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깝거나 혹은 아니거나, 박현호 외 2인의 전시, ‘나포함 3人’

우리 주변을 다시금 둘러보면 작은 꽃에서부터 시선의 끝이 흐려지는 고층의 높은 건물 등 다양한 종류의 개체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이러한 개체를 개별적으로 자각하기보다는 일종의 풍경으로 자연스레 인식하게 되고, 무심코 지나치곤 한다. 이렇듯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일상이란 작은 굴레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멜버른에서 그래피티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는 박현호는 삶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가깝게 맞닿은 주변 갖가지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나나 껍질 더미(Pile of banana peels, 2019)’, ‘주무시는 아버지(Sleeping father, 2019)’, ‘카드 플레이어들(Card players, 2018)’, 등 본인 자신을 포함하여 그의 가족 그리고 친지들까지 작가가 실제로 마주한 인물과 더불어 여러 상황과 시각적인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포토그래퍼 박정근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부터 그의 가족, 집 그리고 낯선 장소까지 스스로 친밀감을 느끼는 것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폭넓게 찍었다.

음악가 황새벽(a.k.a Wholesome)은 평소 공연장에서 공연이 아닌 때 무작위로 녹음한 음악과 소리를 특정한 규칙으로 묶어 재구성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반복되는 사운드 레이어들이 순간 포개지듯 하나의 겹으로 뭉치고, 짧은 순간이 지나면 다시 주어진 규칙으로 흩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듣고 있노라면 정확한 패턴을 알 수 없는 순간적인 공포감과 동시에 형용하기 힘든 환희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내 모든 음악이 그렇듯 그것은 모두 내가 가졌던 그 순간들의 초상이다”.

「황새벽 작가노트 중」

본 전시 ‘나포함 3人’은 이렇듯 박현호 작가를 중심으로 그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인물 두 명인 포토그래퍼 박정근과 음악가 황새벽이 협력한 ‘주변(Surroundings)’에 관한 프로젝트다. 페인팅, 사진, 소리를 기반으로 각자가 추구하는 표현 방식을 통해 일상과 주변 풍경을 기록한 작업을 한데 모아 전시 중이다. 서로의 작업물을 다양한 구도로 섞음으로써 일상적 소재의 익숙함을 낯설고 생소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이미 무뎌진 주변 풍경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 싶다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해당 전시를 살펴보도록 하자.

Space Union 공식 페이스북


전시명 │나포함 3人
참여 작가 │ 박현호, 박정근, 황새벽
전시 기간 │ 2019년 7월 3일 ~ 7월 15일
전시 장소 │ Space Union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126길 7-1,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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