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는 못 나가, 왜냐면 나는 범죄자”, ‘‘나는 또 돈 벌러 가야대, 마약을 하나 더 사야대”. 방금 언급한 인상적인 구절들은 2018년, 국내 힙합 리스너들이 칭송하는 랩과는 또 다른 의미로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가사의 주인공은 바로 2019년 최고의 랩스타로 주목받는 못 배운 자식,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그는 그동안 한국 힙합에서 찾아볼 수 없던 캐릭터로, 음악과 음악 외적인 부분 모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법과 멋 사이를 줄타기하는 가사, 가감 없는 인스타그램 콘텐츠, 트루릴리전(True Religion)과 샤넬(Chanel) 스니커즈를 두른 패션, 이 모든 것들이 뒤섞이며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는 자신의 최초 인터뷰로 VISLA를 선택했다. 못 배운 자식의 글러 먹은 인터뷰를 시작한다.
요즘 아주 바쁘다고.
새로 나올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아서 바쁘게 지낸다.
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없던데.
처음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한다면 인지도가 좀 있는 곳과 하고 싶었다. VISLA 매거진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매체라 진행하기로 했다.
랩네임(Rap name)인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못 배운 놈이란 뜻이다. 이런 랩네임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내 별명이었다. 실제로 공부를 못했거든.
축구를 잘한다고 하던데. 과거에 운동선수를 꿈꿨나?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학교 바로 옆 축구부 숙소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결국 하기 싫어져서 공부하고 싶다고 핑계 대고 일반 중학교로 전학 갔다. 하하. 비염 때문에 병원 간다고 하고 피시방 가고, 남들 보는 데서는 열심히 하고 안 보는 데서 열심히 안 하고 그랬지. 축구를 잘하긴 했는데, 갇힌 환경이 너무 싫었다. 방과 후 집에 갈 수 있는 애들이 너무 부러웠고 그러다 보니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행복하지 않았다.
일반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
그냥 놀기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조금 심각할 정도로 노는 걸 좋아해서 주변에 소위 말하는 일진 친구들과도 어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준 적은 없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라는 랩네임의 의미에는 가정환경도 내포된 것인가?
내 기준에서 행복한 가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했는데,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는 이유로 집에 빚이 자꾸 생기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싸움도 잦아졌다. 결국 이혼했는데, 그런 환경적인 요소가 음악 할 때 원동력이자 일종의 오기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힙합을 처음 들은 것은 언제인가?
중학교 1~2학년 무렵이다. 어느 날 부모님이 돈 문제로 싸우고 있었다. 자주 싸웠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심했는데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친형의 MP3로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힙합을 접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고등학생 때부터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 의정부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음악을 만들면서 놀았고, 본격적으로 곡을 낸 건 20살 때 캐나다에서다.
캐나다에는 왜 갔나?
20살 때 건너가서 1년 정도 살았다. 나는 외국 음악으로 힙합을 알게 된 사람인데, 듣는 음악과 사는 환경이 너무 다르니까 돈을 모아서 해외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르바이트하며 번 돈을 모아서 무작정 캐나다에 갔다. 처음엔 영어를 못하니까 식당에서 음식도 시킬 줄 몰랐다. 맥도날드(McDonald’s)에 가도 기계로 주문해서 먹곤 했는데, 나중에는 영어가 좀 늘어서 현지 사람들과도 소통하게 됐지.
왜 캐나다였나?
해외 비자를 받으려면 워킹홀리데이로 가야 하는데, 미국은 절차가 까다롭더라. 일도 좀 하면서 좀 더 큰 힙합 신(Scene)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캐나다의 토론토(Toronto)였다. 또 폴 블랑코(Paul Blanco)라는 친구가 마침 토론토에 살고 있기도 했다.
폴 블랑코는 토론토에서 오래 살았다고 들었다. 그는 누구인가.
폴 블랑코는 아주 어렸을 때 이민을 했다. 나와 가장 죽이 잘 맞고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 친구이며 진짜 멋있는 놈이다. 난 폴의 재능을 잘 아는데, 그 녀석과 있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서 앨범을 내서 세상을 놀라게 했으면 좋겠다.
캐나다에서 체감한 힙합 신은 어떤 모습이었나.
