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Magazine 커버에 실린 아시아계 미국인의 초상

지난 2013년, 뉴욕시 명문 고등학교, ‘Bronx High School of Science’의 졸업생이자 스타 핸드볼 선수였던 마이클 뎅(Michael Deng)은 뉴욕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면 슬쩍 지나쳤을지도 모를 맨해튼 남부, 버룩 대학(Baruch College)에 입학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학 문화로, 한 학교 혹은 전국의 명문 학교를 아우르는 사교 클럽 문화를 들 수 있는데, 뎅은 ‘Pi Delta Psi’라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활동하는 사교 클럽에 가입한다.

국내 일부 대학교의 문제로 자주 회자되는 미개한 신입생 환영회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군대보다 더 엄격한 규율, 인간으로서 먹어서는 안 될 조합의 폭탄주 마시기 등 존재가치가 없는 관습을 들먹이며 군기를 잡는 덜떨어진 신고식은 내가 살아보지 않은 미국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 같다. 그리고 뎅도 그런 불필요한 의식에 동원되었다.

뎅은 눈을 가리고 뛰는 이해할 수 없는 가입 행위 도중 추락했다. 사건 발생 후, 함께 의식을 치르던 인원 중 그 누구도 구급차를 호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혼수상태로 입원한 다음 날 머리 외상으로 사망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이들의 우연한 사고라고 치부하기에는 복잡한 점이 많다. 이 사건은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대학 신입생에게 이뤄지는 폭력적인 형제애와 종교의식이 화두에 올랐다. 뎅의 가족 그리고 함께 의식을 치른  ‘Pi Delta Psi’의 일원의 법정공방이 무려 최근까지 오간 가운데, 결국 ‘Pi Delta Psi’ 측은 자의적인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관련 취재기사와 함께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Magazine)의 디자인 디렉터 ‘Gail Bcihler’가 트위터에 새로운 커버를 공개했다. 이목구비가 인지되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게 처리된 인물 그리고 작은 글씨로 ‘The Death of Michael Deng’이라고 적혀있다. 포토샵에서 블러 효과 정도를 준 것으로 보이는 이 이미지는 사실 미아즈 브라더스(Miaz Brothers)의 스프레이 페인트 작업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단어로 규정되는 모호한 정체성을 표현한 것일까. 무력하게 다가오는 이 인물화는 해당 기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아련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The New York Times에 게재된 취재 기사 원문
Miaz Brothers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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