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에 대한 탐구, Cindy Sherman x Supreme 2017 협업 컬렉션

슈프림(Supreme)이 스케이트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는 제품에는 데크와 트럭, 휠 따위의 스케이트보드 하드웨어가 있다. 그중에서도 뮤지션, 아티스트와 협업한 데크는 발매와 동시에 품절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데, 그 구입 목적이라고 한다면 실제로 보드를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응접실이나 사무실에 자랑스레 걸어 놓고 친구와 손님이 방문했을 때 너스레를 떨며 힙지수를 높이려는 데서 기인하지 않을까. 이와 함께 슈프림은 가끔 어머니 또는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기 불편한 그래픽의 데크를 발매하여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곤 한다.

당신이 이번 시즌 안드레스 세라노(Andres Serrano)의 ‘Blood and Semen’ 데크 작업과정을 알게 된 후 알 수 없는 역겨움을 느꼈다면 이번 신디 셔먼(Cindy Sherman) 협업 데크는 한 발 더 나아가 당신을 화장실로 데려가 저녁 메뉴를 재확인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신디 셔먼은 미국의 예술가로 7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대중 매체에서 영감을 가져와 자신을 피사체로 촬영하는 ‘셀프 포트레이트’ 기법으로 명성을 얻는데, 신디 셔먼의 작품은 50년대 영화, 미국의 전형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한 ‘Untitled Film Still’ 시기를 거쳐 남성 잡지 속 여성, 기형적인 것에 대한 탐구 등 다양한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이번 슈프림 데크에는 그녀의 1987년 그로테스크 시리즈 중 악명 높은 ‘Untitled #175 , #181’이 쓰였다.

 

신디 셔먼을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 벌이는 논란은 잘린 듯 보이는 성기와 토사물의 이미지로 인해 발생하는 거부감이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이것은 실제 사람의 성기가 아니며, 외로운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어덜트 토이는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의료용 마네킹에서 떼어 낸 인체 모형의 일부분일 뿐이다.

 

신디 셔먼은 앞서 파리에서 열린 ‘Undercover Spring 2017’을 통해 슈프림과 관계를 이어온 언더커버(Undercover)와 함께했고,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과는 캠페인을 통해 일찍이 인연을 맺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 신디 셔먼과 함께 한 브랜드는 어떤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슈프림이 소개한 아티스트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것이 어떤 요소이건 슈프림이 보여주는 태도나 관점의 유사성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을 자연과 하나로 만드는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구상 방법을 들 수 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이 자신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촬영 전 자연 속 어느 장소에서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철저히 구상한다. 길을 지나다 새로운 스팟을 발견하고는 멈춰 서서 어떤 기술을 사용해 멋지게 스케이팅해야 할지 먼저 상상해 보던 자신처럼 말이다.

신디 셔먼의 경우를 보자. 어째서 그녀는 문자 그대로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선보였을까. 신디 셔먼은 세상에 넘쳐나는 획일적 아름다움에 대해 거부감을 느껴 오히려 그로테스크하고 추한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것은 기존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보다 더 흥미롭고 매혹적이었다. 잘린 남성의 성기가 실제였다면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겠지만, 이것이 가짜이고 의료용 마네킹의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빌어먹을 안도감이 당신을 위로할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 널린 소스와 소시지는 이를 유머러스하게 넘길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디 셔먼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인간이 굉장한 속도를 내는 롤러코스터에 거꾸로 매달려 빙글빙글 돈다면, 그 감정의 한편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존나 신남’의 사이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28개 계단을 알리 다운하려는 스케이터를 상상해보자. 그가 공중에 뛰어 오르고 난 후 멋진 자세로 착지하며 친구들의 환호를 받을지, 전방 3미터 앞으로 튕겨 나가다 우뚝 솟은 요철에 고자가 될지 모르지만, 그 상황 속에서 아드레날린은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아름다움은 이미 포화상태다. 슈프림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그저 그런 제품을 생산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컬렉션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못생긴 신발 또는 역겨운 데크 그래픽이 나왔다면 어떤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자.

Supreme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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