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프로젝트 Serpentine Pavilion가 내놓은 2020년의 대안

“건축가들은 이 작은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곳 서펜타인엔 이전에 설치된 파빌리온들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다른 이들이 뭘 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단, 실험 정신을 깃들여서 말이다”.

한스 울리히 옵리스트(Hans Ulich Obrist)가 서펜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이 지닌 의미에 관해 언급한 문장이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그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이라는 건축 프로젝트를 런던 하이드파크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새로운 건축가들을 초청하여 건축의 동시대적 방향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 비야케 잉겔스(Bjark Ingels), 알바로 시자(Alvaro Sizar),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진행된 지 20년밖에 안 됐지만 이미 가치 있는 전통과 역사를 일궈냈다. 이제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영화인에게 쿠엔틴의 신작과 같이 건축가에게 큰 축제로 자리 잡았고 설계의 키를 잡은 건축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2020년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설계를 맡게 된 카운터스페이스(Counterspace)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건축 그룹이다. 3명의 여성 건축가 수미야 밸리(Sumayya Vally), 사라 드 빌리에(Sarah de Villiers) 아미나 카스카(Amina Kaskar)는 서펜타인 파빌리온 역사상 가장 젊은 건축가이기도 하다. 카운터스페이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부르크(Johannesburg) 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그룹으로, 아프리카의 관점 혹은 국제적인 관점을 런던으로 가지고 와 런던의 지역성 그리고 커뮤니티와 관련한 작업을 진행했다. 즉, 이민자의 관점에서 런던을 대변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방문자들은 파빌리온이 행하는 퍼포먼스에서 그 개념을 찾을 수 있는데 먼저, 파빌리온을 이루는 요소들은 해체와 조립이 가능해 런던에서 이민자 인구가 높은 지역인 브릭스턴(Brixton), 혹스턴 해크니(Hoxton Hackney), 화이트차펠(Whitechapel), 에드궤어 로드(Edgware Road), 페컴(Peckham), 일링(Ealing)과 노스 켄싱턴(North Kensington)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 흩어진 조각은 마치 이민자의 삶을 살듯 각자의 지역에서 체류하게 되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주최자 역할을 건축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파빌리온의 공식 오프닝이 이루어지는 여름이 되면 흩어졌던 조각들은 각자 그 지역의 기억을 담고 마침내 하나의 파빌리온으로 맞춰진다.

카운터스페이스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건축 자재 면에서 선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재활용 쓰레기로 만들어진 벽돌과 어두운 색의 코르크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여러 재료를 활용해 벨벳에 캐시미어를 믹스매치하듯, 각기 다른 텍스처, 색, 패턴을 합쳐 형태의 풍부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건축가는 사람들이 파빌리온 조각의 기억을 읽어주길 바랄 것이다. 관객이 그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파빌리온을 통해 이민자, 페미니즘, 젊은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희박한 기회, 글로벌리즘과 브렉시트, 환경문제와 같은 시대정신이 녹아든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소수자로 대변되는 카운터스페이스는 이번 프로젝트로 수평한 공동체가 형성되길 바란다. 여기서 서펜타인은 메이저 갤러리로서 소수자 아티스트를 위해 책임을 완수한 갤러리이자, 이러한 갤러리의 도덕적 선택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퍼질 것. 개념미술과 같은 요란한 퍼포먼스는 진정 건축이 뽐내야 할 파빌리온의 주된 임무를 잊게 만들지는 않는지. 서펜타인 갤러리의 CEO 야나 필(Yana Peel)이 작년 2019년 사이버 무기 회사와 연루되어 사직한 사건 이후 실추된 서펜타인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이번 작품은 서펜타인에게는 꽤 탐스러운 열매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축이 건축으로 말할 수 있는 일 외에 이벤트에 시선을 주목하게 한 서펜타인의 행보는 일정 부분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보인다.

카운터스페이스의 파빌리온은 6월 1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자세한 정보와 역사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게시된 사진에서 2020년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시작으로 과거의 파빌리온 사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Serpentine Pavilion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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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dor sanchez
보고 싶은 걸 보여주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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