간 지 얼마 안 돼서 캐나다에 사는 친구에게 DM을 받았다. 내가 캐나다에서 사는지 묻더니 현지 뮤지션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더라. 막상 만나보니 한국 이민자 형들이었다. 그들을 만나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도 녹음하고 공연할 기회가 생겼다. 키(Key!)라는 애틀랜타(Atlanta) 래퍼와 공연도 했다. 한인 커뮤니티보다는 진짜 토론토 힙합 신에 있었다.
언제부터 랩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
헨즈 클럽에서 일할 때. 그 시기 평일에는 음악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클럽에서 일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비와 작업실 월세를 내면서 동시에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내 삶의 포커스는 온전히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 하나에 맞춰져 있었다. 헨즈 클럽에서 일한 것조차 성공을 위한 하나의 순서였지. 그야말로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했다. 지금도 물론 그렇고.
처음 힙합 음악을 만들 때 어떤 아티스트에게서 영향을 받았나?
치프 키프(Chief Keef)를 굉장히 좋아했다. 시카고 드릴(Chicago Drill) 랩도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도끼(Dok2), 더콰이엇(The Quiett), 오케이션(Okasian) 그리고 키스에이프(Keith Ape) 음악을 많이 들었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음악의 색채는 화려하고 웡키(Wonky)한 트랩 베이스다. 이러한 비트 선택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소위 말하는 뉴웨이브(New Wave)라는 장르다. 과거에 그런 음악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호하는 프로듀서라면.
뉴웨이브 장르의 비트를 많이 찍는 헬라 스케치(Hella Sketchy)와 프로듀서 크루 서리얼 갱(Surreal Gang)이 멋지다. 국내에서는 이안 펄프(Ian Purp)와 랩탑보이보이(Laptopboyboy)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으로 비트를 사고파는 시대다. 과거에는 한 프로듀서가 앨범 전체를 맡아서 작업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는데, 이젠 프로듀싱에도 새로운 흐름이 완전히 정착한 것 같다.
제일 좋은 점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앨범 전체를 한 프로듀서가 맡으면 그 사람의 역량과 장기에만 기대야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제약 없이 다양한 프로듀서들을 만날 수 있다. 대신 프로듀서와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는 어렵지.
Uneducated Kid – Amazing (Feat. Paul Blanco & Jvcki Wai) M/V
본인의 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걸 꼽자면 역시 “Amazing(Feat. Paul Blanco & Jvcki Wai) (Prod. Ian Purp)”다. 곡의 아트워크도 재밌는데, 작업 과정에서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폴 블랑코가 한국에 왔을 때 우리 작업실에서 같이 녹음했다. 헤드폰에 맞는 연결 단자가 없어서 기간 내내 소음을 들으며 작업했다. 어쨌든 폴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곡을 끝내야 하니 모니터링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강행했는데, 다행히 곡이 잘 나왔다. 아트워크의 아이디어는 폴과 함께 은행에 가다가 우연히 본 현상수배 포스터에서 얻었다. 이 콘셉트로 커버를 만들자고 농담한 적 있다. 그 뒤에 재키와이에게 커버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더니 센스 있게 잘 만들어줬다.
이 곡은 짧지만 확실한 훅(Hook)이 매력적이다.
그 훅은 사실 “돈 벌러 가야대” 리믹스를 만들 때 쓰려고 했다. 그런데 “Amazing” 비트 위에 해보니 너무 좋아서 그냥 쓰게 됐다. 공연할 때마다 많은 관객이 따라 불러서 기분 좋다.
작년에 나온 EP [UNEDUCATED WORLD]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볼륨이 정규 앨범 수준이다.
기존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놨던 곡에 몇 곡을 추가해서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EP 앨범이다.
커버가 독특하다. 누가 작업한 것인가.
베이크드 보이(Baked Boy)라고, 미국에서 그림 그리는 친구다. 영 린(Yung Lean)을 비롯해 많은 래퍼와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친구가 EP 아트워크뿐만 아니라 크루의 공연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만들었다.
에디 파우어(Eddy Pauer)라는 해외 프로듀서와도 협업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관해 말해줄 수 있는지.
