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FIKA 2024

뮤지션 씨피카(CIFIKA)가 새 앨범 [Bonfire]를 발매했다. 제목처럼 어느 부족이 둘러싼 모닥불을 연상케 하는 앨범, 핵심적인 테마 또한 ‘공동체’ 그리고 ‘함께’다.

앨범의 테마는 씨피카의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도 드러난다. [Bonfire]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낸시보이(Nancy Boy)와 우마카(Umaka)와 긴밀히 협업하며 그녀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함께하며 앨범의 음악적 방향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씨피카의 정체성인 전자음악을 아우르는 동시에, 포크와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를 조화롭게 어우른다.

2017년에 VISLA는 씨피카를 인터뷰로 한 차례 다룬 바 있는데, 당시 촉망받던 전자음악가였던 그는 ’10년 내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관한 답변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추구하는 사상, 예술 세계가 비슷하거나 상이한 여러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에서 한국말로 공연하고 싶다. 또한, 새로운 전자음악의 길을 걷고 싶다. 오랜 길을 함께 걸어갈 동료들을 한국에서 만날 것 같아 벌써 설렌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씨피카의 꿈은 나뭇가지와 장작, 산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타오르는 따뜻한 모닥불 같은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녀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목소리로 참여하며 모닥불을 둘러싼 공동체의 온기와 온정이 느껴지기도 하는 앨범 [Bonfire]는 씨피카가 그린 이상향을 대변하는 작품일 것이다. 그의 새로운 방향성을 조명하고, 그 속에 담긴 철학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본 매체는 씨피카의 2024년과 최근에 관하여 다시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아래에 실었다.

정규 앨범 [Bonfire]의 주제와 이름을 짓게 된 계기 등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처음에는 합창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합창과 관련된 투어나 콘서트 계획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낸시보이와 우마카를 알게 되었고, 공연을 몇 번 함께 하며 내가 준비 중인 앨범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모두 흔쾌히 수락해줬다. 혼자 작업하면서 한계를 느끼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음악에 흥미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 제작 방식을 완전히 바꿔보고자 이 두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됐다. [Bonfire]라는 이름은 작업이 끝난 뒤 곡들을 가장 잘 묶어주는 키워드로 떠올렸다. 모닥불처럼 여럿이 모여 함께 듣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래서 수록곡 중 몇 곡은 보컬의 질감이나 공간감이 현장감 있게 들리는 곡들도 있어서 마치 옆에 앉아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은 감상을 받았다. 실제로 앨범에서 곡마다 개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마이킹이나 프로세싱을 각각 다르게 작업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 부분도 이 앨범의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 이번 앨범과 이전 앨범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번 앨범은 분위기, 작곡 방식, 창법까지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범 발매 이후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이전의 나를 좋아했던 팬들보다 이번 앨범을 통해 내 음악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실제로 공연에서도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새롭고 낯선 경험이었다.

앨범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특별히 특정한 감정을 가지길 바라진 않는다. 다만 이전의 내 음악과 이미지를 내려놓고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낸시보이와 우마카와의 작업 분위기는 어땠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달라.

사실 작업 중 의견 충돌이 꽤나 많았는데, 그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처음 겪다 보니 대처하는 부분이 조금 어려웠다. 음역대가 편하지 않거나 귀에 익숙하지 않은 코드 진행이 나오는 곡들이 많았는데, 낸시에게 노래하기 어렵다고 수정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바꿔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과정이 나의 새로운 목소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낸시보이와 우마카는 나 스스로 몰랐던 음악적 가능성을 많이 열어줬다. 혼자서 작업할 때 깨지 못했던 벽을 이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허물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앨범을 순차적으로 들으면서 수록곡들이 유려하게 소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랙리스트의 순서와 유기성에 대해 신경을 썼는지 궁금하다.

트랙리스트는 믹스와 마스터링 과정에서 몇 번 바뀌었다. 작업하는 도중에 중간 점검차 “이 곡이 앨범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까” 하는 고민을 반복했다. 또, 부족의 일원이 새벽에 일어나 평야를 보며 하루를 보내고 불을 지피며 잠에 드는 등, ‘부족의 하루’를 상상하며 배치했다.

“Totem”에서 “View”로 넘어가는 연결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의도된 부분인가?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낸시보이가 “Totem”은 언제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곡이면 좋겠다고 했다. 마치 게임에서의 세이브 포인트처럼 이걸 들으면 언제든 다시 1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게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앨범을 작업하며 ‘젤다’를 레퍼런스로 자주 삼았다. 작업하고 보니 음악 안에 들어가 있는 FX들이나 사운드들도 젤다의 배경 음악 같은 느낌이 난다.

