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근원을 묻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정지 에너지(Rest Energy, 1980)’

나는 너를 믿을 수 있는가.
너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1980년, 유고슬라비아 출생의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는 관계를 지탱하는 원초적 물음을 실험한다. 활과 화살을 매개로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하는 마리나와 동료 예술가 울레이(Ulay, 당시 그녀의 연인이기도 하다)에게서 분출되는 ‘정지 에너지(Rest Energy)’가 그것이다. 몸짓이고 표정이고 온통 정지되어 있는 4분 10초가량의 퍼포먼스에서 유일하게 동적인 움직임이 있다. 보이진 않으나, 가슴팍의 마이크를 통해 확성 되는 둘의 심장박동. 목숨을 담보로 믿음을 가시화하는 동안 누구보다 생명을 향한 갈망이 느껴지는 긴장된 사운드. 그들은 증명해냈다. 균형 잡힌 관계 위에서 신뢰가 붕괴되면 돌이킬 수 없음을. 마리나가 가장 힘겨웠던 작품 중 하나로 ‘정지 에너지’를 꼽으며 4분 남짓이 ‘영원’처럼 느껴졌다고 밝힌 이유 또한, 관계에 있어 ‘믿음’의 무게감이 그와 비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지 에너지’가 오는 8월 7일까지 올림픽 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상영된다. 지난 4월부터 기획전 ‘몸과 맘의 뫼비우스’에서 스포츠와 과학적 재료를 활용한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되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마리아가 고민했던 인간을 향한 믿음, 그리고 그로부터 피어나는 육신과 마음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믿을 수 없도록 선명해지는 근원적 믿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Abramovicinstitut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소마미술관 웹사이트


전시 정보
일시 | 2022년 4월 1일 ~ 2022년 8월 7일
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 소마미술관 2관(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공원 내)


이미지 출처 |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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