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Hashimoto

하시모토 케이(Kei Hashimoto)라는 이름을 알게 된 지도 벌써 몇 년 전, 당시 사무실 주변의 편집 스토어 웝트(Warped)에서 열린 카서비스(Car Service) 팝업 스토어가 그 시작으로 그때만 해도 자동차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가 흔치 않았기에 그 존재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뒤로도 그의 소식은 이곳저곳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하위문화를 이끄는 젊은 집단과 인물이 속속 등장했고, 그 사이에는 언제나 케이가 있었다. 이미 일본 내 여러 매체에서 앞다투어 그의 활동과 신변잡기를 다룬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케이는 그보다 한발 앞선 속도로 또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다.

본 인터뷰에서 밝힌 직함만 다섯 개, 이러니 케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수밖에. 마침, 그가 서울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서둘러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케이와의 대화는 하단에서 확인해 보자.


반갑다, 서울에는 무슨 일로 방문했나?

만나서 반갑다. 하시모토 케이라고 한다. 현재 시부야에 자리한 편집 스토어 펄프(PULP)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데, 시장 조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서울에 방문했다.

카서비스의 설립자이자, 유스퀘이크(YouthQuake)의 멤버, 그리고 펄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당신의 이름에는 다양한 직함이 따른다.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인가?

문화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그 각각의 활동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 줄 수 있나?

유스퀘이크라는 크리에이티브 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자동차 머천다이즈 레이블 카서비스의 디렉터, 아트 갤러리 큐레이터,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로도 활동 중이다.

유스퀘이크는 어떤 집단인가? 브랜드 전개와 함께 파티 등 곳곳에서 활약 중인데.

같은 또래 여덟 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DJ와 디자이너, 비디오그래퍼, 페인터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널 대표하는 건 아마 카서비스일 텐데, 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맞다. 대부분 나를 ‘카서비스의 케이’로 알고 있을 거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학창 시절을 기점으로 주변의 멋진 자동차를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머천다이즈를 발매하고,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며, 계속해 카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서비스를 브랜드로 봐야 하나? 내가 보기에는 어떤 ‘움직임’이나 ‘프로젝트’에 가까운 것 같다.

나 역시 카서비스를 단순한 머천다이즈 브랜드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난 다양한 미디어를 섞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주변의 다양한 콘텐츠를 잘 융합하는 거지. 카서비스 또한 그 일환으로 자동차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와 같다. 어떻게 보면, 브랜드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에 더 가깝다. 자동차라는 주제를 매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에 가끔은 나도 카서비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를 다루지만, 특히 올드, 빈티지 카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인다. 젊은 나이에 이런 자동차에 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오래된 차를 좋아하지만, 카서비스에 있어서는 시대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종종 장난감 자동차를 사주시곤 했는데, 그때 자동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인스타그램 계정 속 수많은 자동차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이미지인가?

게시물의 90%는 내가 직접 촬영한 이미지다. 나머지 10%는 커뮤니티 회원, 그리고 친구들이 공유해주는 사진이지. 나는 어딜 가든 자동차를 본다. 나에게는 이게 즐거운 취미 중 하나니까.

첫 차는 무엇이었나, 그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8년 전 첫 자동차를 샀다. 자력으로 산 진짜 내 자동차로 닛산(Nissan)의 1998년식 글로리아 왜건이었다. 카서비스 회원이 알려준 정보를 듣고 야후 옥션 매물로 나온 차를 15만 엔에 낙찰받았다. 신칸센을 타 나고야까지 가서 다시 도쿄로 차를 몰고 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려 27만 킬로미터를 큰 고장 없이 운전했던 추억 또한 절대 잊을 수 없다. 지금 그 차는 내 친구이자 도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메피(Yamepi)가 물려받아 여전히 도쿄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일본 내 빈티지 카 문화 또한 상당히 깊지 않나.

깊은 역사는 물론, 그 장르 역시 다양하다. 일본 특유의 수집 문화 때문일까? 빈티지 카는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계속해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가 더 큰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떤 학생이었나?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와 패션, 이 두 가지밖에 모르는 학생이었다. 미국의 거리문화를 동경하고, 힙합과 얼터너티브 음악을 주로 들었다. 특히, 에어 조던(Air Jordan) 스니커와 뉴에라(New Era) 모자를 열성적으로 수집했다.

과거 일본 우라하라 시절을 지나 지금의 도쿄는 유스컬처, 하위문화의 새로운 장면을 맞이한 듯하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로서, 지금 도쿄의 서브컬처 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당시의 우라하라도 대단했지만, 지금의 도쿄 역시 굉장하다. 이전 세대가 특정 문화를 깊게 파고들었다면, 요즘에는 다양한 문화를 섞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도쿄를 대표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다.

일본 거리 문화의 구세대와 신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도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신구세대가 계속해 손을 맞잡아야겠지. 마침, 기성세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신세대와 이어질 수 있는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베르디(Verdy), 그리고 내 아버지가 나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물려준 것처럼. 나 역시 구세대의 뒤를 지켜보며,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려 한다.

당신의 아버지 역시 패션 브랜드를 운영했다고 들었다. 지금의 케이가 있기까지, 아버지의 영향 또한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난 지금 아버지의 자취를 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패션, 음악, 자동차 등 관심사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다. 이외에도 아버지는 가구와 타투 등 미국 서부와 관련한 여러 문화적 요소를 내게 알려줬지. 그때부터 문화라는 것에 관심을 지니게 되었고, 스스로 더욱 깊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본인의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로 어떤 스타일의 패션을 즐기나,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아까 얘기했다시피 미국 서부 문화를 정말 좋아한다. 패션 외에도 음악이나 자동차 등 그들만이 보여주는 작은 디테일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유스퀘이크 크루의 멤버가 전개하는 FAF(Fake As Flowers), 그리고 한국의 QH(Quispiam Habilis)다. 스투시(Stüssy)도 항상 좋아하는 브랜드고.

80~90년대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본인이 태어나기 전, 혹은 극히 어린 시절이었을 때의 문화에 빠져든 계기는 무엇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문화에 빠져있다. 내가 1995년에 태어났기 때문일까, 그와 가까운 시기의 문화를 자연스레 선호하게 된 것 같다. 이때 일본은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가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길거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지금 봐도 굉장히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보통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일과 여가의 경계가 따로 없다. 매일, 매 순간이 일이고 놀이다.

도쿄 내 본인이 즐겨 찾는 장소 세 곳을 알려달라.

펄프와 잭팟(JACKPOT), 그리고 유기농 주스 카페 코스모스 주스 토미가야(Cosmos Juice Tomigaya)를 자주 찾는다.

코로나 이후 패션, 음악에 걸쳐 일본과 한국 양국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은 어떻게 느끼고 있나?

일본과 한국 사이 문화적 거리가 좁혀진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과 관계를 맺고 있던 내 입장에서도 양국의 문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건 분명 긍정적이지만, 가끔은 서로를 모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모방보다는 접목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앞으로도 한국에서 비슷한 생각을 지닌 친구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다.

이런 문화 속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노력한다면, 그 보상은 반드시 따라올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가까운 시일의 계획에 관해서도 듣고 싶다.

일본 자동차 그룹 도요타(Tyota)와 카서비스의 협업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지금 밝힐 수 없는 일을 여럿 진행 중이다. 올해에는 계획한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전 세계인에게 도쿄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고 싶다.

Kei Hashimoto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Photographer | 심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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