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국가의 큐레이터, Marcus DeSieno의 ‘No Man’s Land’

그것은 우연한 발견이었다. 2013년 어느 날 시각 아티스트 마르커스 데시에노(Marcus DeSieno)는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 방문해 그 광대한 아름다움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중 그는 공원 순찰 경비원을 마주쳤고, 때마침 그들은 나무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었다.

경비원 중 한 명은 어둠 속에서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CCTV 카메라의 무능력함에 대해 불평했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객과 공원을 순찰하는 경비원의 만남, 우연이라고 할 수도 없는 별 것 아닌 일이었지만, 데시에노는 이 사건을 카메라의 취약한 기능보다는 현대 감시 문화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했다.

그는 유비쿼터스 사회에 살고 있으며, 동시에 수시로 감시를 당하는 인간 대다수와 ‘감시자’ 역할을 맡은 소수의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찰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그의 사진 프로젝트 ‘No Man’s Land’로 이어졌다. 프로젝트를 시행하기에 앞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CCTV 카메라의 해킹이었다. 그는 해킹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그 옆에는 구글(Google)이라는 강력한 조력자가 있었다. 간단한 검색으로 CCTV 카메라를 해킹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확보한 뒤 그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그가 알려주는 해킹 팁 한 가지는 CCTV 채널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는 주로 ‘Guest’이고 암호는 ‘1234’라는 것이다.

 

데시에노는 간단한 조작을 통해 전 세계 감시 스트림을 순회하며, 수만 장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세계 곳곳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속 멋진 이미지를 찾은 뒤 자신의 대형 카메라로 스크린을 촬영했다. “풍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리의 감시 상태가 얼마나 먼 곳까지 닿아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도 당신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데시에노는 이 프로젝트로 하여금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장소에까지 감시가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는 자신을 ‘감시 국가의 큐레이터’로 칭한다. 그의 말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출판한 동명의 사진집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사진집에는 남극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대륙의 이미지를 수록한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19세기의 풍경화에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소금물에 적신 종이에 인화하는 과거의 사진 기술과 현대 CCTV 기술의 결합으로 시대를 초월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드넓은 대지 속 한 그루의 나무, 고요한 강가, 우거진 수풀로 가려진 호수 등이 의도적으로 찾아낸 장소가 아닌 감시의 시선이라는 사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통신 기술의 산물이 현대인의 행동을 어떤 방식으로 억압하고 있는지 시사한다.

Marcus DeSieno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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