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AI와 한판 승부를 펼친 카드 게임 ‘Cards Against Humanity’의 작가들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미국에서는 한때 큰 인기를 끈 바 있는 파티용 카드 게임 ‘카드 어게인스트 휴머니티(Cards Against Humanity)’. 반인륜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서 이름을 따온 이 게임은 카드 팩에 떡하니 쓰여있듯 ‘끔찍한 사람들을 위한 파티 게임(A party game for horrible people)’이다.

‘카드 어게인스트 휴머니티’는 검은 카드와 흰 카드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 카드는 몇몇 단어가 빠진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흰 카드는 검은 카드의 공백을 채울만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게임의 백미는 각 플레이어들이 제시한 흰 카드들이 검은 카드와 합쳐져 생각지도 못한 문장을 완성하는 것. 한 예로, 플레이어들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50%의 미국인은 ─ 스티븐 호킹이 야한 농담을 하는 비디오 ─ 를 본 후 성관계 횟수가 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같은 각종 상스러운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자세한 룰은 나무위키를 확인하자).

이 게임은 2011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발매된 후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 무례한 게임을 제작한 이들답게 카드의 제작사는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특유의 기발하고 변태적인 마케팅을 펼쳐 큰 주목을 받았다.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2013년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원래 25달러에 판매하던 카드 팩을 30달러에 판매하는 기행을 펼쳤으며, 2015년에는 자신들에게 기부할 수 있는 페이지를 열어서 모인 총 7만 달러의 돈을 온전히 자신들만의 편의를 위해 사용했다(심지어 구매 내역까지 공개했다). 이들의 정신 나간 마케팅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스케일이 더욱 커졌으며, 드디어 올해, 인간과 로봇의 한판 승부로 이어졌다.

2019년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이들이 기획한 이벤트는 자사의 작가들과 AI의 카드 창작 대결. ‘카드 어게인스트 휴머니티’ 측은 ‘비싼 월급을 받아 처먹고 대마초나 피우는 작가’를 대체하기 위해 카드 내용을 직접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제작했다며, 16시간에 걸친 카드 창작 대결을 주관해 과연 작가들이 AI보다 더 쓸모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대결은 양측이 만든 카드 내용을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최종적으로 더 많은 덱을 판매한 측이 승리하게 되는 방식. 작가들이 승리할 경우 5천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되지만, 패배할 경우 바로 직장을 잃게 되는, 일명 ‘캐삭빵’이었다.

그렇게 난데없이 시작된 16시간의 피 튀기는 승부. 이 날의 대결은 과연 ‘카드 어게인스트 휴머니티’ 측이 밝혔듯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직원들을 혹사해 돈도 챙길 수 있는’ 훌륭한 이벤트였다. 긴 대결의 끝에 밝혀진 승자는 다행히 인간 작가들이었는데, AI의 총 판매액인 81,135달러를 82,860달러로 아슬아슬하게 넘겨 유머와 농담으로는 아직 인간이 기계보다 우세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총 판매액 8조 7320억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날 수많은 기업이 펼친 할인행사 중에서도 ‘카드 어게인스트 휴머니티’의 마케팅 전략은 특히 눈에 띈다. 단순한 최저가 전략을 뛰어넘은 기발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들이 과연 내년에는 어떤 스펙타클한 이벤트로 돌아올지, 내년 블랙 프라이데이도 ‘카드 어게인스트 휴머니티’의 행보를 기대해보도록 하자.

Cards Against Humanity AI Challenge 공식 웹페이지
Cards Against Humanit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