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인피니투스 플라자를 완공했다

해가 뜨면 반드시 해가 지는 시간도 온다. 모든 시점이 종점을 향해 가는 이 운명은 슬픈 필연이다. 한 개인도, 한 시대도 잉태하면 언젠가 끝을 맞이한다. 소설가 막스 뮐러(Max Müller)가 ‘독일인의 사랑’에서 ‘시작이라는 것이 차라리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시작을 떠올리려고 하면 금세 모든 생각과 기억이 멈춰버리니 말이다’라 한 바가 퍽 이해가 된다.

많은 학자들과 평론가들은 현대 건축에서 건축가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국의 어떤 건축가는 반례가 되었다. 건축의 권능이 마지막으로 하늘을 찌르며 스스로 빛날 때, 그 중심에는 그녀가 있었다. 전례가 없었다. 공간 개념과 조형 언어를 뒤바꾼 이 전대미문의 건축가는 스스로 건축사에 분수령을 그었다. 모든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은 그 건축가의 설계에 흥분했고 수많은 아류들을 양산했으며 모두가 그녀를 따라했다.

우리는 건축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자하 하디드(Zaha Hadid)라는 이름을 들어봤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건축가로 익숙한 그녀는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대가 중 대가로 평가받는 건축가다. 1980년대부터 해체주의 건축이 성행하는데, 쉽게 말해 공상 영화 속 미래 건축물같이 정신 나간 모양의 비정형 건축물이 유행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비트라 소방서(Vitra Fire Station)나 파에노 과학 센터(Phaeno Science Center)는 자하 하디드가 건축사에 획을 그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뿐이겠는가? 자하 하디드의 숨결이 루이뷔통(Louis Vuitton)과 샤넬(Chanel), 스와로브스키(Swarovski)에 닿는 순간은 디자인의 양자역학이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 자하 하디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 아이콘이었다.

자하 하디드가 2016년 타계한 후 그녀의 설계 사무소인 ZHA(Zaha Hadid Architects)는 그녀의 정신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활발히 활동 중인데, 베이징 다싱 국제공항(Beijing Daxing International Airport)과 같이 그녀가 생전에 참여한 프로젝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재 대다수. 그리고 새 프로젝트인 인피니투스 플라자(Infinitus Plaza)가 완공되었고, 아쉽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그녀의 유작은 아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인피니투스 플라자는 어느 건강 제품 제조사의 사옥으로 연면적 185,643sqm에 지상 8층, 지하 2층으로 구성된 오피스다. 무한대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두 메스들 사이를 무한히 이어주고 있다. 입면의 경우, 다이아몬드 형태의 패널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곡면 패널을 사용한 것에 비해 30%의 시공 비용이 절약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위 프로젝트는 친환경 재료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친환경 건축 관련 여러 인증들을 받았다.

시공, 구조, 환경 물리와 같은 공학적 측면에서는 탁월하다. 음악으로 치면 믹스와 마스터 같은 것인데, 인피니투스 플라자의 그것은 너무나 탁월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 허나 여기서 공학을 배제한다면 할 말이 꽤나 많아진다. 어정쩡한 곡면, 경솔한 곡률과 부주의한 재료 선정, 지루한 평단면 계획, 물음표를 찍다가 만 입면 등 이 황당무계한 프로젝트는 본 이로 하여금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만든다. 만약 이 작품을 다른 이의 설계라 했다면 오히려 박수를 받았을 것. 허나 이것이 정녕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를 설계한 ZHA의 작품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ZHA는 마치 항변이라도 하는 듯 효율과 절감, 인증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일종의 안질지(‘안 질려고 지랄’의 준말)인 셈이다. 분명한 건 시대가 그들에게 열광했던 이유를 이번에는 찾을 수 없다.

자하 하디드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넘었고 이는 거짓말 같지만 건축계의 방황이 시작되던 시기와 겹친다. 건축가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평가하기보다는 한 시대의 종말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것이 해체주의 건축의 종말은 아닐 수 있으나 자하 하디드식 건축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슬퍼할 이유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면 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라 했다. 우리는 덤덤히 그녀의 유산을 즐기고 탐구하면 된다.

현재 인피니투스 플라자를 두고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오가는 시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건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간절히 요구하는 바. 다양한 관점과 시도, 관심이 건축계는 필요하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제일 밀접하고 익숙한 영역이 건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전에 필자는 우리 모두에게 건축가가 될 성질이 내재되었다고 했었다. 본의 아니게 건축가가 된 이상, 지금 자하 하디드가 우리에게 남긴 양자역학을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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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Zaha Hadid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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