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 저항한 쓸모없지만 기발한 발명품, Chindogu

가정용 먼지떨이 겸 칵테일 셰이커, 모자 위에 고정시켜 온종일 사용할 수 있는 티슈 디스펜서, 물에 젖지 않고 목욕할 수 있도록 하는 비닐 수영복, 걸음마를 못 뗀 아기가 기어 다닐 때 바닥을 청소시킬 수 있는 걸레 옷 등.. 각종 유머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쓸모없는 발명품’이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이러한 짤들에도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정식 명칭이 있다. 특정 문제에 대한 이상적인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해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을 뜻하는 단어 ‘친도구(Chindogu)가 바로 그것이다.

카와카미 켄지(Kenji Kawakami)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1,000개가 넘는 친도구를 발명한 발명가다. 그 개념과 용어를 처음 제시한 그는 일본 홈쇼핑 잡지 ‘Mail Order Life’의 전 편집자로 역임할 당시, 여분의 페이지를 통해 친도구의 몇 가지 프로토타입을 선보였고, 이후 도쿄 저널(Tokyo Journal)의 월간 특집으로 독자들에게 아이디어를 공고받으면서 친도구의 의미를 보다 대중적으로 알린다. 1995년에는 그렇게 형성된 친도구 커뮤니티가 개발한 101가지의 친도구를 아카이브 한 서적 ‘101 Unuseless Japanese Inventions: The Art of Chindōgu’이 출간되기도 했다.

카와카미가 특이한 도구, 더 정확하게는 이상한 도구라고 정의한 친도구를 가리는 10개의 조항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10 계명이 있다면, 켄지 카와카미에게는 친도구에 부합하는 발명품을 가리는 10 계명이 있다.

  • 판매할 수 없다. 
  •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되어선 안된다.
  • 순전히 유머를 목적으로 제작되어선 안된다. 
  • 홍보용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 불법적이면 안된다. 
  • 편견의 의미를 내포해서는 안된다. 
  • 특허를 낼 수 없다.
  •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가 각각의 친도구를 즐길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친도구는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 세계를 바꾸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에 집중하기를 택했던 1970년대부터 1990년대 무렵, 서브컬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카와카미는 “유물론과 모든 것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경멸한다”라고 밝히며 친도구를 통해 대량 생산과 소비가 팽배한 산업혁명 이후 20세기의 주류 문화에 저항하고자 했다. 그 이념과 철학은 이후 친도구 커뮤니티의 방향성이 되었으며 장난스러움 뒤에 가려진 친도구의 진짜 이념은 지금에 와 당시의 시대상을 비추는 정치적, 경제적, 시대적 저항의 산물이자 예술품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커뮤니티의 활동이 왕성할 당시 그들은 모두가 친도구를 만들고, 사진을 찍고, 콘테스트를 개최하며 직접 그 재미에 참여하기를 권했다. 심지어 당시 탄생한 발명품 중 몇 가지는 이후 쓸모를 인정받아 실제로 발명되기도. ‘세계를 바꾸자’가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바꾸자’가 선행되었던 시대의 맥락에서 탄생한 독특한 문화, 친도구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친도구 커뮤니티의 웹사이트에 직접 방문해보자.

Chindogu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