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이색 패키지 디자인에 집중했던 독특한 시기를 다룬 서적, ‘The Boxes of Hock’ 재출간

지금에야 엑스박스(Xbox),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닌텐도(Nintendo)와 같은 게임 회사가 자사의 로고가 삽입된 일관된 패키지에 게임을 유통하지만,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업계가 표준화되기 이전에는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이 화두였다. 비약적인 성장세에도 90년대 초반까지 소프트웨어 산업은 여전히 정착되기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초점을 둔 블루오션을 형성했던 것이다.

수요뿐 아니라 공급 또한 그다지 많지 않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오늘 소개할 서적이 다루는 주인공, 여혹화(Hock Wah Yeo)는 코어한 소비층이 존재했기에, 갈색 가방에 패키징하더라도 비슷한 수량이 팔렸을 것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시기에야말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독점할 기회라고 생각했던 몇몇 회사의 움직임 덕분에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색 패키지 디자인에 집중하는 독특한 시기를 거쳤다.

열린 가능성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한편으로는 혼란한 시기를 지나 시장은 어느덧 레드 오션. 지난 해 콜파 프레스(Colpapress)가 당시 현장에서 막중한 임무를 맡았던 여혹화가 디자인한 게임 패키지 디자인을 아카이브한 서적을 출간했다.

관습과 규칙을 탈피한 여혹와의 전위적인 디자인 시도와 그 탄생 과정, 그리고 디자인 저술가 크리스 하마모토(Chris Hamamoto)의 에세이를 다룬 서적은 절판된 이후, 얼마 전 재출간 소식을 알렸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무형인 소프트웨어에 물리적 형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다른 차원의 기발한 컬렉션을 완성한 여혹화의 패키지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훑어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산업이 점차 과열되면서 독특한 패키지를 선호하지 않게 된 시장 분위기를 읽는 것은 이 책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재미일 것이다.

게임 단품뿐 아니라, 정품 라이센스가 붙은 각종 굿즈와 혜택에 게임 팬들이 줄을 서고, 하물며 중고로 구매하더라도 박스 여부를 따지는 현시점에 여혹와의 디자인을 거친 패키지가 다시금 출시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한정판 딱지가 붙지 않을까? 패키지라도 소장하고 싶을 만큼 눈 돌아가는 디자인이 한정 에디션이 아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아카이브와 당시의 현황, 그리고 각 소프트웨어에서 얻은 작업의 모티브는 서적을 통해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겠다.

Colpapress 공식 웹사이트
Hock Wah Yeo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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