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F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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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시스 플러스 페이시스(Places + Faces, 이하 P + F)가 최근 연남동에 있는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 갤러리에서 일주일간 사진전을 열었다. 이들은 20대 초반의 런던 청년 시세이(Ciesay)와 소울즈(Soulz) 둘이서 결성한 포토그래퍼 그룹으로, 전 세계 유명 랩 스타를 비롯해 다양한 신(Scene)에 속한 인물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들의 사진은 텀블러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P + F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의 사진전과 파티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관련 상품을 제작, 판매 중이다. 장소와 얼굴, 심플한 콘셉트를 가지고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는 포토그래퍼 듀오, P + F를 만났다.

 

 

이번 사진전은 어떤 계기로 진행한 건가?

Ciesay(이하 C): ‘훈’이라는 한국 친구가 제안했다. 한국에 굿넥(Goodneck)이라는 지인이 있는데, 그 친구가 운영하는 갤러리/편집숍에서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같이 열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한국에는 와본 적도 없거니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전시 오프닝이 끝난 뒤, 헨즈 클럽(The Henz Club)에서 P + F 파티를 이어갔다. 시세이는 ‘Aux God’라는 이름의 디제이로 무대에 올랐던데, 원래 디제이로도 활동했나?

C: 도쿄의 한 파티에서 디제이가 늦는다며 나에게 15분간 플레이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디제이가 1시간 반이나 늦는 바람에 상당히 긴 시간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내 믹스셋에 호응하는 걸 보며 나도 그 분위기를 즐겼다. 그때부터 드레이크(Drake)의 “6 God”에서 따온 이름, “Aux God”을 사용 중이다. 그 당시 재미 삼아 디제잉을 했는데, 그렇다고 클럽에서 음악을 틀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의 경험이 본격적인 계기가 된 듯하다.

 

Photo by P + F

이제 어디로 갈 건가?

C: 런던에 돌아가려고 한다.

 

 

투어가 벌써 끝났나?

C: 그렇진 않다. 우선 런던으로 돌아간 뒤에 다시 마이애미로 갈 듯하다. 몇 주 뒤에는 L.A에 잠시 있다가 다시 전시하러 토론토에 갈 예정이다.

 

 

록스타 같다. 사진 전시로 투어도 돌고.

C: 그러게 말이다. 옷과 모자도 팔고. 하하.

 

 

중요한 사진들을 잃어버린 적 있나?

C: 예전에 노트북을 한 번 도둑맞은 적이 있다. 그때 하드에 들어있던 많은 사진이 사라졌다. 다행인 건 내가 찍은 사진 대부분이 외장 하드에 있었다는 거다.

 

잃어버린 DMX 사진은 찾았나. – Ciesay는 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찾고 싶은 사진으로 DMX의 사진을 꼽았다 –

C: 아마도 소울즈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있겠지.

 

 

2013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듯한데, P + F 이전에는 뭘 했나?

C: 사진이나 비디오를 계속 찍어왔다. P + F 주변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콘셉트 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한번은 뉴욕에 사는 친척 집에 3개월 정도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원래는 그 기간에 비디오를 하나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내 노트북에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비디오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을 많이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진을 마냥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는 싫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었다. 동시에 런던에 있는 친구 Soulz에게 연락해서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부터 우리 둘은 서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자는 내부적인 규칙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2013년 6월부터 P + F가 시작되었다.

 

 

둘은 언제 친구가 됐나. 듀오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시너지는?

C: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사진을 찍으니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L.A에서 촬영하고, 소울즈가 런던에서 진행하는 이런 방식 말이다. 듀오로 활동하는 분량이 딱 좋다. 누군가는 나에게 P + F 팀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하는데, 굳이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다. 정말 중요한 건 우리 둘이 보고 느낀 것의 기록이다.

Soulz(이하 S): 당신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우리 둘 다 서로 한 다리 건너 아는 친구가 있었다. 가끔 어울리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같이 다녔다.

 

 

처음부터 유명인사를, 그것도 외국 뮤지션을 찍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어려운 경로를 어떻게 뚫었나?

C: 처음에는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를 아는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우리를 믿고 들여보낼 이유가 없지. 그래서 나는 내가 다른 포토그래퍼와 차별화되는 부분을 생각해야만 했다. 뭘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더니 아무래도 런던 출신이라는 점이 주변 포토그래퍼들과 달랐다. 이 행사만을 위해서 런던에서 날아왔다고 어필했다. 그러니 조금씩 다르게 보는 것 같더라. 이런 방식으로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가며 허락을 구했고, 점차 P + F의 이름을 알렸다. 그렇게 다양한 뮤지션들의 무대 뒤에서, 클럽 등 다양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카이브가 쌓였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사진이 아닌, 더 익스클루시브(Exclusive)하고 독특한 사진을 만들고 싶다.

 

 

P + F가 찍은 사람이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는지?

