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 창립 22주년. 일본의 하드코어 테크노를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온 레이블, ‘하드코어 타노시(HARDCORE TANO*C)’가 지난 1월 둘째 주 주말, ‘화이트 레코즈(#ffffff Records)’와 함께 홍대의 롤링 홀을 찾아 한국 팬들을 만났다.
1월 12일 일요일 공연 리허설 직후 만난 타노시의 세 멤버. 이들은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며 이제 아저씨가 되었다고 말하며, 또 한국의 식사 일정이 기대된다고 넌지시 웃음을 던졌다. 레이블의 멤버 ‘레드앨리스(REDALiCE, 이하 R), DJ 노리켄(DJ Noriken, 이하 N), 아란(aran, 이하 A)’은 그간의 이력을 돌아보며 일본 하드코어 테크노의 유산을 남겼던 자부심에서 비롯된 포부, 그리고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 모습이야말로 한 국가의 댄스 뮤직 장르를 대표하는 레이블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리라.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서울의 느낌은 어떤가.
R: 한국 밥이 맛있다, 하하.
A: 공연 첫날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었는데, 그게 맛있었다.
R: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서울의 날씨였다. 9월 즘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때는 따뜻해서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1월에 방문했고, 생각보다 날이 너무 추워서 깜짝 놀랐다. 역시 서울의 겨울은 대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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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을 진행하며 어떤 감정이 들었나.
N, A: 한국의 팬들이 우리의 곡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놀랐다. 몇몇 관객들은 우리의 곡을 큐에 올릴 때 떼창을 했다. 그런 열정 같은 것, 그것에서 나오는 한국의 힘을 느껴서 정말 좋았다. 한국 관객의 열기를 통해 우리가 제대로 환영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행사를 방문한 관객들은 레이블의 옛날 작품을 언급하며 담화를 이어갔다. 오랫동안 기억해 준 팬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R: 레이블의 최근 활동은 옛날에 비하면 작은 규모로, 그리고 길게 활동한 것 같다. 그래서 해외 일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도 더욱 해외 관객들이 하드코어 타노시를 많이 사랑해주고 있어 매우 고맙다.

이쯤에서 레이블의 멤버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각자 간략한 소개 해준다면.
R: 하드코어 타노시를 설립했고, 레이블 초기부터 활동해 온 대표 레드앨리스라고 한다. 인생의 반을 레이블 운영과 함께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저씨가 다 됐네. 하하. 갑자기 슬픈 기분이 들지만, 마음만은 20대다.
N: 레이블을 통해 16년째 활동 중인 프로듀서 DJ 노리켄이다. 대표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반을 음악에 매진했다.
A: DJ 노리켄과 마찬가지로 16년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아란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레이블인 ‘오토그래픽 뮤직(Otographic Music)’의 소속 멤버이며, 하드코어 타노시는 12년째 같이 하고 있다.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반을 본 레이블과 보내고 있다. 하드코어 타노시의 정식 멤버가 되었던 계기는 트랙에 대한 데모(Demo) 파일을 레이블 공식 계정의 메일로 보냈고, 같이 활동하게 됐다.
일본의 커뮤니티, ‘2채널(2ch)’의 음악 게시판인 하드코어 작곡 스레드를 통해 처음 레이블의 멤버를 모았다. 즉흥적인 계기로 만들어진 레이블, 그때를 추억하면 어떤 감정이 드나.
R: 초기의 레이블 멤버는 2채널을 통해 모으곤 했는데, 당시에는 그냥 “CD 만들자!”고 말하며 모이게 됐다. 그렇지만 그때 우리는 음악 발매 기획에 있어 아무것도 몰랐고, 무엇보다 시디를 만들려면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대표를 안 하려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하게 됐고, 대표를 겸하다 보니 어느새 22년이 됐다.
A: 레드앨리스가 대표를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많은 팬들이 일본의 하드코어 테크노 장르를 J-CORE로 부르곤 한다. 레이블 멤버가 바라보는 현재 J-CORE 신은 어떤가.
R: 우선 일본 프로듀서가 만드는 하드코어 테크노가 J-CORE인 것 같다. 우리의 음악은 시기와 세대에 따라 크고 작은 변동이 있었다. 일본의 하드코어 테크노가 초기에는 샘플링, 그러니까 게임에 쓰인 사운드나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사운드 샘플을 활용해서 제작했는데 지금은 샘플링을 활용하기보다는 프로듀서가 직접 소리를 만드는 오리지널 트랙의 제작 방식을 지향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의 음악이 J-CORE로 불리지는 않는다. 해외에서 우리의 음악을 정의해야 하는데, 어떻게 규정해야 옳은 음악일지 고려한 끝에 그 이름을 지은 것 같다.
한국의 하드스타일 프로듀서, ‘리란(RiraN)’이 레이블의 앨범이나 이벤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데, 그와는 어떠한 연으로 닿게 되었나.
