는 편인지?
준원: 저스티스를 비롯하여 세바스티앙(Sebastian), 다프트 펑크(Daft Punk) 등의 프랑스 일렉트로닉을 좋아했고 이에 영향을 받았던 건 사실이다. 2012년 당시에 많은 프로듀서들이 유사한 사운드를 내려고 했고 우리도 컴프레싱 방법 등 다양한 연구와 고생 끝에 비슷한 느낌을 냈긴 했다. 그렇게 발매된 EP가 [Cliché]다. 사실 [Cliché]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일렉트로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았다. 물론 좋아하던 음악이니 그 이후로도 우리 음악에 자연스럽게 영향이 묻어 있겠지만, 앨범마다 다른 사운드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음악을 듣나. 즐겨듣던 음악에서 영향을 받고 밴드 나름의 연구를 거치는 것 같아 흥미롭다.
혁준: 언제나 잡식으로 듣고 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플레이리스트가 하나 있고,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추가해 운전할 때나 일상에서 자주 듣는다. 장르적으로는 슈게이징도 있고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90년대 록 등 다양하게 즐겨 듣는다.
제이보: 나는 그냥 스포티파이에서 들려주는 것을 듣는 편이다. 별생각 없이.
준원: 난 오히려 요즘 나오는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최근 공개한 [Electronic Live System 2024]은 현대적인 작업 방식으로 탄생했지만,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전자음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지.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지고 접근이 쉬우며 샘플도 굉장히 많아서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나는 이런 것에 도움을 덜 받고, 오히려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해서 다양한 작업을 전개해 볼 생각이다.
페스티벌에서 디제이 타이거디스코가 등장해 함께 춤을 추기도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가.
준원: 아. 그건 역사가 매우 길다.
혁준: 옛날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지산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참여했을 때, 라디오헤드 다음 공연이 바로 우리였다. 그때 뭔가 색다르고 재밌는 걸 하자고 논의해서 친구들 여럿이서 그 춤을 춘 게 시작이다. 그때 타이거디스코 형님이 리더였고 한 10명 정도가 무대에서 춤을 췄지. 그 당시를 좋게 기억해서 타이거디스코 형님과 지금까지도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바 운영과 디제잉 등 자신의 업과 커리어가 있지만, 친구를 위해 흔쾌히 무대에 출연하여 춤을 춘다니, 타이거디스코가 멋지다.
준원: 페스티벌 시즌이 오면 조심스럽게 “준원?”하면서 먼저 연락이 온다. 보기와는 다르게 되게 내향적인 형이다. 항상 감사하다. “60’s Cardin”를 엄청 극찬하며 자신의 인생에 큰 영감을 준 음악처럼 말해주니까.
글렌 체크로 활동하며 기억되는 최고의 순간을 꼽자면?
준원: 항상 최고다. 공연을 할 때는 관객들의 반응에서 큰 에너지를 받고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는 고민하여 완성된 곡이 좋은 반응을 일으킬 때 뜻깊음을 느낀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최고의 순간은 꼽을 수가 없다. 모든 순간이 의미 깊어서.
“피파 온라인”에 사운드트랙으로 참여한 일은 감회가 어떠했나? 수동적이지만 대중들게 글렌 체크의 음악이 쉽게 노출될 기회였다. 또한 당신들의 또래 친구들이라면 “피파 온라인”을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지 않나.
혁준: PC방에서 게임하는데 갑자기 다른 좌석에서 우리 노래가 나와서 웃긴 적이 있었다.
준원: 보통 게임이 아니라 승부욕과 자존심, 그리고 남자의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걸려있는 게임이지 않나. 그래서 밴드 나름의 의미가 있긴 하다. 그러나 아쉬운 건 그 돈을 정산받지 못했다. “피파 온라인” OST를 성사했던 과거 레이블에서 문제가 있었고 회사가 사라지면서 정산을 받지 못했지. 그때 우리는 너무 무지했다. 긍정적으로 그렇게라도 우리 음악이 나온 게 어디냐는 식으로 좋게 생각하고 말았다. 뭐 어쩔 수 없으니까. 그리고 돈보다 더 좋은 걸 얻었으니까.
