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가 끄집어낸 1970년대 디스코에 대한 추억, FENDI 23-24 F/W Mens Collection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가 작곡한 “After Dark”의 디스코 리듬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핀볼 머신의 은빛 트랙을 따라 모델들의 캣워크가 시작된다. 지난 토요일 밀라노에서 공개된 펜디(FENDI)의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이다. 펜디의 남성복 디자이너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이번 쇼를 위해 선택한 테마는 다름아닌 디스코였다. 디스코 클럽을 연상시키는 은빛 조명과 오브제들이 런웨이를 장식했고, 디스코 뮤직의 대가 조르조 모로더가 딱 맞는 사운드트랙을 구성했다.

여기엔 디자이너의 개인적 경험이 배어있다. 벤투리니 펜디는 80년대에 유서 깊은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에서 일하며 뉴욕에 거주했다. 그녀는 출근할 때면 언제나 한쪽 어깨가 노출된 상의를 출근복 안에 껴입곤 했는데, 그건 바로 퇴근 후 맨해튼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 스튜디오 54(Studio 54)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스튜디오 54는 디스코 황금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상징적 공간이었고,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존 트라볼타(John Joesph Travolta)를 비롯해 열거 할 수 없이 많은 명사들이 파티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스튜디오 54와 함께하는 뉴욕 생활 속에서 70년대 디스코의 유산을 맘껏 향유했고, 그 추억을 이번 컬렉션에서 다시금 소환해냈다.

당연히 이런 디스코 무드는 이번 맨즈웨어 컬렉션 전반에서 다양한 디테일로 표현된다. 벤투라니 펜디는 쇼노트에서 이번 시즌 컬렉션의 콘셉트를 두고 “cozy, sexy, cool”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70년대 디스코 드레스에서 보여지던 한쪽 오프숄더 디테일을 스웨터와 셔츠 등 다양한 맨즈웨어에 적용했고, 남성복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아이템 블랭킷과 케이프를 주요 포인트 피스로 선보였다. 절제된 컬러 팔레트로 약간 느슨한 듯 맥시하면서 고급스럽게 찰랑이는 실루엣은 편안하면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는 클럽 파티룩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고급스러운 퇴폐미는 전통적 남성복 시장에 젠더리스적 변주가 가해지는 오늘날 패션 트렌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펜디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2023-2024 F/W 맨즈 컬렉션의 상세한 면면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FENDI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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