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설립, 30여 년의 긴 역사를 이어오면서 스투시(Stussy), 슈프림(Supreme)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스트리트 브랜드 퍽트(Fuct). ‘Fucked’와 유사한 발음만으로도 악동스러운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브랜드는 늘 정치, 종교 및 사회 문제에 논란을 야기하는 그래픽을 의류에 적용해왔다.
그들의 반항적인 색깔은 특히 90년대 초반 OG 티셔츠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당시부터 그들이 로고 라벨에 숨겨둔 메시지 ‘steal this garment’, 즉 ‘티셔츠를 훔쳐라’라는 문구는 그래피티 라이터에 뿌리를 두고 미국 사회 내 만연한 자본주의와 자유롭지 못한 대중문화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설립자 에릭 브루네티(Erik Brunetti)의 브랜드 철학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아나키스트 아비 호프먼(Abbie Hoffman)이 1971년 저술한 서적 ‘Steal This Book’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문구는 가능한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부에 맞서라는 서적의 내용과 방향성을 함께하며, 범죄를 통해 사회가 정한 규칙과 관습을 무너뜨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90년대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해당 문구가 당시 실제 절도로 이어졌을지, 일종의 반항적인 브랜딩으로써 소비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분명 브랜드를 통한 수익 창출을 넘어 의류에 창립자의 태도를 반영, 오늘날 여타 브랜드들이 표방하는 멋의 원초적 본질을 대표하는 선례다. 최근 그들이 선보여온 컬렉션에선 브랜드 초창기만큼의 원색적이고 파격적인 그래픽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여전히 상당수 제품군의 라벨에는 ‘steal this garment’ 문구가 적용된다.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역사와 정신을 이어온 퍽트, 그들의 행보를 앞으로도 쭉 주시해야 할 것.
이미지 출처 | zer0fuct, Ebay, collate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