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흑백판 개봉 소식

지난해 2019년은 한국 영화 역사가 100년이 되는 해였다. 100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한 편의 한국 영화가 전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 비평가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자신만의 영화 세계가 뚜렷한 감독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기생충”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감독뿐인가,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부터 배우 이정은,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그리고 드디어 빛을 본 박명훈까지 배우진의 연기 역시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은 최성재 (Sharon Choi) 통역사까지 이슈가 되었으며 영화는 마치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많은 곳에서 패러디되곤 했다.

지난 2일 영화 “기생충”은 또 한 번 최초의 수상을 경신했다. 런던에서 열린 제73회 영국 영화 TV 예술 아카데미(BAFTA) 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 영화상과 각본상을 받은 것. 이쯤 되면 그의 수상경력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것이다. 최근 막이 내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된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에서 영화 기생충은 관객상을 수상했다. 너무 많은 상을 받아 놀랍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이번 수상은 좀 다르다. 바로 기생충의 흑백판이었기 때문. 영화제 개최 전부터 영화 기생충의 흑백판은 많은 기대를 불러 모았고,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어 수상의 영광까지 안은 셈이다.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봉준호 마스터 클래스 영상

봉준호 감독은 평소에도 고전 흑백영화 애호가임을 자처했다. 그의 영화 “마더 (Mother)”의 흑백판이 한정판 블루레이로 공개된 바 있다. 이번 흑백판은 지난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후 홍경표 촬영감독이 콘트라스트와 톤 작업을 거친 후 완성했다. 그렇다면 모공의 수축까지 확인 가능한 4K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왜 흑백영화를 만드는 것일까?

영국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파킨슨(David Parkinson)에 따르면 흑백영화는 컬러 영화에 비해 더 적은 시각적 정보를 전달한다. 컬러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신경이 덜 분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의 내용과 대사, 인물의 심리 변화 등에 집중할 수 있다. 이에 영화의 구성과 연기, 미장센을 강조하여 관객과 소통하려는 예술영화 감독이 흑백을 선호하게 되었다. 영화 “기생충”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흑백판을 제작했을 것.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흑백판 상영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말하기를, 고전영화 대가의 작품이 흑백이었고 자신의 영화도 흑백으로 만들면 고전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덧 없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여하튼 이미 충격을 안겨준 “기생충”은 흑백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찾게 만들지도 모른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국내 개봉은 2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
기생충 공식 웹사이트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IFFR) 공식 웹사이트


영화 “기생충” 흑백판 프랑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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