C: 못난 사진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나 역시 내가 이상하게 나온 사진은 싫다. 우리는 상대방을 촬영한 사진 중에서 가장 멋진 걸 공개한다. 멋지게 나오지 않은 사진을 보여주는 건 브랜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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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F는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의류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브랜딩 역시 염두에 둔 부분인가?

C: 만약 3년 전에 누군가 내게 의류를 만들 계획이냐고 물어봤다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특별한 방향성을 가지고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의류까지 이어진 듯하다. P + F의 사진을 알리려는 방편으로 로고가 크게 박힌 후드를 만들었다. 3M 재질로 ‘Places + Faces’ 글자를 넣어 우리 이름이 쉽게 보일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나와 솔즈만 후드를 입고 다녔는데, 제작 요청이 생각보다 많아서 팔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 다양한 파티에 참여했다. P + F 파티도 결국에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기 위해 시작한 거다. 이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P+F는 이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인사 같더라. 아쉬운 점이라면, 웹을 검색해도 감비아의 수도, 반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작업 관련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는 거다. P+F는 보통 셀레브리티, 뮤지션, 혹은 어반 컬처와 같은 맥락으로 느껴지는데, 외려 신선한 부분이었다.

C: 반줄은 나의 고향 같은 땅이다. 12월부터 새해가 될 때까지 약 열흘간 머물렀다. 연말이라 매일같이 축제가 열릴 때였다.

 

 

반줄 사람들의 어떤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나?

C: 그들은 옷 입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스타일을 입어도 자신감이 넘쳤다. 투팍 티셔츠에 아프리카 전통 슬리퍼를 신는 등 독창적인 스타일이 존재했다. 다른 세계는 이번 시즌에는 뭐가 유행한다, 다음 시즌에는 어떨 것이다, 뭐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나. 그들은 그냥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색으로 입는다든가. 하하.

 

 

아프리카 지역을 촬영하는 것도 일련의 프로젝트로 볼 수 있을까?

C: 그렇진 않다. 여러 국가를 여행하면서 눈으로 본 걸 자연스럽게 기록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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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P + F 제품 룩북을 한국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C: ‘훈’에게 한국 모델과 촬영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10~15명 정도의 리스트를 가져다주었다. 그중 몇 명을 선정해서 룩북을 찍었다.

 

 

선정 기준이라면?

C: 흥미로운 이미지다. 독특한 느낌이 좋다. 어제 촬영한 소피아(Sophia)의 경우도 다른 서울 여자들과 느낌이 달라서 좋았다.

S: 자신만의 바이브가 있어서 우리와 함께 마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키 큰 모델도 필요 없다. 그냥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함께 그 배경이 드러나게 촬영하는 일이 재밌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은 누구인가.

C: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데수와(Adesuwa)라는 모델이다. 몇 주 전에 촬영했다. 그녀는 필리핀, 나이지리아 혼혈로 굉장히 쿨한 친구다. 차갑거나 도도하지도 않고, 모두에게 친절하다. 이런 성격이 그녀를 좋은 모델로 만든 게 아닐까.

 

 

낮보다 밤에 찍은 사진이 더 많다. P + F의 라이프스타일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C: 또래 친구들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때로는 파티에 가고 그러지 않나? 나는 단지 그 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뿐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왠지 낮보다 밤에 더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아시아권 국가는 네온사인이 많아서 그런지 밤 풍경이 독특하기도 하고.

 

 

사진집 ‘P + F Zine’ 시리즈를 내고 있다. 어떤 구성인가?

C: 셀레브리티 위주의 구성을 자제하고, 스케이터나 우리 친구들처럼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가 느껴지는 사람들을 택했다.

 

 

P + F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사진 외에도 인상적인 GIF 이미지를 꼽을 수 있다.

S: P + F를 하면서 매력적인 GIF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둘 다 전혀 만들 줄 몰랐는데, 간편한 애플리케이션도 써보고 여기저기 검색하면서 스스로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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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찍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C: 뮤지션에서 벗어나 보자면, 영화배우의 비하인드 신을 찍고 싶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영화 같은 것. 35mm로 담은 다스베이더랄까.

S: 알 켈리(R. Kelly). 아직 만나본 적도 없다.

 

 

반대로 사진 찍히는 것도 좋아하는가?

C: 많이 겪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지금도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정말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S: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다.

 

 

가고 싶은 ‘Place’는?

C: 세네갈에 분홍빛 강이 있다고 들었다. 미네랄 성분으로 인해 물이 분홍색이라고 하더라.

S: 자메이카에 가고 싶다. 파티 문화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레게 파티라니! 인터넷에서 엄청난 영상을 많이 봤기에 직접 가서 촬영하면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찍고 싶은 ‘Face’는?

C: 코피 터진 사람.

S: 피어싱이 가득한 얼굴.

 

Places + Faces 공식 웹사이트

진행 / 글 ㅣ 최장민
사진 ㅣ 백윤범
협조 ㅣ Great Korea / Good Times Bad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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