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 화재 참사가 다음 달이면 벌써 1년을 맞는다. 71명의 희생자 명단을 훑어보면 이들이 대부분 아랍계, 아프리카계 이주민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누군가에게는 빠르게 지나간 1년이지만, 그동안 희생자들을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던 런던의 젊은이들이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졸업반 학생인 프란체스코 로이 벨(Francesco Loy Bell)은 자신의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또 그렌펠 화재 생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매거진 ‘오프 더 블락(Off the Block)’을 기획했다. 서부 런던 출신인 프란체스코 본인은 물론 대부분의 컨트리뷰터가 런던 출신인 만큼, 이 매거진은 사고를 전후로 런던의 사회상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한편 매거진을 통해 얻은 수익은 모두 그렌펠 생존자 기부금으로 전달될 예정으로, 일종의 모금 운동이기도 하다.
오프 더 블락은 무려 생존자 24명이 자살을 기도했을 만큼 끔찜한 이야기와,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의 힘에 주목했다. 그들은 또한, 우리에게도 지겹도록 익숙한 책임 돌리기 식 대처와 같은 현 정부의 교활한 단면 역시 전달하고자 했다. 여전히 마땅한 거처가 없어 모텔에서 지내는 생존자들, 그들에게 흔쾌히 자신의 집을 열어 준 런던 시민들,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사진과 인터뷰, 그날의 소방관이 쓴 시,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쓰인 일기와 커뮤니티 작가들의 작업물 등의 콘텐츠를 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힘을 보태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해보자. 분명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