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Ye,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잊을만하면 인스타질을 일삼는 예(Ye)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 시간 지난 4일 새벽, 파리 개선문 근처의 빈 오피스 건물에서 펼쳐진 이지(Yeezy)의 9번째 패션쇼 ‘YZY SZN9′. 그의 딸 노스(North)가 함께한 돈다 아카데미(Donda Academy)의 감미로운 하모니로 시작한 쇼는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캣수트부터 이불을 덮은 듯한 판초, 풀온 블루종 등 예가 최근 몇 년간 선보여온 스타일을 그대로 녹여낸 듯한 모습을 보이며 감동적인 마무리를 짓는 듯했으나, 사실 예의 쇼는 사실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 반이나 늦은 쇼의 시작은 예의 하소연과 함께했는데, 갭(GAP)과의 불화나 그가 겪었던 양극성 장애 그리고 그의 전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결국은 그가 문화를 이뤄왔고 그 자체가 문화이며 자신이 리더라는 자기 자랑으로 마무리.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시선을 빼았았던 건 그의 티셔츠였는데, 앞면에는 “당신의 선례를 따르겠다”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Seguiremos tu ejemplo”와 함께 프린트된 교황 바오로 2세의 사진이, 뒷면에는 문제의 “White LIves Matter”가 대문짝만 하게 적혀있었다(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예의 티셔츠를 패러디한 상품이 벌써 판매 중이라는 것). 

“White LIves Matter”는 2015년 KKK 같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 ‘Black Live Matter’ 운동에 대항해  만들어 낸 대표적인 문구로, 예의 의도가 어찌 됐든 해당 문구를 이번 패션쇼에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패션계를 비롯한 각종 문화 예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를 향한 공개 저격이 일제히 시작됐으며 보그(Vogue)의 스타일리스트이자 에디터, 가브리엘라 카레파 존슨(Gabriella Karefa-Johnson)는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의 티셔츠가 ‘심하게 공격적이며 위험하다. 변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티셔츠를 입고 런웨이 워킹을 선보인 모델을 스토리에 업로드하며 “Here come the bullshit…”이라는 코멘트를 달기도. 

예가 누군가, 결코 당하고만 살지 않는 시대의 어그로꾼 아닌가. 예는 그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박제하며 “This is not a fashion person You Speak on Ye Ima speak on you Ask Trevor Noah”라며 그녀를 공개적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다.

일부 예의 추종자들이 그에게 동조하기는 했지만 패션계는, 아니 세계는 예의 편이 아니었다. 보그는 “가브리엘라를 콕 집어 공격한 예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현시대는 그녀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며 가브리엘라를 전적으로 두둔하고 나섰으며 모델 지지 하디드(Gigi Hadid)를 비롯 각계 유명 인사들이 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후폭풍이 거셌던 탓일까. 불과 몇 시간 전 예는 그간의 공격적인 포스팅을 모두 삭제함과 동시에 가브리엘라를 ‘sister’라 칭하며 급화해 모드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약 두 시간 동안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서로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고(이 포스팅 또한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캡처해 두는 것이 좋을지도). 

언제 봐도 흥미진진한 예의 인스타 설전이지만 패션계도 이제 슬슬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듯한 지금, 예의 패션계 살아남기는 현재 진행 중.

Ye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Complex, Mail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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