캐나다의 캘거리(Calgary)라는 도시에 사는 친구다. 내가 토론토에 있을 때 온라인으로 알게 되어 작업을 진행했다. 아마 내가 에디와 작업한 첫 한국인일 것이다. 나와 음악 취향이 잘 맞는 친구다. 그는 그때부터 한국에 와서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 실제로 한국에 와서 더콰이엇이나 재키와이 등 여러 한국 래퍼들과 작업했다.
현재 본인이 속한 스타렉스(Starex) 크루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이전에 에디 파우어 비트에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한 사람 중 브래디(Brady)라는 인물이 있다. 곡을 내고 나중에 한국에 왔을 때 함께 어울렸는데, 그때 취향이 비슷한 그의 주변 친구들을 많이 소개받았다. 그렇게 같이 놀다가 스타렉스라는 크루에서 같이 음악 하자는 제의를 받아 들어가게 된 거다.
헨즈 클럽에서 추구하는 사운드와 스타렉스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스타렉스의 첫 파티도 헨즈 클럽에서 진행했나?
내가 스타렉스에 들어가고 나서 첫 파티를 헨즈 클럽에서 했다. 그전에는 다른 곳에서도 몇 번 공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타렉스 이름으로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와도 재밌을 것 같은데.
좋다. 그러나 스타렉스 크루는 회사처럼 움직인다기보단 같이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라 아직 컴필레이션 계획은 없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추구하는 음악이란 무엇일까.
내가 하는 음악은 근본적으로 항상 똑같다. 나는 철학적인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나답게 쓰고 있다.
가사가 진짜냐고 묻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그냥 듣고 느껴줬으면 좋겠다.
적절한 수위의 가사라고 보는가?
한국에서 허용되는 수위의 한계점 바로 밑이라고 본다. 그 선을 안 넘으면서 최대한 위험하게 노는 거지.
가사로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나?
불이익을 당한 적은 없다. 단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뿐.
본인 영상에 악플이 제법 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가?
댓글은 잘 읽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착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다.
그렇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성공하려면 사회적인 분위기에 어느 정도 맞춰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걸 깨보려고 하는 사람이라.
실제 계획적인 편인가? 캐나다에 갔다 온 것도 왠지 일종의 전략처럼 보이는데.
난 충동적인 편이다. 캐나다에 간 것도 꽤 충동적이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돈을 벌었고, 영어를 못하는데도 그냥 갔다. 계획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나는 내가 마주한 단기적인 목표들을 처리하고, 다음 목표를 보는 식으로 움직인다. 짧은 목표는 있지만 긴 목표는 딱히 세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는 꽤 똑똑해 보인다.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잘 만들어 온 것 같은데, 그 방식과 과정이 전략적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누구보다 힙합을 좋아하는 오타쿠다. 힙합 신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면 자연스레 뭘 해야 할지 알게 된다. 그 후엔 그 느낌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거고. 그런 내 모습을 팬이 좋아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힙합의 흐름을 잘 아는 래퍼는 많지만, 그 흐름을 잘 수용해서 멋지게 표현해내는 래퍼는 흔치 않다. ‘힙합의 한국화’에는 많은 뉘앙스가 있지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한국이라는 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다.
나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인다.
일본 록 밴드 오카모토스(OKAMOTO’S)의 오카모토 레이지(Okamoto Reiji)가 샤웃 아웃을 많이하더라. 그의 캐릭터도 꽤 재밌던데.
그는 이전에 도쿄의 사운드 뮤지엄 비전(Sound Museum Vision)에서 재키와이와 함께 공연할 때 알게 됐다. 백 스테이지에서 그의 비주얼을 보자마자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패션은 모범생처럼 꾸몄는데 그릴즈를 끼고 있더라고. 사람도 굉장히 좋고, 이후로 몇 번 더 왕래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일본 힙합 신의 에너지가 한국보다 작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이 좁다고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되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주얼이나 음악이나 더 솔직한 방향으로 가는 중인 것 같다.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레이블을 찾고 있는 듯한 인스타그램 포스팅에서 고민이 느껴졌다. 그 후 계약한 영앤리치 레코드(YNG & RICH Records)에 관해 말해줄 수 있나.
