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서 참된 빛을 찾은 화가 황재형

 
섹스 피스톨즈의 [God Savw The Queen] 앨범 커버와 현 정부의 수장을 합성한 그래픽이 대구 동성로에 걸렸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래피티 아티스트 후가지(Fughazi)처럼 역시나 경찰은 재물손괴죄를 빌미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로써 사회에 발언하는 것을 가리켜 민중미술이라 했다. 민중미술은 70년대에 태동해 힘 있는 자의 탄압에 맞서 자연스레 성장했으며, 80년대에 들어 절정을 맞았다. 민중미술은 대중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사회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게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예나 지금이나 탄압과 저지가 우선시되는 것은 이제는 딱히 놀랍지도 않은 부분이다.

‘광부 화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황재형 화백은 한국의 대표 민중미술가다. 전남 보성 출신이지만, 가족과 함께 강원도 태백으로 들어가 탄광촌 주민으로서 동시대, 우리 이웃의 애환을 화폭에 담았다. 석탄이 주 연료였던 80년대, 강원도 탄광촌은 한국판 ‘골드 러쉬’였고, 급진적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동굴 안에서 고된 노동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 덕분이 아니었을까. 삶의 의미는 고된 상황 속에서 더욱 강렬한 빛을 낸다. 작가는 이를 ‘참된 빛’이라 말했다. 황재형 화백의 작품을 천천히 곱씹으며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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