밴드 사운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가사나 보컬 테크닉적인 부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감정 표현에 더 신중을 기했을 것 같은데, 녹음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없었나?

작업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부 곡의 가사는 녹음 며칠 전에야 완성되었고, 이 때문에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녹음 중 가사지를 보며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가사를 보고 부르는 것과 눈을 감고 부르는 것은 성대의 쓰임 위치에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눈으로 가사를 읽으며 부르면 목소리의 톤이나 질감이 평소와 달라지고, 미세한 컨트롤도 어려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앨범의 일부분, 녹음 당시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 자연스럽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보컬을 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앨범에서 가장 먼저 작업하게 된 트랙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작업한 지 시간이 꽤 지나서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Little Drama”였다. 작업실에서 타이틀 곡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해 부족의 흉내를 내며 놀이처럼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북치는 소년’이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아 따뜻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와 밴드 사운드를 결합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곡을 모티브로 스케치를 완성했다. 이후 낸시보이가 곡의 편곡을 맡아 곡이 완성되었다.

앨범 속에 부족 음악스러운 느낌과 요소들을 넣어야겠다는 아이디어의 출발은 어디였나?

부족 음악의 아이디어는 낸시보이, 우마카와 함께 앨범의 주제와 현재 상황에 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낸시보이가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우리는 종종 환영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이는 예술가가 현대 사회에서 받는 불균형한 대접에 대해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대화는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들만의 문화와 언어로 예술을 향유하는 ‘부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는 앨범의 테마와 음악적 요소로 녹아들게 되었다.

“Heart Piece Collector”는 앨범에서 가장 의외의 사운드라고 생각한 트랙 중 하나인데, 곡 속에 슈게이징 사운드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오페라 가수가 등장하는 것처럼 음악이 시작되다가, 갑자기 록으로 전환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결합하는 상상을 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편곡은 낸시보이와 우마카가 함께 했는데, 이렇게 의외의 강단을 느낄 수 있는 곡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녹음 후에는 편곡이 조금 바뀌었는데, 그 변화가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로웠다. 녹음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나레이션’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혼용해서 사용했는데,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의 느낌을 모두 다르게 연출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뛰어난 성우처럼, 중간에는 오페라 포크 가수처럼, 그리고 마지막에는 왕가위 영화의 OST처럼 부르고 싶었다.

이것저것 듣는 재미가 많은 앨범인 것 같다.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여러 협업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이제는 비로소 이러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맞다. 함께 협업했던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선례와 그간의 협업 경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작업에 임했다. 그 마음가짐과 “더 이상 혼자서 작업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시기가 겹친 것 같다. 이번에도 [ION]과 같은 사운드의 앨범이 나왔다면, 사람들도 재미없게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감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시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부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환경이 참 중요한데, 만약 내가 유럽을 베이스로 활동했다면 전자음악이나 IDM 쪽으로 더 나아갔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나는 한국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자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전자음악의 가장 큰 묘미는 한곳에 다 같이 모여서 반복되는 음악 패턴 속에서 정신적으로 고양되며 그 분위기와 함께 젖어드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그걸 구현하기 너무 어렵다고 느꼈다. 워낙 한 가지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건드려 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러한 부분도 앨범에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마침 다음 질문이 작업 환경에 관한 질문이다. 평소 작업할 때 장소나 작업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이번 앨범을 작업한 환경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번 앨범은 너무 고맙게도 ‘AFM Laboratory’에서 스튜디오 전체를 빌려주었다. 그 이전까지는 유목민처럼 각자의 작업실에 서로 모이면서 작업을 했었는데, 믹스 작업을 들어가는 한 달 동안 아주 좋은 시설과 스튜디오를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전 앨범들도 보컬 녹음을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앨범들이 많긴 했지만, 이번에는 악기까지 전부 스튜디오 녹음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내 목소리와 악기 마이킹까지 이것저것 실험해 보며 작업했던 건 난생처음이었다. 또 그런 작업을 허락해준 스튜디오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한국에서 음악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계기가 되었다.

앞에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이 앨범 작업 과정이 그런 마음에 어느 정도 위안이 되기도 했을 것 같다.

너무 황홀한 기분이었다. 알다시피 이런 자유도를 갖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한국에 잘 없다. 한국에서 예술을 한다는 건 거의 ‘돈을 못 번다’와 비례한다. 정말 상위 몇 프로가 아닌 이상 다들 개인 작업실이나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작업하곤 한다. 그 와중에 이런 좋은 환경에서 뜻깊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예술을 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그동안 씨피카의 앨범 발매 시기가 정기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아티스트로서 앨범을 발매하는 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음악이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너무 좋은 질문인 것 같다. 핵심만 이야기해 보자면, 데드라인도 실력이다. 어차피 100% 만족하는 음악은 죽을 때까지 만들지 못한다. 욕심은 계속해서 생기는 것이고, 그 욕심을 완전하게 채울 수 있는 음악은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내놓는 것까지도 예술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녹음부터 편곡, 믹싱까지 다시 하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평생 발매하지 못한다.