앞서 ‘Electronic Live System’이라는 새로운 라이브 셋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계기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준원: 밴드 구성으로는 페스티벌이나 밴드가 설 수 있는 라이브 클럽에서만 공연을 했다. 그런데 댄스 플로어 친화적인 사운드가 좋기도 하고 DJ로 스테이지에 섰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큰 자극이 된 게 계기다. 그런데 사실 DJ를 하는 건 좀 지친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또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리믹스 앨범 [Electronic Live System 2024]을 만들어 발매했다. 그냥 전자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과거에 발매했던 음반들을 소스로 사용하거나 샘플로 해서 만든 것이라서 재활용되는 사이클이 생겼고 이를 통해 댄스 플로어 친화적 밴드로 거듭나고자 한다.
‘Electronic Live System’은 기존의 밴드 셋과 어떤 점이 다른지 직접 설명을 부탁한다.
준원: 말 그대로 전자음악 라이브 셋이다. 밴드에서는 드러머가 드럼을 치고 베이시스트가 베이스를 연주하지만, 전자음악 라이브에서는 녹음 때 썼던 악기를 미리 세팅해 두고 기계가 현장에서 연주를 들려주는 거다. 드럼머신, 신디사이저, 시퀀서 등을 구성해 두고 우리는 그 위에서 그 사운드를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의 손길을 넣는 거지.
새롭게 장비도 만들고 있다고. 뭘 만들고 있나?
준원: 컨트롤러인데 라이브를 하려고 보니까 컨트롤러가 필요해서 하나 사려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직접 만들게 되더라. 가격도 비싸고.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시작을 했는 데 검색을 하고 연구하다 보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막연히 제작 중이다.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서 또 다른 것도 만들어볼 생각도 들더라.
밴드를 결성하게 된 계기, 전자음악 라이브, 컨트롤러 제작 등 대화를 나누다 보니 멤버 각자의 큰 자신감에서 비롯된 실행력이 글렌 체크의 지금을 만든 것 같다. 일련의 도전 정신이 밴드의 큰 원동력이자 가치처럼 보이는데?
준원: 멤버 모두 생각이 많은 성격인데 항상 생각을 줄이려고 연습한다. 그렇다고 막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호기심이 있다면 그냥 해보려고 한다. 물론 무언가를 실행할 때 불안감은 항상 느끼고 있다. 그런데 불안감을 무시하려고 하니까 재밌는 쪽으로 밴드를 이끌어가게 된 것 같다. 자신감은 딱히 없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하는 거지.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으니까 실행하고 어떤 결론에 다다를 뿐.
느낌과 직감을 더욱 선호하는 편인가.
준원: 그렇다. 생각이 좋은 도구가 될 때도 있다. 효율적인 작업 방식이나 이론적이거나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에서. 그러나 생각은 좋은 도구일 뿐이고 첫 시작의 불씨는 느낌과 직감을 따른다. 우리가 음악에서 드러내는 메시지도 그런 것이다. 생각을 줄이고 일단은 시작하라. 감각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불교 철학에도 생각을 덜고 감각을 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말로 전달하려니 어렵더라고. 그래서 자꾸 그런 사례를 음악으로 보여주려 하는 거지. 언젠가는 전달이 되어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를 깨우친다면 우린 성공한 거다.
마지막으로 밴드의 향후 방향은?
준원: 일단 최종 목표는 정해놓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노래를 최대한 많이 내자. 또 노래뿐만이 아니라 최근 1~2년 동안 영상도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또한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하는 거다. 덕분에 비주얼적인 부분 또한 외부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듯 다양한 창작 활동을 계속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