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국 전통 놀이, ‘씨름’

섹시하고 끈적끈적한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인 씨름. 어린 시절 TV에서 본 씨름은 거대하고 뚱뚱한 사람들이 나와 힘겨루기를 하는 듯했다. 당시에는 인기 스포츠였지만, 2000년대를 지나며 다양해진 즐길 거리와 기술보다는 체격과 힘의 비중이 높아지며 느리고 지루해진 씨름 양상에 많은 팬이 떠나갔다. 하지만, 위기를 의식한 대한씨름협회는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했고, 그 노력의 씨앗은 인식 변화라는 연약한 싹을 틔우고 있다. 체격과 힘의 비중보다 기술 위주의 씨름을 도입하기 위해 체급의 기준을 하향 조정했고, 금강, 태백과 같은 90kg 이하의 체급 경기에는 흔히 대중이 인식하는 ‘뚱뚱하다’의 범주에서 벗어난, 흡사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그리스 전시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두툼한 근육질의 섹시가이들이 등장했다.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김원진vs황찬섭” 영상은 씨름 동영상 최초로 100만 뷰를 돌파하며 씨름에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비주얼과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슬림한 체격의 남성이 스타일의 선두로 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그 반대의 스타일에 대한 묵묵한 갈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물이 들어왔으니 KBS에서 노를 젓기로 한 듯하다. 씨름계의 정통을 자부하는 KBS에서 대한씨름협회와 협업해 서바이벌 예능 겸 대회 프로그램 “나는 씨름선수다(가제)”가 오는 11월 방송 예정이라고. 백두(150kg 이하 105kg 이상), 한라급 선수(90kg 이상 105kg 이하)의 전유물이었던 천하장사 대신 경량급 천하장사대회를 따로 열고 기술 씨름의 귀환을 알리는 것이 주요 취지다. 씨름 고유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함과 동시에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어려운 균형을 잘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POP을 필두로 K의 색채가 전 세계적으로 짙어지는 요즘, 씨름이라는 콘텐츠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어필할지 귀추를 주목해 보자. 

대한씨름협회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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