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HIEF Makers

미스치프(Mischief)가 여성 스트리트웨어로 첫발을 내디딘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멋진 여성이 골라 입는 브랜드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면, 이제는 그들의 박스 로고를 모르는 20대 여성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 미스치프를 입었다는 건 즉, 쿨한 여성으로 입문하는 통행증을 획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단짝 친구였던 서지은과 정지윤이 ‘미스치프 메이커’로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회사도 커졌고, 직원도 늘어났다. 7년 차 브랜드 미스치프가 겪은 성장통과 변화 그리고 새로이 맞이하는 미래에 귀 기울여보자.

 

2014년, VISLA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때와 비교해서 미스치프는 무엇이 변했나?

서지은: 미스치프의 규모가 더 커졌다. 당시만 해도 정지윤과 내가 운영하던 소규모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얼추 회사의 모습을 갖췄다. 출근 시간부터 가격을 책정하는 일, 의류제작까지 단둘이서 마음대로 결정하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지. 직원도 늘고, 파트별 업무가 나뉘면서 회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정지윤: 전에는 컬렉션을 준비하기도 빠듯했지만, 이제는 협업과 같은 재미있는 일을 진행할 여유가 생겼다.

 

소규모 브랜드에서 시스템을 갖춘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게 있다면?

서지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방을 만들던 초창기 시절이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제품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완성했을 때 소소한 보람도 느꼈다. 핸드 크래프트의 요소와 빈티지한 매력을 좋아하던 팬도 있었지만, 다시 그 작업을 이어가기란 영 쉽지 않다.

 

근 몇 년 사이 ‘힙합’이나 ‘쿨’을 위시한 여성 중심의 도메스틱 브랜드가 다수 생겨났다. 선발주자로서 위기의식이나 경쟁심을 느낀 적도 있나.

서지은: 우리가 보기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이다. 주변 브랜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아서 그런가? 특별히 위기의식을 느끼진 않는다. 오히려 여성이 만든 브랜드가 많아지고 서로 경쟁력을 갖춘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브랜드를 키우며 성장통을 겪는 과정에서 절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정지윤: 미스치프는 브랜드 시작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다. 새 시즌이 다가오면, 우리는 언제나 ‘이번에는 어떤 옷을 입고 싶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태도다.

서지은: 분명 힘든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 일이 재미없다고 느껴진 적은 없다. 다행히도 미스치프를 만들어온 몇 년은 내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서지은: 2년 전쯤 고비가 왔다. 매 시즌 컬렉션을 준비하는 일에 지쳤던 것 같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 하나의 프로젝트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컬렉션이 나온 뒤에도 계속 따라오는 자잘한 일 때문에 좀처럼 쉴 수 없었다. 동시에 브랜드의 성장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간 90년대 힙합 문화의 아카이브를 발굴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소재 고갈을 경험한 적은 없나.

서지은: 이전에 미스치프를 90년대 힙합 문화에 모티브를 둔 브랜드라고 설명한 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다양한 문화의 빈티지 아카이브를 재해석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매년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다르다. 여기에 여러 색깔을 입혀서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게 미스치프의 방식이다. 다만 90년대 문화는 브랜드의 정체성 중심에 자리한다. 그 감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지윤: 이제는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하나의 콘셉트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샤데이(Sade)와의 협업 또한 굉장히 보람찬 작업이었을 텐데. 이에 얽힌 이야기를 좀 들려줄 수 있나.

서지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덕분에 이어진 협업이다. 문화적인 요소는 미스치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평소 동경하던 뮤지션인 샤데이와의 협업은 영광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여러 뮤지션과 함께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항상 즐겁고 의미가 남는다.

 

과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미스치프 짝퉁을 만들어내는 업자에게 일침을 날렸다. 가짜 제품이 등장했다는 건 곧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증거 아닌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궁금하다.

서지은: 인기가 많아져서 짝퉁도 생긴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강경하게 나가는 편이다. 구매자보다도 판매자에게 큰 잘못이 있다. 위조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에 브랜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미스치프는 짝퉁을 발견하는 즉시 법적으로 대응한다.

정지윤: 아직 큰 문제로 번진 적은 없고, 대부분 경고 차원에서 해결됐다.

