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타이로 골대와 목을 묶은 남자의 사연

지난 18일 새벽, 에버튼 FC의 홈구장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에버튼 FC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의 경기에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랠만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후반전이 막 시작했을 무렵 에버튼의 골대를 향해 잠입한 한 남성이 자신의 목과 골대를 케이블 타이로 연결한 것. 구단 관계자들과 경찰이 황급히 뛰어와 매듭을 풀려고 수차례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고 남성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갔다. 결국 초대형 절단기까지 등장한 끝에 상황은 약 7분여 만에 종료됐으며 남성은 손과 발이 잡힌 채 경기장 밖으로 들려 나갔다. 

사건 후 모두의 시선은 남성이 입은 주황색 티셔츠에 적힌 ‘Just Stop Oil’이라는 문구로 향했다. 올해로 스물한 살이 된 이 남성은 북해 유전 개발에 반대하는 단체, ‘Just Stop Oil’의 한 지지자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Just Stop Oil’은 남성이 영국 정부에 모든 새로운 화석 연료 개발을 중단하라는 뜻을 알리기 위해 경기장으로 달려간 것이라고 전했으며, 현재 이 남성은 다른 시위자 한 명과 함께 경찰에 구금된 상태다. 


알몸으로 전력 질주를 하는 것부터 좋아하는 선수에게 달려가 퍼붓는 뽀뽀세례까지. 해외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종종 목격했을 열성팬들과 시위자들의 경기장 난입은 지루해진 경기에 유쾌함을 더해주는 조미료 같은 존재다. 그러나 원체 이유도, 목적도 없이 광적인 흥분상태로 뛰어드는 이들이 많은 탓에 가끔은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사건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 그 누구도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남성, 추태였을까 혹은 용기였을까.


이미지 출처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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