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예술에 언제나 큰 영감을 주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출신 마라토너 레니 모건(Lenny Maughan)은 그 중에서도 자신의 다리와 러닝 앱 스트라바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는 러너 전문 매체인 러너즈월드와의 대화에서 “스트라바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몇몇 달리기 선수들이 실제 예술이 아닌 신체 부위의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들를 만들고 업로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재미있긴 하지만 그다지 독창적이지는 않다고 느꼈다”라고 작품활동 계기를 말했다.
2015년 3월부터 현재까지 모건은 본인이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격자형 도시 구조에 착안하여, 스트라바 앱의 경로 기록 기능을 이용해, 지도를 캔버스 삼아 다양한 형상을 그렸다. 그는 매달 새로운 Strava 예술 작품, 즉 지금까지 75개의 디자인을 만들어냈고, GPS 아트, 러닝 아트, 스트리트 아트 등의 다양한 해시태그를 달고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지금껏 게시해왔다. 사진 속 스트라바의 기록을 살펴보면 1마일 남짓의 거리를 7분에 주파한 짧은 기록부터, 119마일 가량의 거리를 22시간 동안 달린 기록까지, 마라토너만 남길 수 있는 기록을 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의 정확함 또한 눈길을 끈다. 스타트렉의 캐릭터 미스터 스팍의 손 모양으로 부터 시작해 부채꼴이나 네잎클로버와 같은 단순한 모양을 비롯해, 나스카 지상화, 최근의 ‘성난 말’ 석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복잡다단한 도안과 달릴 경로를 종이 지도에 형광펜으로 미리 정확히 스케치하고 실행에 옮겼다. 특히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그릴 때는 지도에 누락되어있던 저수지를 맞닥뜨리기도하고, 시내의 다른 지역에서 재시행했을 때는 길을 잘못 돌아 오른쪽 눈을 망친 적도 있다고 소회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완성작에는 6시간 8분이 걸렸고, 거의 29마일의 거리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GPS의 특징 덕에, 실수를 하게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그림. 체력만큼이나 정확성을 요구하는 지상 최대의 그림. 그는 완벽한 작품을 위해 한 달의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 도로에 흔적이 남지 않는 레니 모건의 스트리트 아트를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