 

티셔츠, 후디, 간단한 재킷을 만들어내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드레스나 무스탕처럼 새로운 시도도 엿보이는데, 실제 반응은 어떤가?

서지은: 여력이 되면 계속해서 제품군을 늘려갈 생각이다. 소재와 디자인을 가리지 않고 미스치프 라벨만 붙어있다면 어떤 옷이든 쿨하게 보이는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새롭게 제작한 제품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서지은: 미스치프 제품군에는 추운 겨울에 입을만한 헤비 아우터가 많이 없다. 이전부터 베이직한 파카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질 않았는데 작년 겨울에 처음 제작한 다운 파카의 반응이 무척 좋아서 내심 기뻤다. 사이즈가 제법 커서 남자들도 종종 구매했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페니스콜라다(Peniscolada)와의 협업이나 최근 IAB 스튜디오와 협업한 제품은 미스치프에서 남성 사이즈가 나온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추후 남성 라인을 추가하려는 의도인가?

정지윤: 처음 미스치프를 만들 때 ‘여성만을 위한 의류’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다 보니 여성 스트리트웨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 것 같다. 마음 한 편에는 남성 의류도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베리드 얼라이브(Buried Alive)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그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실루엣, 소재, 디테일에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부터 우리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은 주변 친구들과의 협업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언젠가는 미스치프의 방향성이 바뀔 수도 있지만, 아직은 우리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서지은: 아무래도 남성 라인을 런칭하려면 특별한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 다만 여성 의류 브랜드라는 걸 알면서도 미스치프를 사 입는 남자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재밌는 현상인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하면, 미스치프가 여성 의류 브랜드와 협업한 적은 없다.

정지윤: 레이크넨(Reike Nen)이라는 슈즈 브랜드 외에는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안이 들어오면 대부분 협업을 진행했는데, 정작 재미를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우리가 원하는 브랜드 혹은 아티스트 중심으로 협업한다. 미스치프와 상반되는 매력을 가진 여성 브랜드라든지, 독특한 색깔을 지닌 브랜드라면 좋을 것 같다.

서지은: 딱히 여성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적은 없다. 미스치프와 전혀 다른 느낌의 브랜드와 함께한다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2015년, 단기간에 다수의 국내 의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갑자기 미스치프라는 이름이 너무 많이 보이니 질린다는 느낌도 받았다.

서지은: 당시 협업한 여러 브랜드와 스케줄이 꼬이면서 컬렉션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때 연간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잘 넘어가긴 했지만, 뜨끔했던 것도 사실이다.

 

미스치프 숍을 열 계획은 없나? 이제 때가 된 것 같은데.

정지윤: 요즘도 자리를 둘러본다. 아무래도 첫 번째 숍이다 보니 욕심이 커서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간이 넓지 않아도 단단한 숍을 열고 싶다.

 

미스치프라고 하면 아무래도 90년대 힙합과 빈티지를 빼놓을 수 없다. 빈티지 아카이브에서 많이 영감 받는 브랜드라면 대표적으로 슈프림(Supreme)을 들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브랜드는 미스치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서지은: 당연히 영향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과 실루엣이 슈프림이나 스투시 같은 브랜드의 초창기에 녹아들어 있으니까. 오랜 시간 버텨온 스트리트웨어도 멋지지만, 요새는 어린 친구들이 패기 있게 만드는 브랜드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반대로 지금의 힙합, 서브컬처는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가?

서지은: 새로운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 다만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이기에 미스치프의 기본적인 색은 달라지지 않는다.

 

패션뿐 아니라 많은 뮤지션, 예술가가 과거의 문화를 재해석하고 재조립하는 하나의 흐름이 오랜 시간 되풀이되는 중이다. 미스치프는 왜 90년대를 되돌아보는가?

서지은: 언젠가 패션의 순환주기를 정리한 차트를 본 적 있다. 많이 공감하면서도 처음 우리가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그걸 의아해하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90년대가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90년대냐고 하더라. 의도적으로 레트로의 물결을 탔다기보다는 우리의 확고한 취향이었으니까. 그로부터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나니 유행이 돌아온 것 같다.

정지윤: 우리에게는 90년대 문화가 향수로 다가오지만, 지금 갓 스무 살이 된 이들에게는 생소한 경험일 수도 있다. 아마 재밌게 즐길 수 있겠지.

 

작은 사이즈에 남다른 고집이 있는지.