R: 리란이 레이블의 멤버 DJ 묘스케(DJ Myosuke)와 연이 있어서 소개를 받게 됐다. 2024년 레이블의 투어를 그와 함께 했다. 레이블로 처음 그와 연이 닿게 된 건 아마도 20주년 앨범을 제작하며 트랙 공모 콘테스트를 기획한 시기인 것 같다. 훌륭한 트랙을 만들어서 콘테스트에 참여했고, 우승을 했다. 그렇게 우리의 레이블 하드코어 타노시와 추억을 쌓게 됐다. 콘테스트 공모에 합격하면, 우리와 같이 앨범을 만드는 것이 조건이었고, 그래서 같이 작업했다.

20년 동안 레이블을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R: 정말 많았지. 지난 22년을 돌아보면,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발맞춰 운영했던 것 같다. 설립 초기 당시에는 하드코어 테크노 장르 자체가 확립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월을 건너며 최근 우리의 음악을 접하게 된 팬의 나이를 생각해 봤을 때, 가장 어린 연령은 중학생, 그리고 조금 나이가 있는 연령은 30대까지 분포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음악을 듣고 자란 이들이 결혼하며 낳게 된 아이와 같이 오게 된 팬도 있고, 반대로 어린아이가 우리의 음악을 듣고 부모와 같이 공연을 오게 된 때도 있다. 그간 레이블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을 유지해 오며 지켜본 세월이 굉장히 뿌듯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던 때도 있었다. 레이블의 운영이 어려웠을 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협업을 진행하며 잘 견뎌왔다. 이를 통해 발매한 CD는 고액의 후원을 해준 팬을 대상으로 보내줬다. 그 시기 이벤트를 진행할 때 관객이 한 명도 오지 않았던 때가 있어서 그날의 일정을 취소하고 다른 날로 바꿔서 진행했던 기억도 있다.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정말 어렵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했던 기획이 잘 안 되면 다른 방면으로 대안을 찾았던 것 같다. 유튜브 또한 그런 측면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드코어 타노시의 앨범은 주로 일본의 정기 행사인 ‘코믹 마켓’과 자국의 음악 시장인 ‘M3’를 통해 판매를 진행한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음반 시장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이처럼 2021년은 레이블의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주었을 시기인 것 같다. 레이블 운영의 변곡점이 되었던 코로나 팬데믹. 그 시기 운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듣고 싶다.
R: 사실 그 시기부터 정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해외 방문이 제한됐고, 국내의 사정 또한 그랬다. 그동안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레이블 운영을 이어왔다. 코믹 마켓, 그리고 ‘M3’를 통해 발매하는 동인 음악 레코드 중에서도, 게임 음악 같은 경우 스트리밍 사이트를 주로 하며 앨범을 발매하지 않나.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앨범을 발매하면 그날은 보통 하루 일정을 통해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유튜브 공식 계정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해 왔다. 한국과 중국 팬들, 나아가 전 세계의 팬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차츰 온라인을 통해 연결 고리가 이어져서 일본에서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무대로 나아가 우리의 음악이 유명해졌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통해 우리 음악에 유입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지난 세월 간 레이블의 멤버 또한 달라졌다. 과거와 현재 멤버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R: 초기 멤버와 지금 멤버를 비교했을 때, 초기 멤버는 정말 열심히 레이블에 임해왔던 것 같다. 그때 멤버는 본업과 프로듀서 활동을 같이 병행했다. 다들 본업이 있기에 음악에 매진할 여유가 없어 우리의 앨범에 한 번 참가하고 끝을 맺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현재 같이 하는 멤버들은 오로지 음악. 하나의 목표로 뭉쳐 같이 활동하고 있어 좋다.
조금 더 체계적인 레이블의 형태를 갖추게 된 건가?
R: 그렇지. 옛날에는, 레이블 타이틀 로고 디자인이 가타카나 형태였다. 지금은 영문 형태로 바꿨다. 그때부터 좀 더 레이블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 같다. 그 시기 공개한 앨범이 바로 2007년 8월 31일 발매한 앨범, [HARDCORE SYNDROME]이다.

노리켄과 아란은 비교적 최근 시기에 레이블의 정식 멤버로 합류했다. 그때 감정이 어땠는지 궁금한데.
N: 레이블의 로고가 영문으로 바뀐 시기에 정식 멤버로 함께 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또 재밌었다. 처음 시기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함께 무언가를 하는 일 자체가 재밌다!
A: 하드코어 타노시에 들어가기 이전 시기에는 대학을 졸업하며 취직해 직장인이 될까 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음악을 생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함께 하게 됐고, 또 열심히 활동했다. 옆에서 같이 이끌어준 대표의 도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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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음악 중에 신의 성장을 위해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알려 달라.
R: 라우르(Laur). 올해로 활동 10주년을 맞이한 프로듀서다. 음악 작업에 엄청난 정성을 들인다. 한 곡 한 곡씩 계속 리마스터링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하기에 인상적이다. 그의 음악은 오케스트레이션이 특징인데, 대학에서 관현악을 전공했다고. 그만의 시그니처 사운드기도 하고, 또 강력한 포인트라 할 수 있지!