나는 내 음악 그대로 메이저 래퍼가 되고 싶다. 또 한국 힙합을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이런 것들을 혼자 이룰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누군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레이블에 소속되는 쪽을 선택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조건과 의견을 100% 들어줄 수 있는 곳으로.
왜 신생 레이블을 택했나?
내 비전을 펼치려면 새로운 레이블이 필요했다. 다른 제안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세워놨던 계획이었고, 지금 일도 정말 잘 진행되고 있기에 후회는 없다.
새로운 레이블에서 공개할 새 앨범에 관해 언급 부탁한다.
앨범 제목은 아마도 [Hood Star]가 될 것이다. “Money Holic”이라는 곡이 타이틀이 될 것 같다. 커버는 로우디가(Row Digga)가 완성했다. 올드스쿨 후드 힙합. 기존의 트랙에서는 내 목소리에 오토튠을 많이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랩에 더 집중했다. 곡의 주제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어 미친 그런 감정. 동시에 내가 생각했던 힙합과 실제가 다른 데서 오는 회의감 같은 것이다.
회의감이라면?
내가 보고 동경해온 힙합 신과 직접 발을 들여 음악을 하는 한국 신이 좀 다르다. 예를 들자면 공연 문화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헨즈 클럽(The Henz Club)이나 소프(Soap)에서 하는 공연은 너무 재밌다. 근데 큰 무대나 페스티벌에서는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들이 와서 공연해도 관객들이 뛰어놀지 않더라.
공연 자체보다는 특정 가수를 보러 온 팬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음악보다는 다른 외적인 요소에 더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더 재밌게, 활동적으로 노는 공연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 힙합은 감상보다는 같이 뛰어노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잘 노는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감상에 치우친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는 그런 문화를 대중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뮤지션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 내가 해보려고 한다.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가자. 앨범의 프로듀싱은 누가 맡았나.
주로 온라인에서 비트를 찾았다. 유튜브에서 타입비트(Type Beat)도 찾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좋아하는 프로듀서 팔로우하고, 이것저것 들어본 다음에 마음에 드는 거 쓰고.
일년 안에 한국 힙합 신을 먹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인가?
딱히 계획은 없는데 곧 내 시대가 올 것이라고 느낀다.
어느 지점에 도달했을 때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신에서 제일 핫하다는 생각이 들 때. 힙합 팬뿐만 아니라 힙합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날 알아보고 좋아하게 될 때. 비유를 들자면 지금의 릴펌(Lil Pump)이나 식스나인(6IX 9INE) 정도의 위치가 되었을 때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식스나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인스타그램에 재밌는 영상을 올리는 것도 그의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맞다. 그런 영상들을 찾아봤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건가?
길 가다 떠오르면 바로 찍는다. 전부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찍은 것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안다. 앞으로 더 크게 해볼 생각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영상 중에서 동네 꼬마들에게 현금을 주는 영상이 이슈였다. 실제로 준 건가?
그렇다. 어린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실제로 줬다. 하하. 앞으로 더 많이 기부할 생각이다.
본인이 실제 느낀 외국 힙합 신과 한국 신의 차이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표면적으로도 느끼긴 했지만, 플레이어로서 신의 내부로 들어오니 좀 더 많이 보였다. 나라마다 각자의 문화가 있고, 신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동경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힙합으로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느꼈다.
더콰이엇이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힙합은 지금 안정기에 있다고 밝힌 적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동감이다.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자기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이 늘었고. 하지만 힙합이 너무 안전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지 않나. 하지만 음악까지 그 영향을 받아 너무 위축된 것 같아서 내 음악으로 그 틀을 깨고 싶다.
그런 점에서 스타렉스 크루와 헨즈는 좀 더 러프한 면이 많다고 볼 수 있겠다. 본인이 좋아한다고 했던 도끼와 더콰이엇, 오케이션에게도 그런 면이 보이고.
도끼, 더콰이엇, 오케이션은 내 기준에서 야마를 지킨 사람들이다.
야마를 지킨다는 것의 기준에 방송 출연도 관련 있나?
방송에 나가서 본인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중 매체에 나온다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연기하는 건 별로다. ‘쇼미더머니’와 같은 프로그램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그 콘서트’에 출연하고 싶다.