서지은: 하하. 그런 얘기 가끔 들었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치수를 우리에게 맞추다 보니 신장이 작은 분들에게 적합한 실루엣으로 고정된 것 같다. 더 다양한 사이즈를 제작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 각종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 관련 논쟁이 격렬하다. 성차별 문제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페미니즘이 미스치프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궁금하다.

서지은: 처음에는 ‘멋있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굳이 성별을 나누어 ‘멋진 여성’만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직도 여성의 권리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일련의 심각한 사건을 바라보며, 여성의 시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윤: 배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성차별주의자다’라는 말도 하지 않았나. 페미니즘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오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성의 권리는 언제나 중요한 문제다.

 

힙합과 길거리 문화, 상당히 남초 성향이 짙은 신(Scene)에서 차별을 느낀 적은 없나.

정지윤: 차별보다는 득을 본 경우가 더 많았다. 주변에 있는 브랜드 관계자와 아티스트 역시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 그 특유의 분위기에는 익숙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를 여동생처럼 생각하며 많이 챙겨줬다.

 

세월이 흘러 미스치프 메이커스의 나이도 20대를 훌쩍 넘겼다. 각종 문화를 왕성하게 흡수할 나이의 젊은 여성, 한 세대 어린 미스치프 소비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정지윤: 직접 여성을 선동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협업, 여러 프로젝트로 미스치프의 생각을 전하는 중이다. 디자인 배경이나 콘텐츠에 관심 없는 소비자가 많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움직임을 이어나갈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가 의류에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도 하는데, 최근 미스치프가 주목하는 이슈가 있다면.

서지은: 근래 많은 브랜드가 의류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요한 문제다. 다만 심각한 이야기를 드러내는 건 미스치프의 정체성과 맞지않다. 너무 무거운 메시지보다는 익살, 짓궂은 장난이라는 브랜드 이름처럼 유쾌하게 나아가고 싶다.

 

미스치프 룩북에는 다수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 집단과 함께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정지윤: 미스치프는 주변의 멋진 여성 아티스트를 알리는 동시에 그들과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

서지은: 미스치프 룩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문 모델이라기보다는 친한 친구에 가깝다. 자기 분야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단체로 등장한다면 분명 힘 있는 이미지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다수의 여성과 함께하는 집단적 무브먼트를 갈망했을 것 같다.

서지은: 아마도 몇 년 전이었다면, 여성 아티스트와의 단체 사진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시간이 지나니 멋진 친구들이 많이 등장했다.

정지윤: 더 많은 여성 아티스트가 등장해서 멋진 흐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미스치프라는 브랜드의 성향상, 여성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걸 선호하는데, 아직은 그 수가 적은 것 같아 아쉽다.

 

올해 준비 중인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서지은: 지금까지 주변 브랜드의 권유에 응해서 함께하는 편이었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미스치프가 기획한 협업 컬렉션이 나온다. 기대해 달라.

 

시즌이 끝난 뒤, 뭘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가.

정지윤: 나는 되게 게으른 편이라 뭔가 하나를 실천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린다. 외국에 나가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최근 들어 서지은과 함께 도쿄에 다녀왔다.

서지은: 많은 사람이 낯선 나라를 여행하면서 영감도 얻고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말하지 않나? 얼마 전 정지윤과 함께 도쿄에 가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정말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밤에는 츠타야(Tsutaya)에서 새 시즌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되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외국에도 알릴 계획인지?

서지은: 현재 준비 단계다. 사실, 머릿속에서만 굴리던 계획이라 실천에 옮긴 건 아직 없다. 가장 자연스럽게 외국과 이어질 방법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아시아권 국가가 눈에 들어와서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제 10년을 바라보는 브랜드가 됐다. 좀 더 먼 미래의 미스치프를 생각해본 적 있나?

정지윤: 갈수록 미스치프의 실루엣이 변하는 건 아닐까, 우스갯소리를 나누곤 하는데 어쨌든 지금 미스치프의 색깔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더 다양한 분야, 이를테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걸 만들어도 결국, ‘미스치프’라는 거다.

진행/글 │ 권혁인 오욱석
사진 │ 유지민

2014년 MISCHIEF 인터뷰 보러가기

*해당 기사는 지난 7월에 발행한 VISLA Paper 1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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