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를 향한 가장 순수한 축제, ‘이타샤천국(痛車天国)’

배가 땅에 닿을 듯이 날렵한 스포츠카부터 우람한 덩치의 SUV까지. 온갖 화려한 디자인과 옵션을 갖추며 변모해온 네발 달린 고철 짐승은 현대인의 정체성과 과시욕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자리해 왔다. 혹자는 흠집 하나, 얼룩 하나에 마음 졸이는 우리네 모습을 보고 혀를 찰 수 있겠지만, 열과 성을 다해 금이야 옥이야 소중히 다뤄온 애마야말로 우리 꿈과 로망의 결정체 아니겠는가. 

지난달 27일 도쿄 오다이바(Odaiba)에서는 순수한 열정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는 축제, ‘이타샤천국(痛車天国)’이 개최됐다.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캐릭터로 차체를 장식한 튜닝카를 일컫는 이타샤(Itasha)는 “오타쿠차”라고도 불리며 현실 세계에서 외면받아왔다. ‘아프다’를 뜻하는 “Itai”와 ‘차’를 뜻하는 “Sha”가 결합해 탄생한 단어의 의미 그대로 다소 곤욕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하기 때문. 하지만 ‘이타샤천국’에서만큼은 캐릭터가 대문짝만 하게 붙은 차 문이나 캐릭터 이름을 새겨 넣은 보닛, 그 어느 것 하나 문제 되지 않는다. 

귀엽게는 별의 커비를 시작으로 하츠네 미쿠(Hatsune Miku)와 헐벗은 캐릭터 등 본인의 차를 꾸미는 것에 전혀 거리낌 없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낸다. 심지어는 커스텀 장식을 위해 뒷 창문을 캐릭터 스티커로 가려버리는 경우까지 발생하니, 과연 망가의 나라 일본이라 하겠다. 한껏 차려입은 건 차체뿐만이 아니다. 차의 디자인과 혼연일체가 된 듯한 차주의 코스프레 복장 또한 ‘이타샤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성우 토크쇼, 음악 공연 등의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이타샤천국’은 분명 캐릭터 판타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낙원과도 같은 장소가 틀림없다.

뭇한 남성들의 레이싱카 사랑보다 뜨거운 이들의 순수한 축제는 오는 4월 29일과 30일 일본 마쿠하리 역 국제전시장에서 다시 한번 개최된다. 행여나 애마를 향한 숨겨온 욕망이 꿈틀댄다면 ‘이타샤천국’을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좀 더 자세한 행사 소식은 ‘이타샤천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해 보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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