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Gabriel Nouchi가 선보인 강렬한 광기, ‘아메리칸 싸이코’

루이-가브리엘 누치(Louis-Gabriel Nouchi, 이하 LGN)는 매 시즌마다 문학작품을 다루며 스토리텔링에 주목한다. 브랜드를 통해 도서관을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드 보들레르(Charles de Baudelaire)를 위한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을 시작으로,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Pierre Choderlos de Laclos)의 작품 ‘위험한 관계’를 다룬 지난 컬렉션을 거쳐, 이번에는 브렛 이스턴 엘리스(Bret Easton Ellis)의 ‘아메리칸 싸이코(AMERICAN PSYCHO)’를 소재로 한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모 소재의 더블브레스트 턱시도를 입고, 폴 스미스 윙 칼라 면 셔츠에 레인보우 넥웨어의 나비넥타이와 커머밴드에 트리아농의 다이아몬드 장식 단추와 페라가모만의 독특한 가죽과 그로그 레인으로 만든 펌프스, 삭스에서 구입한 고풍스러운 해밀턴 시계를 차고 홀 뒤쪽 난간에 기대어 있는 테드 매디슨을 프라이스가 발견한다.”

소설 속 패트릭 베이트먼(Patrick Bateman)은 새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옷차림을 묘사한다. 패트릭에 빙의해 이번 LGN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프랑스의 배우이자 모델인 뤼카 브라보(Lucas Bravo)가 패트릭으로 변신해 쇼의 오프닝을 장식했다. 날카로운 테일러링과 드라마틱하게 늘어뜨린 맥시 기장의 모헤어 코트가 눈길을 끈다. 작중 인물 패트릭의 어두운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듯한 모델들이 뒤를 이어 등장했으며, 컬렉션 전반에 걸쳐 타이트한 허리와 어깨선에 다트 디테일의 테일러드슈트가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특히 버튼 다운셔츠와 레더 부츠 사이로 라텍스 장갑이 주된 디자인의 요소로 등장했는데, 단순히 패트릭의 의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작품 중 그의 남성성과 자기애, 물질주의의 잔혹성을 탐구한 누치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핏빛 싸이-하이 부츠와 블랙 트렌치코트로 패트릭의 내면의 광기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HBO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의 스테파노 가니노(Stefano Ganino)는 하늘색 실크 셋업을, 영화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s)”의 주연 제인 필립스(Zane Philips)는 여유 있는 실루엣의 회색 스웨터와 블랙 팬츠를 입고 등장했다. 이에 더해 LGN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비대칭 커팅이 목과 어깨를 타고 흐르기도 했으며, 언뜻 보면 섬뜩한 피부를 닮은 반투명 소재의 룩으로 막을 내렸다.

누치는 책을 읽는 행위가 마치 머릿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 같다고 한다. 더불어 이 시간이 자기 자신과 가장 친밀하고 편안한 시간이며, 문학과 패션에 애정을 둔 LGN에서 결코 불편한 옷은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캣워크라는 우아한 방식을 곁들여 남성성을 LGN만의 코드로 비튼 컬렉션 ‘아메리칸 싸이코’. 하단 영상을 통해 직접 감상해 보자.

Louis-Gabriel Nouch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Louis-Gabriel Nouchi

박채린
E il naufragar m'è dolce in questo 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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