N: 게티(Getty). 라우르와 같은 시기에 레이블로 소속된 프로듀서다. UK 하드코어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듀서다. 레이블에 들어오기 전부터 연이 있던 프로듀서인지라 더 좋아!
A: 사실 신의 음악을 주의 깊게 듣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누구를 한 명 고르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하드코어 타노시 멤버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레이블 멤버의 음악이 모두 점점 진화해 가는 느낌이 든다. 같이 성장해 가는 기분이라 좋아!
2021년 레이블 멤버의 개인 앨범을 몰아서 발매하던 이벤트 “SUPER RELEASE 21″을 진행했다. 기획 의도가 궁금한데.
R: 당시에는 코믹 마켓 같은 정기적인 행사를 통해 우리의 앨범을 발매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매년 열리는 행사에 우리의 앨범을 의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코믹 마켓을 통해 발매한 앨범은 다 팔긴 했다. 돌이켜보면 의외로 “SUPER RELEASE 21”이 비정기 행사 중에는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레이블이 발매했던 앨범도 많고, 지향하는 장르나 스타일 또한 다르다. 각자 발매했던 앨범 중에서 특징적으로 잘하는 사운드 혹은 본인이 기획했던 앨범이 있다면 알려 달라.
R: [Mystery Blend]가 가장 인상적이다. 레이블의 멤버가 제작할 트랙의 장르와 콘셉트가 적혀 있는 종이를 박스 안에 넣고, 멤버가 박스 안의 종이를 뽑으면 종이에 쓰여진 장르를 기반으로 트랙을 제작해 앨범을 만드는 일종의 랜덤 박스 기획이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진행했다. 변수가 많아서 어려웠지만 정말 재밌었다. 대본도 없었기에, 영상을 업로드하면 바로 트랙 제작에 들어가는 기획이었다. 힘들었지만 반응이 정말 좋았다.
N: [YABAICORE] 시리즈가 인상적이다. UK 하드코어와 해피 하드코어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앨범이다. 그런 기획으로 일을 벌이면 규모가 커져서 굉장히 재밌다. 공연을 진행할 때도 그 앨범의 트랙을 큐에 많이 올리곤 한다.
A: 나의 솔로 앨범, [ARCHVS]. 제작은 1년 정도 걸렸다. 앨범을 만들며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기에 제일 인상적이었다. 개인 앨범 관련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하드코어 타노시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제작했던 리듬 게임 ‘왓카(WACCA)’.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다면.
R: 게임 등 서브컬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마벨러스(Marvelous)’에서 협업 제안이 먼저 들어와 왓카를 만들게 됐다. 보통 이런 의뢰는 이미 게임이 만들어져 있고 그 게임에 곡을 제공해 주는 형식으로 제안이 들어오는데 반해 왓카를 만들던 당시에는 모든 것이 만들어지지 않은 제로 베이스 상태였다. 오로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함께 했다. 당사와 회의를 진행했을 때 더욱 게임 제작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리듬 게임 제작의 초기부터 참여하며 같이 만들게 되는 일이 정말 드물다. 평상시에는 회사에 트랙을 제공하는 제안이 들어오지만, 게임 제작의 초기부터 참가하며 협업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리듬 게임에 수록되는 음악을 만들 때 보통 특정 회사가 찾아오거나, 게임에 수록되는 곡을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많다. 요구 사항이 많아 까다롭지만 왓카를 만들게 될 때는 당사에서 레이블의 결정에 자유롭게 맡겨서 정말 재밌었다. 그 시기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 발매를 결정한 해이기도 하다.
유튜브 또한 운영하고 있는데,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이게 된 비결이란.
R: 언급했던 것처럼 코로나를 계기로 해서 유튜브를 운영하게 됐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보통 앨범은 만들게 되면 발매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유튜브를 통해 브이로그나, 먹방, 개인 아티스트의 인터뷰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렇듯 음악 발매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또 다른 레이블의 면모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이게 된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월 13일, 월요일에 귀국하는 일정으로 알고 있다. 남은 일정 동안 한국에 머물며 무엇을 할 계획인가.
R: 이벤트 일정으로 바쁘긴 하지만, 홍대 주변에서 갈 때까지 맛있는 밥 많이 먹을 예정이다. 오늘도 삼겹살 먹고 싶다. 가기 전에 가족들 선물도 살 거야.
N: 옷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 여유가 없었다. 그게 아쉬워.
A: 노리켄과 카카오 택시 타고 설렁탕 먹으러 갈 거야!
특별히 추천받은 맛집이 있나?
A: 우리 레이블의 매니저가 추천해 준 설렁탕 맛집이 있어. 그곳으로 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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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성우
Translator | 전솔지
Photographer | 전솔지
이미지 출처 | #ffffff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