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오르톨랑, 금지된 요리의 재림

오르톨랑(Ortolan)은 순결과 예수의 사랑을 상징하는 작은 멧새다. 하지만 그 고매한 의미가 무색하게도 이 동물은 잔악하게 조리되어 식탁에 오르곤 했다. 자유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귀족들을 중심으로 널리 먹히던 오르톨랑의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1. 오르톨랑을 산 채로 잡아 눈을 뽑은 채로 빛이 들지 않는 궤짝 안에 넣는다. 
  2. 궤짝 안에 한 달간 가둔 채로 수수, 포도, 무화과 열매를 잔뜩 먹여 뚱뚱하게 살찌운다.
  3. 새의 몸집이 네 배 정도로 불어나면 아르마냑 브랜디를 채운 대형 유리잔에 넣어 익사시킨다.
  4. 위와 폐가 브랜디에 절여진 오르톨랑을 잔에서 꺼낸 후 오븐에서 6~8분 굽는다.
  5. 깃털을 제거하고 접시에 담는다.

조리 과정이 이렇게나 극악무도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먹는 방법은 더욱 기묘하다. 맛의 깊이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머리에 천을 뒤집어쓰고 시각마저 포기해야한다(No Pain No Gain). 심지어 혹자는 어둠 속에서 이 작은 새의 전 생애를 느끼고 눈물을 훔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 요리가 세계 최고의 미식으로 꼽히는 바람에 오르톨랑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고, 결국 1999년에 법적으로 포획과 조리가 금지되었다. 

그런데 13년이 지나 오르톨랑 요리는 당당한 모습으로 부활한다. 동물보호론자들의 저항도 받지 않게 되었다. 대안요리 창작 단체인 게놈 미식 센터(The Center for Genomic Gastronomy)가 비건 스타일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까탈스러운 누군가에겐 비건 오르톨랑이 그닥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원본의 식감과 풍미를 매우 유사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어차피 암흑 속에서 먹을테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자.

문명 이래로 가장 사디스틱한 조리법을 자랑하던 요리가 윤리와 트렌드를 등에 업고 다시 우리의 식탁 위에 등장한 이 기막힌 상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을까. 인간이 생태계의 트롤러라는 오명을 스스로에게 씌우면서도 어떻게든 더 나은 길을 개척해나가고자 한다는 희망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맛있고 창의적인 요리와 식사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미적 경험 중 하나다. 어쩌면 비건 오르톨랑은 미래에 도래할 새로운 형태의 식문화와 그를 향유할 인간의 기쁨을 예고하고 있을지도. 앞으로 마주하게 될 특별하고 신선한 밥상들에 기대를 걸어보자.

The Center for Genomic Gastronomy 공식 웹사이트
The Center for Genomic Gastronom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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