물론 아티스트 성향상 작업 주기가 길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자주 내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유통사뿐만 아니라 음악을 기다리는 팬들에게까지 약속한 시간 안에 모든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씨피카의 하루 작업 루틴은 어떤지 궁금하다.

음악을 한 지도 좀 됐고,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기다 보니 체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체력의 일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하루에 6~8시간은 꼭 잠을 자려고 한다. 그만큼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아침에는 러닝이나 요가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편이고, 작업은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반드시 끝내려고 한다.

작업이 잘 나오지 않거나 더딘 날에는 작업 생각을 안 하고, 주변 여러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최근 재미있게 본 전시나 영화, 소설, 시 등 아무거나 추천을 받고 기분을 전환시키려 노력한다.

음향적으로나 편곡 또는 비주얼 등, 이번 앨범을 완성하면서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수정하거나,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악기의 밸런스였다. 나는 전자음악 기반의 음악가이자 보컬리스트였기 때문에 보이스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작업하면서 낸시보이가 나에게 많은 팁을 주었는데, 음악을 모니터링할 때 악기와 보컬이 어떻게 서로 얽히는지, 그 연결성을 더 주의 깊게 들어보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믹스와 마스터 작업을 할 때 드럼이 다른 악기들을 잘 감싸주고 있는지, 신스 라인이 다른 라인들과 조화를 이루는지 등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이전과는 확실히 모니터하는 관점이 달라졌다.

공연 이야기로 넘어가서, 얼마 전 EQL 스토어 성수에서 [Bonfire] Live Session을 무료로 진행했다. 무료 공연으로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일단 가장 첫 번째 이유는 한국 공연 티켓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작년 단독 공연을 했을 때 티켓값이 8만 8천 원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8만 8천 원에 국내 아티스트는 안 볼 것 같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어서, 수익을 포기하고 사람이 많이 올 수 있는 공연으로 꾸며보고 싶었다.

열심히 잘 만든 음악이었기 때문에, 당장 이걸로 ‘돈을 벌자’보다는 적자여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와서 들어주는 걸 목표로 했다. 재미있는 건, 가격에 부담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나 기존에 내 음악을 모르던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와줬다는 점이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밴드들과 라이브 합을 맞추는 경험도 조금 어색했을 것 같은데,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공연하기 전에 이미 밴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였고, 마치 퍼즐처럼 내가 들어오기만 하면 바로 완성되도록 낸시보이가 셋팅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을 일일이 맞추어 볼 필요 없이 노래만 불러도 모든 게 완전히 조화롭게 만들어졌던 기억이 있다.

앨범을 작업한 이들끼리 지속적인 밴드 활동을 계획해 보거나 구상해 보진 않았는지?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밴드 하는 친구들을 보면 막상 “밴드 해보자” 하고 모이면 잘 안 되거나 금방 깨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이런 프로젝트성 작업이 지속되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당장으로서는 씨피카의 음악을 알리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이걸 분화시키는 건 나중에 생각해보고 싶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예상외로 좋게 완성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늘 계산한 대로만 곡이 완성되길 바라는지, 아니면 우연성에 기반한 결과물에 만족할 때도 있는지 궁금했다.

이번 앨범도 그렇고, 항상 우연히 나온 결과물이 가장 본능적인 감동을 주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앨범은 그런 포인트가 많았다. “어떤 코드를 사용하고 어떤 멜로디를 얹어야지”와 같은 계산적인 생각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팀원들과 발을 맞춰 걸어가는 느낌으로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굉장히 예쁜 풍경으로 완성된 것 같다.

처음에는 앨범 작업을 하면서 확신이 없었다. 잘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닌 것 같고, 익숙한 스타일이 아니라 헷갈렸지만, 낸시보이와 우마카가 확실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고, 그 덕분에 좋은 우연의 결과물들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후로 이어질 [Bonfire]와 관련해 기대할 만한 이벤트나 투어 등 활동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투어도 너무 하고 싶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근데 내년에 호주와 영국에서 이 음반의 셋을 연주하게 될 거고, 공연도 알프스랑 기획하고 있다. 더 좋은 음향으로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 스타일이나 분야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IDM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IDM스러운 곡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 또 제대로 된 합창 앨범이나 완전한 포크 EP 앨범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뭐가 먼저 완성될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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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황선웅
Interviewer │ 유태현
Photographer │ 한예림
Stylist │ 김세오
Hair, Make Up │손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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