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pei Ueno

뭔가를 이루기 위해, 혹은 어떤 성취를 위해 얼마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봤는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까지 그 노력의 기준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스케이트보드에 있어 우에노 신페이(Shinpei Ueno)가 보여준 집념은 열정이란 짧은 단어로 풀어내기에는 그 깊이가 모자랄 것 같다. ‘Japanese Skateboarding’이라는 기치 아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장장 14년에 이르는 세월을 스케이트보드와 필르밍에 바쳤고, 그 결과로 일본 스케이트보딩의 정수라고 불리는 세 편의 스케이트보드 비디오 “LENZ” 시리즈를 완성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스케이트 비디오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강북, 강남 할 것 없이 스팟을 찾아 밤새 서울 곳곳을 누볐고, 수많은 바닥에 휠 자국을 남겼다. “LENZ”가 트릴로지로 막을 내린 지금, 서울에서의 스케이팅이 어떤 이름으로 담길지는 신페이만이 알고 있을 것.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다시금 발을 구르는 그를 만나 타이트부스(Tightbooth), 그리고 지금의 일본 스케이트보드 장면에 관해 물었다.


스케이트 비디오 촬영차 서울에 방문했다고 들었다. 일본에도 굉장히 많은 스팟이 있을 텐데, 여기까지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리석으로 된 스케이트 스팟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처럼 킥아웃 수준이 엄격한 편도 아니지. 무엇보다 매번 새로운 스케이트 스팟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좋다. 각 스팟이 가까우니 이동도 편리하다. 한국은 옛날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자주 방문했기에 로컬 친구도 여럿 있고, 한국 요리도 정말 좋아한다.

타이트부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내가 15~16살쯤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공원이 하나 있었다. 엄청 좁은 곳이었는데, 여기서 타이트부스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바보끼리 머리를 맞대고 ‘좁다는 뜻은 분명 ‘Tight’고, 장소는 뭐였지? ‘Booth’인가?’ 그렇게 두 단어를 합쳐서 ‘타이트부스’가 됐다. 굉장히 장난스럽게 지어졌지.  

과거, 모 인터뷰에서 스케이트 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 옷을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브랜드 전개에도 적지 않은 힘을 쏟고 있다. 타이트부스는 여전히 필르밍을 위해 브랜드를 전개 중인가.

스케이터 인구가 굉장히 적은 일본에서 스케이트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회사를 지탱할 다른 일이 필요했다. 그게 우리에게는 옷이었지. 옷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드는 것뿐이니까. 이걸 바탕으로 스케이트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즐겁고, 마음 또한 편하다.

타이트부스의 명작 비디오인 “LENZ”를 트릴로지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면, “LENZ III”로 시리즈는 끝인가. 준비 중인 다음 프로젝트가 있는지.

다음에 뭘 할 건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싶다. 하하.

스케이트보딩은 최근 패션부터 스포츠, 예술 등의 분야와 결합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별 흥미 없다. 아마도 계속 촌스러워지지 않을까. 

대다수 패션에 관한 일본의 인상은 좋은 만듦새와 높은 완성도다. 타이트부스도 이런 기준에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의류 디자인, 제작에 관한 노하우는 어디서 익혔나. 이를 총괄하는 인물이 있는지.

나와 코우짱(코이치로 우에하라)가 메인으로 하고 있다. 내가 디자인하면, 그걸 코우짱이 제작하는 팀워크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 곁눈질로 본 것도 없이 거의 모든 일을 독학으로 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의류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고 있나, 단순 그래픽 이외 제품의 종류나 소재까지, 컬렉션을 어떻게 기획 중인지.

글쎄, 옷을 만들 때 되도록 패션에 관한 걸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복이 아닌 미술이나 음악, 영상, 책에서 많은 걸 얻고, 여기서 얻은 걸 머릿속에 입력하려고 하지. 그러면 매일 스스로를 업데이트할 수 있으니까,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거다. 우리가 만든 옷을 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클럽에서 놀 때도 제품의 좋은 점, 개선할 점이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또 새로운 컬렉션을 기획하곤 한다.

패션 브랜드부터 아티스트 등 지금껏 분야를 불문한 수많은 협업을 이어왔다. 그중 인상적인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킬러봉(KILLER-BONG)이라는 뮤지션과 매 시즌 협업을 진행하는데,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훌륭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알아보는 게 좋을 거다.

타이트부스에도 재정적이나 환경적으로 어려운 순간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해달라.

돈이 없는 건 스케이터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정 승차로 전철을 타거나, 만화방이나 친구 집에서 숙박을 해결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최대한 돈을 아끼며 스케이트보드를 즐겼던 것 같다.

현재 일본의 주목할 만한 스케이터, 혹은 필르머나 포토그래퍼는 누구인가.

그건 나지 뭐. 하하. 

명실상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로컬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되었다. 수도권 외 도시에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난 오사카에 있었음에도, 일본 최전선에서 일해 나갈 자신이 있었다. 특히, 요즘 시대는 지역이 어디든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한 것처럼 일본 대도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건 여러 이유로 제한된다. 하지만, 근래 호리고메 유토(Yuto Horigome)의 올림픽 금메달 수상 이후 일본 내 스케이트보딩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면?

아이를 꾸짖는 부모와 스트리트 스케이팅을 비판하는 빌어먹을 녀석들이 늘었을 뿐, 그다지 좋은 인상은 없네.

이러한 스케이트보딩 헤이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이가 들수록 이에 대한 대처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포기했다. 하하. 잘 해내는 수밖에.

실제, 본인이 체감하는 타이트부스의 일본 내 위상은 어떤가. 

STRAIGHT UP SHIT IS REAL!

“LENZ III”의 작업은 무려 9년이 걸렸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비디오가 완성될 때까지, 일본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도 분명 여러 변화가 있었을 텐데, 비디오를 통해 이를 어떻게 보여줬나.

글쎄, 우리는 단지 9년 동안 좋은 스케이터와 함께 촬영을 해나갔을 뿐이다.

타이트부스의 팀 스케이터는 개성이 정말 다양하기로 유명한데, 팀을 구성할 때 어떤 생각으로 스케이터를 선별하나. 그 기준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스케이터. 다만, 그 기준이 꽤 높다는 건 누구나 알 거라고 생각한다. 하하.

타이트부스의 스케이트보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Japanese Skateboarding”.

당신의 인생은 그야말로 스케이트보드로 가득 찬 것 같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을 때는 무얼 하나.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을 때의 나에 관해서는 묻지 말아달라. 하하.

어느덧 마흔이 넘은 나이인데, 여전히 스케이트보드를 통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동료들과 계속, 꾸준히 함께 해나가는 것. 

타이트부스의 독보적인 스케이팅 스타일은 여전히 많은 스케이터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신만의 것을 찾고 싶은 스케이터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동경하는 게 있다면, 우선 일념을 다해 흉내 내보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려 보길. 그렇게 된다면, 아마 이것저것 보이기 시작할 거다.

2025년은 타이트부스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벌써 20년인가… 지금까지 행복했으니, 앞으로의 계획도 스케이트보드로 이 행복을 이어 나가고 싶다.

Shinpei Ueno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Tightbooth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정필규
Photographer │정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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