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전에 ‘윌리엄 따라잡기’를 언급한 바 있다. 현 마이너한 스케이트보드 필름의 아버지 격 존재가 된, 본 따라잡기의 주인공인 슈프림의 메인 필르머, 윌리엄 스트로벡(William Strobeck)의 영상은 파리, LA, 지난 5월 이탈리아까지 새로운 슈프림의 스토어가 오픈될 때마다 각 나라에 존재하는 새로운 스팟과 새로운 로컬 루키들의 스케이트보딩 그리고 약간의 스타일에 변화를 준 윌리엄의 편집/촬영 방식은 언제나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슈프림의 베를린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공개한 새로운 비디오, “MIND GOBLIN”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본 영상 전, 전작 이탈리아 스토어의 오픈 시 발표한 “STALLION”은 예상치 못한 편집과 다양한 클립의 배치로 주목을 받았던 여태까지의 그의 영상과는 달랐다. 웬만한 예술 영화를 뛰어넘는 듯한 잘 짜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몇몇의 장면들(예:18:54) 그리고 이탈리아의 루키들을 집중적으로 비춰준 그의 새로운 편집은 필자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자신의 영상 테크닉을 한 단계 진화시키며, 이탈리아 로컬 스케이트보드 신을 위한 편집까지 들어간 “STALLION”은 그가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발표한 “MIND GOBLIN”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작과 같은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필르밍과 자신의 예전 스타일로 영상을 완성했다. 가장 도드라지는 특이점은 완전히 새로운 촬영 방식이다. 아예 각도를 90도를 돌려서 필르밍한 그의 클립들은 초반에는 어느 정도의 어지러움을 유발하지만, 스케이터를 화면에 꽉 차게 만들어 그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윌리엄 스트로벡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과도한 색감과 줌만큼 독특한 또 하나의 촬영 방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해당 방식이 ‘윌리엄 따라잡기’의 반열에 들지, 지속적으로 사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아이코닉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과거의 것은 다시 새로운 스타일이 된다. 다시 자신의 옛 스타일을 불러온 윌리엄 스트로벡의 이번 행보는 현시대 최고의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 평가받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비슷하다. 그는 이전 작 [IGOR]를 통해 그래미를 손에 넣는 쾌거와 동시에 많은 호평과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이로 인해 모두가 다음 작품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했는데, 올해 그는 과거 힙합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흐름이었던 ‘믹스테잎’ 문화를 2021년 자신의 앨범 [CALL ME IF YOU GET LOST]에 가져와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 또 한 번의 호평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윌리엄 또한 슈프림 파리 스토어 오픈 기념으로 공개한 2016년작, “PUSSY GANGSTER”의 분위기를 본 영상에 가져왔다. 초반 장면부터, 행인의 칼부림으로 시작되는 이 영상은 과격한 클립이 눈에 띄었다. 윌리엄의 히트작이자, 슈프림의 첫 풀 렝스 비디오 “CHERRY” 이후 짧은 필름으로만 작업물을 선보였기에 갈증이 있었던 팬에게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는 유튜브 조회수 190만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MIND GOBLIN”에서는 으스스한 분위기와 다양한 사람들, “PUSSY GANGSTER”와 비슷한 향기를 뿜어내는 편집이 엿보인다. 이로 옛 슈프림의 감성을 다시금 가져와, 세대교체가 된 이들을 통해 더욱 멋스럽게 보여주었다.
이 두 가지 특이점 외에도 본 영상에서 주목할 점은 많다. 슈프림의 스케이터들이 우리가 익숙히 알던 스케이터가 아닌 새롭게 주목받는 루키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STALLION”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루키들이 또 한 번 얼굴을 드러낸 점, 언제나 개성 넘치는 스케이터들과 아직까지도 건재한 윌리엄의 감각 등 “MIND GOBLIN”에는 흥미롭고 놀라운 클립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인드 고블린(Mind Goblin)’은 해외에서 한낱 말장난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윌리엄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장면은 언제나 진지하다. 슈프림에서의 풀 렝스 두 편 그리고 꾸준한 숏 필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현시대 스케이트보드 필르밍의 아이콘이 된 윌리엄은 이 시대 최고의 비디오그래퍼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신이 어느 관점으로 바라보든, 윌리엄의 “MIND GOBLIN”은 ‘윌리엄 따라잡기’라는 말의 존재 이유를, 당신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