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문제를 조명한 노순택 작가의 ‘얄읏한 공’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는 해가 떠도 지지 않는 보름달이 있다. 유난히 우뚝 솟은 하얀색의 구체. 어느 날 무심하게 세워져 마을의 이정표가 되어버린 달의 정체는 평택 미군기지 K-6 내의 레이돔(레이더 안테나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구)이다. 주민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울려 살아가던 하얀 공을 사진작가, 노순택은 주목했다. 언젠가 필름을 훑어보다 많은 장면에서 이 공이 찍힌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고. 그렇게 탄생한 ‘얄읏한 공’은 하얀 공의 정체를 파헤치면서 그 과정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레이돔은 대추리의 이정표인 동시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상징한다. 마치 거대한 어둠이 레이돔을 기점으로 인근 지역을 잠식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2006년, 실제 국방부가 대추리 기지 주변 5개리 마을 285만 평을 미군기지 확장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영농차단 작업에 들어갔고, 현재는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분양 광고가 줄을 잇는다. 해방 후, 미군기지 건설로 고통을 받았던 지역이 다시금 그 고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고덕국제신도시라는 이름만을 남겨둔 채. 작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직접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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