‘쇼미더머니’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필요하면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그럴 마음이 없다. 아무래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많이 보일 것 같아서.
‘쇼미더머니’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현재 자타공인 최고로 주목받는 루키 중 한 명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새로운 세대의 래퍼라면?
스타렉스의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가 이번에 낸 앨범으로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제 사람들이 그 형의 진짜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더콰이엇의 행보가 놀랍다. 신보 [Glow Forever]에서 퓨쳐리스틱 스웨버를 비롯해 신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뮤지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더라.
그런 부분도 당연히 좋지만, 굉장히 트렌디하고 세련된 사운드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The Quiett – f*k all that shit (Feat. Uneducated Kid) M/V
이번에 피처링한 더콰이엇의 싱글 “f*k all that shit”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전에 더콰이엇이 직접 주최하는 랩하우스 공연을 앞두고 나에게 피처링을 요청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 그의 집에 직접 가서 작업했는데,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앨범에는 못 들어가고 추후 판매된 시디에만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되었다. 결국 이후 앨범과는 별개의 싱글로 음원이 공개되었다.
뮤직비디오의 스케일이 굉장히 크더라.
이전에 더콰이엇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형의 뮤직비디오를 엄청 큰 스케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요새는 뮤지션의 비주얼이나 영상 매체 활용이 중요하니까 순수하게 팬으로서 건넨 말이지. 농담으로 아예 헬기 띄우고 블록버스터급으로 만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큰 스케일의 뮤비를 나와 함께할 줄은 몰랐다. 정말 감동했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기존 뮤비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환경에서 촬영되었다.
그렇다. 주로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영상 제작팀과 같이 작업했다.
트루릴리전 청바지를 즐겨 입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해외 래퍼들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는데, 특히 미국 후드(Hood) 래퍼들의 영상을 좋아한다. 그걸 보면 꼭 몇 명이 트루릴리전을 입고 있더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론도넘바나인(RondoNumbaNine)과 엘에이카포네(L’A Capone)가 함께한 곡이 있는데 그 뮤직비디오에서도 래퍼들이 트루릴리전을 입고 나온다. 그래서 나도 입는다.
패션으로도 주목받는 포인트가 있다. 슈프림(Supreme) 같은 브랜드들이 정석적인 스트리트 패션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독특한 패션을 지향하는 것 같다.
다 똑같이 입으면 재미없지 않나. 난 음악이든 머리든 새롭게 하고 싶다.
헤어스타일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를 주기적으로 바꾼다. 최근에는 땋은 머리가 지겨워서 한번 풀어봤는데 너무 착해 보이더라. 땋는 스타일은 유지하되 길이나 색, 땋는 방식을 바꿔볼까 생각 중이다.
몽클레르(Moncler) 다운 재킷과 샤넬 신발을 계속 밀고 있다. 이유가 있나?
몽클레르, 샤넬 외에도 다른 명품을 살 계획이다.
곧 새 앨범을 발매함과 동시에 올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루고 싶은 것은?
새 레이블이 생겼으니 레이블과 함께 내 계획을 잘 실행했으면 좋겠고, 곡과 비디오 모두 많이 만들고 싶다.
아티스트로서 꿈꾸는 롤모델이 있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마이클 잭슨은 의외다.
최근에는 힙합만 듣지만, 옛날에는 힙합 말고 다른 음악도 많이 들었다. 이전에 마이클 잭슨 라이브를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 관객들 막 실신해서 실려 가고. 하하. 지금 들어도 신나고 가치 있는 음악 아닌가.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헤이터(Hater)들에게 한마디 하자.
땡스 포 서포팅 브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에게
- 축구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다.
- 몽클레르란?
사실 나는 이전부터 몽클레르를 꼭 입고 싶었다. 하나의 꿈 같은 거다. 그러니까 맨날 입고 다니는 거다. 이제 돈 좀 벌었으니까 다른 거도 사려고 한다.
- 약이란?
감기 걸렸을 때 먹는 게 약 아닌가?
- 돈이란?
행복.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더 그렇다.
진행 / 글 │ 최장민 김용식
사진 │ 유지민
*해당 인터뷰는 지난 1월에 발간된 VISLA Paper 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